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71 - Chapter 80

381 Chapters

제71화

그의 속셈을 꿰뚫어본 북진연이 담담히 말했다.“그 사람이 의술을 배우는 중인 건 맞지만 진짜 배우고 싶은 건 독이야. 영감은 독학에 대해 알아?”“독이요… 제 전문은 아니지만요, 조금은 알죠?”독 얘기가 나오자 임자부는 금세 시무룩해졌다.비록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소문난 의술의 성자이긴 하지만 독은 그의 전문이 아니었다.“독을 잘 쓰는 사람이라면 귀의 독왕 그 녀석이 있겠군요.”독왕과 의술을 비긴다면 그가 이길지 몰라도 독은 아니었다.“안 그래도 최근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귀의 독왕 그 녀석이 경성에 있다고 하더군요.”임자부는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듯 무심코 한마디 했다.그러자 북진연이 물었다.“그자와 연락이 닿을 방법은 있고?”“저 그 녀석이랑 안 친합니다.”북진연이 물었다.“그럼 전에 의술 시합은 어떻게 했지?”“제가 도전장을 써서 거리에 붙여 놓았는데 마침 귀의가 그걸 보고 일년 안에 누가 사람을 더 많이 살리는지 내기하기로 했지요. 결국 제가 상대보다 열 명을 더 살렸고요.”“도전장이라...”잠시 고민하던 북진연은 이내 고요 일행에게 지시했다.“사람을 보내 귀의 독왕의 행방을 알아보거라. 못 찾겠거든 임자부의 명의로 도전장을 써서 붙여.”“예, 알겠습니다!”“저는 반대예요! 제 동의도 안 받으셨잖습니까!”“항의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북진연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말했다.임자부는 홧김에 그를 향해 눈을 한번 부릅뜨고는 백년 자령지에 시선을 돌렸다.그런데 이때, 자령지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던 임자부의 표정이 순간 급변했다.“잠시만요!”문턱을 나서던 고요 일행이 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임자부는 자령지를 코에 대고 계속 킁킁 냄새를 맡고 있었는데, 북진연이 짜증을 내려던 순간, 그가 갑자기 흥분의 비명을 질렀다.“회춘초입니다! 여기에 회춘초의 향기가 묻어 있어요!”백년 자령지도 진귀한 약초지만 그것에서 두 번째로 찾고 있던 진귀한 약재의 향을 맡았을 때 임자부는 더욱 더 흥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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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오늘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지. 회춘초는 내가 알아서 찾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나눴던 대화가 밖으로 새어나가서는 절대 안 된다.”북진연은 눈을 감고 턱을 매만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간도 크지. 이렇게 큰 비밀을 제대로 감추지도 않고 말이야.’고요 일행은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 눈치를 살폈다.임자부는 북진연의 표정을 살피다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왕야, 설마 그분에게 회춘초의 행방을 알아볼 생각이 없으신 겁니까?”북진연이 질문에 답하지 않자, 임자부는 그의 속셈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다급히 말했다.“하지만 왕야, 병세를 오래 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시간을 길게 끌수록 발작의 빈도가 잦아지고 점점 힘들어질 겁니다. 회춘초가 코앞에 있는데 왜 알아보려 하지 않는 겁니까?”“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일단 회춘초만 확보하면 마지막 서홍화만 찾으면 모든 약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왜 주저하시나요?”고요 일행도 임자부의 말에 동의했다.“왕야, 어쨌거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왕야의 치료 아니겠습니까!”북진연은 부하들의 심정을 이해했다.하지만 수월관에 살고 있는 어린 소녀를 생각하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그렇긴 하지만 두 가지 약재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서홍화를 찾지 못하면 쓸모없는 일 아니냐.”그 말에 임자부와 부하들은 입을 다물었다.북진연의 말처럼 백년 자령지와 회춘초는 어떻게든 구할 수 있지만 세 번째 약재인 서홍화는 임자부가 선배들이 남긴 고대 의술 서적에서 본 것이었고 그것에 대해 들어보거나 직접 본 사람은 없었다.그래서 그들은 줄곧 바다에서 바늘 찾는 식으로 온 나라를 뒤지고 다녔다.“됐어.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무 신경 쓰지 마.”북진연은 기가 푹 죽은 부하들을 보며 담담히 위로를 건넸다.그러자 임자부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북진연까지 이렇게 말하는데 더 이상 재촉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한번 결정한 일을 번복하는 법이 없는 사람이었다.임자부와 고요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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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밭을 확인한 그녀는 활짝 웃으며 냇물을 길어 밭에 물을 주다가, 고개를 돌렸는데, 옆에 있던 회춘초에 어느새 꽃봉오리가 피어 있었다.온사는 웃으며 꽃들을 쓰다듬고는 다른 곳으로 갔다.그녀는 약초를 지날 때마다 약재대전을 꺼내 일일이 대조를 했는데, 그러다가 또 한 약재가 눈에 들어왔다.약재대전에서 다른 약재들에 대해서는 상세한 기록이 있었지만 유독 이 약초만 대략적인 모양과 이름, 출처를 제외하고 효능에 대해서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서홍화, 먼 타국에서 나는 약초라….”온사는 재차 대조한 후에야 이 약초가 서홍화가 맞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효능을 알 수 없어 아쉬웠다.‘한번 먹어봐?’온사는 호기심에 그런 생각을 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독성이 있는지도 모르잖아.’만약에 강한 독성을 가진 약초라면 그걸 먹고 저 세상 갈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그녀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막수 사부께 여쭤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떴다.며칠 후, 온씨 가문에서 또 사람을 보내왔다.이번에는 온모가 아니었다.그녀도 혼자 온사를 찾아오면 물을 맞거나 매를 맞는 결과밖에 없다는 걸 알았는지 이번에는 온자월과 함께 왔다.온장오는 조정에 나가야 하고 온자신은 옥에 있고 온옥지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같이 올 수 있는 사람은 온자월뿐이었다.마침 아침 수업을 하고 있던 온사는 사저의 전갈을 듣고 손을 저으며 사저에게 말했다.“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세요. 기다리기 싫으면 말라고요.”어차피 급한 건 그녀가 아니었다.사저는 그녀가 한 말을 그대로 두 사람에게 전했다.수월관 밖에서 기다리게 된 온모와 온자월의 표정을 좋지 못했다.기도 의식이 이미 끝났기에 수월관은 대문을 열고 손님을 받고 있었고 산기슭의 흑기군도 철수했다. 손님들과 신도들은 평소처럼 수월관으로 들어와서 참배하고 향을 피울 수 있었다.온자월은 수월관에 와본 횟수가 적어서 거절당한 경험도 거의 없었기에, 기다리라는 말에 짜증스럽게 말했다.“금방 입관한 막내 여승이 무슨 할 일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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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온사는 계단에 서서 둘을 내려다보며 되물었다.“그건 내가 당신들에게 물어야 할 질문 같은데요?”“온자신은 저에게 무력을 행사하고 중상을 입힌 죄로 옥에 갇혔습니다. 지금 몸에 멍도 사라지지 않았는데 와서 풀어주라고 몇 마디 하면 제 용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요?”온자월과 온모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진국공부의 자녀는 누군가에게 사과를 할 필요가 없었고 밖에서 누구에게 고개를 숙인 적도 없었으니 말이다.온사 또한 오라버니들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온자신이 괴팍하고 쉽게 화를 내는 성격이라면 온자월은 고고하고 오만한 성격이었다.그는 평등하게 모두를 무시했다.그래서 온자월이 사과하러 왔다고 했을 때부터 그에게 기대 같은 것도 없었다. 이 사람은 사과의 ‘사’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둘째 형님도 그래서 벌을 받았잖니?”온자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온사를 바라보며 말했다.“곤장 80대를 맞고 그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는데 그 정도로 부족해?”“부족하죠.”온사가 주저없이 말하자, 온자월의 눈빛이 음산하게 식었다.“온사야, 형님은 네 오라비이기도 해. 너는 양심도 없어?”“사과하러 왔으면서 성의는 전혀 보이지 않네요. 그렇다면 이만 돌아가 주세요.”온사는 더 이상 그와 이야기하기 싫어진듯 뒤돌아섰다.“거기 서!”온자월이 싸늘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러세웠지만, 온사는 들은 둥 마는 둥 여전히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자리를 뜨려는 온사를 보자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온자월과 온모는 이를 갈았다.“거기 서!”“온사야, 대체 우리한테 무슨 성의를 바라는 거니?”그 말을 들은 온사가 드디어 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얼굴이 퍼렇게 질린 온자월을 보고 말했다.“걱정 마세요. 제가 원하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랍니다. 두 가지 조건만 들어주시면 돼요.”“말해봐.”“첫째, 온자신이 출옥한 후에 수월관 앞으로 찾아와 제게 직접 사과를 하게 하세요.”조금 짜증나는 요구이긴 했지만 형님을 빨리 옥에서 빼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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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온자월은 다시 싸늘한 목소리로 온사의 이름을 부르며 물었다.“그렇게까지 막내를 품어주기 싫은 것이냐?”“예. 맞습니다. 저 애가 그 집에 존재하는 한 저는 당신들의 가족이 아닙니다.”온모마저도 온사가 이렇게까지 대놓고 자신을 저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온사가 싸늘하게 한마디 덧붙였다.“내가 원하는 바는 이미 얘기했으니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내일 어머니의 혼수를 전부 가져오세요.”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자신을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결국 온자월과 온모는 음침한 얼굴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한편, 진국공 저택.“온사가 정말 그렇게 말했다고?”온장온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온자월과 온모에게 되물었다.온자월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직접 들었는데 여부가 있겠습니까? 제가 거짓말이라도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아니. 난 그런 뜻이 아니라….”온장온은 점점 더 온사의 속을 알 수 없어 갑갑했다.“온사가 왜 이렇게까지 막내를 싫어하는 것이지? 막내가 있는 자리에서도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온장온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려 온권승에게 물었다.“아버지, 제가 다시 온사를 찾아가 볼까요? 분명 저희에게 서운한 게 있어서 저러는 것 같습니다.”“그럴 필요 없다.”온권승이 싸늘하게 말했다.“너희들도 그렇게 여러 번 설득하려 했는데도 여전히 제 잘못을 알지를 못하니. 끝까지 소란을 부리겠다면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그는 다시는 온사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로 했다.이렇게 불경하고 철없는 딸은 차라리 버리는 게 더 나았다.온장온은 잔뜩 실망한 아버지의 어투에 조금 두려워지기 시작했다.‘아버지께선 정말로 온사를 버리려는 것일까?’“아버지, 그럼 온사가 제기한 조건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온자월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정말 어머니의 혼수를 다 그 애한테 가져다 줘야 합니까?”“원한다면 갖다줘.”온권승은 온기 한점 없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줄 때 그 애에게 똑똑히 말해두거라. 그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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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온모는 순간 멈칫했다. 온자월이 먼저 나서서 큰 형의 말을 듣지 말라고 말할 줄은 몰랐다.그렇다고 해서 덥석 알겠다고 할 수는 없기에 그녀는 머뭇거리는 척을 했다.“하지만 이미 큰 오라버니와 약속했는걸요. 게다가 큰 오라버니의 말씀이 틀린 게 없잖아요. 아버지는 이번에 진심으로 화가 나신 것 같았어요.”“이번엔 진심이길 바라야지.”온자월이 싸늘하게 말했다.“진심이 아니었다고 해도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셋째 오라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온모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온자월은 웃으며 말했다.“막내 너는 너무 순진해서 사람 마음을 잘 몰라. 태어나길 건방지고 천방지축으로 태어난 애니 이번에 크게 교훈을 주지 않으면 걔는 영원히 자기 잘못을 모르고 살아갈 거야. 그래서 난 아버지의 생각이 맞다고 봐.”“온사가 우리와 연을 끊으면 그 애는 진국공부 적녀의 신분이 가져다주는 모든 이익을 잃게 되는 거야. 그리고 곧 알게 되겠지. 그 신분이 없다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것을.”‘그렇구나.’온모는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이 인간은 그래도 이용할 맛이 있네.’옆에서 구경만 하면 일이 알아서 잘 풀릴 것을 생각하니 온모는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온자월이 있는 한 온사는 가문과 연을 끊은 후에 가문의 그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그때 가서 온사의 숨통을 조이고 심연으로 떨어뜨릴 것이다.나중에 온씨 가문이 조사한다고 해도 온모는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다.온모의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가 스쳤다.역시 남매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 걸 구경하는 게 가장 재미 있었다.물론 맞는 상대는 온사 혼자가 될 것이지만 말이다.한편, 수월관에서 이번에는 온사가 가장 빨리 모습을 드러냈다.그녀는 온자월과 온모가 가져온 상자를 본 순간, 눈빛이 살짝 흔들려, 천천히 그것을 향해 다가갔다.“막내야!”사저가 그녀의 앞을 막았다.그녀는 온씨 가문 사람이 막내를 공격할까 봐 걱정했다.온사는 고개를 돌려 안심하라는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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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예, 알겠습니다. 내일 사람을 데려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안 그러면 어머니의 혼수를 받았다고 해도 풀어주지 않을 겁니다.”말을 마친 온사는 상대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알아들으셨나요?”온자월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좋아. 아주 잘났구나.”온사는 더 이상 그 말에 응대해 주지 않고 사저들과 함께 상자를 안으로 날랐다.마지막 상자가 들어갈 때까지 그녀는 온자월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았고, 온모는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어차피 그녀는 지금 얌전하고 순진한 막냇동생이었기에, 셋째 오라버니가 그러라고 했으니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으니 말이다.모든 정리가 끝나자, 온모는 그제야 후련한 느낌을 받았다.돌아가서 온권승에게 사실을 전한 후, 온권승은 바로 다음 날에 온사의 이름을 족보에서 지워버렸다.온장온은 말리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기분이 좋아진 온모는 온자신을 마중하러 옥으로 갔다.그녀가 오래 못 만난 둘째 오라버니에게 달려가서 애교를 부리려 할 때, 그의 몸에서 풍기는 악취가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무의식적인 동작에 온자신의 얼굴이 수치로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러자 온모가 재빨리 말을 돌렸다.“죄송해요, 둘째 오라버니. 몸에 부상이 있는 걸 깜빡하고 하마터면 달려들 뻔했네요. 상처가 벌어지면 안 되니까 부축은 안 할게요.”그녀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온자신은 멍청해서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그는 멍청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막내야. 마침 몸에 악취도 풍기니 멀리 떨어져서 걸으렴.”온모는 애교 어린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전 오라버니가 더럽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고요!”말은 그렇게 해도 온모는 그에게서 멀리 떨어져 걸었다.마차에 오른 온자신은 이제 드디어 집으로 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그런데 창문 가림막을 열어보니 마차가 향하는 방향이 뭔가 석연치 않았다.온자신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셋째야, 막내야, 우리 집으로 가는 거 아니었어? 어디 들를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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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형님, 정말 미쳤어?”온자월이 놀란 눈으로 온자신을 바라보며 물었다.비록 처음부터 온자신을 데리고 가서 사과할 계획이었지만 온자신의 반응은 그의 예상밖이었다.“곤장 80대 맞고 바보가 된 거야? 아니면 옥에 너무 갇혀 지내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온자월은 살짝 무시하는 투로 그에게 묻자, 온모도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둘째 오라버니, 정말 괜찮은 거 맞죠?”온자신은 자신의 말 한마디에 두 사람이 보이는 반응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곧이어 그는 감옥에서 생각한 것들을 그들에게 말해주었다.“사실 그날 온사를 때리고 나도 후회했어…”그동안 그는 매번 그날의 일을 떠올리면, 당시의 온사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너무도 가슴을 아프게 하는 눈빛이었다.며칠 안 본 사이에 온사는 왜 그렇게 증오에 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됐을까?그는 산으로 간 목적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온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게 목적이었다.그런데 온사가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심지어 그를 깨물기까지 했으니, 그때는 너무 아파서 이성을 잃을 정도였다.온사도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손목을 부러뜨릴 것처럼 물어뜯었다.온자신은 손에 움푹 패인 상처를 보고 생각에 잠겼다.그는 온사가 자신을 두려워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가문에 돌아가는 게 두려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어느 쪽이라고 해도 그는 편히 잠들 수 없었다.온자신은 점점 후회가 됐다.자세히 생각해 보니, 큰 형의 말이 틀린 것 하나 없었다.반년 동안 그는 자주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온사에게 폭력을 썼다. 어쩌면 온사가 그 정도로 두려워하는 이유가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자, 동생에게 제대로 사과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누가 뭐래도 그는 온사의 오라버니였으니 말이다.남매 사이는 본디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관계 아닌가. 하물며 온사는 그의 친동생이었다.조금 천방지축에, 말을 잘 안 듣기는 해도 그녀가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그런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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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퍽!온자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온자신이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쳤다.“둘째 오라버니!”그러자 옆에 있던 온모가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온사를 위해 온자신이 온자월에게 주먹을 휘두를 줄이야!“양심도 없는 것이라고! 어머니가 임종 때 했던 말을 다 잊었어? 어머니께선 우리한테 여동생을 잘 돌보라고 하셨는데 넌 이런 식으로 할 거야? 온사가 예의 없고 철부지라고?”온자월도 몸을 비틀며 온자신에게 주먹을 날렸다.옥에 오랜 시간 갇혀 있고 부상까지 입은 온자신에 비해 온자월의 주먹에 실린 힘이 더 셌다.온자신은 하마터면 그대로 마차 밖으로 튕겨나갈 뻔했다.온자월은 피를 뱉은 뒤에 음산한 얼굴로 온자신에게 말했다.“형님, 나한테 화풀이하지 마. 난 온사가 아니야. 전에 형님도 온사에게 비슷한 말을 적지 않게 했고 주먹까지 휘둘렀어. 그런데 지금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훈수 두는 거지?!”“그래! 나도 나쁜 놈이야!”온자신은 결국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분을 토했다.“하지만 이제 난 정신을 차렸고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어! 온사는 내 동생이고 그 아이가 어떻게 변했든 우리 사이가 혈연으로 이어져 있다는 건 변하지 않아! 너도 같고 큰 형님, 넷째도 마찬가지야!”“그럼 막내는?”온자월도 언성을 높여 싸늘하게 말했다.“형님은 온사를 선택하고 막내를 버리겠다는 거야?”온모는 곧바로 상심한 표정을 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둘째 오라버니, 저… 저는 오라버니들과 혈연관계가 아니라서 친동생이 아니라는 건가요?”“막내 너도 당연히 우리 동생이지! 온사도 너도 다 내 동생이야!”온자신은 자신의 말이 온모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생각에 다급히 해명했다.그러자 온모가 울며 말했다.“하지만 어제 언니가 사람들 앞에서 말했단 말이에요. 저를 동생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자기 가족이 아니라고요.”온자신은 순간 누가 찬물을 머리에 끼얹은 기분이었다. 그가 멍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니?”온자월이 싸늘하게 말했다.“그러니까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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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그리고 역시나 온자월의 예상은 정확했다.그들이 다급히 말을 구해서 수월관에 달려갔을 때, 온자신은 방망이를 든 사태들에게 포위되어 있었다.“온사야! 온사야, 나와!”“둘째 오라버니가 사과하러 왔어!”“온사야, 나와서 얼굴 보고 얘기하자, 응?”온자신은 수월관 밖에 서서 목에 핏대를 세우고 온사를 불렀다.수월관 대문 앞으로 나온 막수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사과가 하고 싶다면 여기서 하세요. 제가 대신 무우에게 전하겠습니다.”“안 됩니다!”온자신은 고개를 저었다.“온사를 좀 불러주세요. 그 아이에게 사과하러 온 것이니 얼굴 보고 얘기하겠습니다.”“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만.”막수 사태는 단박에 그의 요구를 거절했다.“시주께선 괴팍하고 감정을 잘 주체하지 못하는 분이시니, 지난 번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다시는 무우를 만나지 마십시오.”그 말을 들은 온자신은 망연자실했다.“다시는 만나지 말라는 말이… 대체 무슨 말씀입니까?”“말 그대로입니다. 무우는 진국공가와 완전히 연을 끊었습니다. 그러니 시주와 더 이상 할 얘기도 없을 거고요. 그러니 여기서 사과하고 돌아가시면 됩니다. 앞으로 다시는 수월관에 오지 마세요.”온자신은 다시 주먹을 쥐고는, 분노한 얼굴로 막수를 바라보며 되물었다.“그건 사태의 뜻입니까, 아니면 온사의 뜻입니까?”“제 뜻이기 곧 무우의 뜻입니다. 차이가 있나요?”막수 사태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하지만 그 모습이 온자신을 더욱 자극했다.“당연히 차이가 있죠! 온사는 제 동생이란 말입니다! 왜 동생을 못 만나게 합니까!”“제가 무우의 스승이기 때문입니다.”막수 사태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온자신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담담히 말했다.“이제 제가 그 아이의 유일한 가족입니다.”온자신은 그 말을 듣고 황당하기 그지없었다.“닥쳐! 유일한 가족 같은 소리하네! 온사는 내 동생이고 내가 걔 오라버니야! 온사의 가족은 나고 우리 집이 곧 온사의 집이라고!”“그건 시주 혼자만의 생각이지요. 어제 진국공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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