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071 - Chapter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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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1화

온권승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그럼 어쩔 생각이지?”란사가 말했다.“오늘 밤에 출발하는 건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5일 안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게 좋겠어요.”그 말을 들은 온권승은 뭔가 떠오른 듯, 란사가 들고 있는 지도를 힐끗 보았다.“뭘 알아낸 것이냐?”너무도 뻔뻔한 질문에 란사는 웃음이 나왔다.“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지요.”온권승은 그녀를 한참이나 노려보다가 물었다.“원하는 게 무엇이니?”란사는 딱히 바라는 것이 없었다.정말 원하는 게 있다면 온권승의 목숨인데 그가 순순히 내놓을 리도 없었다.란사는 살짝 아쉬운 마음에 그에게 말했다.“그럼 당신의 피를 주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사발 하나를 온권승의 앞으로 내밀었다.“피 한 사발로 정보를 교환하는 겁니다.”온권승이 순순히 자신의 피를 내어줄 리가 없었다.그러나 란사가 가진 정보가 매우 중요했기에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다른 사람의 피를 주지.”란사는 지도를 접으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온권승이 이어서 말했다.“온자월의 피를 내어주마. 그곳에 가려면 너희들의 피로 문을 열어야 할 게야.”아직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던 온자월은 그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아버지, 제 피를 온사에게 내어주라고요?”온모는 괜히 온권승을 자극해서 온자월이 맞아죽을까 봐, 재빨리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오라버니, 아버지 말씀을 들으셔야죠. 분명 무슨 이유가 있으실 거예요.”란사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싫습니다. 저 녀석은 너무 아둔해서 싫어요.”그녀는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부으려는 온자월의 말을 끊고 이어서 말했다.“온모의 피를 주십시오.”말을 마친 란사는 사발 하나를 더 내밀었다.그러고는 안색이 하얗게 질린 온모를 힐끗 보고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두 사발이면 됩니다.”“아버지, 저는….”자신의 차례가 오자, 온모는 다급히 발을 빼려 했다.그러나 그녀에게는 거절할 권리가 없었다.온권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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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2화

“연지야, 이곳에 나타났던 자가 거인이 확실한 것이냐?”화려한 마차 안, 창청람은 자신의 호위에게 재차 확인했다. 가마를 든 자들은 희동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거대한 체구를 가진 사내들이었다.그들은 모두 늑대 송곳니 가면을 쓰고 흉악한 시선으로 돈육거리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전하, 돈육거리에 있던 첩자에 따르면 거대한 체구에 엄청난 괴력을 사용하지만, 자세히 보면 어딘가 덜 떨어져 보이는 것이 거인이 확실합니다.”대답을 들은 창청람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진작에 죽은 줄 알았는데 대명의 성녀와 같이 중원으로 건너가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는 거군.”“소인이 사람을 보내 녀석을 잡아올까요?”연지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그럴 것 없어.”창청람은 담담히 말했다.“대명 성녀의 곁에 그 녀석이 있다면 어딜 가든 주목을 살 테지. 추적하는데 편리할 테니 괜히 놀라서 도망치게 하지 말고 조용히 쫓아가. 놈은 대명 성녀를 잡은 후에 혼내줘도 늦지 않으니.”“예! 그리고 전하, 노주성 거양관 쪽에 있는 구 가주에게서 서신이 왔는데 적자와 적녀가 며칠 전에 갑자기 사람을 데리고 우리 구역으로 넘어왔다가 실종되었다 합니다. 구 가주는 저희에게 그 아이들을 좀 찾아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애들을 찾아서 돌려보내면 필히 크게 보답하겠다고요.”“구씨 가문의 적자와 적녀라?”창청람은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그 능구렁이의 아들딸이란 말이잖아? 이름이 뭐였더라?”“장남은 구옥천, 딸은 구옥선이라 합니다.”연지는 잠시 주저하다가 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서신에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뭐지?”창청람은 여전히 가마 안에 앉아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그것은 그가 가장 즐겨 마시는 중원의 차였다.그는 왕실이 중원 땅 정복에 성공하는 날에 이 꽃차를 창왕차라고 명명하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이어진 연지의 말에 그는 마시던 차를 뿜고 말았다.“구 가주는 이미 구옥선을 전하의 왕비로 점찍었으니 만약 그 여자가 저희 구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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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3화

창청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그걸 난 왜 모르고 있었지?”연지가 말했다.“그때 전하께선 충왕을 육성하신다면서 대왕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자리를 뜨셨습니다.”창청람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그때의 그 충왕이 전하께서 잃어버린 그 녀석이었지요.”“연지야.”“예, 전하.”창청람은 불만스러운 눈길로 연지를 바라보며 물었다.“차 좀 뿜었다고 이거 너무 하는 것 아니냐?”연지가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침도 섞여 있었겠지요.”쾅!말이 끝나기 바쁘게 연지는 강력한 장풍에 의해 튕겨져 나갔다.뒤에서 창청람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기 쓸데없이 밥만 축내는 녀석들은 깨끗이 청소하고 돌아오거라.”말을 마친 창청람은 가마꾼을 재촉해서 자리를 떴다.홀로 남은 연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돈육거리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자들을 바라보았다.위험을 직감한 건지, 사람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도 있었다.“연 대인님,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십시오! 지금 당장 그 대명 성녀를 쫓아가서 잡아오겠습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연지는 검을 빼서 사내의 목을 잘랐다.순식간에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말귀도 못 알아먹는 녀석을 어디다 써? 전하께서 괜히 그들을 놀래키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걸 고새 까먹어?”연지는 피가 뚝뚝 흐르는 검을 든 채로 나머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전하의 말씀이 맞았어. 말귀도 못 알아듣고 밥만 축내는 것들. 돈육거리를 잘 지키고 있으라고 했더니 우르르 뒈지기나 하고. 대왕자 전하께서 뒷배가 되어주시니 아주 날이 갈수록 야망만 커지는구나.”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창왕을 배반했다는 사실이 이미 들통났음을 깨달았다.그들은 뿔뿔이 도망쳤지만 연지의 검이 더 빨랐다.순식간에 돈육거리는 또 피가 잔뜩 뿌려졌다.한편 란사 일행은 꼬박 하루를 달려 드디어 첫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돈신족 부락에 도착하니 음산한 기운이 일행을 엄습했다.주변에는 기이하게 생긴 덤불나무들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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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4화

온권승은 란사를 힐끗 보고는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란사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이족어로 입을 열었다.“우린 유란족이다.”상대는 그 말을 듣더니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로 이곳까지 온 겐가?”란사는 유창한 이족어로 답했다.“사람을 찾으러 왔다.”온권승은 의미심장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언제 이족어를 익힌 거지?’란사가 이족어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이곳에 도착한 후였다.일전에는 알아들을 수도 없었지만 오는 길에 유성을 통해 자주 쓰이는 이족어를 익혀두었다.비록 유성과 의식으로 연결되어 있어 말을 알아듣는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말을 익히는 것은 그녀가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었다.그러나 유성이 한 말을 그대로 전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굳이 말을 많이 할 필요도 없었다.한아가 대오에서 이족어를 할 줄 아는 이동성을 끌고 나왔으니 란사는 간단한 몇마디만 말하고 신분을 밝힌 후에 소통은 이동성에게 맡겼다.유성이 있으니 통제 가능한 일이었다.노인이 물었다.“누굴 찾으러 오셨소?”“그건 모른다. 이 부락에 있다는 얘기만 듣고 왔으니까.”그 말을 들은 노인은 란사를 한참 바라보다가 천천히 답했다.“그럼 들어오시게. 우리 부락에는 어린아이들도 많으니 아이들이 놀라서 겁먹지 않게 몇 명만 들어오게.”란사는 눈썹을 꿈틀하고는 온권승을 눈짓하며 이동성에게 작은 소리로 대화내용을 그에게 들려주도록 했다.얘기를 들은 온권승은 미간을 찌푸리며 란사에게 물었다.“너도 들어갈 테냐?”“물론이지요.”이렇게 좋은 기회를 란사가 놓칠 리가 없었다.문양에 대해 아는 자라면 분명히 그녀의 얼굴을 보고 반응을 보일 것이다.온권승은 란사의 얼굴에 그려진 문양을 잠깐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같이 들어가자꾸나.”그는 온자월과 온모도 같이 데려가기로 했다.온자월은 밖에 내버려둘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데려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란사는 한아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갑자기 방향을 틀어 길의 다른 쪽으로 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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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화

란사는 이동성에게 눈치를 주었다.이동성이 소년에게 말했다.“우린 우리 소주를 아는 자를 찾고 있다.”“뭐?”소년은 멈칫하더니 다시 물었다.“유란족의 소주를 아는 자 말이야?”이동성은 란사를 가리키며 침착하게 소년에게 말했다.“이분이 바로 우리의 소주시다.”소년은 의아한 얼굴로 란사를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이 유란족의 소주라고? 난 유란족의 소주를 본 적 있어. 생김새가 완전히 다른데.”란사는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전대 소주는 죽었으니까.”소년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표정을 바꿔 진지하게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형을 죽이고 유란족의 신임 소주가 되신 분이로군요. 그래서 제가 못 알아본 거였네요.”란사는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 이제 우리가 찾는 사람에게로 데려가 주겠느냐?”소년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요구가 너무 이상하네요. 저마저도 당신을 알지 못하는데 우리 부락에 당신을 아는 자가 있기는 할까요?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지조차 말씀을 안 해주시면 제가 무슨 수로 길을 안내하나요?”소년은 어리긴 해도 절대 멍청하지는 않았다.이동성이 말했다.“가능하다면 우릴 사람이 많은 곳으로 데려가 주렴. 비록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사람을 보면 우리 소주께서 알아보실 것이다.”소년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일행은 외팔소년의 안내를 받아 돈신족 부락의 광장으로 나왔다.란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지 않은 돈신족인들이 광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지나가고 있었다. 이곳이라면 사람을 찾기 가장 적절한 곳임이 틀림없었다.란사는 자신이 누구를 찾아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이 그녀의 얼굴을 본다면 알아서 반응을 보일 테니 그리 걱정되지 않았다.온권승 일행은 그녀가 뭘 하려는지 알 수 없었으나, 굳이 나서서 훼방을 놓지 않고 조용히 뒤따라왔다.란사는 한아가 가져온 의자에 앉아 머리를 위로 쓸어올렸다.그러자 문양의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왔다.지나가던 돈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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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6화

온모의 소리를 들은 온권승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무슨 일이냐?”온모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아버지, 방금 누가 저를 빤히 쳐다보는 것 같았어요.”“너를? 지금도 시선이 느껴지느냐?”온권승은 매섭게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온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아니요. 지금은 없어요.”온권승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그럼 이만 가자. 이따가 또 그런 자가 있으면 아비에게 말하거라.”대화를 끝마친 부녀는 곧장 란사를 따라갔다.그들의 움직임은 란사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그녀는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어차피 상대가 노리는 건 온모이니 굳이 상관할 필요가 없었다.란사는 재빨리 노파를 쫓아가다가 몇 걸음 남겨두고 속도를 줄였다. 그렇게 그녀는 천천히 노파를 따라갔다.노파는 따라오는 발걸음소리를 듣고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따라오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얼마나 걷다 보니 꽃이 잔뜩 심어진 정원이 나타났다.란사는 꽃들을 힐끗 보고는 조용히 해독제를 꺼내 한아에게 건넸다.한아는 곧바로 해독제를 입안으로 집어넣고 나머지 하나는 이동성에게 건넸다.온권승 일행도 챙겨온 해독제를 각자 하나씩 먹었다.이족들의 약충과 독은 굉장히 위험한 거라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넉넉히 챙겨왔던 것이다.란사는 해독제를 삼킨 후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정원의 꽃들 사이에 있는 익숙한 푸른색을 발견했다.‘역시 여기 있었네.’확인을 마친 란사는 대문 앞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집안으로 들어간 노파는 안에서 바깥에 대고 말했다.“난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지 않은가. 궁금한 게 있으면 다른 사람을 알아보게.”거절의 말이었지만 란사는 어쩐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느껴졌다.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할머니는 제가 뭘 물어볼 줄 알고 그런 말씀을 하시나요?”“자네의 얼굴에 그린 문양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게 아닌가? 난 그걸 본 적이 있지만 잠깐이었을 뿐이네.”란사는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올렸다.“보신 적 있다면 얘기가 쉽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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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그럴 리가요. 할머니는 저희에게 해를 가하신 적도 없는데 당연히 할머니의 사정도 배려해 드려야지요.”란사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받아쳤다.노파는 그 말을 듣고 곱지 않게 그녀를 흘겼다.“그럼 들어오게나. 다만 사람이 너무 많으면 시끄러울 테니, 세 사람만 들어오게.”란사는 이동성을 데리고 들어가고 한아를 밖에서 지키게 했다.온권승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비록 자신의 피는 아니지만 정보에 대한 대가는 지불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정원에 들어선 란사가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노파가 말했다.“밖에 있는 녀석은 당장 치우게. 내 꽃들을 깔아뭉개고 있지 않나. 적절한 배상을 해주지 않는다면 자네의 가죽을 발라 비료로 만들어 버릴 걸세.”살벌한 말이었지만 란사는 조금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그녀는 재빨리 푸른뱀을 꽃숲에서 나오게 했다.녀석을 확인한 이동성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건… 독사 아닙니까!”온권승은 뱀을 힐끗 보고는 시큰둥한 얼굴로 시선을 거두었다.“독사가 맞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어. 아무나 무는 녀석이 아니니까.”란사는 담담한 어투로 그에게 말했다.녀석은 얌전하게 란사의 손 위로 뛰어올랐다.“자네 독을 쓸 줄 아는 자로구먼.”노파는 녀석이 약충이 아닌 산 뱀인 것을 보고 그녀가 독만 사용한다고 판단했다.“좀 쓸 줄 알죠.”란사는 겸손한 미소를 지으며 노파에게 말했다.“그러나 할머니에 비하면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할머니께서 정원에 가꾼 독이 든 꽃들이 참으로 아름답네요.”노파는 자신의 꽃들을 알아본 란사에게 흥미를 느끼며 그녀에게 물었다.“밖에 있는 꽃들을 다 아는가?”“자색의 대나무꽃처럼 생긴 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조금 압니다.”“그래? 그렇게 많이 안다고?”노파는 못 믿겠다는 듯, 란사를 바라보았다. 정원의 꽃숲에는 무려 백 가지가 넘는 독꽃이 자라고 있었다.그런데 눈앞의 소년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하나 제외 모두 안다고 말했다.노파는 란사에게 십여 종의 꽃들에 대해 질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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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8화

놀랍게도 노파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존재하지. 그곳은 신령들께서 거주하시는 곳이라네.”신령이라는 말에 란사와 온권승 일행의 얼굴에 미세한 변화가 스쳤다.그들은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 계동취선향이 가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선인이니 신령이니, 이 세상에 진짜로 그런 게 존재할 리가 없었다.모두가 인간이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지 않은가.처음부터 그들은 찾을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다.대충 찾아보고 없다는 것만 확인한 후에 결단을 내리기로 했던 것이다.그런데 그런 곳이 정말로 존재한다니!그렇다면 란씨 가문의 보물지도 역시 진짜인 것일까?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은 란사는 잠시 침묵하며 두 번째 질문을 준비했다.그러나 이번에는 그녀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누군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신령님들은 아직 살아 계신가요? 그곳에서 살고 계시나요?”소리는 대문 쪽에서 들려왔다.온권승은 눈살을 찌푸리며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당장 나가지 못할까!”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온모가 아니었다. 늘 신경 쓰이던 일에 대한 대답을 들은 터라, 반드시 확실히 알아내고 싶었다.“말씀해 보세요. 방금 하신 말이 사실인가요? 선향이라는 곳에 신령님이 살고 계신다고요?”그녀는 초조한 마음에 안쪽으로 걸어들어왔다.그러나 문턱을 넘은 순간!“악!”갑자기 나타난 푸른뱀이 온모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고, 온모는 깜짝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정신을 차린 그녀는 곧바로 란사에게 소리쳤다.“뭐 하는 짓이야! 당장 이 징그러운 거 안 치워?”란사는 들은 체도 않고 뱀이 대문 앞을 지키도록 내버려두었다.“무례한 것.”노파도 이를 보며 표정을 굳혔다.“내 분명 내 안뜰에는 셋만 들어오라고 말했거늘. 함부로 내 땅을 밟은 것만으로도 이미 죽을 죄를 지었지만, 이 소년을 봐서 목숨은 살려주마. 이렇게 경고했는데도 물러가지 않는다면 이 노인네도 가만히 보고만 있진 않을 것이다.”“당신!”분노한 온모가 소리를 질렀지만 온권승이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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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9화

“계동취선향의 원본은 내 손에 있다. 만약 그 선향 유적이 진짜라면 넌 반드시 나와 힘을 합쳐야 하지.”온권승의 말에 란사의 얼굴에 잠깐 살기가 스쳤다.“지금 당장 당신을 죽이고 계동취선향의 원본을 손에 넣을 수도 있겠죠.”온권승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물론 그것도 방법이겠지만, 이 시국에 나와 생사 결판이라도 내겠다는 말이냐?”그는 란사의 뒤에 있는 사람들을 힐끗 보았다.“네가 데려온 사람들 중 절반의 인력이 어제부터 사라졌더구나. 그들이 몸을 숨기면서 내게 위협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나도 아무런 대비를 안 해둔 것은 아니란다.”협박성 다분한 그의 말에 란사의 눈빛이 매서워졌다.“그런가요? 그럼 어디 해보죠. 사라진 제 사람들이 근처에 있을지 없을지 두고 보면 알겠죠.”분위기는 순식간에 팽팽해졌고, 온권승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주변 공기마저 차가워진 느낌이었다.잠시 후, 란사의 살기가 진심인 것을 느낀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입을 열었다.“되었다. 난 너와 다툴 생각이 없어.”그는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희귀 약재나 맹독은 갖고 있지 않지만, 가진 게 이것 하나 있지. 받을지 말지는 네가 판단하거라.”말을 마친 그는 손에 있던 것을 란사를 향해 던졌다.옆을 지키고 있던 한아가 그것을 받았다.그것은 알이었다.“소주, 이것은….”란사의 눈빛에 놀라움이 잠깐 스쳤다.그녀는 온권승을 바라보며 물었다.“이건 대체 어디서 구한 거죠?”“그건 말해줄 수 없으니 원하면 가져가고 아니면 말거라.”란사는 당연히 마다하지 않았다.그 알은 산덕이 그녀에게 준 검은 까마귀 충왕알과 무척 닮았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산덕에게서 챙긴 알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란사는 알 안에 생기가 남아 있음을 확인한 후, 한아에게 챙기라고 지시했다.“그럼 이거로 퉁치죠.”말을 마친 그녀는 배낭에서 네모난 상자 하나와 옥병 하나를 꺼내는 척했다.잠시 후, 그들은 다시 노파의 안뜰로 돌아갔다.“할머니, 이건 꽤나 오래된 진귀한 약초고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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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0화

곧이어 그는 란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표정은 딱히 변함이 없었지만 그가 무척이나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란사도 눈치챌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요즘 정상인처럼 걷고 움직이는 온권승을 담담히 힐끗 본 후에 바로 시선을 거두었다.“할머니께서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이 약초가 할머니를 조금이라도 기쁘게 해드릴 수 있다면 그 값어치를 한 것이지요.”마음 씀씀이도 너그럽고 말도 예쁘게 하는 소년을 누군들 싫어하겠는가.노파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란사가 건넨 독약을 도로 돌려주었다.“되었네. 난 이 용골련이면 충분해. 이건 자네가 직접 연구한 것이니 잘 간수하게. 이것까지 내게 줄 필요는 없네.”란사는 좀 더 권하고 싶었지만 노파는 빨리 그림을 달라며 재촉했다.“아까 약속한 대로 노선을 그려주지. 다만 경고 한마디 하자면 그 길 곳곳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가까이 갈수록 험난한 상황이 많아질 거네. 그러니 꼭 조심하게.”“걱정 감사합니다. 명심하죠.”한 시진 후, 란사 일행은 완벽한 노선도를 손에 넣었다.그 위에는 노선 말고도 위험 요소들이 있는 위치까지 표기되어 있었다.미지의 곳은 노파도 발길을 들인 적 없는 곳이었다.이에 대해 노파가 말했다.“따로 표기해 둔 곳들은 절대 발을 들여서는 아니 되네. 그곳은 살아서 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위험한 곳이니 발을 들인다면 나올 수 없을 거네.”“명심하겠습니다, 할머니.”지도를 잘 챙긴 란사는 노파에게 작별을 고하고 정원을 나섰다.부락 입구를 나서자 란사는 누군가의 집요한 시선을 느꼈다.뒤를 돌아보니 앞서 그들의 길안내를 맡았던 외팔소년이 바위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소년은 바위에서 뛰어내리더니 유유히 시야에서 사라졌다.란사는 시선을 거두고 짐을 돌보고 있던 고양에게로 다가갔다.말에 오르려던 찰나, 온권승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네 손에 남은 용골련이 얼마나 있느냐.”란사는 움직임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그게 왜 궁금하시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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