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의 모든 챕터: 챕터 1261 - 챕터 1270

1434 챕터

제1261화

신왕은 속으로 욕하느라 예전에 백초유가 백월유를 독살할 때 수수방관한 것을 까맣게 잊어버렸다.만약 그때 나서서 말렸다면 백월유는 중독되지 않았고 고충술을 부릴 수 없을 정도로 폐인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이제 백월유가 원래 실력으로 회복했으니 신왕에게 돌을 들어 자기 발을 찧는 것이 어떤 심정인지 보여줄 차례가 되었다.뱀왕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게 한 것도 그녀가 일부러 손을 썼기 때문이었다.그렇다고 완전히 풀어놓은 것이 아니라 란사가 기도 의식을 진행할 때, 뱀왕이 그녀를 주인으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다.그러면 란사는 성녀의 신분으로 더욱 높은 추대를 받는 것 외에 신왕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필경 뱀왕은 흑석성과 충령족에게 신령한 존재이니, 란사가 뱀왕을 통제하면 신왕은 더 이상 그녀에게 불리한 짓을 할 수 없다.백월유와 신왕이 뱀왕의 진짜 주인이 아닌 이상, 아무리 애를 써도 뱀왕이 인정하지 않으면 절대 주인이 될 수 없었다.하지만 뱀왕이 란사는 분명 받아줄 거라 확신했다.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강력한 직감으로 무조건 성공한다는 믿음에 이런 일을 벌였다.“통제할 수 없어요? 뱀왕이 더 이상 다치면 안 돼요. 아니면 뱀왕이 주인을 찾아도 신왕이 은북한테 칼을 겨눌 거 같아요.”곁에 있던 바도엘은 신왕을 너무 몰아붙이다가 누군가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걱정 마세요.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지금 뱀왕이 무우를 알아보지 못해서 조금 더 밀어붙여야 해요.”백월유는 이렇게 말했지만 굳이 본인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몰랐다.제사대 위에서 란사가 아래 상황을 살펴보더니 씽긋 웃으면서 북진연에게 물었다.“내가 도와줄까요?”“됐어. 금방 끝나.”북진연은 창을 세워 쫙 벌인 뱀의 아가리를 고정시키고는 위를 올려다보며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단호한 눈빛에 란사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그저 높은 계단에 여유롭게 앉아 두 발을 흔들거리며 아랫사람들을 훑어보았다.그러다 군사 만 명을 보고 어떻게 써먹을까 궁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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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2화

”스슥슥~!”신기하게도 뱀왕은 북진연의 칼에 베였을 때 크게 반응하지 않더니, 어린 초록뱀이 물었을 때 마치 대동맥을 물어뜯긴 것처럼 제사대 아래에서 미친 듯이 몸부림치다가 그만 기둥을 내리치고 말았다.펑!순식간에 기둥이 부러지고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위에 있던 란사가 곧 떨어질 것 같았다.“무우!”깜짝 놀란 북진연은 곧바로 경공으로 위로 날아가 그녀를 허리를 잡았다.두 사람이 안정적으로 기울어진 제사대에 착지할 무렵에 뱀왕이 다시 꼬리를 휘두르며 공격했다.그런데 곧 란사와 북진연을 치려는 순간에 갑자기 공격을 멈추고 꼼짝하지 않았다.“무슨 일이야?”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하지만 란사는 똑똑히 보았다.주변에서 숨은 독충들의 움직임을 조용히 주시하던 유성이 놀랍게도 그 순간을 포착한 것이었다.바로 어린 초록뱀이 물었을 때, 뱀왕의 꼬리에 낙인 같은 것이 나타난 것이었다.이 낙인이 나타나자 고통에 몸부림치던 뱀왕이 갑자기 얌전해지는 동시에 신왕과 백월유의 안색이 변하면서 피를 토했다.이것은 뱀왕이 진짜 주인을 찾았다는 신호였다.고충술로 뱀왕을 통제하던 두 사람은 갑자기 뱀왕과 어떤 연대감도 느끼지 못했다.백월유는 이미 예상한 일이지만, 신왕은 기도 의식에서 예상밖의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였기에 안색이 점점 흉하게 변해갔다.게다가 뱀왕이 통제 범위를 벗어나서 그의 신왕 자리에 큰 위기가 닥쳤다.‘대체 누구냐? 뱀왕이 누굴 주인으로 받아들였냐?’신왕은 발견하는 즉시 잡아먹을 것처럼 눈을 부라리며 현장을 훑어보았다.물론 뱀왕과 가장 가까이 있는 란사와 북진연도 여러 번 주시했지만, 혼자만의 의심일 뿐 확신할 수 없었다.왜냐면 두 사람은 오늘 처음 뱀왕과 접촉했고, 심지어 북진연과 격전을 벌였기 때문이었다.그에게 공격당한 뱀왕은 아직도 꼬리에 구멍이 났기에, 상대방을 생으로 잡아먹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 판에 주인으로 삼을 리가 없었다.그러나 두 사람을 제외하면 도저히 누구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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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이성을 잃은 신왕은 거의 날다시피 달려가 어린 초록뱀을 빤히 쳐다보았다.초록뱀이 아부하듯 란사의 발등에 대고 비비적거리자 순간 불을 뿜을 것 같은 두 눈이 그녀를 노려보았다.“이 뱀이 성녀의 것입니까?”지금 란사는 초록뱀을 발로 차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래 봤자 이미 늦었으니, 어쩔 수 없이 초록뱀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란사가 인정하자 신왕이 대뜸 따져 물었다.“성녀가 뱀왕의 주인이 되고 싶어서 뱀왕을 끌어냈어요?”“네? 뱀왕은 뭐고 주인은 또 뭐예요?”그녀는 일부러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신왕의 말씀은 저기 은백색 뱀이 뱀왕이라는 겁니까?”신왕이 안색을 굳히며 대답했다.“저건 우리 흑석성의 뱀왕이에요.”“아, 그렇군요. 흑석성의 뱀왕이라면 신왕이 주인이 아닙니까? 왜 저한테 그런 질문을 하세요?”그녀의 말에 신왕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시치미 떼지 마세요. 성녀가 아니라면 얌전히 잠자고 있던 뱀왕이 왜 갑자기 뛰쳐나와 주인으로 삼겠습니까?”“신왕, 정말 억울해요. 전 정말 모르는 일이에요.”이번에 란사는 정말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사실이라면 몰라도 뱀왕이 주인으로 삼은 사람은 정말 그녀가 아니었다.그때 초록뱀이 손바닥에서 꾸물거리며 움직이자 란사는 바로 손을 들어 탁 쳤다.‘얌전히 있어!’이렇게 큰 사고를 쳤으니 나중에 단단히 혼낼 것이다.초록뱀이 움직이자 다시 신왕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이나 주시했다.란사의 짓이라고 확신할 수 없지만, 방금 뱀왕이 주인을 삼을 때 분명 주변에 란사와 은발 사내 외에 초록뱀도 있었다.“짐이 방금 작은 초록뱀이 뱀왕에게 접근하여 문 것을 발견했습니다. 성녀가 초록뱀에게 지시하지 않았다면 왜 하필 이 시기에 나타났을까요?”신왕의 말투가 점점 날카로워지더니 결국 잡아먹을 기세로 따져 물었다.그래도 란사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오히려 빙그레 웃었다.“황당하기 그지없네요. 뱀왕이 누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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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란사의 안색이 순간 싸늘해졌다.비록 초록뱀은 애완동물이 아니고 고충도 아니지만, 오랫동안 키우면서 어느새 정이 들었다.게다가 이제 뱀왕을 굴복시킨 어엿한 주인이 되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쉽게 내놓지 않을 것이다.“설마 신왕께서 괜한 핑계를 찾아 내가 뱀왕을 폭주시켰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건 아니겠죠?”“성녀, 왜 그런 말씀을 하는 겁니까?”신왕이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제게 누명을 씌우는 게 아니라면 사실을 뻔히 알면서 왜 초록뱀을 내놓으라고 하세요? 초록뱀은 제가 키우는 동물이고 흑석성의 뱀왕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 계속 이러는 이유를 알고 싶네요. 뱀왕이 초록뱀을 주인으로 삼은 사실을 확인하고 싶습니까, 아니면 저를 노리고 일부러 약점을 잡으시려는 겁니까?”“무엄합니다!”신왕의 뒤를 따라오던 석소가 갑자기 앞으로 나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일개 성녀 따위가 감히 신왕께 무례하게 굴다니, 당장 뱀을 내놓지 않으면…”펑!석소가 위협하자 북진연이 멀리서 손에 든 창을 던지며 그를 물리쳤다.“시종 따위가 누구를 협박하느냐?”심복이 당하는 것은 주인의 얼굴을 때리는 것과 같았다.북진연이 갑자기 공격하자 근처에 있던 흑석성의 병사들이 신왕 대신 적을 무찌르려고 우르르 달려왔다.그들이 움직이자 본래 조용하던 뱀왕이 또 이성을 잃은 것처럼 돌진하더니 순식간에 신왕을 내칠 뿐만 아니라 병사들마저 꼬리로 날려버렸다.미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여 이 상황을 지켜보던 백성들은 뱀왕이 미친 듯이 날뛰다가 자기들을 잡아먹을까 봐 뒷걸음질을 쳤다.지금 뱀왕은 단순히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입을 벌려 모든 사람을 잡아먹을 것처럼 침까지 뚝뚝 흘렸다.신왕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감지하고 뒤로 물러섰다.역시나 뱀왕은 제일 먼저 그를 노리고 방금 서 있던 자리를 돌진하다 바닥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당황한 신왕이 반격하려 하자, 뱀왕이 다음으로 란사와 북진연을 공격하는 것이었다.다행히 북진연은 반응이 빨라, 단번에 공격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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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5화

“작은 뱀을 주지 않겠다는 뜻인가요?”“…”란사가 대답하지 않자 신왕은 코웃음을 쳤다.“그럼 두고 봅시다. 성녀가 뱀왕을 통제한 것이 밝혀진다면 짐은 반드시 성녀의 피를 뽑고 사지를 잘라서 뱀굴에 던질 겁니다.”이제 대놓고 협박하는 말투에 북진연의 눈에서 살기가 번쩍였다.란사는 손을 뻗어 그를 말리고는 신왕에게 태연하게 말했다.“자신만만하군요. 얼마든지 기다릴게요.”신왕이 긴 소매를 뿌리치며 돌아서더니 언성을 높여 명령을 내렸다.“오시(午時, 오전 열한 시부터 오후 한 시 사이) 삼각에 성문에 집합하고 계동으로 출발합시다!”원래 계획은 기도 의식에서 성녀의 피를 모두에게 나눠준 뒤에 출발하려 했는데, 갑자기 뱀왕이 나타나서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는 바람에 계획이 무산되었다.게다가 이상한 것은 뱀왕이 작은 뱀을 주인으로 삼았는데 정작 새 주인은 그 자리에서 받아주지 않았다.그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당장 뱀왕을 진정시켜야 했다.계속 날뛰게 내버려둔다면 흑석성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계획에 차질이 생겼으니 오시면 충분히 상황을 마무리할 것 같았다.신왕이 뱀왕을 쫓아가는 것을 지켜보던 란사는 어린 초록뱀의 목을 움켜쥐고 공간에 던져버렸다.“거기서 반성하고 있어!”마침 백월유와 바도엘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어떻게 됐어요? 방금 뱀왕이 무우를 주인으로 삼았어요?”백월유는 흥분하며 묻고, 바도엘은 잔뜩 기대되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그제야 란사는 모든 것을 깨닫고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뱀왕이 갑자기 통제를 벗어난 게 두 분이 벌인 일이에요?”백월유가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했다.“그건 아니고, 내가 원격으로 조종해서 뱀왕이 그럴싸하게 연기한 거예요. 그래야 신왕이 통제를 벗어났다고 착각하니까요.”“그런데 결국은 나까지 제사대에서 떨어지게 만들었네요.”란사가 눈썹을 치켜 올리자 백월유가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크음. 그건… 실수였어요. 참, 아직 대답하지 않았어요. 뱀왕이 무우를 주인으로 삼은 거 맞죠?”그녀가 재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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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6화

성문에 도착하자 병사 만 명은 보이지 않고 신왕이 미리 고른 정예병 500명이 기다리고 있었다.란사는 위풍당당한 부대를 보면서 유성에게 물었다.‘뭘 발견한 거 있어?’유성이 대답했다.[주인님, 정예병의 몸에 신왕이 심은 고충이 있습니다.]신왕이 정예병에게 고충을 심은 것은 별로 놀랍지 않았다.여기 정예병은 물론 성안에 있는 만 명의 병사들에게도 고충을 심었을 가능성이 있었다.게다가 병사들에게 심은 고충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주인의 말만 잘 듣는 고충’이었다.‘신왕의 통제욕이 보통이 아니야.’그리고 온권승과 온모 외에 외왕실의 창청람과 해란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이제 보니 신왕과 악담라가 아직 오지 않았다.신왕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을 발견한 란사는 정예병 500명을 힐끗 보며 유성에게 물었다.“할 수 있겠어?”유성이 대답했다.[네, 저녁에 고충들이 몰래 정예병의 몸에 달라붙어서 신왕이 심은 고충의 위치를 파악하게 되면, 주인님이 명령하는 즉시 우리 고충들이 본래 고충을 잡아먹을 거예요.]“그래, 독충들이 발각되지 않게 조심해서 움직여. 그리고 내가 명을 내릴 때까지 대기하고 있어.”란사는 지금 당장 정예병과 성안에 있는 만 명의 병사의 몸에 있는 고충을 제거하지 않았다.지금 제거하여 신왕이 눈치채게 된다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그래서 신왕이 반격할 수 없는 중요한 시기까지 기다렸다가 단번에 제압할 것이다.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신왕은 나타나지 않았다.란사가 눈살을 찌푸릴 때, 곁에 있던 백월유가 갑자기 그녀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고 북진연이 앞에 섰다.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 보니, 바낙로와 바야 남매가 성문에 도착한 것이었다.아마도 이번 계동행에 끼어든 모양이었다.왔으면 얌전히 있을 것이지, 바낙로가 부하 몇 명을 데리고 란사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오는 것이었다.여전히 얼굴에 붕대를 감싼 바낙로는 시종의 안내를 따라 란사의 앞에 다가왔다.“친왕, 성녀는 전방 3미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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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당황한 바낙로는 수치심에 방금 일깨워준 시종에게 화풀이했다.“쓸모없는 놈! 성녀가 본왕의 앞에 있다고 하지 않았냐?”시종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다급히 설명했다.“친왕, 저 사내가 가리고 있어서 안 보일 뿐입니다.”바낙로는 대뜸 고개를 돌려 이를 악물며 으르렁거렸다.“또 네놈이냐? 당장 꺼져라! 본왕은 성녀한테 상의할 것이 있어서 왔다. 어디 건방지게 본왕의 길을 막느냐!”북진연이 살벌한 표정으로 당장이라도 칼을 뽑을 듯 칼잡이를 만지작거리자, 란사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바낙로의 눈이 이미 멀었기에 아무리 날뛰어도 그녀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죽이면 신왕을 더 자극하게 될 것이다.북진연도 란사가 무엇을 암시하는지 잘 알지만, 이놈이 정말 눈에 거슬렸다.일전에 란사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부터 홀딱 반한 녀석의 눈빛을 도려내지 못한 것이 한이었다.결국 그 눈깔을 도려내고 말았지만 눈이 멀었는데도 계속 들러붙는 것이 정말 꼴사나웠다.“내가 처리할게요.”란사는 북진연더러 옆으로 비키라 하고는 세 미터 떨어진 바낙로를 쳐다보았다.“바낙로 친왕, 비구니인 저한테 무슨 볼일이 있습니까?”비록 앞은 잘 보이지 않아도 그립던 란사의 목소리가 들리니 바낙로의 표정이 어느 정도 밝아졌다.“그대가 대명의 성녀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바낙로는 방금과 다르게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네.”란사가 짧게 대답하자, 바낙로가 대뜸 물었다.“방금 비구니라고 자칭하던데 성녀가 아닙니까? 성녀도 출가할 수 있습니까?”“저는 나라와 중생을 위해 출가했습니다.”란사가 덤덤하게 대답했다.“그럼 일전에 본왕을 만났을 때 왜 은발이었습니까?”바낙로가 계속 질문하자, 란사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대명의 폐하께서 머리를 기르고 수행하도록 특별히 은혜를 베풀었어요. 그게 바낙로 친왕과 무슨 상관이죠? 저한테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말씀하세요. 만약 시답잖은 얘기만 한다면 이만 물러갈게요.”바낙로의 질문이 점점 뜬금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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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8화

바낙로의 말이 끝난 순간 그의 목에 서늘한 칼날이 들어왔다.“은북!”란사가 재빨리 북진연을 불렀다.그리고 곁에 있던 백월유는 바도엘에게 당장 형님을 데려가라고 눈치를 줬다.‘고작 보물 상자 10개로 대명 성녀와 혼인하겠다고? 정말 주제 파악이 안 되는 놈이네. 거울이나 보고 들이밀어.’백월유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더니 아직도 멍해 서 있는 바도엘을 발로 툭 차버렸다.그제야 바도엘이 나서서 자기 형을 말렸다.“형님, 농담하지 말고 어서 돌아가세요. 이따가 부왕이 오면 큰일 나요.”바도엘도 어처구니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형의 후궁에 여인이 없는 것도 아니고 스무 살도 안 된 딸 같은 여자아이도 가만두지 않다니, 이런 인간이 형이라는 것이 정말 낯이 뜨거웠다.게다가 상대방은 대명의 귀한 성녀이지 않은가?아무리 성녀가 곱게 생겨도 청혼하는 것은 아주 큰 실수였다.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협박하는 식으로 혼인을 강요하다니, 짐승보다 못한 짓이었다.바도엘은 자기 형을 속으로만 경멸하고는 그의 팔을 잡고 끌고 가려 했다.계속 여기 있다가 은북의 칼날이 정말 바낙로의 머리를 베어버릴 것만 같았다.그런데 아우의 속사정도 모르고 바낙로가 호의를 무시했다.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목에 칼이 들어온 것도 모르고, 뒤에서 시종이 일깨워주어도 못 들은 척 계속 버티고 있었다.특히 흑석성의 정예병 500명이 있는 앞에서 북진연이 자기를 절대 건드릴 수 없다고 자신했던 것이다.그런 생각에 바낙로는 대담하게 바도엘의 손을 뿌리치며 호통쳤다.“이걸 놔라! 본왕의 일에 너 같은 폐물은 참견할 자격도 없다!”바도엘은 어처구니가 없어 그냥 포기했다.‘그래, 죽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그러다 마침 뒤에서 일깨워주려던 바낙로의 시종을 힐끗 보았는데 갑자기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않는 것이었다.시종의 얼굴에 주먹만 한 독거미가 기어 올라가더니 독이 가득한 이빨로 그의 입술을 살짝 건드리는 것이었다.조금만 움직여도 순식간에 독살될 것 같았다.그 뿐만 아니라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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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9화

”이미 우리 백족 구역에 들어온 이상 도망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살아남고 싶다면 본왕에게 시집오는 방법밖에 없지요. 성녀의 미모를 봐서 선택권을 주는 것이니 대답하는 것이 신상에도 좋을 겁니다. 본왕을 잘 모시면 눈을 찌른 책임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게요. 하지만 계속 거절한다면 나중에 부탁해도 소용없을 겁니다.”마지막 말을 하던 바낙로는 스스로 잘 난체하며 흥하고 코웃음까지 쳤다.지금 란사 일행의 처지가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는 소문은 어디서 들은 것인지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그래서 오늘 갑자기 나타나서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지껄였던 것이었다.아니나 다를까, 바낙로는 정말 혼인을 내세워 란사에게 도발하여 수치를 주려는 속셈이었다.“하루를 줄 테니 잘 생각해 보세요. 허락하면 바로 부왕께 아뢰어 성녀 목숨을 살려 줄게요. 하지만 다른 이들의 목숨은 어림도 없습니다.”의기양양하게 말을 마친 바낙로가 돌아서서 손을 쳐들었다.시종이 다가와 부축해 주길 기다렸는데,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자 짜증이 밀려왔다.“눈치 없는 놈! 당장 와서 본왕을 부축해라!”평소라면 허겁지겁 달려와서 부축했던 시종이 오늘따라 여러 번이나 욕을 퍼부어도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순간 바낙로는 마음이 초조하기 시작했다.‘무슨 일이지? 이놈은 어디 갔어? 호위무사는 왜 기척이 없어? 설마 은발 그놈이 본왕의 시종과 호위무사를 모조리 죽였나?’‘죽여도 시원찮을 놈! 감히 내 사람을 건드려? 흑석성의 정예병이 있는데 전혀 두렵지 않단 말이냐?’그때서야 바낙로는 불안감을 느꼈다.그가 당황한 순간에 마침내 떨리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친… 친왕, 소인… 여기 있습니다.”드디어 시종의 목소리가 들리자 바낙로가 버럭 화를 냈다.“썩을 놈! 방금 불렀을 때 왜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냐?”“친왕, 고정하십시오. 방금 딴생각하다가 그만 듣지 못했습니다.”“다음에도 그러면 너의 목을 칠 것이다!”바낙로는 그제야 은발 사내가 죽이지 않은 것에 안심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일개 성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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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0화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나 그녀에게 도발하고 수치심을 줬으니, 이대로 곱게 보낼 리가 없었다.“근데 방금 왜 그냥 보냈어요?”백월유가 눈을 깜빡이며 묻자 란사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신왕이 왔으니까요.”마침 성문에서 질서 정연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화려한 마차 한 대가 나타났다.이족의 대장 세 명이 신왕의 마차를 호위하면서 모두의 앞으로 다가왔다.“성녀는 귀한 분이라 다른 사람들과 동행하지 말고 짐과 함께 마차로 이동합시다.”하지만 란사는 집처럼 커다란 마차를 힐끗 쳐다보며 덤덤하게 말했다.“괜찮습니다. 가는 길에 불경도 필사해야 해서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바로 거절당한 신왕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주시했다.그 상황을 지켜보던 바도엘이 눈치 빠르게 한 걸음 나서서 공손하게 보고했다.“부왕, 염려하지 마세요. 소자가 성녀를 위해 단독으로 마차를 준비하고 호위무사까지 안배했으니, 절대 위험하지 않습니다.”신왕은 바도엘을 곁눈질로 흘려보았다.어쩌면 자기 아들이기 때문에 괜히 끼어든 것에 대해 나무라지 않고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그렇다면 바도엘 네가 성녀를 잘 지키거라. 만약 성녀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너희 부부한테 책임을 물을 것이다.”신왕의 말에 란사뿐만 아니라 바도엘과 백월유까지 위협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즉 란사가 도망치면 바도엘과 백월유에게 죗값을 받아내겠다는 의미였다.바도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진지하게 대답했다.“네, 부왕. 소자가 반드시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신왕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대장에게 정예병의 앞으로 가라고 지시했다.마차를 호송하던 세 명의 대장이 스쳐 갈 때, 란사는 문뜩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고개를 들어 보았을 때 그런 느낌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그녀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자 북진연이 나지막하게 물었다.“왜 그래?”란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방금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았어요.”어쩌면 착각일지로 모르지만 항상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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