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041 - Chapter 1050

1130 Chapters

제1041화

“전하, 제가 처리하고 올까요?”한아가 손으로 목을 따는 시늉을 하며 물었다.란사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아직은 그럴 필요 없어. 사람을 많이 달고 왔네. 그들 중에 좀 흥미로운 사람도 한명 있어.”구옥천 남매가 대동한 사람들 중에는 뜻밖의 인물이 있었다.그녀의 독충들은 그들을 발견한 즉시 은은한 압박감을 느꼈다고 전해왔다.독충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느낌이었다.란사는 그 압박감의 출처가 충왕이라고 판단했다.안 그래도 유성에게 새로운 충왕을 찾아줄 생각이었는데 변방에 와서 이런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유성도 잔뜩 흥분한 듯 날개를 파닥였다.그자는 은밀하게 몸을 숨기고 있어 일행 중에 누구인지는 아직까지 판단하기 어려웠다.그래서 란사는 한아를 보내는 대신, 잠시 그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지금은 온권승 일가도 동행하고 있으니 그자를 잡으려면 란사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아직은 온권승 일가 앞에서 독충들을 다루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어차피 구옥천 남매도 계속 그들을 따라오는 것으로 보아 분명 언젠가는 그녀에게 접근해올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상대가 먼저 약점을 드러내거나 인근의 성에 도착해서 처리해도 늦지 않았다.날이 저물고 있는데 인근에 있는 호성까지는 아직도 거리가 있었다. 온권승은 창밖을 바라보며 뭔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지시를 내렸다.“속력을 올려 최대한 빨리 마을에 도착할 수 있게 하거라!”“예!”두 명의 호위는 각자 흩어져서 대오에게 그의 지시를 전달했다.지시가 다 전달되기도 전에 주변에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야생 늑대무리입니다!”“호위를 강화하라!”“전하를 호위하라!”온권승의 호위와 란사가 데려온 흑기군들은 각자 흩어져서 모시는 분이 탄 마차 주변으로 가서 경계태세를 갖추었다.란사가 가림막을 열고 바깥 상황을 물어보려는데 북진연이 바로 그녀의 가림막을 내려버렸다.“나오지 말고 마차에
Read more

제1042화

“이것들이 죽으려고!”북진연은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한아와 추월에게 지시했다.“너희들의 주인을 잘 지키거라.”곧이어 그는 흑기군에 지시를 내렸다.“심문할 놈 한 놈만 남기고 모두 죽여라!”“예!”란사의 주변을 둘러쌌던 모든 흑기군은 곧바로 이족과 늑대무리를 향해 달려들었다.한아와 추월은 마차 양측을 맡고 주변을 경계했다.북진연이 장검을 손에 쥐고 싸늘한 눈길로 이족들을 노려보는데 안에서 란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전하, 서남쪽에 미간에 흉터가 있는 자를 잡으십시오.”북진연은 주변을 쓱 둘러보고는 다른 이족들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키 작은 사내를 발견했다.목표를 특정하자 그는 곧바로 그쪽을 향해 화살을 조준했다.사내는 위험을 감지한 듯, 다른 이족과 늑대 무리가 접전을 벌이는 틈을 타서 몰래 뒤로 한걸음 더 물러섰다.허공을 가르는 아찔한 소리와 함께 사내가 고개를 들자 화살은 순식간에 그의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악!”사내는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날아서 등 뒤의 나무에 처박혔다.“망할 대명놈들!”분노한 사내가 욕설을 퍼부었다.고개를 드니 그에게 화살을 쏜 사내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그는 자신을 향해 덮치는 늑대와 사람들을 칼로 한방에 베며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무시무시한 살기가 코앞까지 다가오자 키 작은 사내는 안색이 급변하더니 어깨를 관통한 화살촉에 손을 가져갔다.그러나 화살은 너무 깊숙이 박혀 빠지지 않았다.사내가 힘겹게 화살을 뽑고 도망치려던 순간, 눈앞에 섬광이 번뜩이더니 날카로운 검날이 그의 목에 닿았다.“죽는 게 소원이라면 앞으로 한발 더 움직여 보거라.”사내는 눈을 깜빡이더니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북진연은 그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고 관찰하다가 매섭게 눈을 부릅떴다.“너, 대명말을 할 줄 아는구나?”사내는 모른 척하려 했지만, 북진연의 화살이 또다시 그의 어깨를 관통했다.“악! 말할게요! 말할게요! 저 대명인의 언어를 할 줄 압니다! 나으리, 살려만 주십시오! 소인도 여기 잡
Read more

제1043화

“제사?”란사는 놈의 말에서 요점을 재빨리 파악하고는 눈을 매섭게 치켜떴다.“이곳에서 산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냐?”사내는 야비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그렇다니까요. 탓을 할 거면 운이 안 좋은 당신들 탓을 하십쇼. 이건 우리 도련님의 첫번째 제사대전이거든요. 족장님과 장로님들은 절대 제사의 실패를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고 당신들은 이미 죽은 목숨입니다!”쾅!듣고 있던 북진연이 발을 들어 사내를 걷어찼다.그는 쓰러진 사내를 싸늘한 눈초리로 노려보며 물었다.“제물로 바쳐진 자들이 대명인들이냐?”조금 전까지 음침한 미소를 짓고 있던 사내는 바닥을 짚고 피를 토했다.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북진연의 발이 그의 손을 밟았다.저승사자를 닮은 그의 모습을 본 키 작은 사내가 다급히 사정했다.“하… 하지 마십시오! 말할게요! 말한다니까요!”“제사대전의 범위 안에 들어선 사람들 중에는 대명인도 있고 다른 부족 사람들도 있습니다.”란사는 그 말을 듣고 눈을 가늘게 치켜떴다.“다른 부족 사람들은 바로 죽이지 않는다는 얘기더냐?”만약 그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면 진작에 소문이 퍼졌을 것이다. 근방이 바로 호성이었다. 성 안에는 대명인도 있을 것이고 거래를 하러 온 각 부족의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만약 그들이 호성에서 살육을 펼쳤다면 모두의 공분을 샀을 것이다.다른 부족민들이 자신의 일족 사람들이 제사의 제물로 바쳐지는 것을 눈 뜨고 지켜봤을 리 없었다.역시나 이어진 사내의 답은 온사가 생각했던 것과 같았다.“바로 죽이는 것은 아니고요. 멀리서 온 손님들은 일단 제사대전의 범위 안에 들어서기만 하면 부락으로 데려갑니다. 제물로 바쳐질 충분한 인원수가 모이면 도련님께서 친히 그들을 제물로 바치게 되어 있죠.”온사의 눈빛이 점점 더 싸늘해졌다.“너희는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여가며 제사를 올리는 거지?”그녀의 질문에 사내의 두 눈이 광기로 번뜩였다.“당연히 우리의 주신을 기리기 위함이지요!”사
Read more

제1044화

순간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온권승은 잠깐의 침묵 후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에 대한 성녀의 오해가 꽤나 깊은가 보군. 난 공사가 분명한 사람이오. 지금은 성녀와 함께 선향의 유적을 찾으러 가는 길이니 동행자로서 당연히 성녀를 위협하는 일을 할 수가 없지.”란사는 그 말이 너무 우습게 들렸다.그녀는 더 이상 그와 입씨름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싸늘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다른 볼 일이 남았나요?”더 할 얘기 없으면 꺼지라는 얘기였다.온권승은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건방진 태도에 몰래 주먹을 움켜쥐고는 싸늘한 눈길로 그녀를 주시했다.“별일은 없고 다만 성녀에게 한마디 충고하러 왔을 뿐이네. 이 대오의 최고 결정권자는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게.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은 내 지시를 따라 움직여야 하네. 성녀가 자꾸 단독행동을 한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소.”그러나 란사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을 뿐이었다.“그래요? 그럼 두고 보죠.”온권승은 최고 결정관자이지만 란사에게도 처결권이 있고 일을 행한 후에 보고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먼 이족의 땅에서 그녀는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온권승을 해치울 방법이 수도 없이 많았다.아직은 그를 살려둘 이유는 밀서와 보물지도 때문이었다.란사는 온권승을 지나쳐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은 조용한 밀림 속을 노려보았다.그녀는 온권승이 인내심을 잃고 먼저 약점을 보일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밀림 속에서는 여전히 진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란사는 온권승을 내버려둔 채, 마차에 올라 흑기군과 함께 자리를 떴다.그렇게 한참을 가서 그들은 드디어 오늘 밤의 목적지 호성에 도착했다.“전하, 여긴 사람이 참 많네요.”호성에 들어서니 어두운 밤인데도 이 지역은 거리에 사람이 꽤나 많고 등불이 밝게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주변 건물은 대부분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성이 작은데 비해 사람이 굉장히 많이 몰려 있었다.거리에는 란사 일행과 비슷한 복장을 한 대명인도 있고 각양각색의 의복
Read more

제1045화

‘저들이 왜….’란사는 의아한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녀가 기억하기로 그들이 수림을 떠날 때, 구옥천 일행은 그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으니 그때 붙잡혔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였다.‘설마 우리가 떠난 후에 밀림 안으로 들어온 건가?’그런데 독충들이 아무런 소식도 보내오지 않은 게 더 이상했다.그녀는 수림 주변에 감시하라고 풀어둔 독충들에게 신호를 보냈다.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근처 독충들과의 연락이 끊어진 상태였다.란사는 미간을 찌푸리고 경계 어린 시선으로 구옥천 남매를 바라보았다.저들에게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는 것 같았다.‘저들도 약충 소환사였나?’란사가 생각에 잠긴 사이, 제단 주변 사람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건장한 체구의 이족 사내들이 검은 천으로 가린 석상을 들고 제단으로 올라가더니 제단 중앙에 내려놓았다.소년이 다가가 석상을 가린 천막을 벗겨내자 석상의 본모습이 드러났다.란사는 영문을 모르고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제단에 바쳐진 석상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정확히 말하면 망가질대로 망가진 사람의 모습이었다.사지가 절단되고 입은 고함을 지르듯 하늘을 향해 크게 벌리고 있었는데 혀는 보이지 않고 두 눈도 눈동자가 없었다.마치 온갖 고통을 받은 후에 미라로 만들어진 사람 같았다.그 미라는 그대로 굳어져 석상이 되어 이족인들의 신앙이 되었다.저들이 도련님이라 하는 소년을 비롯한 이족민들은 석상 앞에 무릎을 꿇고 광기 어린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소년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외치자, 주변 이족민들도 큰소리로 호응하기 시작했다.란사는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어 미간을 찌푸렸다.그리고 이때, 그녀의 기분을 느낀 유성이 전음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주인님, 저는 저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데 해석해 드릴까요?’‘네가?’란사는 의아한 얼굴로 유성을 바라보다가 곧바로 영문을 알아차렸다.유성의 본체는 이족창왕 창청람이 육성한 충왕이니 저들의 말을 알아듣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
Read more

제1046화

“저 멍청한 것들.”구옥천과 구옥선 남매가 녕원 후작의 친척이었다는 건 란사도 몰랐던 사실이었다.물론 그들의 말만 믿고 속단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낮에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거양관에서 그들이 녕원 후작을 만나려 했을 때, 왜 일개 호위가 그렇게나 무례하게 방문을 거절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처음부터 이상했다. 황제가 녕원 후작에게 서신을 보내지 않았다고 해도 경성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그렇다면 분명 그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마중을 나왔을 텐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니 누군가가 수를 쓴 것이 분명했다.아마 그 범인이 바로 구씨 가문의 구옥천 남매인 것 같았다.물론 란사가 그들을 멍청하다고 욕한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감히 이족들 앞에서 녕원 후작과의 관계를 밝혔다는 건 죽음을 자처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안타깝게도 이족들 중에도 중원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자들이 몇몇 있었다.소년 역시 그들 중 한명이었다.구옥천과 구옥선 남매의 발악을 들은 소년의 얼굴에 강한 살기가 피어났다.“저것들을 당장 제단 위로 끌고 오거라.”소년은 구옥천 남매를 가리키며 싸늘한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손에 장검을 든 이족인들이 우르르 몰려와 구옥천 남매의 멱살을 잡고 강제로 제단 위로 끌어올렸다.“이 비열한 야만인놈들!”“이거 놔! 놓으라고!”구옥선은 악에 받쳐 욕설을 퍼붓다가 귓가에 들려오는 구옥천의 처참한 비명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눈앞의 소년의 손에 쥔 검에서는 피가 뚝뚝 흐르고 오라버니의 팔뚝 하나가 잘려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 보였다.처참한 광경에 구옥선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이족 소년은 천천히 허리를 숙이고 구옥천의 잘린 팔을 집어 들더니 우걱우걱 뜯어먹기 시작했다.그 모습은 마치 굶주린 야수가 사냥감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사람이 인육을!’구옥선의 얼굴에서 핏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그녀는 생전 처음 보는 기괴한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족 소년의 시선은 시종일관 구옥천을 향해
Read more

제1047화

아무도 반응하지 못한 순간이었다.제단 위에 화살에 머리가 찔린 소년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 후에야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도련님!”이족인들은 순식간에 경약에 휩싸였다.제단 위에 있던 이족 장로는 비통한 얼굴로 도련님을 향해 달려갔다.“중원의 화살이다!”“우릴 구하러 온 사람들이야!”그 모습을 본 구옥천은 자신들을 구하러 온 구씨 가문의 호위인 줄만 알고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우리 사람들? 다행이다! 다행이다!”겁에 질려 벌벌 떨던 구옥선도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하지만 곁눈질로 본 이족 소년의 머리에 꽂힌 화살이 어딘가 이상했다.곧이어 수많은 화살들이 제단 남쪽 방향에 있는 밀림에서 제단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어서 피해!”이족 장로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연이어 쏟아진 화살은 제단 위에 있던 소년과 장로 일당의 목숨을 앗아갔다.“우리 사람들만 구하고 나머지 이족들은 모조리 죽여라.”북진연은 흑기군을 이끌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제단을 포위하고 척살령을 내렸다.그는 잡혀온 이족들이든 사람들을 잡아다가 제전을 치르려던 이족들이든 막론하고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흑기군이 이족의 땅에 출현했다는 소문이 퍼져나간다면 사면팔방에서 오는 추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지금의 병력으로는 이족의 땅에서 모든 이족들을 상대하기에 무리였다.북진연은 이족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지만 산 사람을 공물로 바치는 미친 짓까지 저지를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래서 그는 이족인들의 양심만 믿고 그들을 살려줄 수는 없었다.“산자들은 모두 묶어서 거양관으로 보내 녕원 후작에게 뒤처리를 맡기거라. 만약에 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과는 알아서 감당하라고 전해.”북진연의 눈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그는 바닥에 널브러진 구옥선과 팔 한쪽이 잘린 구옥천 남매를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녕원 후작은 오랜 시간 노주를 지키며 이족들과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도 한 번도 놈들을 대명의 땅에 발을 들이지 못한 사람이었다.이 공적은 아무도
Read more

제1048화

그들의 잘못은 단순히 이족의 영역에 무단 침입한 것만이 아니었다.그들의 더 큰 잘못은 구옥천이 란사를 습격하려 했다는 사실이었다.그의 목적이 무엇이든 란사는 일 년 전 위험을 무릅쓰고 수많은 약재를 가지고 녕원 후작의 요청에 응해 노주까지 친림하여 백성들을 위해 기도하고 질병과 재앙을 물리쳤던 사람이었다. 그 은혜만으로도 녕원 후작은 절대 구옥천이 한 짓을 가볍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그들이 여기까지 그녀를 미행한 목적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란사는 굳이 추측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저 포기하기 싫은 그의 집착일 뿐이었다.그러니 북진연이 이들을 녕원 후작에게 보내는 것이 오히려 구옥천과 구옥선에게는 더 엄중한 처벌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그들이 녕원 후작의 친척임은 맞지만 구씨 가문에서 녕원 후작과 혈연관계가 있는 사람은 그들만이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의 구옥천과 구옥선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자신들의 호위가 아닌 사람들이 다가오자 남매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특히나 북진연이 내린 명을 듣자, 팔을 잃고 기분이 최악인 구옥천은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졌다.그는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너 따위가 뭐라고 감히! 하찮은 호위 주제에 감히 우리를 작은아버지에게 압송하라는 것이냐! 돌아가면 내가 너를 가만둘 것 같아?”주변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이족들을 처리한 흑기군들이 하나둘 고개를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구옥천을 응시했다.“뭘 꼬라봐? 개 같은 것들! 내가 중상을 입은 게 안 보인단 말이냐!”구옥천은 사납게 그들을 노려보며 명령했다.“내 작은아버지가 녕원 후작이라는 걸 알면서도 멀뚱히 서 있는 것이냐? 당장 의원을 불러 내 상처부터 치료하거라!”감정이 격해진 그는 주변의 이상한 분위기를 전혀 분간하지 못하고 있었다.반면 구옥선은 구출된 이후로 너무 놀라서인지 조용히 옆에서 아무 말도 않고 있었다.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시작하자 그녀는 오라버니보다 먼저 정신을 차렸다.“오라버니, 그만하세요.”그녀는
Read more

제1049화

란사의 옆에는 추월 한 사람만 있었다.그녀가 제단 앞으로 다가오자, 북진연도 추월과 함께 그녀의 곁으로 가서 섰다.추월은 가면 너머로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한 여인에게 충성을 바치는 저 모습을 누가 그 유명한 섭정왕 전하라고 생각이나 하겠는가!모르는 사람은 그저 그를 성녀에게 충성을 바친 일개 호위라고 생각할 것이다.그러나 추월은 란사의 가장 든든하고 충직한 호위는 오로지 자신뿐이라고 자신했다.그녀는 섭정왕이 단순한 흥미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누구든 그녀에게서 란사의 옆자리를 빼앗을 수도, 란사를 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북진연은 추월에게서 경계와 적의를 느끼고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는 추월이 무엇을 경계하는지 알고 있었다.그는 당연히 란사를 해할 리 없고 그가 바라는 것은 그녀 옆의 단순한 호위 신분 따위가 아니었다.추월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저 그와 란사의 신분이 너무 특별해서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하지만 세상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는 법, 누가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그는 자신의 일을 운명에만 맡기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럼에도 지금까지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은 것은 그 역시 때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이런 일은 서두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너 따위가 감히 나를 개라고 욕을 해?”짝!한아가 없으니 그녀를 대신하여 귀뺨을 치는 일은 추월이 맡게 되었다.그리고 추월의 악력은 한아보다 훨씬 셌다.귀뺨 한대에 구옥천은 피를 뿜더니 치아가 세 개나 부러졌다.“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 입 다물고 있는 게 좋을 거다.”란사는 차가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입이 너무 더러운 자는 오래 살지 못하는 법이지.”그녀는 자신이 언제까지 이자에게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더 이상 그에게서 심한 말을 듣기 싫었던 그녀는 추월에게 녀석을 맡겼다.또다시 추월에게서 싸대기를 맞은 구옥천은 마침내 란사에게서
Read more

제1050화

란사와 그녀의 곁을 지키던 추월의 두 눈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두 사람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어둠 속에서 스산한 소리가 나는 숲을 응시했다.“묵연!”이상함을 감지한 그녀는 곧바로 호위로서의 북진연의 가명을 불렀다.“예, 아씨.”뒤에서 사내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보다 먼저 위기를 감지한 북진연은 곧바로 그녀의 뒤로 다가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한곳을 응시했다.“오늘 밤 조용히 이곳을 나가긴 그른 것 같군.”“조심하세요. 약충이 있어요. 소환사가 근처에 있는 것 같습니다.”란사는 두 사람에게 주의를 주고는 주변 흑기군에게 붙여두었던 거미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거미들이 움직이자 흑기군도 곧바로 알아차리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곧이어 어딘가에서 피리소리가 들리더니 수림 속에 숨어 있던 약충 무리들이 사면팔방에서 몰려와 제단 주변을 포위했다.란사가 등 뒤에 있는 두 사람에게 소곤거리자, 북진연과 추월이 동시에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다시 나타난 두 사람은 구옥천 남매의 멱살을 각자 잡고 있었다.란사는 손에 든 단도를 남매의 목에 가져다댔다.“더 가까이 오면 이 둘은 죽을 것이다.”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상대를 압박했다.그러자 약충 무리는 무슨 지령을 받은 듯이 갑자기 전진을 멈추었다.곧이어 축 가라앉은 노인의 목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왔다.“소저, 순순히 사람을 내놓으면 내 그리 처참히 죽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참 건방진 말투로군.”란사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다만 쥐새끼처럼 몸을 숨기고 행동하는 것을 보니, 진짜 실력은 별로인 것 같구나.”노인의 비웃음소리가 다시 사방에서 들려왔다.“하찮은 도발에 넘어갈 내가 아니다. 약충 소환사는 본디 모습을 숨기는 법이거늘. 너희가 내 약충들에게 살점이 다 뜯겨서 숨이 끊어질 때까지 내 본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결국엔 쥐새끼라는 거네.”유성이 경고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상대는 충왕을 소유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충왕을 가진 소환사도 두렵지
Read more
PREV
1
...
103104105106107
...
11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