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411 - Chapter 420

441 Chapters

제411화

온권승이 미간을 확 찌푸리며 물었다.“어떻게 된 거지?”시종이 답했다.“한 달 전 큰 공자께서는 처소의 하인들 대부분을 물리고 심복 한 명만 남겼습니다.”남은 자는 온장온과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충복이었다.온권승의 표정이 어둡게 굳었다.최근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장남에게 관심을 줄 여유가 없었기에 그런 일이 있은 줄도 모르고 있었다.“되었다. 그 녀석이 신변에 사람이 많은 것을 싫어한다면 가서 귀찮게 할 것 없어. 평소에 큰 공자의 처소에 드나들 때만 주의해서 살펴봐. 이상한 점 있으면 바로 내게 와서 고하고.”“예!”진국공부에서 잠재적 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수월관도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그날 밤, 밭일을 마친 온사가 처소로 돌아오자 상한아가 한창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성녀 전하, 마침 시간 맞추어 오셨네요. 저녁 식사는 다 준비되었으니 어서 와서 드세요.”상한아는 마지막 반찬을 상에 올린 후에 신난 얼굴로 온사에게 말했다.“그래. 손만 씻고 바로 오마.”온사가 손을 씻으러 주방으로 향하는데 상한아가 따뜻한 물이 든 대야를 들고 나왔다.“전하, 날씨가 찹니다. 따뜻한 물로 씻는 게 건강에 좋아요.”온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는 손을 씻고 식탁 앞에 마주앉았다.“추월 언니, 와서 저녁 드세요!”상한아의 부름에 추월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먹자.”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는데도 상한아는 여전히 온사의 등 뒤에 서 있었다.온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왜 앉지 않고?”상한아는 웃으며 말했다.“저는 성녀 전하의 시중을 드는 시녀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성녀 전하와 겸상을 하면 안 되지요.”그 말을 들은 온사는 담담한 얼굴로 수저를 내려놓았다.“내 말했지 않니. 너와 나 사이는 매매 계약도 쓰지 않았고 주종 관계가 아니라고. 그냥 앉아서 먹어.”상한아가 거절의 말을 하려는데 온사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앉아서 안 먹을 거면 다 같이 먹지 말자꾸나.”추월은 이미 그녀가 수저를 내려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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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온사는 김사도를 시켜 부상자를 주방으로 데리고 들어가게 했다.등불 아래에서야 비로소 부상자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수염으로 뒤덮인 얼굴의 사내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피가 흐르는 입술이 그의 고통을 말해주고 있었다.“독이 발작했네.”김사도는 조용히 그자를 바닥에 눕혔고 온사는 바로 진찰을 시작했다.그녀는 손을 깨끗이 씻은 후에 사내의 눈, 코, 입, 귀를 자세히 관찰하고 손목에 대고 진맥을 보았다.“기혈이 역류하며 폭주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오늘 밤을 넘길 수 없을 거야.”“다른 방법이 없겠습니까?”김사도는 간절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백초유에 대해 알아보라고 했잖습니까. 가르엘 형님이 그때의 일을 알고 있습니다. 상황을 묻고자 찾아갔는데 만나자마자 독이 발작했어요.”“한아야, 내 방에 가서 약상자를 가져오렴.”상한아는 바로 밖으로 나가 약상자를 들고 왔다.온사는 상자에서 은침을 꺼내 얼마 전 막수와 함께 연구한 혈자리에 침을 꽂았다.그리고 상자에서 알약 하나를 꺼냈다. 하지만 가르엘이 입술을 굳게 깨물고 있어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다.“추월아, 턱을 탈골시켜.”온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지시를 내렸다.추월은 곧장 앞으로 가서 사내의 턱을 잡았다. 우드득 소리와 함께 사내의 턱뼈가 탈골되며 드디어 입을 열 수 있었다. 온사는 그의 입안으로 알약을 넣은 후 다시 탈골된 턱뼈를 원상복귀 시켰다.옆에서 과정을 지켜본 김사도의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이렇게 폭력적인 치료 과정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잠시 후, 온몸을 떨던 가르엘이 점차 평온을 찾아가고 있었다.“방금 먹인 건 뭡니까? 벌써 해독제를 연구해낸 겁니까?”김사도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온사에게 물었다.온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해독제가 아니라 통증만 완화하는 약이야. 이 사람은 아직 발작이 진행 중이고 내 약은 고통만 좀 덜어줬을 뿐이야. 발작을 버텨낼 수 있을지는 그에게 달렸어.”해독제는 아니었지만 가르엘이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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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내가 너희를?”온사는 담담한 눈으로 가르엘을 바라보며 말했다.“미안하지만 난 너희들에게 바랄 만한 것이 없고 개를 기르는 취미도 없어.”하지만 가르엘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녀를 차갑게 응시했다.“그만하세요, 가르엘 형님. 형님께선 얼마전까지 폐관 중이셔서 아직 상황을 모르니까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김사도는 다급히 가르엘을 말렸다.“이분은 대명 왕조의 황제가 석 달 전에 책봉한 일대 성녀 전하입니다. 또한 한때는 진국공부의 적녀이기도 했지요.”김사도는 적녀라는 단어를 강조해서 말했다.그 말을 들은 가르엘은 혼자 고심하는 듯하더니 눈을 번쩍 떴다.“진국공부의 적녀라고? 란자군의 딸?”온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란자군의 딸은 맞으나, 이제는 진국공부의 적녀가 아니야.”그 말을 들은 가르엘은 그제야 경계를 조금 풀었다.“그랬군. 김사도 이 녀석이 말한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성녀였다니.”온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이리 쉽게 나를 믿는다고?”가르엘은 곧바로 표정을 풀고 공손히 말했다.“같은 적을 가진 사람은 아군이라 하였습니다. 하물며 성녀 전하는 란자군 마님의 따님이지 않습니까. 한때 란씨 가문의 명성은 천하에 자자했지요. 이 늙은이도 오래전부터 란씨 가문을 존경스럽게 생각했으나 좀처럼 방문할 기회가 오지 않았지요. 나중에 란씨 가문의 비보를 들었습니다만… 죄송합니다. 소인이 실언을 하였네요.”김사도가 곁에서 눈치를 주어서야 가르엘은 자신의 말실수를 깨닫고 온사에게 사과했다.“괜찮아.”온사도 표정을 풀고 무심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그대가 나를 믿는다고 하니 나도 그대에게 거래를 하나 제안하지.”“무슨 거래요?”가르엘은 온사와 김사도 사이의 거래에 관해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김사도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아, 참. 형님한테 아직 말씀 못 드린 게 있는데 사실 제가 성녀 전하와 거래를 하나 했거든요. 성녀께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해독제를 만들어 주시면 제가 과거 란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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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출신과 체면을 목숨처럼 귀하게 여기는 양반 가문이라면 온모는 진작에 어미의 뱃속에 있을 때 그 어미와 함께 맞아 죽었어야 마땅했다.하지만 백초유는 온권승에게 특별한 존재였다.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정인이었다. 다만 당시 진국공 세자였던 온권승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백초유를 버리고 란씨 가문의 외동딸인 난자군과 혼례를 올린 것이었다. 란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그는 결국 야망을 이루었고 조정을 장악한 최고의 권력 가문이 되었다.그러나 바로 그때, 버림받았던 백초유가 불만을 품고 그를 다시 찾아왔고 계략을 꾸며 그와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그리고 그날 직후 백초유는 또다시 모습을 감추었다.그녀에게서 다시 소식이 들려온 것은 이미 아이를 배고 출산이 임박했을 때였다.백초유는 평소 독약을 다뤘던 탓에 이미 몸이 망가진 상태였고 아이를 출산한다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그녀는 고집스럽게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그녀는 온권승을 원모했지만 동시에 증오했다.그녀는 이 아이를 매일 마주하며 온권승이 매일같이 죄책감과 후회에 시달리기를 바랐다.그리고 정인을 빼앗은 그 여자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그래서 자신의 아이가 그녀의 아이들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자신의 복수를 해주길 바랐다.결국 백초유의 바람대로 온권승은 죄책감 때문에 그들의 딸 온모를 진국공부로 데려왔고 그녀의 딸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진국공 가문을 무너뜨리고 온사에게 처절한 고통을 안겨주었다.물론 그건 전생의 일이었다.이번 생에 복수를 꿈꾸는 자는 온모뿐이 아니라 온사도 마찬가지었다.온사는 담담히 질문을 이어갔다.“그래서 그 여자는 출산 직전에 온권승에게 소식을 전하고 또 뭘 했지?”우연의 일치인 건지 백초유도 온모를 낳으며 난산을 겪었고 두 달 후 온사를 출산한 란자군도 난산을 겪었다.비록 출혈이 심해서 죽기 직전인 것을 가까스로 살려냈지만 어머니가 그녀를 낳으면서 원기를 상한 것은 사실이었고 몇 년 못 가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가르엘이 말했다.“아마 란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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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이어지는 가르엘의 말은 그녀의 예상을 적중했다.“그 꽃은 씨앗에서 꽃이 피기 전까지 과정에서 무색무취의 독을 방출합니다. 그 독은 서서히 인체에 침투해 들어가고 시간이 지나면 몸이 점점 쇠약해져 가다가 일반 사람은 두 달 후면 죽게 됩니다. 중독부터 죽음까지 원인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병에 걸린 줄 알 겁니다. 죽는 순간조차 병으로 죽는 줄 알겠지요.”“마님께서는 이미 독에 중독된 상태였기에 전하를 낳을 때 난산을 겪은 겁니다. 아마 백초유는 모녀 모두 죽게 할 생각이었겠지만 마님께서 위기를 극복하신 모양입니다.”온사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표정은 변함이 없었지만 손바닥에서는 이미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가르엘이 계속 설명을 이어갔ㅆ다.“아마 진국공이나 난씨 가문에서 마님의 목숨을 억지로 붙들어 놓았기에 사망 시간을 조금 뒤로 늦추었을 것입니다.”그렇다고 해도 불과 몇 년이었다.결국 그녀의 어머니는 악랄한 백초유의 손에 죽었다.어머니의 목숨을 붙들어 놓았던 사람이라면 온사는 누군지 알 것 같았다.그녀는 시선을 바닥에 둔 채,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알려 주어서 감사하네. 앞으로 두 사람은 계속해서 백초유가 어머니를 죽인 단서를 추적해 주시게. 그 꽃을 찾을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찾아보게.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해 해독제를 만들어 주겠네.”어머니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는 없었다.온권승, 온모 모두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김사도와 가르엘이 떠난 후, 온사는 홀로 방으로 돌아와 옥패 공간에 진입했다.그녀는 어머니의 묘비를 찾아가서 그 옆에 걸터앉았다.그 오랜 시간을 거쳐서 드디어 어머니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우습게도 온자월이 떠올랐다.그녀는 왜 자신과 피를 나눠가진 오라버니가 그렇게까지 온모를 편애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모든 진실을 눈앞에 가져다 놓아도 그는 여전히 온모를 믿었다.왜 한 번도 그녀의 말을 들어주려 하지 않을까?왜 한 번도 그녀를 믿어주지 않고 매번 온모를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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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온모가 아니었다.그녀는 재빨리 달려가서 온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다.“잠시만요, 오라버니. 꼭 드릴 말씀이 있어요.”“비켜.”온자신이 차가운 얼굴로 대꾸했다.온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가련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오라버니, 제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잠시 제 말 좀 들어주시겠어요? 몇 마디면 돼요. 말만 하고 바로 갈게요. 오라버니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게요.”“지금 방해하고 있잖아.”이미 온모의 본모습을 알아버린 온자신은 예전처럼 그녀를 귀여워해주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온모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겉으로는 슬프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그냥… 사과드리고 싶었어요.”“저를 대하는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알아요. 제가 잘못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저를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 다시는 그런 일….”“넌 잘못을 한 게 아니야.”온자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끊었다.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온모에게 말했다.“너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했어. 아무리 우리가 미웠어도 어머니의 시신에 손을 대면 안 됐어.”온모가 다급히 말했다.“예, 오라버니 말씀이 맞아요. 그건 해서는 안 될 일이죠. 비록 제 부하들이 멋대로 행한 일이지만 어쨌든 제 책임도 있으니까….”온모는 그날 현장에 온자신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녀가 했던 말, 섬뜩한 눈빛 모두 현장에서 지켜본 사람이 온자신이었다.그래서 그녀가 아무리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변명해도 전혀 신빙성이 없었다.온자신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온모를 빤히 쳐다보았다.온모는 그 모습이 너무도 낯설었다.“네 부하들이 멋대로 행한 일이라고?”온자신은 냉소를 지었다.“넌 우리 모두를 바보로 알고 있구나. 아니면 처음부터 네 눈에는 내가 사리 분별도 못하는 멍청이로 보였어?”온모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아니, 그런 것 아니에요! 오라버니, 제 말 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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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흙과 모종이 온모의 발 앞에 흩뿌려졌다.온모는 본능적으로 급히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전혀 인정사정 안 봐주는 온자신의 태도에 온모는 더 이상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녀의 표정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용서해 주실 마음이 없으시다면… 저 이만… 물러갈게요.”“향하야!”온모는 앙칼진 목소리로 향하를 불렀다.“멍하니 서서 뭐 해! 빨리 모종을 챙기지 않고!”향하는 서둘러 앞으로 다가와 조심스레 꽃 모종을 집어들었다.“아가씨, 화분과 흙은 어떻게 할까요?”“그런 쓸모없는 것들을 챙겨서 어디다 쓰려고? 가자.”온모는 더 이상 온자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뒤돌아서 급히 자리를 떠났다.온자신이 온모의 본모습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그의 앞에서 감정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더 이상 숨길 수도 억제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온자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빠르게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바닥에 흩어진 화분 조각과 흙을 치우라고 지시한 후,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사실 오늘 아침에 그는 남산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대문을 나서자마자 익숙한 얼굴을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다시 이 집에 돌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한 시진 전.온자신은 온자월이 깨어나고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어쩌면 배가 덜 고파서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스스로 깨어나기를 거부했을 수도 있었다. 그는 몽둥이에 맞아 기절한 후 하루가 지난 후에야 비로소 의식을 회복했다.그러나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오자 곧바로 일어나서 밥도 안 먹고 바로 밖으로 향했다.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기에 그는 순조롭게 진국공 저택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이대로 오두막에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성문 입구에서 뜻밖의 사람과 마주쳤다.“란씨 아저씨?”온자신은 란 집사를 보고 제 눈을 의심했다.란씨 가문이 변을 당한 해에 온자신은 네 살이었다.그는 어릴 때 동생들과 함께 외조부 댁에 와서 놀기를 좋아했다.그래서 외조부 댁에 관한 기억이 아직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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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어렵게 다시 만났는데 왜 도망치는 거지? 설마 내 얼굴을 보기 싫은 건가?’온자신은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란 집사를 빤히 바라보며 강경하게 말했다.“아저씨, 일단 내려요. 우리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 얘기나 좀 나눠요.”란 집사는 한숨을 내쉬고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잠시 후, 란 집사는 온자신과 함께 근처의 한 주루로 들어갔다.온자신은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고 란 집사는 구석진 곳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아저씨, 저 이제 온씨 가문 둘째 공자 아닙니다. 그러니 그렇게 서 계실 필요 없어요. 이리로 와서 앉으세요.”“아니요, 소인은 공자님들께 죄송해서 뵐 면목이 없습니다. 그러니 서 있는 게 편합니다.”온자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란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저씨, 어찌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때 외조부님 일가의 변고는 역적의 소행이었고 아저씨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변을 당하지 않고 지금까지 무사히 지내신 걸 알게 돼서 오히려 기쁜걸요.”“혹시 제가 아저씨를 추궁하러 왔다고 생각하셨나요?”온자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런 거라면 안심하셔도 좋아요. 아저씨가 외조부님에 대한 충성은 이루 말할 필요가 없지요. 저도 아저씨의 인품을 믿으니 어떻게 화를 면할 수 있는지 이유는 묻지 않겠습니다.”란 집사는 그 말을 듣고 조금 동요가 일었다.이렇게 사려 깊고 선량한 도련님께서 어찌하여 서녀 하나 때문에 그토록 아씨에게 각박하게 굴었단 말인가?어찌 친동생에게 그리 심한 매를 들 수가 있을까!란 집사는 치미는 분노를 참으며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온사가 미리 시켜준 대로 답했다.“둘째 도련님께선 참으로 사려 깊은 분이십니다. 그러니 소인이 어찌 거짓을 고하겠어요. 그동안 소인은 본디 도련님들을 찾아갔어야 하나 그해에 변고가 좀 생겨서 감히 찾아뵐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줄곧 경성 밖에서 숨어 지쟀지요.”“나중에 작은 아가씨께서 소인을 찾아와 노후를 보내라며 귀운 산장으로 데리고 가셨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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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도우면 안 된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온자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란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제 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요? 아버지의 목소리가 확실한가요? 잘못 들은 게 아니라요?”아버지가 그런 말을 했을 리 없었다!온씨 가문과 난씨 가문은 예전부터 아주 친밀한 사이였다.외조부 일가족은 그들을 아낌없이 지원해 주었고 아버지와 진국공부를 최선을 다해 도왔다.굳이 그가 기억하지 않아도 온 경성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아버지도 늘 그들에게 외조부 가문의 은혜를 잊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며, 십여 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그들을 데리고 외조부 일가의 묘소를 찾아 제사를 지냈다.이 모든 것이 두 집안이 얼마나 각별한 사이였는지를 증명하고 있었다.그런데 란 집사는 아버지께서 란씨 가문의 도움을 거절했다고 말하고 있었다.‘말도 안 돼!’온자신은 믿어지지 않았다.그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란 집사를 추궁했지만 란 집사는 싸늘한 얼굴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온자신은 말없는 란 집사를 바라보며 점점 분노가 치밀었다.‘아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외조부께서 우리 가문에 얼마나 많은 동무을 주셨는데!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얼마나 잘하셨는데!’‘그렇다면 아버지는 어머니께….’뭔가 떠오른 온자신은 가슴이 철렁했다.온권승이 란자군을 아껴준 것은 맞지만 첩실도 들이지 않고 어머니만 바라봤다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온모가 나타났다.온자신은 온모의 얼굴을 떠올리자 쓴웃음이 나왔다.온사보다 두 달이나 먼저 태어난 사생아라면 아버지는 이미 어머니가 온사를 가지기 전에 외실과 사통하였다는 의미였다.그리고 사생아는 온모를 낳았고 온모가 자란 후에 은인의 딸이라는 이름으로 가문으로 데려와 그들 모두를 속였다.사형제는 아버지의 말에 속아 온모에게 안쓰러운 마음을 품었고 사생아인 온모가 온사를 모함하고 그들 남매 사이를 이간질하게 내버려뒀다.결국 견디다 못한 온사가 집을 떠나 출가하는 지경까지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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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온자신은 이미 그날의 진실을 알아버렸다.란 집사가 전한 말 중에 단 한 마디도 과장된 것은 없었다.굳이 거짓을 따지자면 우연한 만남이 아닌 조작된 만남이었을 뿐이다.모든 것이 온사의 지시대로 차질없이 진행되었다.온사는 이제 온자신에게 진실을 알릴 때가 왔다고 말했고 그래서 오늘의 우연한 만남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지금쯤이면 온자신도 진국공부에 도착했을 것이다.란 집사는 조금 우려가 되었다. 평소 감정적이고 성급하게 행동하던 온자신이 이번에도 평소처럼 행동한다면 온사의 계획은 바로 진국공에게 들통날 것이다.하지만 최근에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온자신은 충동을 자제할 수 있게 되었다.그는 온사에게서 너무도 많은 피의 교훈을 얻었다.그래서 이번에는 온권승의 서재로 뛰어들어가 아버지를 추궁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그는 차분히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밤중이 되자 그는 비로소 조용히 움직였다.그는 새로 육성한 그림자 호위들의 눈을 피해 서재로 숨어들었다.서재로 들어온 온자신은 구석구석을 조심스레 뒤졌다.서랍 속, 책장 사이 사이 틈새까지 모조리 살폈으나 수상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아저씨가 잘못 들은 게 아닐까?’망설이던 그의 시선이 문득 책상 위 장부 더미에 머물렀다.한참 빤히 장부를 바라보던 그는 천천히 장부를 펼쳤다.두텁게 쌓인 장부 맨 아래에서 그는 란씨 가문과 관련된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용을 확인한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두터운 장부 한 권에 란씨 가문의 장원과 주루, 점포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가문의 전체 재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였고 옛 란씨 가문의 관저까지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온자신은 충격에 빠졌다.‘왜… 왜 이것들이 다 아버지의 손에 있는 거지?’심지어 그들 남매가 나눠 가진 재산은 이곳에 포함되지도 않았다.아버지는 대체 과거에 무슨 짓을 한 것일까?왜 고모부인 충용 후작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그들이 짜고 뭔가를 한 것일까?그럴 가능성을 생각하니 온자신은 눈앞이 캄캄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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