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031 - Chapter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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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1화

방으로 돌아온 한아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다시 3층으로 올라가 온사의 방문 앞을 지켰다.그 시각 몸에 피 한 방울 안 묻힌 북진연은 지붕 위에 서 있었다. 그는 검에 묻은 핏자국을 닦으며 구옥천이 있는 방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왜 아직도 소식이 없지? 내 지시가 전달이 안 된건가?”구옥천은 그렇게 또 한참을 기다렸다.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짜증이 치밀어 몇 차례나 지시를 더 보냈지만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한 시진 후, 드디어 참지 못한 구옥천은 일어나서 문쪽으로 다가갔다.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문고리를 잡은 순간, 그는 멈칫하며 그 자리에 멈추었다.그러고는 뭔가 대단한 것이 떠오른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손을 내렸다.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본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다음 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구옥천의 방에 누군가가 찾아왔다.“오라버니, 대체 어젯밤에 뭘 하고 계셨나요? 제가 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왜 밤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죠?”밤새 기다린 구옥선이 잔뜩 성난 표정으로 구옥천의 방문을 열어제끼며 고함쳤다.그러나 방 안에 있는 구옥천의 상태를 본 그녀의 표정은 순간 얼어붙었다.“어떻게 된 거죠? 오라버니, 설마 어젯밤 나가서 다른 여인을 만난 건가요?”구옥천은 마치 밤새 한잠도 못잔 사람처럼 안색이 초취하고 눈 밑이 거뭇거뭇했으며 입술까지 파리하게 질려 있었다.‘어떻게 된 거지?’“닥쳐!”밤새 두려움에 시달린 구옥천이 절규하듯 소리쳤다.분노와 두려움 그리고 풀리지 않는 의문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그 여자, 그리고 그 상단의 모든 사람들이 수상했다. 대체 정체가 뭘까?무슨 수로 소리 없이 구씨 가문의 그림자들을 모조리 처리한 거지?그들은 모두 아버지가 그에게 보내준 무림고수들이었다.분명 시녀 한 명과 호위 한 명을 처리하라고 그 많은 사람들을 보냈는데 한 명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구옥천은 분노와 동시에 두려움이 몰려왔다.그는 살면서 한 번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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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오라버니, 소리 좀 낮추세요!”구옥선은 재빨리 구옥천의 입을 틀어막았다.“삼촌의 사람들이 들으면 어쩌려고요!”구씨 가문의 뒤에 녕원 후작이 있다는 것은 노주 사람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구씨 가문도 가업이 작은 가문은 아니지만 몇몇 세가들에 비하면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노주에서 한껏 위세를 부리며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던 것은 다 녕원 후작 덕분이었다.녕원 후작은 손에 수만의 병권을 쥐고 노주 전체를 장관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경외심을 사는 분이었다.노주에 만약 녕원 후작이 없었다면 변방의 이족들이 진작에 성 안으로 쳐들어왔을 것이다.그래서 노주의 세가들도 구씨 가문 사람들이 얄밉게 굴어도 봐주고 있었던 것이다.사실상 그들이 녕원 후작과 그렇게 가까운 사이냐고 따지면 그건 또 아니었다. 후작의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구씨 가문과 왕래가 좀 잦았던 것뿐이고 지금의 녕원 후작은 사실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는 평소에 공무로 바쁘다 보니 세세한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그러나 구씨 가문은 그것을 방관으로 여기고 점점 더 선 넘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다.매일 공무와 이족을 경계하느라 바쁜 녕원 후작은 자신의 사촌형이자 구옥천, 구옥선 남매의 아버지가 몰래 이족 충술사들을 육성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그리고 충도인은 충술사 중에서도 실력이 가장 뛰어난 자였다.“이족이라면 자다가도 경기를 일으키는 삼촌이신데 만약에 아버지 휘하의 문객들 중에 이족 충술사가 있다는 걸 아시면 우린 모두 끝장이에요!”구옥선과 구옥천은 외부에서는 온갖 허세를 부리며 패악을 저질렀지만 녕원 후작의 앞에서는 두려워 벌벌 떠는 존재에 불과했다.그들은 노주에 잠입한 이족과 그들과 결탁한 사람들의 말로가 어땠는지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었다.그들은 시체가 되어 성문에 머리가 걸린 자들 중 한명이 되고 싶지 않았다.구옥천은 굳은 표정으로 구옥선에게 말했다.“어서 가자. 어쨌거나 난 절대 그 여자를 놓치지 않을 거야.”노주 성안에서 할 수 없다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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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다른 건 네가 상관할 필요도 없어.”구옥천은 여동생의 확답을 들은 후,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그렇게 두 남매는 기분 좋게 객잔을 나섰다.그러나 그들이 나가자마자 객잔의 복도에 기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북진연은 싸늘한 눈길로 구옥천 남매가 사라진 방향을 노려보다가 허공에 손짓했다. 곧이어 검은 인영이 그의 등 뒤에 나타났다.“녕원 후작을 찾아가서 방금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거라. 내가 돌아올 때까지 성문에 새 머리가 걸리지 않는다면 내가 친히 놈들의 목을 치겠다고 전해.”“예.”지시를 받은 흑기군은 곧바로 자취를 감추었다.이날 밤, 북진연과 추월, 한아가 있었기에 란사는 편히 잠들 수 있었다.그녀가 잠든 사이, 조그마한 녀석이 북진연과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그녀의 방에 숨어들었다.다음 날 아침.“유성, 거기서 뭐 하는 거지?”금방 잠에서 깨고 침상을 내리던 란사는 침상 근처의 구석을 지키고 있는 유성을 발견했다.‘주인님, 여기 뭐가 있어요.’“뭐가 있다는 거지?”호기심 어린 얼굴로 다가갔던 란사는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거기에는 새끼손가락 굵기의 뱀이 있었다.크기는 작지만 진한 초록빛에 화려한 줄무늬를 가진 그 뱀은 독사 중에서도 가장 독성이 강력하다는 죽엽청이었다.란사는 멈칫 걸음을 멈추었다.지붕 위에 있던 추월이 곧장 그녀의 등 뒤로 나타나고 창밖에서는 북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 방에서 뭐가 나왔어?”란사는 안으로 들어오려는 북진연을 말렸다.“괜찮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그녀는 유성의 기운에 기가 죽은 죽엽청을 힐끗 보고는 북진연에게 말했다.“밤새 고생하셨을 텐데 어서 돌아가서 씻고 아침이나 드세요. 이따가 제가 아래층으로 내려갈게요.”북진연은 방 안에 뭔가 일이 생겼음을 짐작하고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그래, 그럼 난 먼저 내려가 볼 테니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바로 날 부르거라.”북진연이 돌아간 후, 란사는 추월에게 말했다.“저놈은 내가 처리할 테니 넌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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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4화

“녀석, 생각보다 얌전하네. 겁에 질려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온순한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란사는 흥미롭다는 듯이 상자 속 뱀을 바라보며 말했다.그 상자는 북진연이 특별히 그녀를 위해 주문 제작한 상자였다.사면이 투명한 수정으로 되어 있어 밖에서도 안에 든 물건을 볼 수 있는 형태였다.원래는 독충들을 넣을 생각이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쓰이게 될 줄이야.“녀석은 절대 원래 방에 있었던 게 아니에요. 어제 입주하기 전에 제가 유성과 함께 방 안 곳곳을 확인했어요.”그러니까 녀석은 어젯밤 란사가 잠든 틈을 타서 숨어든 게 확실했다. 그들이 옥양천이 보낸 멍청이들을 처리하는 틈에 몰래 잠입한 것 같았다.“괜찮아. 사람이 안 다쳤으면 됐어.”만약 녀석이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절대 곁에 두지 않을 것이다.녀석도 경고의 뜻을 알아들은 것인지, 상자 안에서 슉슉 하며 혀를 날름거렸다."한아도 신기한 듯,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이제 내려가자.”북진연이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비록 그녀의 호위로 위장하고 여정에 동참했지만, 그렇다고 존귀하신 섭정왕을 진짜 호위로 대할 수는 없었다.란사는 뱀 상자를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는 온권승 일행을 지나치며 몰래 그의 표정을 살폈다.온권승은 수정 상자 안에 든 뱀을 보고는 슬쩍 그녀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그 외에는 딱히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저 인간이 보낸 게 아니란 말인가?’란사는 조용히 북진연이 있는 상을 찾아가서 앉았다.그는 평범한 호위로 위장했기에 주인인 란사가 오기 전까지는 음식을 먼저 주문하고 상 옆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란사가 자리에 앉자, 그의 시선은 그녀가 내려놓은 상자로 향했다.“아침에 제 방에서 발견한 겁니다. 혹시 이런 걸 본 적이 있나요?”북진연은 그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어젯밤에 들어간 건가?”란자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북진연의 안색은 음침하게 굳었다.“구씨 가문은 아닐 거야.”독충에 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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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독사를 길들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란사는 녀석이 가장 원하는 것을 눈앞에 두고 주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란사는 녀석을 길들이기로 결심한 후, 재빨리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 녀석을 옥패 공간 안에 들여놓았다.그러고는 녀석이 든 상자를 냇가와 가장 가까운 곳에 두었다.엄청난 령수의 기운이 깃든 곳이었다. 역시나 녀석은 냇물을 눈앞에 두고 조바심이 타는 듯했다.란사는 생글생글 웃으며 녀석이 상자 안에서 뱅뱅 도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녀석은 어떻게든 상자를 벗어나려고 몸부림쳤지만 특수 제작된 상자는 아무리 몸을 부딪쳐도 망가지지 않았다.녀석은 원하는 선액을 눈앞에 두고 독액을 질질 흘렸지만 독액마저도 상자를 파괴할 수는 없었다.란사는 흉폭한 본모습을 드러낸 녀석을 생긋 웃으며 지켜보았다.역시나 온순한 겉모습은 녀석의 위장이었다.독사가 그렇게 온순하고 사람 말을 잘 따를 리가 없었다.상자를 땅에 내려놓은 란사는 유성에게 말했다.“넌 공간 안에서 이 녀석을 지키고 있어. 나중에 녀석이 진짜로 온순해지면 그때 나한테 알려줘.”똑똑한 유성은 곧바로 란사의 뜻을 알아들었다.‘걱정 마세요, 주인님. 제가 녀석을 잘 지키고 있을게요!’란사는 공간 내부에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이곳은 수월관이 아니고 외부에는 그녀가 모를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불청객이 찾아왔다.“온사, 할 얘기가 있어. 당장 나와!”온자월의 목소리였다.‘저 자식은 또 왜 온 거지?’그동안 온씨 일족 중에 온권승을 제외하고 란사를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온장온은 어떤 얼굴로 그녀와 마주해야 할지 몰라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가끔씩 란사는 어딘가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착잡한 시선을 느꼈지만 그가 먼저 다가온 적은 없었다.란사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는 재빨리 시선을 피하며 다른 일을 하는 척했다.그러다가 란사가 다시 시선을 돌리면 얼마 못 가 그는 또 몰래 그녀를 바라보았다.령수를 먹어서 감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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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미안하지만 공자, 당신은 제 상대가 못 됩니다.”한아는 얼굴에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비꼬듯 그에게 말했다.온자월의 얼굴은 수치심에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그는 분노의 고함을 지르며 한아에게 달려들었다.“천한 종 주제에 건방지구나!”그는 한아를 향해 검을 마구 휘둘렀다.한아의 두 눈에 살기가 잠깐 스치고 지나갔다.성녀와 함께 경성에 가기 전부터 그녀는 진국공부의 사람들이 예전에 성녀에게 어떻게 했는지 소문을 통해 들었다.그래서 진작부터 온씨 성을 가진 이 짐승들을 혼내주고 싶었는데 여태 기회가 없어 나서지 못했을 뿐이었다.그런데 기회가 제 발로 찾아왔으니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너희들이 전하께 한 짓, 내가 다 갚아줄 것이다!’한아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온자월의 명치를 향해 단도를 치켜들었다.챙그랑!예리한 검날이 날아와 온자월과 한아의 사이를 가로막았다.한아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고 추월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단도를 내리고는 조용히 방문 앞으로 가서 섰다.그러나 온자월은 그리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일개 시종 따위에게까지 무시당한 그는 치미는 분을 참을 수 없었다.“저리 안 비켜?”그는 추월을 향해 악에 받친 고함을 질렀다.“또 나를 막으면 너까지 같이 베어버릴 테다!”쾅!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추월은 발을 들어 그의 복부를 걷어찼다. 그는 그대로 허공에 뜨더니 맞은편 벽에 등을 부딪치며 쓰러졌다.온자월은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추월은 긴 다리를 내려놓고는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계속 내 주인께서 쉬시는데 방해하면 완전히 병신으로 만들어줄 것이다.”온자월은 굴욕감에 다시 얼굴이 붉어졌다.그는 등에서 전해지는 묵직한 통증을 꾹 참으며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추월은 이 정도 했으면 그가 돌아갈 줄 알았으나, 온자월은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뻔뻔했다.그는 추월에게 채여 각혈까지 하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길로 방문을 노려보고 서 있었다.그는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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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이것들이!”온자월이 욕설을 퍼부으려는데 등 뒤에서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들려왔다.강렬한 위기감에 온자월은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곧이어 등 뒤에 나타난 그림자가 그의 등을 발로 차서 멀리 보내버렸다.공교롭게 창문 쪽으로 날아간 온자월은 그대로 3층에서 바깥 거리로 추락하고 말았다.그는 거리 옆에 세워진 마차 옆으로 떨어졌다.“무슨 소리지?”마차 안, 소리를 들은 온모가 화들짝 놀라며 중얼거렸다.온자월이 란사를 데려오기만을 고대 기다리던 그녀는 한참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오만상을 쓰며 가림막을 열었다.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녀는 경악하고 말았다.“오라버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그녀는 다급히 마차를 내려 위를 올려다보았다. 객잔 3층 창문에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온자월은 저 위에서 추락한 듯했다.온모는 경악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오라버니, 저 대신 언니에게 진료를 부탁하러 가신 것 아니었나요? 어쩌다가 저 높은 곳에서 추락했어요?”체내에 중상을 입은 온자월은 피를 토하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침 아래층으로 내려온 온권승 일행도 이 광경을 목격했다.밖으로 나온 온권승은 객잔 주변을 둘러보고 상황을 파악했다."나리, 아씨께서는 나리께서 아들딸들 단속을 잘 하셨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자꾸 저희 아씨 앞에 나타나서 귀찮게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요. 다음이 있으면 그때는 봐주지 않을 거라고도 하셨습니다.”한아는 3층 복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온권승에게 말했다.온권승은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온모를 힐끗 보고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온자월에게 시선을 주었다.곧이어 그는 등 뒤에 있는 호위에게 분부했다.“큰 공자한테 사실을 알리고 동생 살리고 싶으면 단속을 잘하라 전하거라.”그는 굳이 온모에 대하여 말하지 않았다. 말을 마친 그는 싸늘하게 뒤돌며 말했다.“따라와.”온모는 직감적으로 그 말이 자신에게 한 말임을 눈치챘다.호위들이 온자월을 데려간 후, 그녀는 다소 불안한 얼굴로 온권승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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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잠깐. 란사는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에게서 등을 돌렸다지만 내가 옥패의 비밀을 아버지에게 알린다면?’만약 온권승이 옥패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비록 지금은 그들에게 상황이 불리하지만 그의 실력으로 란사의 손에서 옥패를 빼앗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온모의 두 눈이 교활하게 빛났다.곧이어 그녀는 입을 열었다.“참, 아버지. 전에 잊고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있어요. 언니에게서 옥패를 하나 보신 적 있나요?”“옥패?”온권승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온모는 전생에 보았던 옥패의 모양을 대략적으로 설명했다.“두 개의 고리로 겹쳐진 동심옥이에요.”“본 적 없어.”이번 생의 란사는 줄곧 옥패를 잘 숨겨왔기에 온권승은 물론이고 한아나 추월도 그 옥패를 실제로 본 적이 거의 없었다.“옥패는 왜?”온권승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말했다.“내 그리 경고를 했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그 애를 건드릴 셈이냐?”온모는 다급히 말했다.“아니에요, 아버지. 저는 언니에게 뭘 하려는 게 아니에요.”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처량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그 옥패는 언니의 것이 아니라, 어머니께서 제게 남겨주신 유물인데 언니가 훔쳐간 거예요.”온모는 전생에 했던 것처럼 란사를 모함했다.그러나 너무도 뻔한 수작이었다.전생의 온권승은 그녀를 총애하고 믿었지만 이번 생의 온권승은 이미 그녀에게 인내심을 상실한 상태였다.그는 싸늘한 눈길로 그녀를 힐끗 보고는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네 어미의 유물이라니? 난 한 번도 백초유에게 그런 옥패가 있었던 것을 본 적이 없다.”동심옥은 평범한 옥패가 아니라 정혼자에게 신물로 주는데 사용되는 것이었다.온권승의 싸늘한 반응에 온모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황급히 말했다.“아니에요! 그 옥패는 어머니의 것이 아니라 어머니께서 저를 위해 준비해 주신 거예요.”“널 위해 준비했다라? 백초유가 널 위해 왜 그런 걸 준비했다는 거지? 그걸 되찾으려는 이유가 뭐야?”온권승은 싸늘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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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9화

온권승은 우습다는 듯이 딸을 바라보았다.“부모의 명이라 하였느냐?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하는 소리야?”온권승은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말했다.“그는 이 나라의 섭정왕이다. 북진왕부의 사람들은 그를 제외하고 모두 죽었다. 혼약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그가 원하지 않으면 이 세간에 그에게 이 혼인을 강요할 수 있는 사람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느냐?”그 말을 들은 온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분개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방금 하신 말씀은 무슨 뜻인가요? 제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 동심옥은 제 것이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혼약이 무산되면 그 동심옥을 제가 가진들 무슨 소용이 있나요?”“멍청한 것!”온권승은 한심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혼약이 무산되는 것은 그 상대가 너이기 때문이다. 만약 란사가 그 옥패를 수중에 가지고 있으면 무산될지 안 될지는 확신할 수 없는 것이야.”그 말을 들은 온모는 큰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온권승을 바라보며 말했다.“섭정왕이… 온사와 혼인할 마음이 있다는 뜻인가요?”온권승은 확답은 주지 않았지만 부인하지도 않았다.온모는 분노에 이가 갈렸다.“그 애가 뭐라고요!”‘전생에도 그걸 죽으면서까지 내게 넘기지 않아서 섭정왕과의 혼사를 방해하더니!’비록 나중에 그녀는 황후가 되었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었다. 명기헌은 황제이지만 꼭두각시에 불과하니 그녀의 허영심을 채워주기엔 부족했다.전생의 온모는 진국공과 가족들의 비호 하에 원하는 건 뭐든 이룰 수 있었다.북진연이 환각에 시달리다 미쳐버리고 온권승이 점점 권력을 넓혀가면서 황후인 온모는 황제를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었다.그녀는 북진연의 병을 어떻게 치료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의 병만 고쳐준다면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내였다.온모의 눈빛이 반짝하고 빛났다.‘그래! 내가 섭정왕의 병을 고쳐주면 되지!’지금쯤이면 북진연은 환각에 시달려 점점 미쳐가고 있을 것이다. 한계에 다다른 그를 나타나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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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0화

노주에 도착했으니 예의상 녕원 후작을 만나보고 가야 했다.그런데 녕원 후작은 노주성이 아닌 거양관에서 최근 변방을 위협하는 이족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란사 일행은 거양관에 도착하여 녕원 후작에게 서신을 보냈다.서신을 받은 사람은 온권승을 힐끗 보더니 그대로 서신을 다시 그에게 던지며 말했다.“고작 상단 나부랭이가 우리 후작님을 마음대로 뵙겠다고? 당장 꺼지거라. 안 그러면 사람을 시켜 흠씬 두들겨패줄 테니까!”온권승은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그에게 말했다.“이 서신을 후작에게 건네면 후작께서 자연히 우리를 만나주실 것이오.”“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꺼져! 후작님은 바쁘신 분이라 너희 같은 것들까지 상대해 줄 시간이 없어. 물러가!”한낱 시종에게 호통을 들은 온권승은 자존심이 상했다.아무리 진국공부가 몰락하고 죄인의 몸이 되었다지만 그를 아는 경성 사람들은 절대 그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지 않았다.물론 지금이라도 신분을 알리면 저 시종은 겁에 질려 벌벌 떨며 그를 안으로 안내할 것이다.그러나 온권승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이번 여정의 목적은 이족의 본거지를 찾는 것이고 만약 신분을 드러낸다면 적들의 주의를 살 수도 있었다.특히나 변방 지역이라 주변에 은닉하고 있는 이족 첩자들도 있을 테니 매사에 조심해서 움직여야 했다.만약 토벌하고 돌아온 이후에 녕원 후작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더라면 그들도 이곳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온권승은 분했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시종에게 말했다.“그럼 하는 수없지. 들어가서 녕원 후작에게 경성 최가네 상단이 이곳을 다녀갔었다고 전해주게.”온씨 일가의 신분을 드러낼 수 없고, 란사도 란씨 가문의 신분을 그에게 빌려줄 수 없으니, 온권승은 최씨 성을 대는 수밖에 없었다.이족 첩자들의 주의를 끌지 않으면서 녕원 후작이 듣고 자신들이 왔음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그러나 그가 경성 최가네라고 말한 순간, 란사의 뒤에 있던 사내가 싸늘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이상함을 느낀 란사는 고개를 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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