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Bab 761 - Bab 770

852 Bab

제761화

온아려는 매서운 눈으로 온모를 노려보며 시비를 걸었다.“고개 들고 허리 좀 펴. 어깨는 왜 그리 움츠리고 있어? 시종도 아닌데 그리 비굴하게 굴면 모르는 사람은 너를 통방시녀 정도로 생각할 것 아니니?”‘망할 노친네가 감히!’온모는 통방 얘기까지 나오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아직은 충용 후작가에 머무를 필요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당장 이 망할 노친네를 죽여버렸을 것이다.‘네가 먼저 내게 시비를 걸어왔으니 곱게 내보낼 수는 없지!’온모는 자신이 건넨 뜨거운 찻잔을 후후 불어 마시는 온아려를 보고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곧이어 온아려가 다시 고개를 든 순간, 그녀는 재빨리 표정을 수습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심스레 물었다.“마님,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로 저를 찾아오셨나요?”온아려는 탁 하고 찻잔을 내려놓고는 불쾌한 눈으로 온모를 노려보며 대꾸했다.“왜? 용건이 없으면 내가 못 올 데를 왔니?”온모는 치미는 분노를 참으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그… 그런 건 아니고요.”온아려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흥, 내 모를 줄 알아? 얼마 전에 너 진국공부에 있었던 게 아니지? 말해 보거라. 대체 그 동안 어디에 다녀온 게야?”‘분명 온권승 그 인간이 내가 사라졌다는 소문을 봉쇄했을 텐데 이 노친네는 대체 어떻게 안 거야?’아마도 온아려는 진국공부에 자신만의 첩자를 두고 있는 게 확실했다.“마님, 소첩은 친정에 갔다가 전에 살았던 곳에 한번 다녀왔어요. 어머니의 제사를 지내려고요. 부군과 함께 가고 싶었는데 그때 너무 많은 일들이 겹쳤고 부군께서 다치는 바람에 먼저 집으로 돌려보내고 저 혼자 다녀온 거예요. 어쨌거나 혼인을 했는데 돌아가신 어머니께 알려야 할 것 같았어요.”온모는 마치 진짜 제사라도 지내고 왔다는 듯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콧방귀를 뀌고 있었다.미리 대비를 해뒀기에 망정이지 만약 온권승만 믿고 방심하고 있었다가는 당황했을 것이다.아니나다를까, 온아려는 어머니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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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온모는 손바닥에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며 치미는 분노를 억제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한참을 숨을 고르다가 답했다.“소첩은… 소첩의 어머니는 예전에 산 속에서 사셨어요. 산길이 워낙 험하다 보니 그만 발을 헛디뎌서 산비탈에서 굴러떨어졌어요. 상처는… 그때 생긴 거고요.”“그래?”온아려는 미심쩍은 눈길로 온모를 노려보며 물었다.온모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그게 아니라면요? 마님께서는 제게 어떤 답을 원하시나요?”온아려가 입을 삐죽이며 답했다.“네 말이 사실이면 다행이고. 그러나 내 아들에게 미안한 짓 하다가 걸리면 넌 그날로 집에서 내쫓길 줄 알아!”온모의 눈에 순간 살기가 스쳤다.그녀는 애써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걱정 마세요, 마님. 소첩은 이미 충용 후작가의 사람이 되었고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부군밖에 없는데 어찌 딴마음을 품겠어요. 절대 그럴 일은 없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온아려가 들고 있던 찻잔을 매만지더니 말을 이었다.“차가 식었네요. 제가 새로 따라드리겠습니다.”“그래.”온아려는 그제야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콧방귀를 뀌었다.“그걸 알면 됐어. 네가 얌전히 지내며 내 아들을 잘 시중들고 나중에 우리 충용 후작가를 위해 후사를 낳는다면야 나도 너에게 그렇게 각박하게 대하지 않으마.”“물론 애만 낳는다고 다 되는 건 아니야. 소택이는 이 가문의 세자이고 앞으로 언젠가는 출신 좋은 정실 부인을 들이게 될 텐데 그때 가서 질투 난다고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얌전히 지내. 더러운 수작 부리다 내 눈에 들키면 가만히 안 둘 테니.”출신 좋은 정실이라는 말에 온모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지금 내게 신분이 미천하다고 돌려 말하는 거야?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더 이상 봐줄 필요 없지!’온모는 온아려를 등지고 찻잔 변두리를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옷소매에서 미세한 벌레가 기어나와 찻잔 안으로 들어갔다.모든 걸 마친 온모는 찻잔을 들고 온아려에게 다가갔다.“마님, 차 좀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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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최소택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당장 온모를 내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그러나 실종되었다가 다시 돌아온 온모가 살갑게 굴고 애교를 부리자 또 그녀의 유혹에 홀랑 넘어가 버렸다.특히나 그녀가 다정하게 서방님이라고 불러줄 때면 최소택은 끓어오르는 욕망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성급하게 그녀를 껴안으며 말했다.“왜 그래? 내가 나간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를 못 참고 이 서방이 보고 싶었어?”최소택은 제딴에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 느끼한 얼굴에 온모는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그녀는 혐오스러운 감정을 억지로 숨기며 그의 품에 고개를 기댔다.“뭐가 그리 급해요? 방금 전에 마님과 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서방님이 갑자기 들어오셔서 마님을 재촉하는 바람에 제가 금방 끓인 차도 못 마시고 나가셨잖아요.”“어쨌거나 제가 정성들여 끓인 차인데 서방님이 마님 대신 마셔주세요. 그럼 제가 기쁘게 해드리죠.”그녀의 미소에 홀랑 넘어간 최소택은 급급히 말했다.“그래, 그래. 우리 온모가 직접 끓여준 차인데 당연히 마셔줘야지. 자, 차를 가져오너라.”온모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직접 찻잔을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꿀꺽꿀꺽 성급하게 마시는 그를 보며 온모의 눈가에 살기가 스치고 지나갔다.‘멍청한 놈, 네 어미가 운 좋게 빠져나갔으니 그럼 너라도 먹어.’어차피 후작 부인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세자 쪽이 더 이용하기 쉬웠다.“윽… 온모야, 왜 갑자기 배가 아프지? 금방 끓인 차가 맞아?”온모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물론이죠. 제가 서방님께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요.”“그런데 왜 그걸 마시고 배가 아프지?”최소택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배를 끌어안았다.그러나 그것도 잠시, 온모가 부드러운 손길로 배를 쓰다듬어주자 그는 다시 욕구가 치솟았다. 그녀는 매혹적인 눈으로 최소택을 바라보며 음산하게 말했다.“어쩌면… 서방님의 뱃속에 정말 귀여운 아기가 자라고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죠.”“너… 그게 무슨 헛소리야!”최소택은 경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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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망할 노친네!”짝!바닥에서 기어일어난 온모는 이미 의식을 잃은 최소택의 머리를 발로 걷어차며 욕설을 퍼부었다.“멍청한 자식! 죽어! 죽어!”“네 어미나 너나 다 똑 같은 쓰레기들이야!”“너희 따위가 감히 날 내쫓으려 해? 꿈 깨! 앞으로는 내가 이 충용 후작가의 주인이야!”온모의 화풀이가 끝난 후, 바닥에 쓰러진 최소택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그는 마치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온모가 그의 체내에 심은 약충은 숙주의 의식을 갉아먹는 종이었다.의식을 잃은 상태가 오래 갈수록 침식의 속도는 빨라졌다.그나마 최소택은 건장한 사내라서 이 정도로 버틸 수 있는 거였다. 원래대로라면 온아려의 몸에 심을 예정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최소택에게 간 거였다.아마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한달 안에 숙주의 의식은 완전히 약충에게 잠식되고 온모의 꼭두각시가 될 예정이었다.비록 상대가 바뀌었으나 시간만 좀 더 오래 걸릴 뿐, 효과는 같았다.두 달이라는 시간은 예전의 온모였다면 기다릴 인내심이 없었겠지만 부활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몸이 아직은 허약한 상태라 장기적인 요양이 필요했다.게다가 아직은 약충을 부리는데 서툴러서 능숙하게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과 연습이 필요했다.온모는 이제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몸 안에 약충으로 득실대는 인간 껍데기에 불과했다.그러나 겉보기에는 사람처럼 살아가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강한 실력을 가진 약충 소환사와 마주치지 않은 이상은 정체를 들킬 염려도 없었다.온모가 가장 몸을 숨기고 요양할 수 있는 곳이 충용 후작가였다. 완전히 체내의 약충을 통제할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녀는 완전한 악귀가 될 것이다.‘그때가 되면 온사 넌 내 손에 죽을 거야!’온모는 길게 심호흡하고 피범벅이 된 얼굴을 들었다.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종이 있었다.“사… 살인이야! 측부인이 살인을!”시종은 그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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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그 말은 사실이었다.두 장로도 그런 생각이었기에 온모가 충용 후작가에 돌아오는 것을 허락했던 것이다.그러나 온모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경솔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부활한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몸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것도 아닌데 벌써 세자를 건드렸으니 골머리가 아팠다.만약 정체가 들통난다면 온모는 물론이고 그들마저 위험해질 수 있었다.다행히 정체를 발견한 상대가 일개 시종이라서 처리만 깨끗하게 하면 별문제 없을 것 같았다.그랬기에 두 장로는 온모에게 조용히 지내라고 당부한 후에 자리를 떴다.온모는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흘겨보고는 문을 쾅 하고 닫았다. 그러고는 쓰러진 최소택을 지나쳐 침상으로 돌아가 휴식을 계속했다.그 시각 안비각의 저택.안란심은 온모와 같은 자세로 양반다리를 하고 밀실에 앉아 뭔가를 하고 있었다.그녀의 주변에는 널브러진 약병이 수십 개나 놓여 있었다.안비각의 손님들이 그렇게나 열광하는 장생단이 그녀가 몸을 담근 핏물에 녹여져 있었다.약물에 몸을 담근 그녀의 안색은 점점 더 파리하게 질려갔다. 안란심이 눈을 뜬 순간, 핏물에 절여졌던 장생단이 껍질을 깨고 벌레가 되어 신속히 그녀를 향해 기어갔다.그 광경을 본 안란심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꺼져! 다 안 꺼져?”그녀는 이 벌레들이 혐오스러웠다. 이것들은 그녀의 핏물을 먹이로 삼아 살아가는 것들이었다.안란심이 몸을 담그고 있는 핏물은 바로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그것들은 이 벌레들을 육성하는 양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는 지금 약충을 육성하는 중이었다.안란심은 음침한 눈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벌레들을 노려보고 있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구역질을 해댔다.‘이 망할 영감이 대체 내게 무슨 짓을 시키고 있는 거야!’안비각이 잔인하고 비정한 인간인 줄을 알았지만 딸에게 충녀가 되라고 강요할 줄이야!충녀라기보다는 그녀는 안비각을 도와 벌레들을 부리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그랬다. 이 벌레들의 주인은 그녀가 아닌 안비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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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안란심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침묵을 지켰다.그 모습을 본 안비각은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말했다.“신혜 너….”안란심은 분노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그 이름 부르지 마세요! 듣기만 해도 역겨우니까!”안신혜, 이는 안란심이 안비각으로부터 새로 받은 이름이었다. 지금에 와서야 그녀는 왜 안비각이 자신에게 새로운 신분과 이름을 주었는지 알게 되었다.안비각은 묘한 웃음을 짓더니 어린애를 타이르듯이 그녀에게 말했다.“그래. 네가 싫다고 하면 다음부터는 부르지 않으마.”안란심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혐오스러운 눈길로 안비각에게 다가가는 벌레들을 보며 말했다.“대체 이 밀실에서 언제까지 있어야 하나요? 그리고 저와 약속하셨던 일은 제대로 지키셨죠? 사수진에 보낸 사람들을 철수시키는 일 말이에요.”“너와의 약속인데 당연히 지켜야지. 걱정 말거라. 그곳에 보낸 인원들은 모두 철수했으니. 네가 이렇게까지 그 성녀 전하를 소중히 생각하는 줄은 몰랐구나.”“제가 언제 그 사람이 소중하다고 그랬죠?”“그게 아니라면 왜 그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의아한 안비각의 질문에 안란심은 싸늘하게 대꾸했다.“그냥 비진 걸 갚으려는 것뿐입니다.”“네가 그 여자한테 뭘 빚졌다는 거니?”안비각이 물었다.안란심은 싸늘한 눈길로 그를 노려보다가 냉소를 지었다.“아버지는 벌써 잊으셨나 보네요. 당신이 그토록 아끼는 큰딸 안명주의 손에 제가 하마터면 죽을 뻔한 일을요.”안비각은 뒤늦게 기억났다는 듯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그래. 그때 온사가 널 구해줬다고 들었지. 그것 때문에 이러는 것이냐?”“목숨 값을 갚으려는 것뿐인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옛날 얘기를 더 해드릴까요? 그 일이 있고 안명주와 그 어미가 저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는 벌써 잊으셨나요?”안란심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안비각은 미소를 지으며 달래듯이 말했다.“아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목숨을 살려준 빚은 갚아야 하는 게 마땅하지. 이번으로는 족하다만… 앞으로는 어쩔 생각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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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안란심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후, 안비각은 뒤돌아서 장생단에서 각생한 벌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뭘 꾸물거리고 있어? 어서 가서 너희의 어미를 지켜주지 않고.”안비각은 야비한 미소를 지으며 벌레들에게 안란심을 따라갈 것을 지시했다.벌레들은 조용히 안란심이 있는 근처에 접근했다.모든 일을 마친 안비각은 밀실을 둘러보고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그곳을 떠났다.한편, 그가 자리를 뜬 후, 작은 거미 한 마리가 지붕에 걸린 거미줄을 타고 조용히 바닥으로 내려왔다.한편, 장생전을 떠난 안란심은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 쾅 하고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창가로 다가가서 화분 밑에 숨겨져 있던 쪽지를 꺼냈다.‘암살자는 이미 죽었고 매화는 안전합니다.’쪽지를 확인한 안란심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암살자란 안비각이 온사를 죽이라고 보낸 자들이었다.그러니 방금 전에 철수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철수한 게 아니라 암살을 시도했다가 죽은 게 분명했다.안란심은 속으로 안비각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쪽지를 입안에 넣어 삼키고 화분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모든 일을 마친 뒤,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그녀는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벌레들을 힐끗 바라보았다.아무런 지능이 없는 벌레 따위를 그녀가 눈치채치 못했을 리가 없었다.그들의 몸에서 나는 역겨운 피냄새가 진동할 지경인데 안비각을 안심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당장 저것들을 불태워 버리고 싶었다.안비각은 그녀를 자신의 꼭두각시로 이용하려 하고 있는데 그냥 당하고만 있을 안란심이 아니었다.안비각은 자신만이 벌레들을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상 안란심 역시 저것들을 조종할 수 있었다.안비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그녀는 특수한 약재를 미리 먹고 약효가 온몸에 퍼진 후에 자신의 피로 녀석들을 먹여살렸다. 안비각은 매번 피를 많이 주라고 강요했기에 약효를 녀석들의 몸에 옮기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수월했다.그녀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경거망동해서 일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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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저자들이 입고 있는 의복이…”온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북진연도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그녀의 의문에 답해주었다.“창주 관료들의 관복이야.”창주가 폭설로 재앙이 들자, 저들 같은 산적들이 미쳐 날뛰며 관원들을 죽이고 물품을 갈취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증거가 확실하고 감히 그들의 앞에서 도발까지 했으니 당연히 이 녀석들을 살려둘 필요가 없었다.“심문할 놈 한 놈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조리 죽여라!”“예!”북진연의 지시가 떨어지자, 그의 등 뒤에 있던 흑기군들이 검을 빼들고 놈들에게 돌진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산적들은 모두 죽고 가장 야위고 차림새가 남루한 청년 한 명만 남게 되었다.곧이어 흑기군은 그자를 데리고 온사와 북진연의 앞으로 왔다.“고개를 들거라.”온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평온하고도 다정한 그녀의 목소리에 청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들고 그녀에게 물었다.“당신들은… 대체 누굽니까?”온사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그에게 되물었다.“이름이 뭐지?”청년은 조심스레 대답했다.“숙취입니다.”“이름이 숙취라고?”온사의 의아한 표정에 청년이 답했다.“이 험한 세상에 늘 술에 취한 것처럼 살고 싶다는 의미에서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지요.”“그렇구나. 그런 의미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온사는 멈칫하다가 안쓰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청년은 살며시 고개를 들고 상기된 얼굴로 그녀를 몰래 훔쳐보았다.옆에서 그걸 지켜보고 있던 북진연은 짜증이 치밀었다.그는 싸늘한 눈길로 청년을 노려보다가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너도 저들처럼 이곳의 산적이냐?”아무리 봐도 병약해 보이는 청년은 산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얼굴이 누렇게 뜬 숙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또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개를 끄덕였다.북진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호통쳤다.“옳으면 옳고 아니면 아닌 것이지 내가 그렇게 어려운 질문을 했느냐?”그에게서 풍기는 강압적인 분위기에 숙취는 목을 움츠리더니 급기야 바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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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북진연은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이자가 한 말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살인을 해본 사람의 눈빛과 안 해본 사람의 눈빛 정도는 분간할 수 있었다.그래서 그의 목숨을 살려둔 것이기도 했다.앞으로 창주성까지는 이틀 정도의 여정이 남았는데 길이 눈으로 뒤덮여 있어 길을 잃기 쉬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길을 인도할 수 있는 현지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그런데 숙취가 말한 것처럼 폭설로 산이 봉쇄되었다면 성으로 가는 길이 막혀 있다는 얘기일 텐데 그렇다면 이틀 안에 창주성에 도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그럼에도 그들은 가야만 했다.창주의 수십만 백성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늦어지면 그 사이에 굶어 죽거나 동사할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북진연은 흑기군을 시켜 시신들을 처리하게 한 뒤, 그 자리에서 병영을 치고 일단은 쉬어가기로 했다.그는 고개를 돌려 온사에게 말했다.“내가 사람을 이끌고 전방 상황을 알아보고 올 테니 너는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거라.”온사 역시 산이 봉쇄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되던 차였다.전방 상황을 알아보지 않고 대부대가 무작정 앞으로 가다가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일 것이 뻔했다.그랬기에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말했다.“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어쩌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깐요.”북진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렇게 하자꾸나.”전방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허락한 이유는 그 역시도 그녀를 혼자 두고 떠나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예전에 그는 한번 창추에 다녀간 적 있는데 그럼에도 폭설로 길이 온통 눈으로 뒤덮여 어디가 어디진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였다.이 시국에는 어쩐 상황이든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녀를 옆에 데리고 있지 않으면 그는 아무리 흑기군이라고 해도 믿을 수 없었다.그래서 전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결국 온사와 동행을 택했다.온사는 말을 타고 전방으로 향하며 옥패 공간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현재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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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눈이 너무 많이 뒤덮여서 더 이상의 전진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전방에서 상황을 살펴보고 온 흑기군이 창을 눈 속에 찔러 넣으며 말했다.“가장 높이 쌓인 곳은 사람 허리까지 오는데 말을 타고 지나가는 건 괜찮을 수 있겠지만 식량 운송차는 지나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사람이 지나가면서 길을 뚫는 수밖에.”도로 상황을 살펴본 북진연이 말했다.“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따라오라고 하거라. 그리고 일리 밖에 식량차를 세우고 오백 명 정도 남아서 차를 지키도록 한 뒤에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눈을 치우도록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 일출 직전까지 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길을 뚫어야 해!”“예, 왕야!”그나마 이번 여정에 일만 대부대를 데리고 와서 다행이었다. 일만 대군이 일사분리로 움직인다면 하룻밤 사이에 도로를 뚫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것 같았다.그럼에도 온사와 북진연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지시를 내린 북진연은 삽을 들고 전방으로 가서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그가 앞장서자 다른 흑기군들도 주저없이 삽을 들고 나섰다.그들은 전장에서 자신을 이끌어준 섭정왕 전하의 솔선수범에 감명받아 더욱 힘을 내서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온사도 분위기에 취해 두근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역시나 뭔가를 해야지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북진연은 그녀에게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으라고 했지만 그녀는 그녀만의 방식이 있었다.마차 쪽으로 돌아간 그녀는 북진연 일행이 눈을 치우고 있는 사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도로 옆 눈 속으로 걸어들어갔다.북진연에게는 허리춤까지 오는 눈높이가 온사가 들어가니 가슴께까지 닿았다.그녀가 조금만 자세를 숙여도 눈 속에 파묻혀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온사는 눈 속에 몸을 숨기고 공간의 힘을 이용해 신속히 도로를 형성했다. 그 도로는 앞에서 눈을 치우고 있는 북진연과 흑기군을 피해 그들의 전방의 도로에 닿았다.들키지 않을 것을 확인한 그녀는 도로 위 눈을 공간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순식간에 그녀의 등 뒤로 텅 빈 도로가 뚫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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