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061 - Chapter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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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1화

온장온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온사에게 말해서 당신의 음모를 대비하게 할 것입니다.”그는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마음대로 하거라. 네가 뭘 하든 난 막지 않을 테니.”온권승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그 모습을 본 온장온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는 온권승을 빤히 바라보다가 뒤돌아서 자리를 떴다.그러나 그는 온권승이 시키는 대로 란사를 찾아간 게 아니라 뒤도 안 돌아보고 객잔을 나섰다.온장온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 온자월은 인상을 찌푸리며 온권승에게 물었다.“아버지, 형님은 지금 어딜 가시는 건가요? 아버지는 분명 온사를 찾아가라고 하셨는데요?”그는 잠시 주저하다가 말을 이었다.“제가 나가서 형님을 다시 데려올까요? 아마 멀리 가진 않았을 거예요.”온권승은 아들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너나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있어. 큰애는 똑똑한 아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고 있을 거다.”온자월은 만약에 형님이 딴마음을 품으면 어찌 할 거냐고 물으려다가 그만두었다.그는 괜히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아침 식사가 끝나고 온장온이 자취를 감추자, 온권승은 곧바로 란사를 찾았다.“흩어져서 움직이도록 하지. 여기 적힌 걸 오늘 해가 저물기 전까지 좀 알아봐.”온권승은 두루마리 하나를 란사에게 건넸다.“시간이 촉박하니 내일이면 출발해야 할 거야.”란사는 손에 찻잔을 든 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한아가 두루마리를 받아 내용을 확인한 후에 란사의 앞에 펼쳐놓았다.위에는 적벽마을이라는 위치와 함께 전에 그들을 습격했던 이족들에게서 보았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란사는 그것을 힐끗 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녀가 말이 없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온자월은 괜히 기분이 나빠져서 큰소리로 호통쳤다.“너 대체….”쾅!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아가 비수를 빼서 탁자를 쾅 찍었다.놀란 온자월의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는 순간적으로 든 두려운 마음에 수치심이 몰려왔고 란사의 시종마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서 더 기분이 나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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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그런 게 아니야….”온장온은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온장온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너를 피하려 했던 게 아니라… 널 다치게 할까 두려워서였어.”“나를 다치게 해요?”란사는 피식 웃고는 비아냥거리듯 말했다.“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시네요. 당신이든 아니면 다른 사람이든, 지난 번 같은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온장온은 말없이 하염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란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하물며 당신을 구하라고 한 건 별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었어도 기꺼이 도와줬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온장온은 웃음을 지었다.“알아. 넌 항상 착한 사람이었지.”착하다는 말에 란사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내 앞에서 그런 역겨운 말은 하지 마세요.”온장온은 그녀가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몰랐다는 듯,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는 자신이 했던 말을 돌아보다가 뭔가 떠오른 듯, 당황한 얼굴로 해명했다.“온사야, 그런 게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닥치세요.”란사는 싸늘한 목소리로 호통치고는 말했다.“온 공자, 마지막으로 경고하죠. 저는 이제 당신의 여동생이 아니니 그런 이름으로 저를 부르지 마세요. 그리고 착각하지 마세요. 예전에 당신이 착하다고 칭찬했던 여동생은 제가 아니잖아요. 저는 원래 악랄하고 잔인한 사람이니 그런 칭찬은 받을 수가 없네요. 그렇게 남을 칭찬하고 싶으면 다른 곳을 알아보셍쵸.”“가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막냇동생에게나 가서 칭찬하란 말입니다. 그 애는 원래 그런 칭찬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요.”말을 마친 란사는 그의 손에서 주머니를 챙겨들고 뒤돌아섰다.그녀는 이렇게까지 얘기했으면 전부터 자신을 피하던 온자신이 묵묵히 자리를 떠날 줄 알았다.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다.온장온은 다급히 그녀의 뒤를 쫓아가 뭐라도 해명하려다가 또 말실수를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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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맹견은 갈비뼈를 우걱우걱 씹으며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란사 일행을 빤히 바라보았다.“멍청한 녀석, 밥그릇에 준 거로 모자라서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어?”백정 역시 손에 큰 칼을 든 채로 란사 일행을 빤히 노려보며 개에게 말을 걸었다.란사 일행이 그쪽을 바라보니 그는 헤벌쭉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뭘 봐? 잡아서 술통에 담가줘?”한아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앞장서서 걷던 란사는 계속해서 앞을 향해 걸어갔다.한아는 백정을 힘껏 노려보고는 재빨리 란사를 쫓아갔다.“아씨, 이곳을 빨리 뜨는 게 좋겠어요. 이 골목에 있는 사람들 모두 좀 이상해요.”그들의 뒤를 따르던 온장온도 눈살을 찌푸리며 란사를 바라보았다.한아가 말한 것처럼 눈앞의 백정을 제외하고도 이 골목에는 험상궂은 인상의 정육점 점주들이 엄청 많았다.게다가 그들이 점포에 전시한 고기들도 어딘가 쎄한 느낌이 들었다.한아는 어쩐지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위험을 감지한 그녀는 빨리 란사와 함께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그런데 이때, 따뜻한 손길이 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걱정 마렴, 아무 일도 없을 거란다.”란사는 한아가 뭘 두려워하고 있는지 잘 알았다.일반인들보다 감지능력이 뛰어난 한아가 이곳을 위험하다고 느꼈다면 아마 그녀의 직감이 맞을 것이다.란사가 미리 골목에 풀어놓은 독충들도 그녀에게 분분히 정보를 보내왔다.그래서 란사는 이 음산한 기운이 뭘 의미하는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은 이유는 한아가 두려워할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란사 본인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그녀는 싸늘한 눈길로 백정과 그들을 보고 군침을 흘리는 개를 노려보았다.곧이어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희동아, 저들을 죽여 버리거라.”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살기등등하게 그녀의 뒤에서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던 희동이 허공을 날더니 산만한 거구로 백정의 앞에 착지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지면이 흔들리더니 호기롭게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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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가자, 희동아.”란사가 원하는 건 희동을 시켜 남은 인간들에게 겁을 주는 것이었다.그녀는 골목 구석진 곳에 있는 한 정육점을 힐끗 바라본 후, 희동과 함께 자리를 떴다.다른 정육점 점주들은 사냥감이 이대로 멀어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만 볼 뿐, 아무도 감히 나서서 막지 못했다.희동의 주먹에 맞아 죽은 백정 동료의 복수를 하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다.란사 일행이 멀어진 후, 정육점 주인들은 이족어로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둘째 형님, 오랜만에 굴러온 사냥감인데 이대로 보낸다고요?”“그러게요. 꽤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이었는데 아쉽네요.”“저들이 저렇게 사지 멀쩡하게 우리 골목에서 나간 걸 보면 양거리 인간들이 우릴 얼마나 비웃을 거야!”다른 녀석이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자 남은 백정들도 하나둘씩 고개를 내밀고 아쉬운 눈길로 란사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았다.“그러지 않으면?”둘째라고 불린 한 인간이 신경질적으로 칼판에 칼을 꽂으며 대꾸했다.그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된 동료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큰 형님도 돌아가신 마당에, 큰 형님이 키우는 개도 그 거인의 상대가 못 되는데 우리가 뭘 할 수 있다는 거지?”“설마 그 괴물과 주먹다짐이라도 하려고?”그건 당연히 안 될 소리였다.다른 백정들은 곧바로 어깨를 움츠렸다.조금 전 그 괴인이 보여준 저력으로 봤을 때, 그들이 다 같이 덤벼도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았다.백정들 모두가 희동이의 괴력에 겁을 먹은 것이다.둘째라는 사람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고민하다가 말했다.“저들 중에 암퇘지 한 마리를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다른 백정들은 그 말을 듣고 머리를 굴리다가 고개를 저었다.“됐어. 저들은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인간들이 아니니 신경 끄는 게 좋겠어.”그러나 동료가 죽었는데, 그것도 그들의 큰 형님이 죽었는데 정말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었다.둘째는 잠깐 고민하다가 인근 점포의 백정에게 말했다.“셋째야, 양거리에 사람을 보내 신선한 중원 양무리가 왔다고 전해.”셋째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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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란사는 유성으로부터 맨 마지막 점포가 이상하다는 소식을 전달받고 한아와 희동을 데리고 그곳으로 향했다.목적지에 도착한 그녀는 정육점 벽에 걸린 초상화를 보고 순간 멈칫했다.그곳에는 그녀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고 초상화 아래쪽에는 이족어로 뭔가가 쓰여 있었다.유성이 문자의 내용을 그녀에게 들려주었다.내용을 확인한 란사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이것은 초상화가 아닌 수배령이었다.초상화 속에 그려진 그녀의 모습은 인강현에 임 태사를 구하러 갔을 당시의 모습이었다.그때 그녀의 모습을 알고 이족 내부에서 수배령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은 한명뿐이었다.창왕 창청람이자, 유성의 전 주인이었다.‘창청람이 이곳에 있어?’란사는 유성에게 질문을 던지며 녀석의 감정에 유의했다.그래도 전 주인인데 어쩌면 유성이 동요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그러나 다행히도 유성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평소처럼 그녀의 질문에 답해 주었다.‘아니요. 주인님의 독충을 호성 전체에 풀었으니 만약 그자를 발견했다면 분명히 주인님에게 먼저 정보가 전달되었을 거예요.’눈치 빠른 유성은 란사의 순간적인 경계심을 놓치지 않았다.녀석은 곧바로 독충들의 통제권을 란사에게 돌려주었다.독충무리는 란사가 손수 육성한 녀석들이니, 란사는 유성을 의심할 순 있어도 절대 자신의 독충들을 의심하지 않았다.유성이 통제권을 포기한 이후로 란사는 자신이 괜한 걱정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창청람은 각성하기 전 애벌레 충왕의 전주인이긴 하지만 유성의 전임 주인은 아니었다.유성은 그녀를 통해 새로 각성했고 그녀의 정성 들인 육성과 령수의 세례를 통해 새로운 개체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지금의 녀석은 그저 란사의 유성일 뿐이었다.‘미안해, 내가 괜한 걱정을 했네.’란사는 미안한 어투로 유성에게 사과헀다.‘주인님은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주인님을 믿어요. 주인님이 계셨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니까요.’만약 란사가 없었더라면 유성도 없었을 것이다.유성은 굳이 그 말을 입밖에 내진 않았지만 란사의 의식과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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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무수히 많은 독충들이 조용히 이 거리를 잠식했다. 그들은 주인의 지령을 따라 살인자 백정들을 모조리 죽였다.다른 점포에서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람들은 골목에 널브러진 시신을 보고 순간 당황하여 말을 잃었다.그것들은 시신이라고 할 수도 없이 처참하게도 백골만 남은 상태였다.마치 고기를 다 씹어먹힌 것처럼 해골들은 각자의 점포 앞에 진열되어 있었다.그리고 점포에서 팔고 있던 고기들도 전부 사라졌다.호성 밖의 동쪽 수림 속, 그곳에는 돌무더기와 함께 왕생경이 쓰인 경문이 놓여 있었다.돈육거리의 일을 해결한 후, 란사는 일행과 함께 객잔으로 돌아갔다.온장온은 줄곧 묵묵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객잔에 도착한 후에야 그는 걱정스러운 어투로 란사에게 물었다.“오… 아니, 란사야, 그 초상화에 그려진 사람… 너 아니야?”온장온 역시 초상화를 봤던 것이다.란사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의외라는 듯이 되물었다.“그걸 알아보셨다고요?”온장온은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 내가 내 동생을 왜 못 알아보겠어.”그 말을 들은 란사는 피식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전생에 그녀가 가문에서 쫓겨난 후, 거리를 방황하다 먹을 것이 없어 온장온을 찾아갔을 때, 그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동생 좋아하네.’만약 그녀가 회귀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회귀한 그녀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지 않았더라면, 그가 가장 아끼는 여동생은 여전히 온모였을 것이다.란사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좀 속 좁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특히나 온장온을 마주할 때면 더욱 너그러워질 수 없었다.그가 무슨 말을 해도, 무슨 일을 해도 그녀는 저도 모르게 용서를 바라지 말라는 듯이 매몰차게 비꼬았다.그러나 그녀는 온자월에게는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란사는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온장온과 온자월이 다른 점은 온자월은 처음부터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일이 잘못되어도 그는 모든 잘못을 란사에게로 돌렸다.란사는 그게 다 덜 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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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만약 그들을 주시하는 자가 있었다면 사방에 퍼져 있는 그녀의 독충들이 가장 먼저 알아챘을 것이다.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잠시는 정체를 들키지 않았다는 의미였다.그렇다면 약간의 위장만 한다면 신분을 숨길 수가 있었다.물론 희동이도 포함이었다.희동이도 유성처럼 한때는 창청람을 모시던 사람이었으니 사람들의 주목을 살 수 있었다. 만약 그녀가 옥패 공간을 이용해 희동을 창청람의 손에서 구출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말 잘 듣고 싸움 잘하는 남동생을 곁에 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그러고 보니 그녀가 가진 가장 강한 전력 중에 충왕과 희동은 모두 창청람이 선사한 거였다.란사는 속으로 묵묵히 창청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그가 왜 번거롭게 수배령까지 내려서 그녀를 찾고 있는지는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충왕 한 마리만 더 구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을 텐데.’산덕에게서 빼앗은 검은 까마위 충왕알은 아직 연구가 필요했다. 어쩌면 그가 말한대로 엄청난 녀석이 태어날 수도 있었다.그래서 유성의 전력을 더 올리려면 또다른 충왕이 필요했다.온권승의 배후에 있는 늙은 땡중은 줄곧 몸을 숨기고 있으니 상대하기 굉장히 까다로웠다.그러나 창청람은 제 발로 찾아오거나 그녀가 직접 찾아갈 수가 있었다.이족 왕실에는 아마 유성을 제외하고도 많은 충왕이 있을 것이다.란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속으로 계획을 세웠다.잠시 후, 그녀는 머리 장신구를 모두 빼고 머리를 위로 묶었다. 그러고는 이족들이 쓰는 장신구를 머리에 꽂은 후, 활동이 편한 이족 소년 복장으로 갈아입었다.마지막으로 얼굴에 청색의 연꽃 모양의 문양을 그렸다.온권승이 건넨 두루마리의 문양과 똑 같은 문양이었는데 단지 구름이 빠졌을 뿐이었다.만약 누군가가 이 문양의 정체를 알아본다면 분명히 그녀를 찾아올 것이다.다만 그게 좋은 일일지는 알 수가 없어 구름은 생략하고 나중에 상황을 봐서 대처하기로 했다.변장이 끝난 란사가 방을 나서니 이미 옷을 갈아입은 한아 일행이 그녀를 보고 눈을 반짝 빛냈다.“아씨,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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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온자월은 잔뜩 눈살을 찌푸리며 온모에게 수군거렸다.반면 온모는 소년 변장을 한 란사를 시기 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아버지, 온사가 뭔가 정보라도 알아낸 걸까요? 왜 저렇게 이상한 옷을 입고 있죠? 설마 우리 몰래….”온모는 짐짓 의아하다는 듯이 온권승에게 물었다.온자월도 그 말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분명해요! 온사 그년의 곁에는 사람이 많으니 어쩌면 우리 몰래 뭔가를 알아내고도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았을 수 있어요!”그는 콧방귀를 뀌고는 불만스럽게 한아 일행을 노려보았다.온권승은 그들을 힐끗 보고는 호위를 불러 그에게 은화주머니를 건네고 뭔가 지시를 내렸다.둘의 대화를 가까이에서 듣고 있던 온자월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아버지, 저희도 이족 복장으로 갈아입으려고요?”그랬다. 온권승은 호위를 시켜 세 사람이 입을 이족 복장을 사오도록 했던 것이다.게다가 온권승과 함께 온 호위들도 모두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고 했다.란사가 그들의 것까지 챙겼을 리 없으니 온권승은 스스로 마련하는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온자월은 문제의 심각성을 여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불만스레 말했다.“저는 싫습니다. 저희가 왜 이족 복장을 입어야 합니까? 이족인도 아닌데….”“닥치거라!”온자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온권승은 싸늘한 목소리로 호통쳤다.그는 굳은 표정으로 아들에게 말했다.“갈아입기 싫으면 경성으로 썩 꺼지거라. 여기서 방해만 되지 말고!”온자월은 경성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미 이족의 땅에 진입했는데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돌아가는 것은 자존심이 상했다.하물며 막내와 온사, 그리고 큰형님도 여기 있는데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큰 형님은 점점 온모를 소홀히 대하고 있는데 그가 돌아간다면 온사가 온모를 괴롭혀도 지켜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그는 돌아갈 수 없는 이유를 그대로 온권승에게 말했다.온권승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온모는 감격 어린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셋째 오라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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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그 말을 들은 란사 일행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한아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조용히 흑기군에게 다가가 말했다.“소주께선 오래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정보를 알아냈으면 바로 출발해야지요. 자세한 건 소주께 직접 말씀드리세요.”흑기군은 란사의 차림을 보고 자신의 말실수를 깨닫고는 재빨리 말을 바꾸었다.“소인이 무능하여 소주를 오래 기다리게 하여 송구합니다.”“괜찮네.”란사는 손사래를 치고는 흑기군 장령이 건넨 지도를 펼쳤다. 비록 엉성하긴 해도 대략적인 위치는 가늠할 수 있었다.“여기 그려진 노선이 과연 믿을만한 것인가?”장령이 답했다.“거의 그러합니다.”예상밖의 수확이었다.이족의 땅에서 왕실로 향하는 정확한 노선을 알아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란사는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고는 주요 노선의 좌우 양측에 밖으로 뻗어져 나간 노선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곳에 표기를 해두었다.그녀는 표기를 해둔 곳을 가리키며 장령에게 물었다.“이곳은 뭐 하는 곳인가?”“예, 유란족 부락입니다.”“유란족?”어젯밤에 란사 일행에게 잡힌 산덕이 바로 유란족의 장로였다.그의 수중에 있던 검은 까마귀 충왕알과 관련된 고대문서가 유란족 부락에게 있다고 했다.그러니 유란족 일대를 가보긴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장로는 이미 그들이 잡고 있으니 그리 급한 건 아니었다.란사는 또다른 지점을 가리키며 물었다.“여긴 어디지?”“이곳은 또다른 이족의 부락입니다.”장령은 잠시 주저하다가 말했다.“소인은 어쩌면 이곳에 선향 유적의 단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알아보고 표기를 해두었습니다.”란사는 그 말을 듣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자세히 말해 보게.”장령이 답했다.“그곳에는 돈신족이라는 이족인들이 살고 있 는데 어제 마을 주민으로 위장하고 대오를 습격했던 자들을 기억하십니까?”장령은 작은 소리로 말했기에 객잔 안 다른 사람들은 둘의 대화를 들을 수 없었다.란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말했다.“돈신족이라고 하면… 설마 돼지를 신으로 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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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고양은 진중한 표정으로 란사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러고 보니 할 말은 따박따박 하는 것이 형님인 고요와 성격이 비슷한 것 같았다.란사는 북진연이 이런 사람을 자신의 곁으로 파견한 것이 꽤나 놀라웠다.중요한 건 일처리 능력이 뛰어나고 세심한 것이 아주 유능한 인재라는 점이었다.이족의 땅에서 신변에 능력자가 많을수록 좋았다.게다가 북진연도 지금은 곁에 없으니 란사는 굳이 그의 배려를 사양하지 않기로 했다.“그럼 잘 부탁하네. 흑기군에서 직급이 어떻게 되는가?”고양이 말했다.“그냥 이름으로 불러주시면 됩니다, 소주.”란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앞으로 정보를 알아보는 일은 자네에게 맡기지, 고양. 남은 흑기군들은 모두 자네의 지시를 따르도록 할 거네.”북진연이 지금은 없으니 지시를 전달하고 흑기군을 이끌 사람이 필요했다.그렇게 되면 일을 진행하다가 곤란한 상황에서 고양이 직접 그녀에게 의중을 묻고 일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일부 지시 권한을 고양에게 넘기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란사 본인은 군대를 지휘하는데 능숙치 않으니 이런 일은 내부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고 편했다.그녀는 고양의 능력과 흑기군의 충성심을 믿었다. 그만큼 그녀가 북진연을 믿는다는 의미였다.문제가 발생했을 때 군대가 지시를 거부한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란사는 가진 패가 충분히 많았고 그녀의 사람들도 충분히 강했다.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한아는 괜히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온장온도 뭔가 상황이 촉박하다고 느꼈는지,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온사는 왜 나를… 쫓아버리지 않고 이런 얘기를 나누는 것일까?”분명 평소 란사가 그를 대하는 태도를 봤을 때,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라면 당장 꺼지라고 했을 것이다.그러나 란사는 굳이 그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욕심이 생긴 그는 란사가 조금이라도 자신을 믿어주는 게 아닐까,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반면 마음 한켠으로는 그녀의 신뢰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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