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기에 그는 너무 화가 났다.황제의 부름을 듣고 대전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발걸음소리가 가까워질 때도 온장온은 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아버지만 노려보고 있었다. 주변 대신들이 헉 하고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그는 뒤를 돌아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아버지, 뒤를 돌아보셔야지요. 아니면 돌아볼 용기가 없으신 건가요?”온사가 싸늘한 목소리로 온권승을 재촉했다. 그러나 온장온은 동생의 비난이 자신을 향하는 것만 같았다.그는 고통을 꾹 참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동생의 옆에 있는 소년의 얼굴을 확인한 그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이제 제가 왜 그 집구석으로 돌아가지 않았는지 아시겠습니까?’‘이제 오라버니께서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 아시겠어요?’‘지금도 당신은 장남의 역할을 잘해냈다고 생각하시나요?’‘어머니에게 미안하지 않나요?’“아니! 미안하다, 온사야! 어머니!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온장온은 완전히 무너졌다.그는 갑자기 주먹을 치켜들더니 아버지인 온권승에게 한방 휘두른 후, 미친 사람처럼 통곡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러다 중도에 한 대신과 부딪쳐 바닥에 넘어지며 머리에서 피가 났지만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대전을 나갔다.“어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정말 잘못했나 봅니다!”“쳇, 무능한 것.”범숙취는 그런 온장온을 힐끗 바라보더니 온사만 들을 수 있는 낮은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온사의 따가운 눈총이 이어지자, 이내 공손히 예를 행하며 목청 높여서 말했다.“소인 범숙취, 폐하를 뵈옵니다. 만수무강하시옵소서!”황제는 너무도 닮아 있는 소년과 온권승을 번갈아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이는 다른 대신들도 마찬가지였다.무관은 물론이고 문관들도 숙취의 얼굴을 보고 경악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는 누가 뭐라 해도 온권승의 아들이었다.“진국공, 내 공을 못 믿은 게 아니라 이건 참….”황제는 일부러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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