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많은 독충들이 조용히 이 거리를 잠식했다. 그들은 주인의 지령을 따라 살인자 백정들을 모조리 죽였다.다른 점포에서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람들은 골목에 널브러진 시신을 보고 순간 당황하여 말을 잃었다.그것들은 시신이라고 할 수도 없이 처참하게도 백골만 남은 상태였다.마치 고기를 다 씹어먹힌 것처럼 해골들은 각자의 점포 앞에 진열되어 있었다.그리고 점포에서 팔고 있던 고기들도 전부 사라졌다.호성 밖의 동쪽 수림 속, 그곳에는 돌무더기와 함께 왕생경이 쓰인 경문이 놓여 있었다.돈육거리의 일을 해결한 후, 란사는 일행과 함께 객잔으로 돌아갔다.온장온은 줄곧 묵묵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객잔에 도착한 후에야 그는 걱정스러운 어투로 란사에게 물었다.“오… 아니, 란사야, 그 초상화에 그려진 사람… 너 아니야?”온장온 역시 초상화를 봤던 것이다.란사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의외라는 듯이 되물었다.“그걸 알아보셨다고요?”온장온은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 내가 내 동생을 왜 못 알아보겠어.”그 말을 들은 란사는 피식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전생에 그녀가 가문에서 쫓겨난 후, 거리를 방황하다 먹을 것이 없어 온장온을 찾아갔을 때, 그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동생 좋아하네.’만약 그녀가 회귀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회귀한 그녀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지 않았더라면, 그가 가장 아끼는 여동생은 여전히 온모였을 것이다.란사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좀 속 좁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특히나 온장온을 마주할 때면 더욱 너그러워질 수 없었다.그가 무슨 말을 해도, 무슨 일을 해도 그녀는 저도 모르게 용서를 바라지 말라는 듯이 매몰차게 비꼬았다.그러나 그녀는 온자월에게는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란사는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온장온과 온자월이 다른 점은 온자월은 처음부터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일이 잘못되어도 그는 모든 잘못을 란사에게로 돌렸다.란사는 그게 다 덜 혼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