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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한가희는 진짜 우스워. 자기 수준 좀 알지? 장예나 씨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나? 장예나 씨랑 이윤호 대표 두 사람은 외모도, 집안도 완벽하게 어울리는데, 한가희는 무슨 배짱으로 그 사이에 끼어드는 거야?][맞아, 맞아. 요즘 세상에 저렇게 당당한 불륜녀가 어딨어? 진짜 대단하다. 뻔뻔함의 끝판왕이네!][...]실시간 검색어 상위 세 개가 모두 ‘한가희’와 ‘불륜’이라는 단어로 도배되었다. 이 트렌드는 오후 3시에 예나가 올린 글로 시작되었고, 지금까지도 화력이 식지 않았다. 예나가 이걸 퍼뜨리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가희는 입꼬리를 비틀며 핏기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그때, 윤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SR그룹으로 와.]가희는 몸을 곧게 세웠다. 그녀는 마침 윤호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윤호가 이번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히면, 더 이상 우리 둘을 엮으려 하지 않겠지. 그 역시 이런 식으로 엮이는 걸 원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가희가 SR그룹에 도착한 순간,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모든 사람이 가희를 낯설게 바라보았고, 심지어 평소에 친분이 있던 직원들조차 그녀를 피하는 듯했다.가희는 주먹을 꽉 쥐고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서류를 챙겨 나오는 길, 복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맞아, B 국에 있을 때부터 한 실장님과 이 대표님 사이가 뭔가 수상했어. 그런데 진짜 그런 관계였을 줄이야!”“진짜야? B 국에서 한 실장님이랑 이 대표님이 무슨 사이였는데? 빨리 말해줘!”주성이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가희가 걸어 나왔다.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직원들은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인사하고 자리를 피했다. 주성 역시 당황한 얼굴로 가희를 바라보았다.가희는 감정 없는 얼굴로 서류를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주 비서님, 이 서류, 오늘 안으로 전달해야 해요. 다음번엔 내가 다시 말해야 하는 일 없도록.”주성은 가희의 싸늘한 태도에 움찔했지만, 곧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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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가희는 눈앞에 있는 윤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실시간 검색어 내려주세요. 저도 더 이상 우리 사이에 어떤 연관도 없기를 바랍니다.”윤호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남자의 웃음에 가희는 순간 멍해졌지만, 이어진 말에 가희는 얼어붙었다.“한가희, 난 장난 같은 건 안 해.”가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뜻인지 물으려 했지만,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이 사람이 진짜 내가 계속 자신의 곁에 계속 남아서 숨겨둔 애인이라도 되는 걸 원하는 거야?’‘이제 보니, 확실히 농담이 아니었어.’순간 가희의 온몸에 한기가 스쳤고, 손가락 끝까지 떨리는 걸 느꼈다. ‘이렇게까지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그녀는 윤호의 곁을 몇 년이나 지켜왔다. 그가 사랑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인격을 지켜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윤호의 말은 너무나도 냉정했다.가희의 시선이 차갑게 식었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윤호는 여자의 그런 반응에 불편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대표님, 대표님께서 실시간 검색어를 내리든 말든, 저도 이제 개의치 않아요. 하지만 그 일만큼은... 제가 죽기 전까지도 포기 못 해요.”‘어차피 오래 살 것도 아니니까.’윤호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리며 속에서 뜨거운 화가 치솟았다. ‘죽고 싶다고? 이 여자가 도대체 부족한 게 뭐가 있지?’ ‘SR그룹이 이 여자에게 준 게 얼마나 많은데? ‘최고의 비서’라는 타이틀, 독립된 사무실, 안정적인 커리어...’‘그런데도 왜 이토록 미련 없이 떠나려는 거야?!’ 그는 갑자기 아침에 들었던 뉴스가 떠올랐다. 윤호는 비웃으며 가희의 손목을 붙잡았다. 두 사람의 숨소리조차 엉켜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한가희, 그렇게까지 도망치고 싶은 이유가 우준서 때문이야?”가희는 눈을 크게 떴다. ‘이 사람... 무슨 말을 하는 거야?!’그녀는 놀란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얼굴이 붉어지며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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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한동건과 서해수였다.가희가 입을 열려던 순간, 한동건이 손으로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네가 한 짓 좀 봐라. 우리가 너를 힘들게 키운 세월이 몇 년인데, 은혜는 못 갚을지언정 이렇게 배신하는 건 아니지 않냐?”가희의 오른쪽 볼이 순식간에 부어올랐다. 그녀는 미간을 좁히며 한동건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한동건이 또다시 손을 들어올리는 걸 보고 재빨리 손목을 붙잡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뭘 했다는 거죠?”한동건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가희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리고 서류 한 뭉치를 그녀에게 내던졌다.“네가 한 짓을 직접 확인해 봐.”서류에는 최근 NP그룹과 계약을 파기한 회사들의 목록이 적혀 있었다. 또, NP그룹이 제때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해 발생한 위약금 청구서도 함께 있었다. 금액은 엄청났고, NP그룹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가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한동건은 가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를 악물었다.“네가 처음부터 NP그룹과 계약을 맺었으면, 지금 저 성진건설 앞에서 우리 직원들이 밥 굶으며 시위할 일도 없었을 거야!”가희는 한동건을 바라보면서 눈에는 혼란이 가득했다.“이미 말씀을 드렸잖아요. SR그룹의 자금은 실력으로 따내야 해요. 제가 어떻게 도울 수 있겠어요?”한동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고, 다시 가희를 때리려는 듯 손을 올리려 했지만, 옆에 있던 서해수가 눈짓을 주자 간신히 손을 내렸다. 그리고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가희야,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너잖아. 맞지?”가희는 부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이 결정을 내린 데에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기 때문이다. 침묵하는 가희를 보며 한동건은 성진건설 앞에 모인 직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한동건의 눈빛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어쨌든, 너도 우리 집안 덕분에 살아 있는 거야. 그런데 집안의 위기가 눈앞에 닥쳤는데도 모른 척할 거야?”“너 성진건설에 자금을 지원한 뒤부터, 우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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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전화가 끊기고, 윤호가 집으로 들어왔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남자의 어깨와 머리 위에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마치 겨울의 신이 내려온 듯한 모습이었다.가희는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배고프죠? 밥 준비해 놓았어요.”여자의 눈빛에는 희미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윤호는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바라보았는데, 전부 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가희는 항상 윤호의 취향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낮에 들었던 이야기, NP그룹과 WR그룹의 경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 결국 NP그룹을 위해서겠지.’윤호는 식탁에 앉았지만, 갑자기 식욕이 사라졌다. 그는 국을 떠 주려는 가희의 손목을 잡아채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가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지만, 윤호의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한가희, 너 이러는 이유가 뭐야? 목적이 뭔데?”“목적이라니요? 저는 아무것도 없어요.”‘나는... 그저 당신이 편안하게 한 끼를 먹길 바랄 뿐인데...’윤호는 냉소를 터뜨리며 여자의 턱을 거칠게 쥐었다.“딱 한 번만 물을게.”가희는 고개를 저었다. 여자의 눈에는 혼란이 서려 있었다.윤호는 비웃으며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려 침대에 던졌다. ...하룻밤이 지나고, 아침에 일어나자 가희가 정성스럽게 준비해 둔 식탁 위에 있던 음식이 전부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다.윤호는 아침을 먹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그냥 직접 말해.”가희는 젓가락을 든 손을 멈췄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대표님, 그게 무슨...”“우리 사이, 너도 알잖아. 서로 필요한 걸 주고받는 거야. 어젯밤 방식, 난 마음에 들었어.”가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남자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도 명확했다.하지만 윤호가 출근한 후, 가희는 한씨 가문의 문제가 윤호에 의해 해결되었음을 알게 되었다.‘그래서... 우리 사이가... 그냥 단순한 거래였다는 거야?’...가희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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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밖에 무슨 일 있어?”우준서도 다가와 진민주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잠깐 사무실에 있으라고 했잖아. 말을 안 듣네? 혹시라도 아기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민주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의 손을 잡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나 그렇게 약하지 않아.”그녀는 천천히 준서의 손을 자신의 배 위에 올려놓았다.“여기 만져봐. 아까 아기가 움직였어.”가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가가 시큰해졌다. ‘이 장면, 내가 얼마나 꿈꿔왔던 건데...’사랑하는 남자가 곁에 있고, 소중한 아이를 품에 안는 삶... 가희가 바랐던 행복은 그런 것이었다.하지만...민주는 마치 이제야 가희의 존재를 깨달은 듯 우준서를 돌아보며 말했다.“여보, 한 실장님이 업무차 왔어.”준서는 무표정하게 비서를 불렀다.“한 실장님, 중간 검토 건은 제 비서에게 전달하면 됩니다. 지금 저희 자체 행사 중이라 신경 써드릴 시간이 없습니다.”민주의 얼굴에는 더욱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가희도 더 이상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비서에게 다가갔다. 업무를 조용히 확인한 후, 그녀는 자리를 뜨려 했다.그러나, 누군가 가희를 불러 세웠다.“한 실장님.”진민주였다.“요즘 힘든 일 겪고 계신 거 알고 있어요. 솔직히 안타깝네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하세요.”가희는 순간 멈칫했다. 민주가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평소라면 진민주의 태도는 날카롭고 적대적이었는데...’그러나 뒤이어 들려온 말에 가희는 다시 긴장하게 되었다.“하지만, 제 뱃속에는 지금 아이가 있어요. 한 실장님, 제가 이 아이를 얼마나 간절히 지키고 싶은지 아세요? 건강하게 키우고, 행복하게 자라게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 남편과 만나지 말아 주세요.”가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도대체 왜, 진민주는 나를 볼 때마다 이렇게 경계하는 걸까?’실은 가희도 한 번도 준서를 넘보거나 선을 넘은 적이 없었다. 언제나 준서를 오빠처럼 여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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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가희가 중간 점검을 마쳤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은 서류를 보며 가희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조금만 더 확인하면 되는데, 나머지는 내일 다시 봐도 될까요?”젊은 직원은 가희의 친절한 태도에 얼굴이 붉어지며 머리를 긁적였다.“네, 물론이죠!”가희는 집 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등 뒤로 스산한 기운이 스쳐갔다.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졌다.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윤호가 가희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는 가희를 문에 몰아붙이고 차가운 입술을 덮쳐왔다. 남자의 입맞춤은 벌을 주듯 거칠고 강렬했다.“으읏...!”윤호의 손이 가희의 몸을 탐색하며 뜨거운 열기를 남겼다. 가희는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들을까 봐 두려워 입술을 깨물며 저항했다. 그러나 힘의 차이는 분명했다. 그녀는 버둥거리며 남자의 손을 밀어내려 했지만, 윤호는 단단히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 순간, 가희의 손에서 열쇠가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윤호의 동작이 순간 멈칫했지만, 곧 다시 강하게 그녀를 붙잡았다.그러나 가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여자의 손이 날아가, 남자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윤호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공간은 정적에 휩싸였고, 서로의 거친 숨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윤호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뭔가 말하려 했지만, 먼저 입을 연 것은 가희였다.가희는 계단을 가리키며 싸늘하게 말했다.“나가요.”윤호는 아무 움직임도 하지 않았다.가희는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몸을 숙여 열쇠를 집어 들고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려는 순간, 윤호의 손이 문을 강하게 잡아당겼다.그녀가 놀랄 틈도 없이 윤호는 문틈을 비집고 들어왔다.가희는 윤호를 노려보았다. 도망칠 수 없다면 차라리 나가는 것이 답이었다. 하지만 가희가 다시 문을 열려 하자, 윤호가 문을 세게 닫고 그녀를 문에 밀어붙였다.남자의 시선이 날카롭게 가희를 꿰뚫었다.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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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윤호는 거칠게 가희의 팔을 당겼다. 가희는 단단히 남자의 몸 아래에 눌려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한가희,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할지 장담 못 해.”남자의 쉰 목소리에 가희의 몸이 굳어졌다. 가희도 반박하고 싶었지만,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그가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바로 이윤호라는 사람은 정말로 말한 대로 행동할 사람이었다.입술을 꽉 깨물며, 가희는 침착하게 말했다.“이 일은 우준서와는 아무 상관없어요. 제 디자인을 되찾고 싶을 뿐이에요.”‘흥.’윤호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지면서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래서 아직도 우준서를 사랑한다는 거야? 날 떠나고 싶은 이유도 그 사람 때문이고?”가희는 황당했다. 윤호의 생각이 대체 어디로 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남자의 손이 지신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남자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에 움찔하며, 가희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윤호를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대표님, 저를 이렇게까지 붙잡아 두는 이유, 설마 저한테 정이라도 들어서 이러는 건가요?”윤호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러나 그는 금방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너도 알잖아. 너란 여자가 내게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인지.”이번엔 가희가 굳어졌다. 그녀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윤호는 언제나 그녀를 탐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 사실을 새삼 깨닫고, 가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대표님. 이제 제 디자인을 돌려주실 건가요?”그러나 윤호는 여자의 턱을 가볍게 쥐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한가희, 너도 결국 내게 돌아올 거야. 그리고 그땐 네가 원해서 돌아오는 거겠지.”그 말만 남긴 채, 윤호는 가희를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그리고 태연하게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방을 나섰다.그가 떠난 후, 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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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그 시각, 우준서는 서재에 앉아 있었다. 방 안에는 담배 연기가 아닌 은은한 커피 향이 퍼져 있었고, 남자의 노트북 화면에는 예전에 가희가 작품을 올렸던 사이트가 떠 있었다.아래에는 윤호와 예나의 사랑 이야기를 칭찬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감탄하는 글들로 가득했다.하지만 준서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가희가 이 사이트에 올린 작품들은 단순한 작품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그녀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그 작품들 속에는 가희가 남긴 감정들과 솔직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리고 준서는 깨달았다. 자신은 가희에게 있어서 언제나 단순한 ‘오빠’일 뿐이었다는 것을. ‘이 사이트에 올라온 작품들은 절대 장예나의 것이 아니야.’‘하지만, 한가희... 예전에 내가 너에게 가졌던 감정을 정말 단 한 순간도 느끼지 못했어?’‘아니, 설령 느꼈다고 해도, 어쩌겠어. 넌 결국 원수의 딸이었으니까...’머릿속이 어지러워져서 준서는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을 거칠게 내던졌다. 고급 와인잔은 깨지지 않고 카펫 위를 구르다 멈춰 섰다.그는 다시 와인을 따라 입에 털어 넣었다. 마치 그렇게 하면 모든 감정을 지울 수 있을 것처럼....진민주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방 안의 짙은 담배 냄새에 기침을 터뜨렸다. 그녀는 다가가 준서의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여보, 왜 이러고 있어? 무슨 일 있었어?”집사는 급히 창문을 열어 방 안의 공기를 바꾸려 했고, 민주를 부축하며 걱정스럽게 말했다.“사모님, 임신 중이신데 여기 계시면 안 돼요. 어서 나가세요.”민주는 손을 저으며 바닥에 흩어진 와인병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먼저, 대표님부터 방으로 옮겨 주세요.”준서는 취해 흐릿한 정신 속에서도 무언가를 느낀 듯, 부드러운 손길을 붙잡았다.“가희야...”순간, 민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집사 역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곧장 준서를 부축해 방으로 옮겼다.민주는 홀로 소파에 앉아 멍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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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윤호가 어느새 가희 곁에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10시, 강가 레스토랑 예약해 뒀어.”가희는 식당측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지만, 눈앞의 윤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윤호가 여자 하나를 얻으려고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는 사람이었나?’하지만 시선을 들어 전시장 한쪽에서 행사 준비에 바쁜 예나를 보자, 그녀는 윤호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날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방해할까 봐 그러는 거겠지.’가희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호는 가희의 반응을 보이지 않자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발표회가 시작되었다. 예나는 글로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더 많은 시선을 끌어보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단상 위에서 개회사를 마친 후, 홍보 영상을 틀었다.그러나 영상이 재생되자, 순간 전시장 전체가 얼어붙었다.“이 작품, 제가 피땀 흘려 그린 건데... 어쩔 수 없이 600만 원에 다 팔아버렸어요.”“이건 제 졸업 작품이었어요. 하지만 그분이 협박했어요. 안 주면 졸업 못 한다고... 전 학생이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그냥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순식간에 관중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예나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녀는 카메라를 향해 날카롭게 외쳤다.“당장 끄라고!”그러나 아무리 조작해도 라이브 방송은 멈추지 않았다. 실시간 댓글 창에는 폭발적으로 반응이 올라왔다.[이게 무슨 소리야? 설마 장예나 작품 전부 다 표절이었어?][한가희 건도 조작이 아니라 진짜였던 거야?][장예나가 그래도 재벌가 딸인데, 저렇게까지 악랄한 짓을 할 필요가 있었겠어? 믿기 힘드네.]그때, 가희가 무대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녀는 마이크를 잡고 차분하게 말했다.“여러분이 본 것처럼, 이 작품 중에서 단 하나만이 장예나 씨의 원작입니다. 나머지는 짜깁기 된 작품들이고, 제가 만든 목걸이는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탄생한 디자인입니다.”하지만 가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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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윤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희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마치 연인의 속삭임처럼 부드럽게 말했다. “한가희, 언젠가는 네가 스스로 내 곁에 남고 싶어질 거야.”그 말을 남긴 채, 윤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가희는 테이블 위에 놓인 달콤한 디저트들과 화려한 장식들, 마치 동화 속 공주를 위한 공간처럼 꾸며진 방을 둘러보았다. 입가에 냉소가 떠올랐다.‘이윤호, 도대체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거야?’...한편, 윤호는 곧장 바로 향했다. 프라이빗 룸 안에는 이미 몇 명의 남자들이 각기 다른 여자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윤호는 오로지 술잔만을 기울이며 침묵을 지켰다. 남자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마치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감정에 빠져 있는 듯했다.강지섭은 손에 든 술잔을 내려놓고, 흥미롭게 윤호를 바라보았다.“뭐야? 사랑에라도 빠진 거야? 설마 그 유명한 장예나가 더 이상 널 따라다니지 않는다고 심란해진 건 아니겠지?”비아냥거리는 말과는 다르게, 지섭은 이미 알고 있었다. 윤호가 이토록 난감한 얼굴을 한 이유는 예나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을.당시, 예나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윤호를 두고 해외로 떠날 때, 이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 후 윤호의 곁에 한가희라는 여자가 남았다.처음에는 지섭도 가희를 단지 예나의 대체품이라고 생각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가희는 여전히 윤호의 곁에 있었다.‘윤호 자신도 모를걸? 왜 한가희를 계속 곁에 두는지.’지섭은 윤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지금이라도 놓으면 늦지 않아.”윤호는 묵묵히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넌 네가 연애 전문가라도 되는 줄 아냐?”지섭은 피식 웃었다.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감정 따윈 모르는 남자이면서도, 친구 앞에서는 꼭 한마디 충고를 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윤호가 꿈쩍도 하지 않자, 지섭은 가볍게 웃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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