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Bab 771 - Bab 780

852 Bab

제771화

북진연은 바닥에 남은 발자국을 잠시 바라보다가 곧이어 빠른 걸음으로 뒤쪽으로 달려가며 남아 있는 흑기군들에게 지시했다.“소수 인원을 파견하여 전방 정찰을 하게 하고 채 치우지 못한 눈이 있으면 신속히 치우거라!”“예!”북진연이 자리를 뜬 후, 흑기군은 신속히 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산기슭에 도착한 북진연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곧이어 그는 성큼성큼 마차로 다가갔다.가림막을 열려던 그는 흠칫하며 손을 내리더니 밖에서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온사야?”한참 후에야 고요하던 마차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예, 전하. 저 여기 있어요.”북진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조금 전 한순간 그는 온사의 기운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그래서 그녀에게 뭔가 일이 생긴 줄 알고 당황하던 순간 갑자기 그녀의 기운이 다시 마차 안에서 느껴졌던 것이다.“무슨 일 있었느냐? 왜 갑자기 마차로 들어간 거지? 너무 추웠어?”여정을 떠난 순간부터 온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그들과 함께 말을 타고 움직였다. 옷을 갈아입거나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그녀는 거의 마차로 가지 않았다.그래서 북진연은 당혹스러웠다. 혹여 그녀가 어디 아픈 건 아닌지, 의원을 불러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이번 재난 구제 여정에 그는 무려 여덟 명의 의원을 대동하고 출발했다.창주의 현지 의원들 일손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가는 길에 흑기군에게 무슨 상황이 발생하거나 온사가 아픈 상황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마차의 가림막이 열리더니 온사가 안에서 나왔다.그녀는 옷매무시를 정돈하고는 수줍게 말했다.“괜찮습니다. 아픈 게 아니라 길에서 부주의로 넘어져서 옷이 젖었길래 마차로 돌아와 갈아입고 나가려던 차였습니다.”북진연은 새 옷을 입은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다른 사람이었다면 그 말에 넘어갔겠지만 북진연은 일반인보다 감각이 더 예민한 사람이었다.옷만 갈아입은 거였다면 왜 기운까지 사라졌을까?마치 그녀가 처음부터 마차에 없었던 것 같았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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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넘어졌다고 하면 바로 전방에서 넘어졌을 것이다. 눈이 높게 쌓여 있는 곳이니 혼자 갔다면 위험했을 테고 눈더미에 빠졌을 수도 있었다.그는 이따가 따뜻하게 해줄 난로를 구해와야겠다고 다짐했다.온사의 도움으로 산길 절반 정도가 뚫려 있었기에 밤새 작업할 것으로 예상했던 눈 치우기 작업은 불과 한 시진만에 정리가 되었다.그러니 북진연은 급할 게 없었다.그는 온사의 손에 손난로를 쥐여주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대군을 이끌고 계속해서 전진했다.그렇게 꼬박 하룻밤을 새워 그들은 드디어 창주 성설성에 도착했다.성설성이면 창주성과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창주는 일년 사계절 중 대부분 시간이 눈이 내리는 곳이라 다른 지역에 비해 가난했다.그럼에도 창주 지부는 이런 혹한의 환경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특색을 살려 창주성과 성설성을 유람지역으로 발전시켰다.성설성은 창주에서도 창주성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부유한 성이었다.창주성에는 인구가 많이 모여 있다면 성설성은 얼음조각상이 많았다.성설성은 매년 얼음 축제와 눈꽃 축제가 열렸다.얼음 축제란 창주 백성들이 명절을 맞아 자신들만의 특기를 발휘하여 아름다운 얼음조각을 만들어 전시하는 행사였다. 얼음 축제 당일이면 성설성 곳곳에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세워지고 사람들은 거기서 가장 훌륭한 작품을 선출하여 힘든 운송을 거쳐 경성의 귀족들이나 황실에 공물로 바치고는 했다.온사도 예전에 이곳의 특별한 선물을 받은 적이 있었다.첫번째는 그녀가 태어난 날에 받았고 또 한번은 그녀의 열살 생일 연회 때 받았다.그때는 경성 사람들은 물론이고 각지의 지방 관료들이 선물을 보내 축하해 줄 시기였다.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선물이 창주의 얼음 조각상이었다.마치 수정처럼 투명하고 살아 있는 듯이 생동하며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보존 기간이 짧기는 하지만 한번 본 그 작품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온사는 창주인들의 선물을 기억하고 그들의 지혜로운 생존 방식이 인상에 남았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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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온사와 북진연은 행진의 속도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그들은 성설성의 관아에 도착했다.“섭정왕 전하께서 군을 이끌고 창주를 도우러 오셨다. 성설성 관원은 어디 있느냐!”곧이어 관아에서 사람들이 나왔다.옷매무시는 흐트러져 있고 술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보니 어젯밤 거하게 술잔치를 벌인 모양이었다.“무… 무엄하다! 감히… 섭정왕 전하를… 사칭하다니! 이런 죽어 마땅한 놈이!”비틀거리며 나온 현령이 말을 더듬거리며 북진연 일행에게 삿대질했다.“여… 여봐라! 저들을… 모두 잡아서 가두어라!”그의 등 뒤로 관아의 포졸들이 검을 들고 달려나와 북진연 일행을 포위했다.그러나 그들은 북진연의 등 뒤에 선 살기등등한 흑기군과 식량 운반차를 보고 곧바로 아연실색했다.설마 정말 조정에서 사람이 온 것인가!한편, 북진연은 현령을 부르기 전에 온사에게 면사포를 쓰게 하여 얼굴을 가렸다.경성에선 아직 성녀가 창주의 재난 구제를 떠났다는 사실을 공표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신분을 감추고 일단 창주의 상황부터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온사는 성설성의 잔인한 광경에 적잖이 충격을 먹었다.백성들은 매일 얼어 죽고 굶어 죽는데 관료들은 술판이나 벌이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이었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현령 일당을 노려보았다.북진연도 마찬가지였다.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가서 술 좀 깨게 하고 다시 끌고 와!”지시가 떨어지자 등 뒤에 있던 흑기군이 검을 들고 앞으로 나왔다.북진연은 싸늘한 표정으로 부하들을 바라보며 명령했다.“봐줄 것 없어. 정신 못 차리는 것들은 손목을 자르고 취해서 널브러져 있는 것들은 다리를 자르도록 해.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리는 놈들이 있으면 목을 쳐도 좋아!”그는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아의 포졸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감히 흑기군의 일을 방해하는 자들도 모조리 목을 쳐라!”“예!”그 말을 들은 포졸들은 급기야 검을 내려놓았다.그들은 눈앞의 상대가 진짜 섭정왕인 것을 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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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창주 성설 현령 범량, 나를 알아보겠느냐?”북진연이 싸늘한 목소리로 호통쳤다.조금 전 검을 들었던 흑기군 병사가 범량의 머리를 잡아 강제로 고개를 들게 했다.범량은 북진연을 직접 본 적이 없으니 봐도 알 수가 없었다.그러나 대명왕조의 섭정왕이 눈부신 은발의 소유자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찬바람에 흩날리는 은발이 시야에 들어오자 취기에 뻘겋게 상기되었던 범량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그러고는 잘린 손목을 부여잡고 그에게 물었다.“서… 섭정왕 전하, 전하께서 여긴 어쩐 일이옵니까?”범량은 순식간에 취기가 달아났다.그러나 겁에 질린 탓에 혀는 여전히 꼬이고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그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바닥에 조아렸다.“내가 여기 나타난 게 그리 놀랄 일이더냐?”북진연은 그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물었다.곧 죽일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범량은 혼비백산하여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그 압도적인 분위기는 전설 속의 섭정왕이 분명했다.가만히 있어도 살기가 느껴지는 기세는 아마 손에 수많은 피를 묻힌 섭정왕에게만 있는 것이었다.대체 경성은 언제 이곳으로 사람을 보냈으며, 왜 그전까지 자신은 아무런 소식도 받지 못했는지, 또 왜 하필이면 눈앞의 이분인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조금이라도 소식을 들었더라면 최악의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범량은 이 위기를 어떻게 모면해야 할지 막막했다.상대가 섭정왕이라면 모면하는 게 가능하긴 한 걸까?“내가 묻고 있지 않느냐? 뭘 멍하니 있어?”북진연이 점점 더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압박했다.“죽고 싶은 게냐? 범 현령!”등 뒤에 있던 흑기군이 검을 범량의 목에 겨누었다.겁에 질린 범량은 다급히 답했다.“아… 아닙니다! 서… 섭정왕 전하, 일단 소인의 해명 좀 들어보십시오. 소인은 사실 술을 마신 게 아니라 단지….”“닥쳐!”북진연의 불호령과 함께 흑기군의 검 날이 그의 살을 파고들었다.겁에 질린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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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섭정왕 전하, 소년들 대부분이 창자가 파열되고 몸에도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아 지속적인 학대가 이루어졌던 것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침상에는 이미 죽은 시신도 둘이나 발견되었습니다. 고문을 당하다 죽은 것 같더군요. 아마 범인은 범량과 그 일당이 분명한 것으로 보입니다.”짐승만도 못한 것들!의원의 보고가 이어지자 현장 분위기는 살벌해졌다.북진연과 그를 따라 들어온 흑기군들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재난 구제를 위해 온 곳에서 이런 학살이 벌어지고 있을 줄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북진연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음침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범량 일당은 사지를 절단하되 죽이지는 말고 감옥에 가두었다가 재난을 해결한 뒤에 경성으로 끌고 가서 심문을 받도록 하라!”“예!”명을 받든 흑기군이 살기등등한 기세로 밖으로 나갔다.한편, 온사는 방 안에서 소녀들을 치료해 주고 있었다.그녀는 여의원이 북진연에게 상황을 보고하러 나간 틈을 타서 자신의 특제 치료약을 소녀들에게 먹였다.그 치료제는 공간 안의 약재로 조제된 것으로, 많은 영기가 깃들어 있어서 그들의 상처를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그러나 몸의 상처는 나을지언정, 정신적으로 입은 피해는 치유하기 어려웠다.온사는 혼이 나간 상태로 있는 소녀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눈에서 절망과 지옥을 읽었다.북진연과 그들이 관아에 들어왔을 때부터 소녀들은 지금까지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온사 일행이 뭘 하든 아이들은 체념한 듯 멍하니 있었다. 마치 완전히 삶을 포기한 사람들 같았다.온사는 소녀들의 신변에 작은 거미들을 놓아두어 수시로 그들의 상태를 살필 수 있도록 했다.모든 일을 마친 그녀는 방을 나갔다.하늘에서는 여전히 흰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대청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어깨에 두터운 눈이 내려앉았다.온사는 잠시 멈춰서 북진연을 바라보았다.그는 범 현령 일당을 처단한 후에 흑기군을 지휘하여 성설성 재난 구조 사안을 배치하고 있었다.오늘 밤 그들은 성설성에서 하룻밤 묵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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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어둡고 굳게 닫힌 방안에 십여 명의 남녀노소가 모여 언 손을 비비며 어떻게든 추위에 견디려고 애쓰고 있었다.최대한 많은 옷을 껴입었지만 이 추운 날씨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목탄이 있어야만 그나마 추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집안의 난로에는 다 타고 남은 재밖에 없었다.“어머니, 너무 배고파요….”한 부인의 품에 안긴 어린아이가 힘없이 칭얼거렸다.하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먹을 것을 내놓을 수 없었다.부인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착한 아가, 어서 자렴. 잠들면 배고픔도 느끼지 않는단다.”하지만 그런 말은 작고 어린 아이는 달랠 수 있어도 방 안의 다른 사람들에겐 전혀 위로가 될 수 없었다.그들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막막했다.식량은 어제 이미 바닥나 버렸고 목탄도 지금 타고 있는 게 전부였다. 난로가 꺼지면 아마 집안이나 바깥이나 거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춥고 배고픈 이런 날은 언제까지 가야 끝이 날까?어쩌면 다 죽어야 모든 게 끝날지도 모른다.사람들은 절망에 휩싸였다.살 수만 있다면 누가 죽음을 바라겠는가.그러나 집안의 난로는 거의 꺼져가고 있고 미약한 온기만 남아 있었다.죽음의 기운이 집안 곳곳에 퍼져가고 있었다.“흑… 난 죽고 싶지 않아….”“배고파… 따뜻한 쌀밥을 먹고 싶어….”“나도! 나도 죽고 싶지 않다고!”통곡소리가 집안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거리 곳곳에는 이런 집이 많고도 많았다.울음소리도 감염이 된 것인지 고통스러운 통곡소리가 거리 곳곳에 퍼져나갔다.그들은 이미 자신들이 동사할 거라고 체념한 듯했다.그런데 이때!“관아에서 창고를 열었으니 모든 백성은 줄을 서서 목탄과 식량 등 물자를 가져가시오!”어딘가에서 우렁찬 함성이 어렴풋이 들려왔다.청각이 예민한 한 청년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조용하세요!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은데요?”“소리는 무슨! 또 그 미친 범 현령이 애들을 잡아가는 소리겠지!”한 백성이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청년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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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저게 사실일까? 그저 우리를 밖에로 유인하려는 수작이 아닐까?”“범 현령이 그렇게 선한 인간일 리가 있나!”“그럴 리 없어! 이건 속임수가 분명해!”“범 현령이 우리들을 꾀어내기 위해 발악하는 게야!”“절대 나가면 안 돼! 나가지 마!”사람들이 당황하는 사이, 창가에서 소리를 집중해서 듣고 있던 청년이 고개를 돌리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범 현령이 아닙니다! 흑기군이에요! 섭정왕께서 흑기군을 이끌고 오셨답니다!”“뭐라고? 흑기군이?”“문오야, 정말 흑기군이니? 똑바로 들었어?”“삼촌, 제 귀가 워낙에 밝잖아요. 제 말도 못 믿으시겠어요?”문오는 동네에서도 귀가 밝기로 소문난 청년이었다.어릴 때부터 귀가 워낙 밝아 손오공 귀라는 별명도 붙은 아이였다.문오가 말했다.“방금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러는데 근처에 순찰 중인 흑기군이 있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주변에 있는 흑기군에게 도움을 요청하래요. 못 믿으시겠으면 근처에 한번 나가볼까요?”“그래! 나가보자!”“정말 흑기군이 온 거라면 우리 모두 살았구나!”“그래, 그래! 어서 나가보자!”다시 희망이 차오른 사람들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그들 외에도 곳곳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순식간에 텅 빈 거리는 살려고 나온 백성들로 가득찼다.그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어디 계신 거지? 왜 사람이 하나도 안 보여?”“근처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우릴 속인 건가?”백성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후방에서 묵직한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뒤를 돌아보니 흑기군이 일사분란하게 골목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검을 차고 갑옷으로 무장한 그들의 모습에서 백성들은 오히려 안정감을 느꼈다.“흑기군이다! 정말 흑기군이야!”“섭정왕 전하께서 흑기군을 이끌고 우리를 구원하러 오셨다!”“드디어 살 수 있겠어!”대명의 백성들은 황실은 신뢰하지 않아도 섭정왕은 절대적으로 신뢰했다.지금의 태평성세는 섭정왕이 친히 군을 이끌고 전장에 나가 피를 흘리며 싸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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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오늘이 오기 전까지 그들은 감히 집밖을 나가지도, 사람 잡아먹는 관아 근처에는 얼씬거리지도 않았다.그러나 섭정왕이 당도하신 지금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관아 앞에는 흑기군이 진을 치고 죽과 구휼 물자를 보급하는 지점을 만들었다.온사는 모든 의원들을 대동하고 한기를 쫓아내는 보양 탕약을 만들고 백성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잠시 후, 골목 입구에 사람이 나타났다.가장 먼저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람은 근처에 사는 노인 부부였다. 그들은 사람들이 주저하고 있을 때 어차피 살 날이 얼마 않았기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본다고 가장 먼저 집밖으로 나온 것이다.조심스레 이곳으로 온 그들은 관아 입구에 이미 진을 치고 목탄과 구휼 물자를 배치한 것을 보고 희망으로 가득찼다.“죽을 나눠주고 계시네요! 아까 그 말이 사실이었어요!”“부인, 어서 가서 다른 사람들도 불러오시오!”“빨리들 오시게! 관아에서 죽과 물자를 나눠주고 계시네!”노인은 등 뒤를 향해 소리치고는 서로를 부축하며 가장 먼저 죽을 나눠주는 막사로 다가갔다.“어르신, 그릇은 가져오셨습니까?”노부부는 급하게 나오느라 빈손이었다.“송구합니다, 나으리. 지금 당장 집에 가서 가져오겠습니다!”“아니요. 그럴 필요까진 없습니다. 관아에 원래 있던 그릇도 있으니 그걸 가져가십시오. 일찍 오셨기에 아직 남은 그릇이 좀 있거든요.”흑기군은 잔뜩 긴장한 노부부에게 다정하게 말하며 뜨거운 죽 두 그릇을 두 사람에게 주었다. 노부부는 그제야 긴장을 풀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허겁지겁 그 자리에서 죽을 마신 두 사람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이렇게 따뜻한 쌀죽을 먹어본 것이 얼마만이던가!몇날며칠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추위에 떨었던 사람은 다시 살아난 기분까지 emf게 했다.그리고 이때,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거리 뒤쪽에서 들려왔다.곧이어 수많은 백성들이 서로 밀치며 허겁지겁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죽이다!”“이불과 목탄도 있어!”“약도! 저는 약이 필요합니다! 제 아이가 병들었어요! 약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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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그의 지시가 떨어지자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나선 흑기군들이 창을 땅에 꽂았다.위엄 있는 모습에 혼란스럽던 사람들이 점차 흥분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그들은 자발적으로 줄을 서고 비록 뒤로 갔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앞사람을 밀치거나 하지 않고 뜨끈뜨끈한 죽과 물자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기다렸다.뜨끈뜨끈한 죽과 물자가 끊이지 않고 보급되자 그제야 백성들은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탕약 막사도 수많은 백성들이 몰려들었다.엄동설한이 지속되자 수많은 백성들이 동상과 풍한에 시달리고 있었다.그래서 탕약은 끓여도 끓여도 부족할 정도였다. 의원들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분주하게 움직였다.흑기군 열 명이 옆에서 도와주고 있는데도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그런데 이때, 줄을 서서 탕약을 기다리던 사람들 뒤에서 한 여인이 아들을 끌고 강제로 온사의 앞으로 달려왔다. 흑기군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자 그녀는 절망한 목소리로 통곡하며 애원했다.“의원님! 제발 제 아들 좀 봐주십시오! 아이가 많이 아파요! 제발 제 아들 좀 살려주십시오!”여인의 등 뒤에는 열 살 남짓한 소년이 있었는데 어머니의 손아귀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며 미친 사람처럼 포효하고 있었다.“다 꺼져! 꺼지란 말이야! 모든 게 가짜야! 가짜라고!”“식량은 없고 목탄도 없어! 약도 없고 재난 구제? 그딴 게 어디 있다고!”“모든 게 거짓인데 눈만 진짜야! 눈이다!”“정말 아름다운 설경이네요! 어머니, 이거 보세요. 사방이 온통 눈으로 뒤덮였어요!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하하하!”소년의 모습을 본 온사와 의원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재해가 가져온 생존 압력이 극한에 당하면 사람은 정신분열을 일으키고 초조해하고 공포에 빠지거나 환각증세를 보이기도 했다.성설성 관료들의 무책임한 방관은 백성들의 고통을 극에 달하게 하였고 백성들은 절망에 휩싸였다.소년은 딱 봐도 환각을 보고 있었다.“저 사람들 다 꺼지라고 해요, 어머니!”온사는 모자의 앞을 가로막은 흑기군에게 손을 저었다.여인은 아들을 이끌고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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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부인은 아들이 저주받거나 미쳤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온사가 그 말을 했을 때 감격의 눈길을 보냈다.“그럼 의원님, 제가 뭘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아들을 잘 달랠 수 있을까요?”소년은 양팔이 잡힌 상태에서도 계속 발광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머니에게까지 공격 성향을 보이는 걸 보니 상태가 매우 심각해 보였다.“이 상태가 얼마나 지속되었나요?”온사는 다른 의원들에게 일을 맡기고 소년에게 다가가며 물었다.“반달 정도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잠깐 정신이 나갔다가 돌아왔는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밤에는 자주 악몽을 꾸다 깨어나요.”여인이 울며 말했다.온사는 소년을 잠시 관찰하다가 등 뒤에 있는 다른 백성들에게 시선을 돌렸다.역시나 줄을 서고 있던 백성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그것은 호기심이 아닌 두려움의 눈빛이었다.이 백성들 사이에도 소년과 같은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한둘은 아닌 것 같았다.일부 사람들은 두려워서 이곳에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나왔다고 해도 감히 말을 못 꺼냈을 수도 있었다.온사는 주변을 둘러보고 대략적인 상황을 이해했다.그녀는 부드럽게 여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부인,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아이를 달래는 일은 제게 맡기세요. 일단은 아이를 데리고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준비를 해가지고 올게요.”자리를 뜨기 전, 온사는 흑기군을 시켜 모자에게 풍한 탕약을 주어 먹이게 했다.그러고는 그녀 자신은 뒤돌아서 북진연에게 다가갔다.북진연도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실 그 여인이 아이를 데리고 온사에게 다가갔을 때부터 그는 그녀가 혹여 위험에라도 처할까 봐, 면밀히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만약 그들 모자가 온사에게 공격을 시도했다면 바로 다가가서 처단했을 것이다.상황을 파악한 그는 온사가 뭘 하려는지 바로 알아차렸다.그래서 온사가 앞으로 다가오자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 입을 열었다.“네가 하고 싶은 거라면 뭐든 하거라. 내가 여기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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