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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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이번에는 온사의 목소리였다.그녀는 방씨 부자를 불러세우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안란심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제가 돌아가서 바로 아들에게 이혼서를 쓰게 하고 매매 계약서도 돌려보내겠습니다!”자고로 이혼서란 정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고 첩을 내보낼 때는 그런 것조차 필요 없었지만 오늘 어떻게든 이 일을 마무리지어야 했다.방 영감은 겁이 났다. 그는 더 머물렀다가 또 두 사람의 화를 자아내서 아들이 목숨을 잃고 집안까지 망하게 될까 봐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온사는 상대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자 더 이상 추궁하지 않기로 했다.“그럼 지체하지 말고 빨리 보내주도록 하세요.”그 말을 듣고 방 영감은 이 사건이 드디어 일단락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북진연이 관원들을 돌려보낸 후, 온사는 방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섭정왕 전하께서 저 대신 나서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건 보답해드릴 게 없고 매일 전하께 경이나 읊어드려야겠어요.”말은 그렇게 해도 그녀는 언제쯤 서홍화가 다 자랄지 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서홍화가 어느 정도 자라면 공간에 있는 백년 서홍화를 꺼내서 북진연의 병을 치료해 줄 생각이었다. “네가 매일 옆에서 경을 읽어주는 것도 괜찮지.”북진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곧이어 그는 고개를 돌려 온사를 바라보며 물었다.“안란심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온사는 고개를 저으며 솔직히 답했다.“잘 모르겠어요.”사실 안란심을 구해준 건 일시적인 충동 때문이었다.충동적으로 달려나가서 구해준 것뿐이었다. 데려오자고 한 것도 충동적인 결정이었다.온사는 턱을 괴며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매매계약서만 오면 그냥 보낼까봐요.”이번에 그녀를 구해준 건 예정에 없었던 일이고 앞으로도 그녀는 안란심과 큰 접점이 없을 것이다.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등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온사야.”온사가 고개를 돌리자, 언제 깨어난 건지 안란심이 문 앞에 서 있었고 흑기군이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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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그녀는 아쉬운 눈길로 온사를 바라보았다.그러고는 표정을 바꿔 싸늘한 눈길로 북진연과 온사의 옆에 서 있는 소녀를 노려보았다.‘거슬리는 게 또 한 명 늘었네. 하지만 괜찮아. 나 아직 끝나지 않았어.’방 영감은 돌아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매매계약서와 이혼서를 보내왔다.계약서와 이혼서를 받은 안란심은 약속대로 이곳을 떠났다.온사는 추월을 보내 잠시 배웅하게 했다.물론 배웅보다는 감시에 가까웠다.“어떻게 됐어?”돌아온 추월에게 온사가 물었다.“숨겨뒀던 돈이 좀 있는 것 같더라고요. 먹을 걸 좀 사서 성을 나갔어요. 아마 경성으로 돌아가려는 것 같았어요.”금주성에서 경성까지 그 먼 거리를 걸어가려는 것일까?게다가 경성에 있는 아버지와 큰 부인, 언니들도 그녀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이 상황에 거길 돌아간다고?’온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인상을 찌푸렸다.‘아니지. 내가 걔를 왜 걱정해? 안란심이 죽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이번에 도와준 것도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앞으로는 절대 동정하지 않을 것이다.온사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방으로 돌아갔다.그렇게 금주성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하루 쉰 이후에 다음 날, 그녀는 북진연과 함께 귀경길에 올랐다.이제는 좀 편히 돌아가려나 생각했는데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오의 앞에 누군가가 쓰러져 있었다.온사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마차에서 내렸다. 쓰러져서 거의 죽기 직전인 안란심을 확인한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왜 이렇게 내 눈에 자꾸 걸리는 거야!’온사는 홧김에 그대로 뒤돌아섰다.‘죽고 싶으면 여기서 그냥 죽어! 아무도 네 시신 수습해 주지 않을 테니까.’그녀는 그렇게 씩씩거리며 마차로 돌아가려다가 걸음을 멈추었다.[결국 네 시신을 거두어 준 사람이 네가 가장 증오하던 사람일 줄은 몰랐지?]꿈에서 들었던 말이 악몽처럼 그녀의 귓가를 맴돌았다.온사는 주먹을 꽉 쥐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추월아, 쟤 데리고 가자.”그녀는 차라리 경성에 도착해서 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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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머리가 아파요? 어떻게 된 거죠? 갑자기 잠깐씩 아파요? 아니면 계속 아팠던 거예요?”온사는 머리가 아프다는 말에 다급히 그에게 물었다.“갑자기 한번씩 통증이 찾아오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내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것처럼 너무 시끄럽고 머리가 울리는 것 같아.”북진연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힘없이 말했다. 평소에는 듬직하고 위압감 넘치던 사내가 지금은 마치 부상당한 야수처럼 온사의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온사에게도 북진연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뒷산 냇가에서 처음 그가 발명한 모습을 봤을 때도 북진연은 냉철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북진연은 약한 모습을 완전히 그녀에게 보여주고 있었다.온사는 안쓰러운 얼굴로 그의 이마를 쓰다듬고 진맥을 한 후에 말했다.“제가 경문을 읊어드릴게요. 조용히 듣다 보면 괜찮아질 거예요.”그런데 북진연은 무슨 반항 심리라도 생긴 듯, 손을 뻗어 온사의 손목을 잡고는 낮게 말했다.“온사야, 경은 듣고 싶지 않아.”“그래요. 그럼 뭘 해드리면 될까요?”온사는 당연하게 북진연을 환자로 생각하고 최대한 환자의 요구에 맞춰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이상했다.“그런데 전께선 왜 저에게 온사라고 하십니까?”평소에는 그녀의 법명을 부르던 사람이었다.북진연은 마차에 등을 기댄 채, 약간 원망 섞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한참이나 그렇게 빤히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머리가 아파. 너무 아파….”정말 아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북진연은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아프다고만 했다.온사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가 뭘 갈망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던 그녀가 물었다.“경을 안 들으실 거면 전하는 뭘 하고 싶나요? 제가 약이라도 가져다드릴까요?”“싫어.”이번에 북진연은 바로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그러고는 뭔가를 갈망하는 듯한 눈빛으로 온사를 바라보며 말했다.“머리가 너무 아파. 약은 싫어. 약은…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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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북진연은 느긋하게 마차에 앉아 온사의 옆에서 만족스럽게 머리를 흔들며 담담히 말했다.“좋아. 전혀 아프지 않아. 머리는 조금 아픈데 온사 네가 만져줘서 좀 나아진 것 같아.”온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막수에게 배운 혈자리와 안마 기교가 잘 먹혀서 그의 통증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북진연의 정수리를 바라보며 혈자리를 하나하나 지압했다.잠시 후, 마차 안에 정적이 찾아왔다.마차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조용해지자 평온한 숨소리도 같이 들려왔다.언제 잠든 것인지, 북진연은 마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어 있었다.그 모습을 본 온사는 천천히 손에 힘을 빼다가 그가 깊은 잠에 빠지자 손을 내렸다.피곤한듯 잠들어 있는 북진연을 잠시 바라보던 그녀는 공간에서 령수를 꺼냈다.희석을 하지 않은 깨끗한 령수였다.그녀는 약병을 열고 북진연의 입가에 병을 가져갔다.방금 전 지압으로 북진연은 완전히 긴장을 풀고 있었기에 그녀의 움직임에 온순하게 따라주고 있었다.온사는 약병의 령수를 조금씩 그의 입안에 흘려넣었다.그렇게 반 병 정도를 그에게 먹인 후, 그녀는 손수건을 꺼내 입가를 닦아주었다.모든 일을 마친 온사는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한참 후, 북진연의 귓가에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걱정 마세요. 곧 약이 완성될 것입니다.”꿈에서 북진연은 또다시 치열한 전쟁터로 돌아갔다.시체가 산을 이루고 핏물이 강처럼 흐르던 장면은 그가 수도 없이 꿈에서 목격했던 것들이었다.유독 달라진 것이 있다면 분노와 증오가 뒤섞인 악귀들의 목소리였다.그동안 발작을 일으킬 때면 항상 그의 귓가를 어지럽히던 소리들이 오늘은 어쩐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마치 무언가에 정화된 듯, 깨끗이 씻겨 나가는 느낌이었다.꿈속에서 피와 시체가 사라지고 소리가 사라지자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주변이 너무 고요했다.처음 발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고요함이었다.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고 머리를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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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마차 밖에 선 사람은 안란심이었다.“섭정왕 전하, 소녀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리도 저를 경계하시는 겁니까?”안란심이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북진연은 불쾌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차갑게 대꾸했다.“할 얘기 있으면 빨리 하고 없으면 꺼져.”거침없는 태도는 방금 보였던 미소와 극명히 대조되었다.안란심은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잘난 척하기는.’지금은 온사를 위해 다른 여인을 곁에 두려고 하지 않지만 나중에 저런 자상함이 다른 여인에게 옮겨질 가능성도 있었다.안란심은 이 세상 사내들은 모두 그렇다고 생각했다.그녀는 혐오감을 감추며 가녀린 미소를 지었다.“섭정왕 전하께서 소녀를 싫어하시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제가 전하께 거래를 제안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온 거예요.”북진연은 그녀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경멸에 찬 어조로 대꾸했다.“너에게 나와 거래를 제안할 자격이 있을까? 너를 대오에 남긴 이유는 무우를 봐서야.”안란심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저도 당연히 알죠. 하지만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고 다시 고민해 보지 않을래요? 과거의 북진왕부와 연관된 일인데… 정말 궁금하지 않나요?”그녀의 말투에는 의기양양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북진왕부에 관한 일이라면 그가 필히 동요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돌아온 북진연의 반응은 냉담했다.“북진왕부의 일은 너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꺼져.”북진연이 차갑게 말했다.마차 주변의 흑기군이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다가왔다.위기감을 느낀 안란심은 다급히 말했다.“북진왕부 멸문의 범인은 이미 잡은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조리 목을 치셨죠. 하지만 과연 그들이 전부일까요?”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과거에 북진왕부를 멸문으로 몰아간 범인 외에도 당신 어머니를 죽인 범인은 여전히 살아서 활개치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게 누군지 궁금하지 않나요?”촤르륵!북진연이 뽑은 검이 안란심의 눈을 겨누었다.안란심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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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수림 속에 잠시 적막이 돌았다. 잠시 후,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네 말이 맞아. 난 자격이 없어.”북진연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은 얼굴로 안란심을 노려보며 말했다.“허나, 넌 더 자격이 없어. 요행 살아남은 그 놈을 미끼로 날 협박하려 했겠지만 그런 수는 내게 안 통해.”말을 마친 북진연이 손을 들어올리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흑기군이 나타나 안란심을 포위했다.안란심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뭘 하시려는 거죠?”북진연은 싸늘히 말했다.“넌 무우한테 감사나 해. 무우가 아니었으면 네 머리는 진작에 바닥에 떨어졌을 거니까.”말을 마친 그는 차갑게 뒤돌아섰다.“이 여자는 묶어서 녕원 후작에게로 보내. 죽지만 않게 잘 감시만 하고 있으라고 하고, 만약에 얘가 도망치면 각오하라고도 전해.”“예!”흑기군이 앞으로 다가왔다.‘안 돼! 이대로 끌려갈 수는 없어!’어렵게 얻은 기회인데 이대로 끌려간다면 다시 온사의 곁으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다.상황이 불리해진 것을 눈치챈 안란심은 소리를 지르려 했다.“흡….”하지만 목소리를 내기도 전에 북진연의 검집이 그녀의 목 뒷덜미를 쳤다.안란심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북진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검집을 내려다보며 혐오스럽다는 듯이 말했다.“더러워졌군.”흑기군이 안란심을 끌고간 이후, 북진연은 수림 속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다 들었어?”멀지 않은 곳 나무 뒤에서 추월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저런 인간은 잘 감시해야 해. 절대 무우의 옆에 알짱거리지 못하게 말이야.”추월은 한참 침묵 후에 무뚝뚝하게 한마디 했다.“저는 무우 사태의 지시만 따릅니다.”그 말은 당신은 나에게 지시를 내릴 수 없다는 의미였다.말을 마친 그녀는 수림 속으로 사라졌다.북진연은 피식 냉소를 짓고는 수림을 나갔다.“섭정왕 전하? 방금 깨어나신 것 같은데 어딜 그렇게 다니세요? 어서 돌아가서 누워요.”대오로 돌아오자 마침 그를 찾고 있던 온사와 마주쳤다.“괜찮아. 이번에는 발작이 오래 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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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자신을 위해 약초를 심었다는 온사의 말에 북진연은 큰 감명을 받았다.이렇게 좋은 사람인데 어찌 마음이 안 갈 수가 있을까.하지만 안란심의 말처럼 그가 검은 속내를 사람들에게 들켜서 그녀의 수련에 지장을 주고 명예를 실추시킨다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더욱 깊숙이 속내를 감추기로 했다.안란심이 사라지면서 행군을 방해하는 요소가 사라졌으니 그들은 계속해서 출발했다.이틀 후, 노주로 떠났던 대오는 드디어 경성에 도착했다.이번에는 지난번과 다르게 황제가 직접 관원들을 이끌고 성문 밖까지 마중을 나왔다.엄청난 환영 분위기에 온사는 화들짝 놀랐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노주에서 온사가 행한 선행은 이미 경성에 소문이 쫙 퍼져 있었다.금주의 가뭄을 해결한 이후로 온사는 역병 지역인 노주에도 축성을 내렸다는 위상을 갖게 되었다.이제 그녀의 명성은 경성과 금주는 물론이고 대명왕조 전체에 영향력을 끼치게 되었다.노주에서 희소식이 전해진 이후로 수많은 백선들이 성녀 전하를 위해 기도한다며 수월관으로 몰려들었다.하지만 수월관으로 돌아간 온사에게 안 좋은 소식이 찾아왔다.“아가씨, 소인을 벌해 주십시오. 소인은 이제 아가씨를 뵐 면목이 없습니다.”수월관으로 돌아온 온사가 약초밭을 둘러보고 있는데 란 영감이 울며 달려오더니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아가씨께서 저를 믿고 일을 맡겨 주셨는데 저는 아가씨의 신뢰를 저버렸습니다. 이런 사소한 일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다니… 정말 부끄럽습니다!”“아저씨, 울지 마시고 일어나서 얘기해요. 무슨 일 있었어요?”온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란 영감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온사가 경성을 떠나 있는 사이, 란 영감은 인부를 고용하여 산장을 관리하게 하고 온사가 남겨주고 간 약초들을 텃밭에 심었다.그런데 약초를 심은 첫날 밤에 귀운 산장에 도둑이 들었다고 한다.상대는 대놓고 약초밭을 목표물로 삼았다고 했다. 심은 약초들을 모두 뽑고 텃밭에 독약을 뿌려 놓아 다시는 약초를 심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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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도둑은 잡았나요?”“처음 도둑이 들었을 때는 몇 놈 잡았는데요 며칠 후에 또 나타났더라고요. 그때는 전보다 더 조심성 있게 움직였어요. 텃밭에 독약을 뿌린 놈들도 그놈들이에요.”“다치거나 독에 당한 사람은 없었나요?”온사의 질문에 란 영감은 고개를 저었다.“그 독은 텃밭에만 영향을 주는 거고 사람에게는 큰 위해를 끼치진 않았습니다.”온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람이 다쳤다면 일이 크게 번질 테니까요.”상황을 대략 요해한 그녀는 즉각 지시를 내렸다.“아직 이른 시간이니까 저와 함께 귀운 산장으로 한번 가보죠.”마침 옆에서 상황을 듣고 있던 막수가 나섰다.“나도 같이 가자꾸나.”“저도요! 저도 갈래요!”상한아도 손을 번쩍 들었다.수월관을 나서자 소박한 마차 한 대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온사가 란 영감을 시켜 준비한 마차였다.귀운 산장에서 수월관까지는 거리가 꽤 있었다. 연세가 든 란 영감을 계속 걸어서 오가게 할 수 없어서 온사가 장만한 마차였다.온사는 최대한 소박한 거로 준비해 달라고 란 영감에게 부탁했다.마차에 세 사람이 타고 마부와 란 영감까지 해서 다섯 사람이 이 마차가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었다.반 시진 후, 마차는 귀운 산장에 도착했다.마차에서 내린 온사는 붉은색 벽돌에 장엄한 분위기가 풍기는 산장을 마주하고 감개가 무량했다.전생까지 합치면 그녀는 참으로 오랜만에 이곳에 방문했다.귀운 산장은 과거 란씨 가문 수중의 장원 중에서도 관리가 아주 잘된 장원이었다.한때 이곳은 만평에 달하는 땅과 수려한 경치로 이름을 알렸다.안타깝게도 온모의 소유가 된 후로 그녀는 일부러 온사에게 보복한다고 근처의 마을 주민들을 내쫓고 만평이 되는 텃밭도 모두 황무지로 썩게 만들었으며 수려한 수림을 이루고 있던 나무를 모두 베서 잡초가 무성한 폐가로 만들어 버렸다.다행히 이번 생에는 온사가 장원을 되찾으면서 이곳이 황무지가 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란 영감의 정성스러운 수리를 거쳐 귀운 산장은 다시 옛날 모습을 되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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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아저씨는 내일 아침부터 인부들을 시켜서 작업을 진행해요. 며칠 수고 좀 해주셔야겠어요.”“수고는요. 다만 범인들을 잡지 못했는데 문제를 해결해도 또 찾아올 것 같네요.”온사도 이 점을 고려하고 있었다.그녀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란 영감에게 말했다.“걱정 마세요, 아저씨. 내일부터 인부들 데리고 작업 시작하시면 돼요. 범인은 오늘 밤에 잡을 거니까요.”그날 밤.사람들이 다 잠들었을 깊은 밤에 손에 나무통을 든 자들이 장원 근처에 나타났다. 그들은 조용히 순찰대를 피해 능숙하게 귀운 산장에 침입했다.“형님, 어제는 동쪽 텃밭이랑 남쪽에 뿌렸으니 오늘은 장소를 바꿔 서쪽이나 북쪽으로 한번 가볼까요?”“그래. 그럼 서쪽으로 가보자. 어쨌든 셋째 공자는 모든 텃밭에 뿌리라고 했으니 다 가긴 해야 해.”그렇게 일곱 명의 괴한들은 목적지를 향해 다가갔다.잠시 후,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둘째와 셋째는 나가서 망을 보고 수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신호를 줘. 넷째와 다섯째는 물 좀 가져오고 막내 너는 나랑 같이 약초를 뽑자.”“예, 형님!”두목의 지시가 떨어지자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행동을 개시했다.그렇게 두목이 약초밭에 뛰어든 순간, 뒤에서 둘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악!”“형님! 매복이 있어요!”“빨리 도망쳐요!”놀란 도둑들은 재빨리 각자 흩어져서 도주했다.주저없이 도망치는 모습으로 보아 이미 훈련받은 인원들인 것 같았다.하지만 그들보다는 추월의 검이 빨랐다.푸흡!달빛 아래, 검광이 번뜩였다.검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사람이 쓰러졌고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나머지 놈들은 더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잠시 후, 그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눈앞이 흐려지고 점점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고 있었다.그렇게 도망치던 놈들은 저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젠장! 독에 당했어!”드디어 상황 파악이 된 두목이 말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촤르륵!장검이 번뜩이더니 두목의 어깨를 관통했다.그리고 나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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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귀운 산장의 약초들은 모두 북진연에게 보내기로 한 것들이었다.그것은 원래 대명왕조를 위해 싸운 흑기군에게 보내 그들의 부상을 치료할 예정이었다.그런 소중한 약재를 훼손하고 텃밭까지 망쳐놓았으니 그냥 관아로 보내기엔 분이 풀리지 않았다.그리고 배후의 흑막도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아저씨, 제대로 혼쭐을 내주세요.”란 영감은 처음 보는 온사의 모습에 놀라서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그가 아는 막내 아가씨는 귀족 아씨 답게 온화하고 착한 성품의 여인이었다.그런데 그렇게 따뜻한 이면에 이렇게 단호한 면도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과거의 나리를 닮으셨어!’란 영감의 눈빛이 희열로 차올랐다. 그는 열망에 찬 눈으로 온사를 바라보며 감격을 금치 못했다.‘나리, 우리 란씨 가문을 이을 후예가 여기 있었네요!’란 영감은 격앙된 심정을 꾹 참고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 이런 일은 제가 제일 잘하죠.”말을 마친 그는 뒤돌아섰다.그리고 하인들을 시켜 놈들을 일으켜 세운 뒤, 놈들의 머리를 그들이 가져온 나무통에 박아버렸다.“쿨럭! 사… 살려줘!”독액이 든 나무통에 머리를 박은 두목과 도둑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살려달라 애원했다.“성녀 전하, 여기 앉으시지요.”조용히 가서 의자 하나를 가져온 상한아가 온사에게 말했다.온사가 뒤돌아보자 그녀는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온사는 못 말린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며 손으로 상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고맙구나.”란 영감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상한아를 잠시 바라보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아… 안 돼!”“말할게요! 다 말하겠습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저희가 다 말할게요!”그날 밤, 귀운 산장은 매우 시끄러웠다.새벽이 다가오자 도둑들은 거의 녹초가 되었다.온사와 란 영감이 뭐라 질문할 틈도 없이 그들은 사건의 전말을 모두 자백했다.배후의 흑막은 온사가 예상했던 대로였다.다만 온옥지는 정면에 나서지 않았기에 놈들도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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