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391 - Chapter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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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란 영감은 한때 란씨 가문의 총괄 집사로서 눈치가 꽤 빠른 편이었다. 그날 수월관으로 돌아가는 길, 란 영감은 온사에게 물건 하나를 건넸다.“아가씨, 저는 란씨 가문에서 태어나서 일평생 란씨 가문의 은혜를 입으며 자랐습니다. 그러니 죽어서도 가문을 위해 뭔가를 하다 죽고 싶어요. 그러니 이걸 꼭 받아주시고 저에게 아가씨를 위해 일할 기회를 주십시오.”온사를 만나기 전, 그는 그저 그렇고 그런 인생 이대로 살다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온사가 찾아온 이후로 그는 가문을 위해 새롭게 살아 보기로 결심했다.온사는 란 영감이 건넨 계약서를 바라보며 재차 물었다.“아저씨,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신가요?”란 영감은 귀운 산장을 한참 뒤돌아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온사를 바라보며 정중한 표정으로 말했다.“예, 제가 스스로 고민하고 내린 결정입니다. 저는 평생 란씨 가문에만 충성하기로 한 사람입니다. 큰 공자와 다른 공자들도 큰 아가씨의 아이이긴 하지만 란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죠. 하지만 아가씨는 다릅니다.”굳이 선택할 필요도 없었다.처음부터 선택지는 하나였다.온사는 그가 내민 계약서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예,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제 신변에는 사람이 몇 없으니 앞으로 아저씨가 잘 보살펴 주세요.”란 영감은 그녀가 계약서를 받는 걸 보고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걱정 마세요, 아가씨. 앞으로 제가 아가씨를 위해 궂은 일은 다 도맡아 하겠습니다.”이제 온사는 그의 유일한 주인이 되었다.상한아는 부러운 표정으로 란 집사를 바라보았다.‘정말 좋겠네. 성녀 전하의 사람이 되었으니. 전하께서 내 계약서도 받아주셨다면 내가 성녀 전하 신변의 유일한 시종이 되는 것인데!’상심을 느낀 상한아는 손수건을 꽉 쥐고 원망 섞인 눈으로 란 집사를 바라보았다.란 집사도 시선을 느끼고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온사는 그렇게 귀운 산장을 떠났다.하지만 이대로 사건을 마무리지을 생각은 없었다.그녀의 복수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귀운 산장에 든 도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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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넷째야, 정말 그 독약을 뿌리면 약초밭에 다시는 약초를 재배할 수 없게 되는 거니?”“물론입니다.”온옥지는 자랑스럽게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고근나무의 즙은 제가 귀의독왕의 독경에서 본 독입니다. 해독 방법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귀의 독왕 본인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은 아무도 그 밭을 못 살려요.”그 말을 들은 온자월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럼 됐어. 이번에는 온사 그년 제대로 혼쭐을 내줘야겠어. 어차피 약초밭을 훼손한 거고 온사 걔한테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으니까 걔도 우릴 어쩌지 못할 거야. 소문을 내도 이 정도는 사소한 일이니까.”온자월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온옥지도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걔 뭘 어쩌지 못할 거예요. 어쩌면 그 약초밭이 아까워서 우리한테 사정하러 올 수도 있겠죠. 그때는 막내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야죠. 막내가 궁에서 얼마나 고생했는데요.”“역시 넷째 넌 똑똑해.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니.”온자월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아주 좋은 생각이야. 온사 걔 진작에 막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했어야 했어. 그리고 거기서 끝낼 게 아니라 대외적으로 막내의 신분에 대해 해명하라고도 해. 그래야 막내도 고개 들고 밖을 돌아다닐 거 아니야.”그 말을 들은 온옥지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다.“막내의 신분이요? 하지만 막내의 신분에 수상한 점이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걸 해명하려면 어려울 것 같은데, 혹시 형님은 뭐 생각해 두신 거라도 있어요?”“뭘 말이야?”온자월이 당황하며 물었다.“예를 들면… 차라리 막내를 진국공 가문의 적녀로 올리는 건 어때요? 그렇게 되면 막내도 우리의 진짜 동생이 되는 거고 사람들이 의심해도 감히 대놓고 뭐라 하지는 못할 것 아니에요.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온자월의 표정변화를 관찰했다.온자월은 턱을 만지며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괜찮은 방법이긴 한데 아버지가 그걸 허락하실까?”“아버지께서 반대할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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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이른 아침이라 온자월 형제는 한창 잠을 자고 있다가 불호령에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아버지, 무슨 일이세요?”“어우, 추워. 아버지, 잠시 옷만 좀 갈아입을게요.”“옷은 무슨! 너희 때문에 내가 밖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온권승은 온자월과 온옥지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저택 대문 앞에 도착하자 입구에 서 있는 온장온이 보였다.“큰 형님은 왜 여기 계세요?”“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예요?”아직 상황을 모르는 온자월이 물었다.온장온은 두 사람을 힐끗 보고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너희가 나가서 직접 봐.”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온자월과 온옥지의 코끝에 참을 수 없는 악취가 풍겨왔다.“이게 무슨 냄새지?”온자월은 코를 틀어막으며 바깥으로 나갔다가 펼쳐진 광경을 보고 분노가 치밀었다.“이거 누가 이랬어?”“어느 간덩이 부은 놈이 감히 진국공부 대문에 이딴 걸 부어!”당장 구토가 올라올 것 같은 역겨운 냄새에 온자월은 코를 틀어막으며 욕설을 퍼부었다.뒤를 따라나온 온옥지의 표정도 음침하게 굳었다.진국공부 대문에 누군가가 똥을 끼얹고 간 것이다.진동하는 악취에 지나가던 백성들도 그들을 힐끔거리며 멀리 피해서 지나갔다.그리고 지면에는 범인이 쓴 것으로 보인 짤막한 말이 쓰여 있었다.[받은 만큼 돌려드렸습니다.]온권승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가 했는지 알 것 같았다.그리고 멍청한 아들들이 금방 귀경한 온사를 도발했다는 것도 바로 눈치챘다.“범인을 알 것 같아요.”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온자월이 이를 갈며 말했다.“온사 그 계집애가 한 짓이 분명해요!”짝!온권승은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아들의 귀뺨을 쳤다.“멍청한 것, 내 그리 경고했거늘. 다시는 찾아가서 걔 건들지 말라고. 이제 며칠이 지났다고 또 사고를 쳐! 대체 너희들은 가문을 말아먹고 싶은 게냐?”말을 마친 온권승은 음침한 눈으로 온옥지를 노려보았다.“넌 네가 지병이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할 거다. 안 그랬으면 너도 네 형처럼 한대 맞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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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이젠 말대꾸까지 해?”온권승은 다시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옆에 있던 온장온이 그를 말리며 말했다.“그만하세요, 아버지.”온장온은 온자월을 한쪽으로 밀치며 담담히 말했다.“이제 와서 아무리 공명정대한 척해도 이미 바닥으로 추락한 진국공부의 명성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 가문은 썩었어요.”말을 마친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똥 무더기를 지나 마차에 올랐다.온자월은 경악한 눈으로 큰 형을 바라보았다.다시 고개를 돌리자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음침한 얼굴을 하고 서 있는 아버지가 보였다.결국 온권승은 하는 수없이 악취를 풍기며 황궁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온자월과 온옥지는 잠시 금족령이 떨어졌다. 온권승은 조회에 갔다 와서 보자며 으름장을 놓고는 집을 나갔다.이날 아침 진국공 저택에서 벌어진 일은 어느새 온 경성에 소문이 퍼졌다.그들은 또다시 한량들의 술안주가 되었다.그리고 그 얘기는 당연하게도 섭정왕부에 전해졌다.북진연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대체 그 멍청이들이 무슨 짓을 했길래 애가 그렇게나 화가 났을까?”전에도 반격을 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더러운 방식은 아니었다.그는 대문을 열고 나와 광경을 목격한 온권승의 얼굴이 어땠을지 상상이 갔다.웃고 있던 북진연은 고요가 가져온 소식을 듣고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약초밭을 훼손했다고?”북진연은 귀경길에 온사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 재차 물었다.“어디 약초밭을 훼손한 거지?”고요는 싸늘하게 변한 그의 표정을 보고 다급히 말했다.“귀운 산장의 약초밭이랍니다. 전에 심었던 약초 대부분이 훼손되었고요 텃밭에 독약까지 뿌려서 약초를 아예 못 심게 만들었대요. 성녀 전하의 약초밭을 모조리 훼손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쾅!그 말을 들은 북진연은 손바닥으로 책상을 치며 벌떡 일어났다.“사람을 시켜 진국공부 대문에 더 부으라고 해. 아무도 감히 외출을 못하게 아주 많이!”고요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뭘 부으란 말입니까?”북진연은 싸늘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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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온권승은 화병으로 몸져눕고 말았다.전에도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피를 토한 적 있었는데 의원은 감정조절을 잘하고 절대 충격을 받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또 분노로 쓰러진 것이다.그리고 진국공 대문에 연속 며칠 똥냄새가 진동한다는 소문은 온 경성으로 퍼졌다.어린 황제는 아주 인자하게도 집에서 푹 쉬라는 전갈을 보냈다.“아버지께서 온사 그년 때문에 몸져누웠다는 게 사실이야?”소식을 들은 온모는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향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예, 사실입니다.”“대체 무슨 일인데 바깥이 이렇게 시끄러워? 오라버니들도 나 보러 오지 않고.”온모는 아직 휴양 중이라 처소를 나가지 않았기에 바깥에서 벌어진 일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온자월과 온옥지가 며칠이나 방문하지 않자 불안감이 엄습했다.이미 외부에 쫙 퍼진 소문이었기에 향하는 근래 진국공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그 말을 들은 온모의 얼굴은 혐오감으로 가득했다.‘멍청한 것들, 그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해서. 할 거면 뒷일을 깨끗이 처리하든가.’이대로 가다가는 진국공부 적녀가 되기도 전에 가문의 명성이 바닥으로 추락할 것 같았다.“진국공 나리께서는 아프셔서 휴양 중이라 아가씨를 보러 오시지 못한 거예요. 그러니 아가씨는 처소에서 부상 치료에만 집중하세요. 부상이 나아야 외출도 하죠.”어쨌거나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말이었다.온모는 속으로 코웃음 치면서도 겉으로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버지가 몸져누우셨는데 딸인 내가 어찌 가만히 있겠어. 향하야, 외출 준비 좀 도와줘. 아버지를 뵈러 가야겠어.”말을 마친 그녀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향하는 아무 말없이 가서 옷을 챙겨주었다.그렇게 온모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온권승의 처소로 향했다.향하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처소에 도착하자 온모는 뒤돌아서 향하에게 말했다.“아버지께서 편찮으시다니 넌 밖에 있어. 사람이 많아봐야 정신만 사나우니까.”향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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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너무 많은 사고를 처리하다 보니, 온권승은 자식들 단속을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안 그러면 또 나가서 무슨 사고를 칠지 장담할 수 없었다.온자월이 그랬다.온권승이 쓰러지자마자 온자월은 밖으로 뛰쳐나갔다.소식을 들은 온권승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당장 나가서 찾아! 그 멍청한 자식 당장 잡아서 끌고 와! 안 돌아온다고 하면 다리를 분질러서라도 끌고 와!”집사는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진국공이 그렇게 말한들 하인들이 어찌 감히 도련님의 다리를 부러뜨릴 수 있을까.다행히 온권승은 바로 말을 바꾸었다.“아니다. 가서 장온이 좀 불러와. 걔한테 가서 멍청한 동생 집으로 좀 끌고 오라고 해!”진국공부의 그림자 호위들이 변을 당한 이후, 급하게 새로 육성하긴 했지만 그들은 온자월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가 나간다고 하면 아무도 막을 사람이 없었다.유일하게 그를 막을 수 있는 온권승마저 쓰러졌으니 온자월은 지금 고삐 풀린 말이었다.그동안 분노를 참고 있었는데 드디어 분풀이를 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진국공부를 나온 온자월은 바로 성밖으로 향했다. 아버지의 지시 때문에 저택에서 말이나 마차를 준비해 주는 사람도 없어 그는 일단 말부터 구해야 했다.그가 한 골목길로 들어서자마자 머리 위에 그림자가 지더니 마대 하나가 상공에서 떨어졌다. 이상함을 느낀 온자월은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상대가 더 빨랐다.퍽!추월은 주먹으로 온자월의 뒤통수를 쳐서 쓰러뜨린 후, 재빨리 그를 마대에 담았다.한 시진 후, 온자월은 드디어 눈을 떴다.눈을 뜬 그는 익숙한 얼굴을 마주하고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둘째 형님? 형님이 왜….”“온자월! 넌 양심이 없어?”온자월은 철창 안에 갇혀 있었다. 분노한 온자신은 욕설을 퍼부으며 그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너와 넷째가 나에게 독을 먹인 걸 아직 가서 따지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온사의 약초밭을 훼손하고 나한테 뒤집어씌우려고 했어? 대체 나와 온사가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짓까지 하는 거니?”“그게 내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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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퍽!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었던 온자신은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형님!”맞아서 화가 난 온자월도 반격을 하면서 둘은 치고 박고 싸우게 되었다.철창에 갇힌 두 사람은 피할 곳이 없으니 그들이 휘두른 주먹은 인정사정없이 상대의 몸에 맞게 되었다.얼마 안 가 그들은 얼굴이 시퍼렇게 멍이 들고 볼품없이 되었다.그들이 그 난리를 피우는 동안 온사는 그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약을 조제하고 있었다.그들이 지쳐서 나앉았을 때, 약이 완성되었다.알약이 아닌 냄새가 이상한 약물이었다.약병에 그것을 담은 그녀는 철창밖으로 다가가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젠장.”입가가 터진 온자월은 통증을 느끼며 욕설부터 퍼부었다. 그는 철창을 잡고 온사를 노려보며 말했다.“온사, 네가 뭘 하려는지 알아. 내가 네 약초밭을 훼손한 것 때문에 보복하려는 거잖아. 네 손에 잡혔으니 별 수 없지. 말해. 얼마면 날 풀어줄 거니?”“은화를 준다고요?”온사는 온자월을 빤히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공자는 왜 내가 공자를 곱게 보내줄 거라 생각하는 거죠?”온자월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안 내보내면? 평생 날 여기 가둬둘 거야? 네가 그렇게 하려고 해도 그럴 능력이 있어야지. 아버지가 곧 날 찾으러 오실 거야. 그때가 되면 네가 조건을 제시하고 싶어도 아버지께서 안 들어주실걸.”온사는 손에 든 약병을 매만지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내기할까요?” “무슨 내기?”온자월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온사가 담담히 말했다.“공자의 아버지인 진국공 어르신께서 공자가 죽기 전에 여기까지 찾아오는지 내기하죠.”온자월은 눈을 가늘게 뜨며 온사를 노려보았다.“누군가는 7일 동안 밥을 못 먹으면 굶어 죽지만 누군가는 좀 더 오래 버틸 수도 있지요. 한달을 굶어야 죽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니 공자는 한달이라는 시간 안에 진국공이 공자를 찾아낼 수 있을지 내기하시면 돼요.”온자월은 자신 있게 말했다.“한달도 필요 없어. 7일이면 돼.”경성에서 무소불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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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그들은 란자군이 출산할 때마다 선물을 보내왔다.온사에게 준 귀운 산장처럼 그녀의 네 오라비들도 장원을 선물받았다.온사는 그때 막내이자 유일한 외손녀라고 봉운루까지 덧붙여서 주었던 것이다.온자월은 교외에 있는 석해 산장을 선물로 받았다.전생에 온모는 그들이 갖고 있는 장원을 탐냈다.란씨 가문에서 특별히 손자와 손녀들을 위해 지은 장원이었고 그냥 두고만 있어도 돈이 벌리는 알짜배기 땅이었다.온모는 태어나자마자 막대한 부를 손에 쥔 그들을 질투했다.그래서 그녀는 온자월과 형제들을 시켜 온사의 손에서 귀운 산장과 봉운루를 빼앗은 후에 또 그들을 현혹시켜 그들이 갖고 있는 장원까지 손에 넣었다.하지만 정작 그걸 소유하게 된 이후로는 하찮게 생각했다.특히나 온사의 귀운 산장과 봉운루는 아예 황무지로 만들어 버렸다.온사가 따지자 그녀는 온자월의 품에 안기며 눈물을 흘렸다.“저는 그저 귀운 산장이랑 봉운루에 갈 때마다 어딘가 불편했어요. 매번 들어가면 귓가에 귀신이 속삭이는 것처럼 오싹했거든요. 혹시 원귀가 붙었나 해서 허락도 안 구하고 철거한 거예요. 언니, 미안해요. 화가 안 풀린다면 저를 때려요. 제가 철이 없어서 그랬어요. 다음엔… 다음엔 다시 이런 짓하지 않을게요….”말을 마친 온모는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고 온자월 형제는 그런 그녀를 안쓰럽게 생각하며 오히려 온사를 욕했다.“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욕심만 가득해서는!”“귀운 산장이랑 봉운루는 네 것도 아니잖아. 그거 막내 거야. 막내가 어떻게 처리하든 그건 막내 마음이지 너랑 무슨 상관이야!”“그만해, 온사야. 앞으로는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릴 찾아오지 마. 우리가 널 도와줄 거라는 생각도 하지 말고.”“당장 꺼져. 또 막내 괴롭히다가 걸리면 가만 안 둬!”분명 오래 지난 일이었지만 온사는 지금도 그들의 비난이 귓가에 들리는 것처럼 생생했다.온사는 싸늘한 눈빛으로 분노에 찬 온자월을 바라보았다.‘전생에 너희는 온모를 도와 내 산장과 주점을 모두 앗아갔었지. 그러니 이번 생에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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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온자신은 역겨운 냄새를 참으며 쓰러진 온자월을 부축해서 일으키고 눈을 까뒤집어 생사를 확인했다.그는 그냥 기절한 상태였다.온자월과 반대로 온자신은 악취 외에 아무런 불편한 점이 느껴지지 않았다.‘온사가 일부러 나를 피해서 뿌린 건가?’그런 생각이 들자 온자신은 기쁜 마음이 들었다.‘온사가 약을 뿌릴 때 셋째에게만 뿌리긴 했어. 그렇다는 건 그래도 나는 용서해 준다는 말일까?’온자신은 축축히 젖은 옷자락에는 눈길도 안 주고 온사가 다른 가족에 비해 자신만 유독 다르게 대한다는 것에 감격했다.한편, 공간을 나온 온사는 평소처럼 경문을 외우고 약초를 가꾸었다.그리고 그날 오후, 진국공부에서 사람이 왔다.그들은 수월관 사태들에게 셋째 공자를 본 적 있느냐고 물었고 못 봤다는 대답을 들은 후에는 순순히 돌아갔다.수월관 사태들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온자월은 추월이 경성에서 잡아 몰래 끌고 온 것이었다. 수월관 사태들은 물론이고 처소에서 함께 생활하는 상한아조차 그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그래서 진국공부 사람들은 수월관을 찾아왔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하루가 지난 후, 다음 날 저녁 온사는 느긋하게 옥패 공간에 진입했다.온자월은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고 온자신만 철창 안에서 온사가 가져다준 밥을 먹고 있었다.채소 반찬뿐이었지만 그는 맛있게 먹었다.그는 아마 여기가 남산일 거라고 속으로 추측했다.이렇게 소박한 음식이라면 수월관에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식사를 마친 온자신은 조용히 철창 밖에서 약을 조제 중인 온사를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아직도 깊게 잠들어 있는 온자월에게로 시선이 갔다.그는 어제 잠든 이후로 한 번도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게다가 잠을 자며 무슨 악몽을 꾸는지 오만상을 쓰며 이마에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가끔은 경련을 일으키거나 알아듣지 못할 헛소리를 늘어놓기도 했다.“온… 아니, 무우야.”소리를 들은 온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그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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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누각 안은 다시 고요함이 찾아왔다.온자신은 아무 말없이 조용히 온사를 바라보며 눈물만 흘렸다.반 시진 후, 온사는 거의 완성된 해독제를 들고 철창으로 다가가 온자월의 얼굴에 뿌렸다.잠시 후, 온자월은 천천히 의식을 되찾았다.그는 사방을 둘러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버지는 아직도 안 오신 건가?’몸을 일으킨 그는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온사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온자신을 발견했다.‘환각이겠지? 둘째 형님이 울고 있어?’온자월은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지 눈을 비볐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온자신에게 물었다.“형님, 울어?”그는 온사가 자신을 쓰러뜨리고 온자신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의심했다.온자월은 분노한 눈으로 온사를 노려보았다.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온자신이 싸늘한 어투로 그에게 말했다.“무우가 한 게 아니야. 쟤는 나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오히려 그래서 더 속이 상했다.차라리 온사가 자신을 때리거나 독을 먹이고 욕설을 퍼부었다면 오히려 더 편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에 온자신은 약간의 기대가 생겼다. ‘이러면 내가 더 힘들 걸 알아서 온사가 이런 방식으로 나에게 벌을 주는 걸까?’온자신은 부푸는 기대를 억누르며 조심스레 온사를 바라보았다.그 모습을 본 온자월은 인상을 찌푸렸다.“형님, 지금 꼴을 좀 봐. 겁쟁이처럼 뭐 하는 짓이야? 온사 쟤가 뭐 그리 무섭다고?”온자신은 뒤돌아서 동생을 힘껏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너나 잘해.”온자월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나도 상관하고 싶지 않은데 얼굴 좀 만져봐. 온사 쟤한테 괴롭힘 당해서 울고 있는데 내가 가만히 있어?”온사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비웃음을 지었다.“참 대단한 형제애로군요. 형에게 독약을 먹이고 범행을 하고 죄를 형님에게 뒤집어씌우려고까지 했으니.”“닥쳐! 푸흡!”온자월은 욕설을 퍼부으려다가 갑자기 피를 토했다.놀란 온자신이 다급히 물었다.“셋째야, 왜 그래?”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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