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말을 들은 범숙취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함부로 붙인 호칭이 아닙니다. 저 누님의 동생이에요. 피를 나눈 동생이란 말입니다.”그 말을 들은 온사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혈연관계? 그게 무슨 소리지?”범숙취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저 누님의 이복동생입니다.”그 순간 온사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또 이복동생이라니!그녀는 범숙취가 있는 밀실로 들어가 모든 등불에 불을 붙인 후, 그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했다.“제 얼굴이 궁금해서 그러시나요? 평소에 얼굴에 흙 바르고 추레하게 있어서 제대로 못 보셨나 보네요. 지금 대야에 물을 가져오게 하면 얼굴을 씻고 제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범숙취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포로가 된 지금도 그는 전혀 자신의 처지를 걱정하지 않는 듯했다.“물을 가져오거라.”온사는 먼지투성이인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었다.“누님, 이 묶은 손은 풀어주셔야지요. 안 그럼 세수를 어떻게 합니까?”범숙취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곧이어 온사의 뒤에서 다가온 북진연이 싸늘하게 말했다.“여봐라, 이놈의 얼굴을 깨끗이 닦아내거라.”범숙취의 감시를 맡은 흑기군이 찬물을 가져오더니 거칠게 그의 얼굴에 물을 끼얹고 헝겊으로 빡빡 문질렀다.범숙취의 얼굴은 순식간에 뻘겋게 되었다.그는 서러운 듯 하소연했다.“누님, 얼굴이 너무 아픕니다.”예쁘장하고 동그란 눈과 생기가 도는 하얀 피부, 굉장한 미소년이었다. 그는 애초에 청년도 아닌, 어린 소년이었다.온사 일행은 그제야 범숙취가 처음부터 위장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나이도 속이고 체형과 얼굴 모두 변장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의 신분도 가짜였다.오랜 시간 감춰져 있던 범숙취가 드디어 가면을 벗은 것이다.온권승을 닮은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온사는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화를 내야 할까? 미워해야 할까? 아니면 어머니를 배신한 그 위선자를 죽여 버려야 맞는 걸까?북진연은 뒤에서 그녀를 부축하며 무언의 위로를 전했다.“네가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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