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051 - Chapter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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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1화

어둠 속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나비 한 마리가 제단 위 소녀의 귓가에서 날개를 파닥이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제단 상공으로 순식간에 날아오른 유성이 날개를 펼치자 강력한 충왕의 기운이 주변을 뒤덮었다.“저건… 고급 충왕?”노인은 눈을 비비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그 아름답고 눈부신 나비를 바라보았다.몇 번이나 눈을 비비고 눈앞의 것이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빌어먹을! 어떻게 이곳에서 고급 충왕을!”노인이 눈에 유성은 그저 고급 충왕으로 보였다.충왕을 가진 소환사는 이족들의 세계에서 대소환사로 불렸다.그리고 노인은 그들 중 한 명이었다.그에게도 충왕이 한 마리 있었다.다만 그것은 유성에 불과하면 저급 충왕에 불과했고 심지어 중급에 속하지도 못했다.저 상공을 날고 있는 나비 충왕은 그가 가진 저급한 충왕으로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자칫 잘못하면 반평생을 공을 들여 육성한 충왕이 상대의 먹이가 될 수도 있었다.“구씨 집안의 자식은 대체 어디서 저런 고수를 건드린 거지?”어린 나이에 저런 고급 충왕을 가진 소녀를 보자 노인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럼에도 노인은 란사가 진짜 실력자라고 믿지 않았다. 단지 그녀가 어느 대부족의 소주라고 생각할 뿐이었다.그녀의 배후에는 분명히 고급 소환사가 있을 것이고 그자가 그녀를 도와 고급 충왕을 조련했을 거라고 보였다.노인은 경계 어린 눈빛으로 소녀를 응시했다.유성은 노인이 아는 고급 충왕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신생 고급 충왕이라고 유성을 정의했다.‘저 어린 것마저 저런 고급 충왕을 지니고 있다니. 대체 얼마나 대단한 부족이길래….’평범한 부족이라면 충왕 한 마리를 소유하고 있기도 어려웠다.저 정도의 고급 충왕이라면 일반적으로 족장의 소유였다. 그런데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소녀가 고급 충왕 한 마리를 데리고 있으니 노인이 겁을 먹은 것도 당연했다.노인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대체 어느 부족의 소주인지는 모르나, 어쩌면 이 곤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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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그러나 자신들을 구하러 온 약충들이 철수하는 것을 본 구옥천은 분노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망할 산덕 이 자식아! 감히 어딜 도망쳐! 내 아버지가 네 사지를 찢어 죽일 것이다!”조금 전까지 자포자기하고 가만히 있던 구옥선마저 정신을 차렸다.이대로 오라버니와 함께 외삼촌에게로 끌려갈 수는 없었다.그렇게 된다면 죽는 것은 물론이고 가문에까지 큰 화를 입힐 것이 분명했다.“산덕 할아버지, 평소에 저를 그렇게 예뻐해 주셨잖아요! 제발 저 좀 구해주세요! 돌아가면 제가 성심을 다해 효도할게요! 제발요, 할아버지!”그러나 산덕은 그들의 청을 들어줄 수 없었다.그는 이 소녀의 배후에 있는 대가문이 두려웠다.지금 퇴각하지 않는다면 자신마저도 저 소녀의 손에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산덕은 유성의 제압에 정신을 못 차리고 점점 통제가 풀려가는 약충들을 보며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구옥천 남매의 부름에 응할 여유조차 없이 벌레들을 소환하여 급급히 도망쳤다.강력한 충왕의 위압 때문에 약충들을 소환하는 것마저도 시원치 않아서 결국엔 중도에 포기하고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라는 지시만 내리고 말았다.어차피 저 소녀의 충왕에게 먹히는 것보다는 도망치게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였다.무사히 이곳에서 도망칠 수만 있다면 다시 약충들을 불러들일 능력은 얼마든지 있었다.“소저, 이 두 사람은 노주 구씨 가문의 적장자와 적녀라네. 내 충고하건대 목숨은 살려두는 것이 자네를 위해서도 좋을 거네. 그러지 않으면 구씨 가문에서 자네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선덕은 결국 완전히 구옥천 남매를 버려두고 갈 수 없었는지 떠나기 전에 경고의 한마디만 남기고 도망쳤다.란사는 냉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어차피 이리 오셨으니 노인께서도 이들과 함께 이곳에 남아주셔야겠습니다.”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날카로운 충명이 제단 주변의 수림을 뒤덮었다.산덕의 안색이 순간 급변했다.모든 약충들이 그의 통제를 벗어나더니 방향을 틀어 신속히 그가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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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자… 잠깐! 그만!”산덕은 란사가 말도 없이 바로 자신의 목숨을 거둘까 두려워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나는 유란족 장로 산덕이오. 어느 부족의 소주인지 알려주실 수 있는가?”당황한 산덕은 더 이상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었다.그는 란사가 필히 이족의 어느 부족의 소주라고 확신하고 이족어로 란사에게 물었다.란사는 의아한 눈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소주?”갈비뼈가 부러져 혼미해진 노인은 란사가 중원말을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그는 아픔을 참으며 당황한 어투로 말했다.“굳이 내게 숨길 필요는 없네. 우린 모두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고 소환사이니 비록 부족은 다르더라도 동료끼리 서로 피 흘리며 싸울 필요가 없네. 이리 만난 것도 인연이니 오늘 나를 풀어준다면 필히 내가 가진 보물들을 자네에게 바치겠네!”란사는 고개를 돌려 북진연과 시선을 교환했다.북진연은 이족어를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산덕의 말에서 소주라는 말을 알아듣고 무언가를 직감했다. 그는 난사를 향해 입모양으로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냈다.난사는 생각에 잠겼다.그녀는 이곳 이족의 언어를 할 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얼마든지 상대로 하여금 자신을 믿게 만들 수 있었다.난사는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묘한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군요.”그녀는 담담한 표정을 하고 마치 산덕의 말에 대답하기 싫은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산덕으로 하여금 그녀가 분명 이족 중 한 부족의 소주라고 확신하게 만들었다.그녀가 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중원 말을 하는지는 곁에 있는 북진연 일행을 보면 뭔가 짐작이 갔다.이 많은 중원인들이 이족의 땅으로 온 이유는 무슨 목적이 있어서일까?그들이 소녀를 데리고 이곳으로 온 것일까, 아니면 이 어린 소녀가 이들 사이에 숨어서 여기까지 온 것일까?산덕은 마음속으로 빠르게 몇 가지 추측을 하고 이내 묘한 눈을 반짝이며 자신이 란사의 비밀을 알아차렸다고 생각했다.그는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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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란사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산덕은 다급히 소리쳤다.“드릴게요! 드리겠습니다!”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이 어린 소녀에게 협박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었다.그녀는 말이 안 통하니 바로 손을 쓰며 협상의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야만인 같으니라고!’노인은 바짝 긴장한 채로 자신의 목에 닿은 검날을 바라보았다.조금만 더 늦게 말했어도 그의 목은 예리한 검날에 베어 바닥에 떨어졌을 것이다.대체 어느 집안의 후손인지, 어쩌다 이렇게 잔인하고 혹독할 수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가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산덕은 살기 위해 떨리는 손으로 품에서 단지를 꺼내 조심스럽게 란사에게 건넸다.“제가 소중히 키워온 충왕입니다. 아무쪼록 잘 보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잘 육성하기만 한다면 장차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란사는 단지를 받자마자 무게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 노인을 힐끗 보고는 바로 열지 않고 유성을 불렀다.허공에서 날개를 파닥이던 유성이 살포시 단지에 내려앉았다.녀석이 충왕의 기운으로 안에 든 것을 제압한 후에야 그녀는 조심스레 단지를 열어보았다.손바닥만한 단지 안에는 흰색의 알이 들어 있었다.‘이건… 약충란인가?’그녀는 바로 그 생각을 부정해 버리고 흥미로운 눈으로 단지 안을 들여다보았다.“이건 약충이 아닌데. 무엇의 알인가요?”그녀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노인에게 물었다.노인은 그녀가 충란이 아닌 알이라고 하는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솔직히 말했다.“이건 검은 까마귀의 알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곤경에 빠져 한 대소환사의 무덤에 갇힌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이것을 발견했지요.”“처음에는 그냥 보통의 알인 줄 알았습니다. 무덤의 주인은 오래전에 죽었으니 알 내부는 진작에 말라비틀었을 거라 생각했지요.”“그리 생각하며 발길을 돌리다가 알에서 미약한 생명의 기운을 느꼈습니다. 해서 궁금한 김에 가지고 나왔지요.”“나중에 그 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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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황당한 발언에 란사는 눈살을 찌푸렸다.“터무니없군요. 하늘의 해와 달을 가린다니, 작은 까마귀 하나에 가려질 것이 아니잖습니까?”그녀는 차가운 시선으로 산덕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다시 엉뚱한 소리하면, 그 입을 영영 다물게 될 것입니다.”란사는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였다.산덕이 다급히 설명했다.“아닙니다! 그 말은 조금 과장됐을 수 있지만 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가 그 소환사가 남긴 고문서에서 직접 본 것입니다!”“그 문서에는 대소환사의 위대함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고 까마귀 충왕의 위력도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며 벌레들에게 좀 먹혀 손상되었기에 제가 발견했을 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단 그 몇가지뿐이었습니다.”말을 마친 산덕은 한숨을 쉬었다.그 문서가 손상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그 안에서 까마귀 충왕의 육성법을 발견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그랬다면 지금쯤 그도 진짜 까마귀 충왕을 가지고 있었을 테니 이 잔혹한 소녀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란사는 산덕의 속마음을 들을 수는 없지만, 그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 아쉬움을 보고 대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그는 속으로는 냉소를 지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계속해 보세요.”산덕은 방금 전 자신의 행동이 무척 위험했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그는 슬쩍 란사의 눈치를 살피고는 표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자,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말했다.“제가 방금 한 말이 약간 과장됐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모두 제가 본 고문서에 근거한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 그걸 보고 소주와 같은 생각을 했지요. 누가 믿을 수 있겠습니까.”“그런데 왜 지금은 믿게 된 거죠?”란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산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꼭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 반신반의하는 것뿐입니다. 적어도 땅속에 백 년 이상 묵혀 있던 까마귀 충왕 알이 어떻게 지금까지도 생명을 유지하고 심지어 이미 부화할 조짐까지 보일 수 있겠어요?”란사는 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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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유란족이라….”란사는 고개를 돌려 북진연과 시선을 맞추었다.“일단 데리고 가자.”북진연이 입모양으로 그녀에게 말했다.란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산덕에게 말했다.“만약 오늘 제게 한 말 중에 한치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주신의 곁으로 보내드릴 것입니다.”산덕은 저도 모르게 제단 위에 놓인 주신의 조각상을 바라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란사는 품에서 단약 한 알을 꺼내 노인에게 건넸다.“드세요.”노인은 단약을 받고는 주저하는 눈빛으로 란사를 바라보았다.란사는 눈매를 매섭게 뜨고 싸늘한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산덕은 결국 이를 갈며 울며 겨자 먹기로 단약을 입안으로 삼켰다.옆에 있던 북진연이 다가와 그의 목을 졸랐다.“이… 이게 무슨!”북진연은 노인의 목덜미를 힘껏 눌렀다.처음에는 꼼수를 부리려고 혀 밑에 단약을 숨겼던 산덕은 그 모습을 보고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북진연은 노인이 단약을 삼킨 걸 확인한 후에야 그를 풀어주었다.목 안에서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다.“내 앞에서 이상한 꼼수는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란사는 싸늘한 어투로 그에게 경고하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건 제가 힘들게 구한 독약이랍니다. 중원말로 하면 칠일단장산이라는 건데, 만약 내 말을 따르지 않고 협조를 거부한다면 매일 내장이 녹는 고통에 시달리다가 칠일이 되었을 때 처참하게 죽게 될 것입니다.”산덕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중원의 독이라면 해독제를 찾으러 가는데도 시간이 걸렸다.“저는 제가 가장 아끼는 까마귀 충왕알까지 소주께 바치고 유란족 부락까지 직접 모신다고 했는데 어찌 제게 이리 각박하게 구시는 겁니까?”란사는 피식 비웃음을 터뜨리고는 말투를 바꿔 강압적으로 말했다.“내 신뢰를 얻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서 말이지. 영감, 내가 잔인한 사람이란 걸 알았으니 순순히 협조하는 게 서로에게 좋을 거야. 순순히 우릴 그 고문서가 있는 곳으로 안내만 해준다면 자연히 해독제를 내어줄 테니.”“그러나 만약에 내 앞에서 꼼수를 부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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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북진연은 란사의 곁에 붙어서 그녀를 호위하고 있었지만 란사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두 사람은 금방 의견을 모았다.떠나기 전, 그는 정교한 검과 신호탄 하나를 란사에게 건넸다.“안전에 유의하고 만약 위험에 닥친다면 신호탄을 쏘아올리거라. 그러면 어디에 있든 즉시 달려갈 것이다.”란사는 검과 신호탄을 받아서 챙긴 후, 품에서 약병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이건 칠일단장산의 해독제입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위급한 상황에 쓰일 약들이에요. 해독제와 상처 치료제, 그리고 각성제도….”란사는 붉은색으로 표시해 둔 약병을 마지막에 그에게 건네며 정중히 말했다.“위기가 닥치면 단시간에 폭발적인 힘을 쓸 수 있게 하는 약물입니다. 효과는 좋지만 후유증이 있고 유지 시간이 일각밖에 되지 않으니 신중히 사용하십시오. 약효가 사라진 후 열두 시진은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이 약을 잘 활용하면 위급한 순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운이 나쁘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다.그래서 그저 만일을 대비하기 위한 보장으로만 쓸 수 있었다.“알겠다. 안심하거라.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니면 함부로 쓰지 않을 것이다.”북진연은 란사의 간곡한 당부 속에서 그녀의 은은한 걱정을 느낄 수 있었다.그는 주변을 슥 둘러보고는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손을 들어 란사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걱정 말고 돌아가거라.”곧이어 란사는 그의 배웅을 받으며 거인, 추월과 함께 수림을 떠났다.구옥천 남매와 산덕은 북진연의 곁에 남게 되었다.북진연은 혼자서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산덕과 증오에 찬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구옥천 남매를 힐끗 둘러보고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끌고 가거라.”수림을 떠난 란사 일행은 곧바로 호성으로 돌아갔다.그러나 이번에 란사는 거인을 다시 공간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다.흑기군 절반 인원이 북진연과 함께 갔으니 신변에 강한 무력을 가진 호위가 필요했다.그리고 거인은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었다.실력은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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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세상에나!”“저… 저게 사람이라고?”“너… 너무 큰 것 아니야?”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거인은 말그대로 거인이었다. 객잔 안에 있는 식탁과 의자들은 녀석의 앞에서 장난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소… 손님, 저희 객잔에 이보다 더 큰 의자는 없습니다. 다른 객잔으로 한번 가보시는 게….”“저희가 손님을 내쫓으려는 게 아니라… 제대로 대접을 못 해드릴 것 같아….”객잔의 점주와 심부름꾼이 다가오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제안했다.이 객잔의 점주는 외모로 보아 이족과 중원의 혼혈인으로 보이고 중원말을 쓰고 있었다.혼혈인은 이곳에서 양쪽 모두에게 존중을 받지 못하는 존재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사람이 호성에서 객잔을 열 수 있다는 것은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였다.그러나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산만한 거구를 가진 거인의 앞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대체 이런 존재가 왜 자신의 객잔으로 굴러왔는지 한탄스러울 따름이었다.만약 이들이 객잔 안에서 싸움이라도 난다면 아마 수십 명이 몰려들어도 거인의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았다.점주는 거인이 외모처럼 포악한 성격을 가졌을까 봐 계속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란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점주에게 다가가서 말했다.“걱정 마세요. 이 아이는 제 동생 희동이인데 성격이 온순하고 말이 없는 아이에요. 객잔에서 불란을 만드는 일은 없을 거예요.”희동이, 이는 란사가 거인을 위해 지어준 이름이었다.경성을 떠나기 전 그녀는 범숙취와 거인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그때는 적당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줄곧 미뤄왔는데 출발해서 여기까지 오는 길에 마침내 이름이 떠올랐다.희동은 이름처럼 늘 행복하고 평안하라는 의미에서 지어준 이름이었다.범숙취의 이름도 생각해 둔 적이 있는데 이는 경성으로 돌아가면 그와 다시 상의할 생각이었다.‘그 이름, 좋아하겠지?’비록 엄청나게 고상한 이름은 아니지만 온권승이 지어준 이름보다는 나을 거라고 란사는 생각했다.점주는 란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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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아버지, 저 인간은 대체 누구죠? 왜 란사가 동생이라고 하는 거예요?”성질 급한 온자월이 온권승에게 물었다.그는 아직 부상이 채 낫지 않아 얼굴이 백지장처럼 질린 상태임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란사와 희동을 보고 있자니 눈빛이 음침하게 굳었다.반면 온모는 경악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어떻게 된 거지? 저 괴물 같은 건 또 어디서 나타난 거야?’전생에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온사가 죽지 않고 모든 일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니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심지어 이제는 전생에는 보지도 못했던 인물이 나타난 것이다!너무도 많은 변화를 그녀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자신이 회귀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처음에는 전생의 기억을 이용해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기억들이 아무런 쓸모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이 모든 것은 온사의 탓이었다.‘역시 저년부터 빨리 처리해야겠어.’온모는 속으로 생각했다.물론 그전에 옥패부터 손에 넣는 게 우선이었다.그 뒤로는 무참하게 죽여버릴 것이다.그러나 온사를 죽이는 일은 온모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게 쉬웠다면 온권승이 여기까지 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온권승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말했다.“우리가 떠난 후에 곧바로 경성에서 출발한 것 같구나.”그 말을 들은 온모와 온자월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버지, 저자를 경성에서 보신 적이 있나요?”온자월은 처음에 희동을 이족인으로 인식했다.중원 사람의 얼굴은 하고 있지만 체구가 너무 거인이니 어쩌면 혼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더욱더 란희동에게 호감이 가지 않았다.그는 절대로 상대가 자신과 같은 중원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란사가 창주를 다녀왔을 때 같이 경성으로 데려온 자야. 비록 체구가 거대하지만 힘만 세고 사람 구실은 못하는 멍청이일 뿐이니 그리 신경 쓸 것 없어.”경성에 있을 때, 온권승은 줄곧 사람을 보내 란씨 가문 저택과 남산을 감시했기에 희동의 존재를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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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그동안 온권승이 무슨 말을 해도 온장온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마치 영혼이 없는 인형처럼 침묵만 지켰다.그러나 온사가 주변에 있을 때면 항상 그의 시선은 온사에게로 향해 있었다.온자월은 가족을 배신한 여동생이 뭐가 좋다고 그리 미련을 못 버리는지, 큰형을 이해할 수 없었다.그러나 란사가 개명을 했음에도 계속 습관처럼 온사를 부르고 있다는 점은 온자월 자신도 눈치채지 못했다.“가서 불러오라면 불러와.”온권승은 싸늘한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너희 남매가 이렇게까지 무능하지 않았으면 내가 그 불효자식을 데리고 올 일도 없었어.”온모는 입을 꾹 다물었다.이유도 없이 꾸중을 들은 온자월은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위층으로 올라왔다.잠시 후, 온장온이 그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식탁 앞에 마주선 온장온은 아버지라는 호칭도 생략하고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온권승은 이미 자신에게서 완전히 마음이 돌아선 큰아들을 올려다보며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그러나 자신의 손아귀를 벗어난 자식은 온사 한명으로 충분했다.더 이상 자식들이 그의 통제를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그가 먼저 자식을 버릴 수는 있어도 자식이 아비를 버리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온권승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집 나간 동생이 그리 그리웠지? 저기 보렴. 온사 저 아이가 새로 동생을 데려왔구나.”온장원은 고개를 돌려 란사가 있는 쪽을 바라보다가 그의 옆에 있는 거구의 희동에게 시선이 닿았다.“좋아 보이네요.”온장온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해서, 저는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그는 희동이 비록 좀 멍청해 보이기는 해도 온사의 말을 잘 따른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게다가 몸집도 거대하니 자신보다는 온사를 잘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온권승은 그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와 비슷한 추측을 하고 있었다.그는 무심한듯 식탁을 툭툭 두드리더니 말했다.“네가 동생을 많이 그리워하는 것 같아서 아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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