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Bab 791 - Bab 800

844 Bab

제791화

범수란은 그 말은 무시하고 멀리 있는 북진연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섭정왕 전하, 소녀를 내쫓으시려는 건가요? 소녀는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 전하를 찾아왔사온데, 어찌 말 한마디도 안 나누시고 이리 문전박대 하시나요?”말투와 눈빛, 그리고 청아한 목소리까지 한때 북진연을 홀리려던 온모에 비하면 완전히 고단수였다.온모는 속내를 얼굴에 다 드러내고 다녔고 행동거지도 유치했지만 범수란의 일거수일투족은 너무도 단아하고 자연스러웠다.그녀는 자신의 미모에 절대적인 자신이 있었다.그녀는 섭정왕이 자신의 얼굴을 보고도 자신을 거절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아니나다를까, 북진연이 막사 쪽에서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범수란은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어서 다가오세요. 다가와서 제 얼굴을 보고 제게 빠지십시오. 세상에 저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은 없을 테니깐요.’“이리 친히 소녀를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녀….”범수란은 부채로 반쪽 얼굴을 가린 채, 단아한 미소를 지으며 북진연에게 예를 행했다.그런데 이때, 그는 갑자기 영지 입구에 있는 수비군에게 다가가더니 손을 뻗어 그의 머리 위에 있는 뭔가를 떼어냈다.아무것도 모르는 수비병은 멍한 표정으로 눈을 휘둥그레 떴다.북진연이 손을 내린 후에야 그는 섭정왕이 자신의 머리에서 무엇을 떼어냈는지 보려고 시선을 내렸다.그러나 북진연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멀리서 그의 손끝만 바라보던 범수란만 그것을 보았다.‘저건… 벌레?’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거지? 갑자기 웬 벌레를 잡아?’‘섭정왕은 원래 자기 병사에게 이렇게 자상한 사람이었을까? 머리에 벌레가 묻어서 떼어줄 정도로?’범수란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사이, 북진연은 뒤돌아서 막사 쪽으로 향했다.‘이대로 간다고? 나 보러 나온 게 아니었어?’범수란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급히 목소리를 냈다.“잠시만요, 섭정왕 전하! 소녀 여기 있어요!”‘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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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온사, 네 벌레를 데려왔다.”막사로 돌아온 북진연은 탕약을 조제 중인 온사에게 말했다.그녀는 이미 한 솥을 끓인 후에 이따가 효과를 시험해볼 예정이었다.안으로 들어온 그를 보자 온사는 어색하게 기침했다. 조금 전 몰래 엿듣고 있었단 사실을 들키기는 싫었다.북진연의 손에서 벌레를 받은 그녀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범충의 딸을 이대로 잡아도 정말 괜찮겠어요?”“제 발로 찾아왔으니 잡아야지.”북진연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온사는 고개를 돌려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북진연은 난감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설마 그 범충의 딸이 아는 사람이라서 사정이라도 하려는 건가?”온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는 사람도 아니니 사정을 할 필요도 없지요.”“그런데 왜….”“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섭정왕 전하는 절세미인을 앞에 두고도 여전히 냉정함을 유지하시는군요.”온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농담처럼 말했다.그러자 북진연은 의아한 눈빛을 하며 그녀에게 되물었다.“그 절세미인이 범충의 딸을 말하는 것이냐?”“물론이죠. 그 여인 말고 밖에 다른 여인은 없었는걸요.”온사가 말했다.그러나 북진연은 오히려 서운한 기색을 띠더니 유유히 말했다.“온사, 너는 네 용모에 전혀 자각이 없구나.”그는 범수란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미인으로 치자면 눈앞의 여인을 따라갈 자가 없었다.북진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얼굴을 매만지는 온사에게 웃으며 말했다.“나는 부처가 아니다. 미인이 앞에 있으면 당연히 마음이 동하지. 하지만 그것도 상대를 봐가면서 하는 거야.”누구나 미인이라 칭할 수 없고 모든 미인이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하물며 범충의 딸은 그의 입장에서 전혀 아름다움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온몸에 시신의 썩은 내를 풍기는 여인을 어찌 미인이라 칭할 수 있겠는가.“범수란의 몸에서 시신의 썩은 내가 났다고요?”북진연의 말을 들은 온사가 놀라며 눈을 치켜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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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절색의 미모를 소유한 소녀에게서 왜 시체의 썩은 내가 나는 걸까?어딜 지나가다가 우연히 묻은 것일까?아니면 그녀가 뭔가를 한 것일까?온사는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었다.말로 형용하기 힘든 끔찍한 가설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온사는 북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범수란을 잡아들이면 범충은 오늘밤 아니면 내일 분명 움직일 거예요.”“빨리 오면 나야 좋지. 그자가 안 오면 딸년의 목을 창주성 성문에 걸어버릴 테니까.”북진연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북진연과 온사가 미리 결전을 준비하고 있을 때, 영지의 후방에 잡혀간 범수란은 흑기군에 의해 작은 막사 안에 감금되었다.한 번도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 없는 그녀의 표정은 음침하게 굳어 있었다.그러나 양갓집 규수의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 잡혀오는 내내 소리를 지르지도, 울며 난리를 피우지도 않았다.그녀는 지부의 딸이고 이곳은 아버지의 구역이었다.섭정왕이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가 있어도 쉽게 자신을 처단하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안위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이 없었다.그리고 막사 안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수란 누님, 오랜만이군요.”범수란을 압송한 흑기군이 자리를 뜬 후, 그녀의 등 뒤에서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범수란이 고개를 돌려 보니 그녀를 가둔 철창 외에도 막사 안에는 다른 철창이 하나 더 있었다.그 안에 있는 자는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범숙취? 네가 이곳엔 어쩐 일이지?”범수란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범숙취를 힐끗 바라보고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시선을 거두었다.“저만 여기 있는 게 아니랍니다. 누님, 뒤쪽을 보세요. 셋째 삼촌도 여기 계신답니다.”아무것도 모르는 범수란은 뒤쪽을 보았다가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고 아연실색했다.“악!”그녀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사지가 절단된 사내가 머리와 몸통만 남은 채, 단지에 담겨 있었다.그자, 아니 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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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닥쳐라!”정곡을 찔린 범수란은 분노한 목소리로 호통치며 범숙취를 흘겨보았다.“내가 여기로 온 건 순전히 사고였다. 내 마음을 떠볼 시간에 네 걱정이나 하려무나.”범수란은 범숙취의 뒤에 있는 범량을 힐끗 보고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 아버지는 네 아비처럼 무능한 분이 아니니까.”그녀는 얼마 못가 아버지가 직접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을 알고 있었다.범숙취는 음산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또 저 짐승을 나랑 엮으면 네 아비가 오기도 전에 내가 저승으로 보내줄 줄 알아!”“감히!”범수란은 혐오스럽다는 듯이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변을 당하면 아버지와 할머니 모두 널 용서치 않을 것이다. 난 죽더라도 혼자 죽지 않는다는 말이야. 못 믿겠으면 어디 한번 해보거라.”범숙취도 잔인한 인간이지만 범씨 일족 중에 잔인하지 않은 인간이 없었다.정말 범숙취가 무서웠더라면 범수란은 지금의 명성을 얻지도 못했을 것이다.범씨 일족에서 겁 많고 무능한 사람들은 진작에 명을 달리했다.범숙취는 무표정한 얼굴로 범수란을 한참 노려보았다.분위기가 순식간에 살벌해졌다.잠시 후, 그는 갑자기 피식 웃더니 여유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농담일 뿐이었어요, 누님.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저도 압니다. 누님은 범씨 일족 중에서도 가장 대단하시고 건드려서는 안 될 인물이죠. 할머니와 큰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는 분이시고 다른 형님들도 누님이라면 껌뻑 죽지 않습니까. 누가 감히 그런 누님을 건들겠어요?”“그걸 알면 내 앞에서 건방 떨지 마라. 그러지 않으면 아무리 할머니께서 너를 다른 아이들보다 아낀다고 해도 내가 널 용납치 않을 테니.”할머니께서 그를 마음에 들어하시지 않았다면 진작에 이 주제 모르는 사촌동생을 죽여버렸을 것이다.범수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범숙취에게서 고개를 돌렸다.숙취도 혐오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평소에는 연약한 척, 순진한 척하는 범수란이지만 이 여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인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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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범수란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지만 자신을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는 범숙취를 보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무슨 눈빛이지? 죽고 싶어? 내가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네놈의 사지를 절단하여 화단의 거름으로 던져줄 테다!”범숙취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누님께서 성녀를 평범하다고 말씀한 게 믿기지가 않아서요. 제가 보기에 그 화가가 실력이 부족해서 성녀의 아름다움을 담아내지 못한 것 같은데요. 아니면 누님께서 본 그 여인이 성녀가 아닐 수도 있죠.”“그게 무슨 소리야?”범수란은 불쾌한 눈길로 범숙취를 쏘아보며 말했다.“너 그 성녀를 직접 봤어?”“제가 잡혀온지 얼마나 됐는데 못 본 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범수란은 잠시 침묵하더니 매섭게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그래서 너는 그 여자와 나 중에 누가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니?”사실 상 답은 하나뿐이고 틀리면 죽을 수도 있는 질문이었지만 범숙취는 그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이슬을 머금은 꽃처럼 청초하고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분이지요.”범숙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이었다.“결론은 그분은 누님보다 백배는 더 아름답다는 거예요.”쾅!철창이 갑자기 큰소리를 내며 흔들렸다.범수란은 음침한 얼굴을 하고 범숙취를 매섭게 노려보았다.그녀는 표독스러운 눈빛을 하고 그에게 말했다.“너 정말 죽고 싶구나?”범수란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자신이 아름답지 않다거나 누가 자신보다 더 아름답다는 평가였다.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고 꼭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었다.만약 자신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난다면 모조리 죽여버릴 것이다.그것들을 화단의 거름으로 주어 자신은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다!“못 믿으시겠다면 직접 보세요. 그러나 성녀의 목숨을 취하고 싶으시다면 조심해야 할 겁니다. 성녀는 누님께서 과거에 죽였던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신분이니까요.”성녀가 범수란에 의해 변을 당한다면 범씨 일족 전체가 무너질 것이다.범숙취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마치 일부러 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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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막사 안.범숙취와 범수란 두 사람은 흑기군에게 끌려 막사로 들어왔다.안으로 들어온 범숙취는 몰래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기대한 사람은 없고 섭정왕만 상석에 앉아 있었다.그는 순간 당혹스러웠다.‘왜 성녀께선 여기에 안 계신 거지?’그는 재빨리 북진연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의 옆 탁자 위에는 그릇 두 개가 놓여 있었다.하나는 거무튀튀한 죽 같은 것이고 하나는 진한 색을 띤 탕약으로 보였다.저 안에 든 게 뭔지는 모르지만 막사 안에 가득 찬 약냄새가 저기에 모종의 약이 들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설마 저걸 우리에게?’범숙취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그건 그의 옆에 있는 범수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들어온 뒤로 계속 막사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그리고 그녀가 만나려는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비록 성녀가 안 온 게 아쉽기는 하지만 섭정왕이 계신 걸로 족했다.어차피 그녀의 목표는 섭정왕 북진연이었다.성녀가 창주성을 떠나지 않는 한, 언제든 그녀를 처리할 기회는 있었다.“소녀 범수란, 섭정왕 전하를 뵈옵니다.”“소인, 섭정왕 전하를 뵈옵니다.”범수란은 자신을 소인이라 칭하는 범숙취를 몰래 힐끗 노려보았다.‘어쩐지 거지 행색을 하고 있더라니, 여태 섭정왕 앞에서 신분을 숨긴 거였어?’아마 할머니께서 그렇게 하라고 일러주셨을 가능성이 컸다.‘귀찮게 됐네.’어쨌거나 할머니께서 지시하신 일이라면 그녀 역시 범숙취의 연기에 협조해야 했다.그녀는 짜증스럽게 눈을 흘기고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채, 명을 기다렸다.“고개를 들라.”북진연은 그들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유유히 말했다.두 사람은 무릎을 꿇은 채로 고개만 들고 전방을 바라보았다.“범숙취, 범수란… 같은 범씨네. 외모도 참 비슷한 구석이 많단 말이지….”북진연이 이어서 뭘 말할 것을 바로 예견한 범수란은 다급히 고했다.“섭정왕 전하, 소녀는 창주 지부의 딸입니다. 한낱 방랑자 따위를 어찌 소녀와 비교하신단 말입니까? 어찌 소녀를 이런 식으로 모욕할 수가 있나요!”범숙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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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한 사람이 한 그릇씩. 너희가 알아서 택하거라.”범수란과 범숙취는 그 말을 듣고 아연실색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범숙취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섭정왕 전하, 왜 저희에게 이런 선택을 명하신 겁니까?”“당연히 먹으라는 거지. 난 너희에게 선택지를 주었으니 나머지는 너희가 알아서 택하거라.”북진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범수란은 위화감을 느끼며 침을 꿀꺽 삼켰다.“이거… 탕약 아닙니까? 저희에게 풍한약을 달여주신 건가요?”북진연은 야비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너희가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야.”털썩!범수란은 급기야 고개를 바닥에 조아리며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섭정왕 전하, 소녀는 정말 전하의 뜻을 몰라서 그럽니다. 만약 소녀가 영지 입구에서 실례되는 행동을 하여서 소녀를 벌하시려는 거라면 그 벌은 달게 받겠나이다.”“허나 탕약은… 소녀는 어릴 때부터 몸이 허약해서 아무 약이나 먹을 수 없습니다. 이 약을 먹고 혹여 탈이 나거나 목숨을 잃게 된다면… 제 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상심하실 것이고 전하를 탓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전하의 뜻은 알겠으나… 탕약은 거두어 주십시오.”옆에 있던 범숙취는 흥미진진하게 그녀가 꾸며낸 이야기를 들었다.일단 약한 척해서 상대의 동정을 사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범수란은 그녀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인간이 아니었다.어릴 때부터 몸이 안 좋았다는 말을 하며 약을 거부하는 인간이 처벌은 달게 받겠다니,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어차피 처벌이란 곤장을 치거나 그보다 더 혹독한 벌이 내려질 텐데 탕약도 거부하고 곤장도 거부할 테니 그저 살려달라고 비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설마 섭정왕의 시중을 들겠다는 얘기일까?’눈앞의 상대가 섭정왕이라면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그게 아니라면 범수란은 아버지와 할머니를 내세워 섭정왕을 협박하고 있었다.아버지는 창주 지부이고 할머니는 범씨 일족의 수장이었다.섭정왕이 정말로 자신을 곤란하게 한다면 일족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무언의 협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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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8화

범수란은 식은땀을 뚝뚝 흘리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섭정왕은 더 잔인한 존재였다.심지어 그들이 지금 있는 이곳은 창주 성문 앞, 언제든 그녀의 아버지가 호위군을 데리고 쳐들어올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북진연은 그녀를 상대로 주저없이 검을 휘둘렀다.잘린 자신의 팔을 바라보며 범수란은 눈앞의 사내가 너무도 증오스러웠다.‘잔인무도한 도살자 같으니라고!’때가 되면 자신의 팔을 앗아간 저 사내에게 처절한 복수를 해줄 것이다!범수란은 과다출혈을 방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팔꿈치를 감쌌다. 이때 벌레 한 리가 몰래 그녀의 상처로 기어와서 힘껏 깨물었다.그러나 범수란과 범숙취 두 사람은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두 사람은 강요에 의해 약을 선택해야 했다.선택을 하지 않으려니 거부한 대가를 이미 눈앞에서 보았으니 이제 두 사람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을 해야 했다.하나는 약찌꺼기로 보이고 하나는 그저 정상적인 탕약이었다.하나는 뭔가 기괴하고 그나마 탕약이 정상적으로 보였다.그러나 범숙취와 범수란은 감히 쉽게 선택을 할 수 없었다.대체 어디에 독이 들었을까?아니면, 처음부터 둘 다 독약인 것은 아닐까?범수란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매서운 눈빛으로 범숙취에게 눈치를 보냈다. 그에게 먼저 선택하라는 뜻이었다.범숙취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또 협박이라니! 그럼 두고 보자!’범숙취는 아무렇게나 손을 들어 약찌꺼기를 가리켰다.“전하, 소인은 저것을…”“소녀는 이걸 선택하겠습니다! 섭정왕 전하, 소녀에게 약찌꺼기를 하사해 주십시오!”범숙취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범수란은 급급히 그의 말을 끊으며 약찌꺼기를 가리켰다.그녀는 북진연의 표정에서 뭔가 단서라도 찾아내려 했으나, 그는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흑기군을 시켜 약찌꺼기가 든 그릇을 그녀에게 건넸다.“먹어라.”어쩔 수 없이 그릇을 받아든 범수란은 더 이상 퇴로는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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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정말 독이 들었잖아?’범수란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곧이어 온몸에 한기가 퍼지기 시작했다.“왜 이렇게 꾸물거리지? 정녕 죽고 싶은 게냐!”북진연은 눈을 매섭게 치켜뜨며 살기를 드러냈다.그 말을 들은 범수란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몸에서 전해지는 극심한 고통이 이걸 다 먹지 않는다면 그녀가 죽을 것임을 알려주고 있었다.하지만 이걸 계속 먹는다면….범수란은 바닥에 납작 엎드린 범숙취를 힐끗 보고는 허겁지겁 남은 약찌꺼기를 먹기 시작했다.‘윽! 너무 역겨워! 토할 것 같아!’범수란은 입을 틀어막고 뒤돌아서 그것을 토해내려 했다.그러나 곧이어 헛구역질과 함께 가슴이 찔린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푸흡!범수란은 그대로 먹은 것을 토하고 말았다.약찌꺼기와 피가 뒤섞인 토사물을 보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온사, 다 먹였다.”온사가 부탁한 임무를 완수한 그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막사 안에서 줄곧 이곳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온사가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잘하셨습니다, 전하.”온사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이제 그 범 지부와 유리한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겠군요.”일족의 아이가 둘이나 그들의 손에 잡혀 있으니 범충도 경거망동 할 수는 없을 것이다.그랬다. 온사와 북진연은 범숙취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었다.비록 그가 극구 부인하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혜안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북기군의 영지에서 감시 수단이 없을 수가 없었다.감시할 흑기군을 모두 물린 것도 두 사람에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어 그들을 떠보기 위함이었다.역시나 그들이 예상했던 대로 범숙취와 범수란은 함정에 걸려들었다.범수란은 제치고 범숙취만 놓고 말하면 그는 남루한 모습으로 온사와 북진연의 눈을 가리려 했지만 오랜 시간 무공을 연마한 북진연이 그 하찮은 눈속임에 넘어갔을 리 없었다.그에게서 풍기는 기운부터가 수상했다.낮에는 깨어 있기에 자신의 기운을 감추었지만 그가 잠들고 난 후에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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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그래서 온사는 똑같이 독이 든 약을 만들고 둘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었다. 이는 두 사람을 이간질하기 위함이었다.대화를 통해 범숙취와 범수란이 사이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온사와 북진연은 이 점을 이용해 그들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킴과 동시에 두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 지켜보기로 했다.그리고 결론은 범수란이 범숙취보다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상 그녀보다 독한 사람은 범숙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 둘은 내가 잘 감시하고 있을 테니 전하는 걱정 말고 범충과 범씨 일족의 사람들을 상대하세요.”온사가 말했다.이쪽에서 인질을 둘이나 잡고 있는 상황이니 저쪽이 훨씬 더 불리한 상황이었다.그러나 이때의 온사는 성내에 그녀의 한 옛 지인이 지부의 관저에서 범충과 차를 마시며 바둑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진국공의 넷째 공자께서 이리도 뛰어난 인재일 줄은 정말 몰랐군요. 오늘 한수 배워갑니다.”범충의 치하에 온옥지는 이동식 의자에 앉아 겸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과찬이십니다, 지부 나으리. 나으리께서 제게 삼수나 양보하셨기에 제가 간신히 이길 수 있었던 것이지요.”“에이. 난 공자보다 나이를 서른 살이나 더 먹은 노인네인데 당연히 그 정도는 양보해 드려야지요. 그러지 않았다면 설령 이겼다고 해도 부끄러웠을 것입니다.”범충은 수염을 매만지며 싱글벙글 웃었다.온옥지는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겉보기에는 겸손하게 행동하고 있지만 그의 타고난 오만함이 범충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그러나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눈앞의 어린 녀석이 출신으로 치면 자신보다 위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조정의 절반을 장악한 진국공, 비록 최근에 힘이 많이 빠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무시할 수 없는 권력자임은 확실했다.범충은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고 계속해서 말했다.“듣기로 공자께서 창주로 온 이유가 찾고자 하는 약재가 있어서라지요. 제가 공자를 도와 좀 알아봐 드릴까요?”“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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