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891 - Chapter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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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화

이는 명백한 몰아가기였다. 성을 개명하는 사람이 나라에 성녀 한 명뿐이 아닌데 아버지인 진국공은 조정의 사람들을 동원하여 그녀에게 불효와 불경의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 것있다.일반인에게는 중죄가 아닐 수 있지만 성녀라면 얘기가 달랐다.구경하던 대신들은 속으로 혀를 찼고 용상에 앉은 황제의 표정도 어두워졌다.“양 대인.”온사가 싸늘한 목소리로 양 상서를 불렀다.양 상서는 오만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온사를 바라보았다.성녀가 어떤 변명을 하든 그는 자신의 변론에 자신이 있었다. 종족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나라의 예법을 무시한 성녀는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온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예부상서이시니 예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것은 대인의 직책이죠. 그러나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윗물이 흐려졌는데 무슨 수로 예법과 질서를 수호하실 건가요?”양 상서가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성녀는 말을 조심하십시오. 신은 관직에 몸담고 있는 동안 정직하게 율법을 수호해 왔으며, 이는 조정의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인데 어찌 윗물이 흐렸다고 말씀하십니까? 성녀는 신을 모함하고 계신 겁니까?”적어도 오늘 나서서 성녀의 소원을 반대하기 전까지 양 상서는 조정에서 중립을 유지하고 있었다.이 장군은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 쳤다.양 상서는 여전히 뻔뻔하게 계속해서 온사를 압박했다.“성녀, 조정의 대신을 모함하는 건 중죄입니다.”그는 이렇게까지 하면 성녀가 위협을 느끼고 알아서 물러날 거라 생각했지만, 온사는 피식 비웃음을 짓더니 말했다.“오해이십니다, 양 대인. 저는 양 대인을 모함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다만 오늘 황궁으로 오는 길에 대인의 막내 아드님께서 포졸들에게 잡혀 대리사로 끌려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너무 놀라서 알아봤더니 대인께서 가장 총애하시는 막내 아들이 글쎄 다른 사람의 부인을 겁탈하려다가 실패하니 검으로 사람을 다치게 해서 끌려갔다 합니다. 참으로 분통한 일이 아닐 수 없지요.”“그 부인의 부군은 심각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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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북진연이 복귀하기 전부터 양 상서는 어린 황제에게 나라의 율법과 질서를 들먹이며 반기를 들던 인물이었다.황제는 진작부터 양 상서를 제거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다만 섭정왕이 복귀한 이후로 어쩐 일인지 이 늙은 능구렁이는 입을 꾹 닫고 조용히 지내며 중립을 고수했다.해서 황제도 그의 목을 칠 적절한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그런데 오늘 성녀가 좋은 기회를 제공하였으니 황제로서는 이보다 기쁜 일은 없었다.“양 상서, 자네에게 참으로 실망하였네. 그래도 조정을 위해 헌신한 것을 봐서 피를 보지는 않을 테니, 관직을 내려놓고 일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내게.”양 상서는 감히 명을 거역할 수 없었다. 만약 일가족을 데려가란 말이 없었더라면 어떻게든 궤변을 늘어놓았겠지만 황제가 사고를 친 아들의 죄를 사하여 주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었기에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이때 침묵만 지키던 북진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양 상서, 가기 전에 아들에게 이혼서를 쓰게 하는 것 잊지 마시게.”온사는 자신이 하려던 말을 북진연이 대신해주자 곰곰이 생각에 암겼다.어젯밤 그녀의 대문 앞에 서신을 두고 간 자가 있었다. 온사는 독충을 풀어 그자를 쫓았으나 그자는 뭔가에 쫓기는 듯, 부랴부랴 경성을 떠났다.독충들은 그자가 멀리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왔고 서신에는 진국공과 손을 잡은 자들의 명단이 쓰여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바로 양 상서였다.온사는 유성을 시켜 서신의 진위를 확인한 후에 서신에 적힌 사람들을 상대로 대비책을 준비할 수 있었다.그렇게 그녀는 손쉽게 아버지의 오른팔을 잘라낼 수 있었던 것이다.온사는 고개를 돌려 아버지 진국공을 바라보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진국공은 무표정으로 일관할 뿐이었다.아직도 흔들림이 없는 그 표정을 보아 하니,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었다.“폐하, 양 상서가 죄인이기는 하나, 일전에 성녀에게 한 지적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녀는 대명을 대표하는 신분이기도 하니 더욱 더 만민에게 본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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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조정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대신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도 왕 태사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동시에 성녀의 과감함에 혀를 찼다.그 발언은 왕 태사가 황제를 배반했다고 선언한 것과 같았다.그러나 맥락은 왕 태사가 온사를 매국노로 몰아가려 했던 것과 너무도 흡사했다.왕 태사는 추측만 있을 뿐이지만 온사가 한 말은 근거가 있었다. 딴마음을 품은 게 아니라면 왕 태사가 굳이 이 싸움에 끼어들 이유가 없었다.오늘의 싸움은 결국 진국공과 성녀의 싸움이고 황제는 성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왕 태사가 먼저 나서서 성녀를 공격한 꼴이었다.이는 진국공의 지시가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허튼소리!”왕 태사가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신은 삼대 군왕을 모신 원로로서 태상황에 이어 선황, 지금의 황제 폐하께 충성을 바쳤도다! 죽어서도 주인을 배신하는 일은 없을 거란 말이다. 성녀는 어찌 폐하를 향한 내 충심을 이런 식으로 모함하는가!”“폐하, 성녀가 적절한 해명을 내놓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음으로 저의 충심을 증명할 수밖에 없습니다!”“왕 태사, 어찌 그런 말을 하는가?”황제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삼대 군왕을 모신 원로께서는 사실을 말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나이를 앞세워 어린 후배를 까내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 목숨으로 폐하를 협박하시니, 대체 왕 태사가 말한 죽음으로 증명한다는 말은 무엇을 위한 증명이며,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가!”북진연은 황제와 입장이 달랐다. 그는 나라를 위해 혁혁한 공훈을 세운 사람으로, 그가 피로써 이루어낸 업적은 삼대 원로라는 칭호보다 위에 있었다.그가 병사를 이끌고 출정을 떠나 외란을 평정하지 않았더라면 왕 태사의 삼대 원로의 자리는 보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그러니 그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왕 태사에게 따질 수 있었다.‘곧 관짝에 들어갈 영감 따위가 감히 성녀에게!’“섭정왕 전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신이 언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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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역시나 조정에서 섭정왕을 제외하고 삼대 원로인 왕 태사를 누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왕 태사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평온한 표정의 온사와 진국공을 번갈아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여기까지가 그의 한계였다.솔직히 말해 성녀의 개명은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어젯밤 진국공이 일전에 신세를 진 일을 빌미로 도움을 청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 싸움에 낄 생각이 없었다.그는 이미 최선을 다했고 여기서 더 얘기하다가는 황제와 척을 지게 될 것이다.아마 그렇게 되면 양 상서와 다를 게 없는 말로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어쩌면 차라리 양 상서가 나을 수도 있었다. 그는 단지 폐하에게 밉보였을 뿐이지만 왕 태사는 진국공에게 진 신세를 갚기 위해 섭정왕까지 화나게 했으니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오래전에 진 신세 때문에 자신과 일가족의 목숨까지 바칠 수는 없었다.왕 태사의 뜻을 알아들은 온권승은 음침한 얼굴로 어사대부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는 오늘 어사대부가 조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어떻게 된 일이지?온권승은 곧바로 장남인 온장온을 노려보았다. 온장온은 어사대에서 관직을 맡고 있었다. 아버지의 시선을 느낀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시선을 돌렸다.온권승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어사대부의 불참석에는 분명히 온장온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정성을 들여 가르친 적장자마저 자신을 배신한 상황이니,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었다.“폐하.”온권승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는 앞으로 나서더니 공손히 예를 행하며 말을 이었다.“왕 태사께서는 연세가 드셔서 불효자가 아비를 벌이는 일을 차마 두고만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신을 대신하여 성녀를 꾸짖은 것이니, 넓은 아량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으신다면 신에게 화풀이를 하셔도 좋습니다.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모두 신이 부덕한 탓입니다.”말을 마친 그는 황제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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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그의 고육지책은 온사만을 저격한 게 아니었다.온권승은 황제가 온사의 편에 설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일부러 폐하를 향해 감정을 호소하며 온사의 개명을 막으려 한 것이다.이미 잘못을 알고 반성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이 나라의 황제가 황권으로 압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온권승의 속셈을 간파한 황제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이런 능구렁이가!’아마 이렇게 되면 황제는 물론이고 섭정왕 북진연도 온사의 편에 서서 주장을 펼칠 수가 없었다.‘이제 성녀가 어떻게 할지에 달렸군.’생각이 많은 황제에 비해 북진연의 표정은 평온하고 담담했다.황제는 그제야 뭔가가 떠오른 듯,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성녀에겐 마지막 수가 있었지.’황제는 이 부녀의 이어질 대결이 무척 기대가 되었다.“성녀 전하, 진국공께서도 이리 반성을 하고 계시는데 기회를 주시는 게 어떤가요?”“그래요, 성녀 전하. 진국공은 순간의 판단 착오가 있었을 뿐입니다.”“예전에 진국공께서 전하를 얼마나 총애하셨는지 성녀 전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는 진국공이 좋은 아버지라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지요.”“사람이 어찌 실수 한번 안 하고 살겠습니까. 진국공께서도 잘못을 시인하셨으니 부녀 사이에 대화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성녀 전하, 진국공께 기회를 한번 주시지요.”“어쨌거나 아버지 아닙니까?”드디어 기회를 잡은 문관들이 분분히 나서서 의견을 피력했다.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그들이 진심으로 온사를 위해서 이러는 줄 알았을 것이다. 만약 온사가 아이를 바꿔치기하려 시도했던 그 사건을 몰랐다면 어쩌면 저들의 말을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진국공 어르신.”온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청아한 그녀의 목소리가 주절주절 떠드는 대신들의 입을 막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온권승을 바라보며 느긋한 어투로 말했다.“소승은 이미 출가한 몸이나, 금일 진국공께서 굳이 아버지로서 저에게 충고하시려 한다면 저도 딸로서 진국공께 꼭 묻고 싶은 질문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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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온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온권승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했다.“진국공 어르신, 당신은 철두철미한 위선자였으니까요. 당신은 제 어머니인 란자군에게 고개를 들 자격이 없습니다. 당신은 어머니의 신뢰를 배반하였고 지금까지 모두를 기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온권승은 그 말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불안감이 들었다.그는 온사가 뭔가 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대체 원하는 게 뭘까?“아버지, 반성하고 계신다고 하셨죠? 그럼 잘됐네요. 마침 저도 아버지에게 꼭 묻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제 질문에 솔직히 대답하신다면, 저도 개명을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대신들은 더 이상 부녀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온사는 온권승의 곁으로 다가가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강압적으로 물었다.“대답이 없으신 걸 보니 두려우신가 봅니다?”온권승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온사가 자신을 도발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대답을 하지 않으면 그가 뭔가 찔리는 게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같았다.“네가 아비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고 하니 아비로서는 차라리 기쁘구나. 네가 아비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일 테니.”고개를 든 온권승은 만면에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온사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온사는 역겨움을 참을 수 없었다.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기 싫었던 그녀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어머니께서 난산으로 병에 걸리셨고 그 병으로 사망한 게 진짜 사실인가요?”“물론이지.”온권승은 주저없이 답했다.“경성 사람이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네 어미가 위독할 때 내 직접 궁중의 어의를 불러다 진찰하게 하였지.”“예, 성녀 전하. 신도 제 저택의 전담 의원을 마님께 보낸 적이 있습니다. 마님은 그때 확실히 중병을 앓고 계셨어요.”“예, 이는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문관 중 두 사람이 앞다투어 나서서 증명하듯 말했다.“그래요? 그럼 아버지는 과거에 어머니께 미안한 일을 하신 적이 정녕 없단 말인가요?”“물론이다.”온권승은 여전히 대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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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아버지?”분노에 찬 목소리가 대전에 울렸다.온장온은 이곳이 조정이라는 것도 있고 온권승의 앞으로 성큼 다가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에게 물었다.“온사가 말한 것이 정녕… 사실인가요?”대신들도 귀를 쫑긋 세우고 온권승의 답을 기다렸다.“당연히 사실이 아니지!”온권승이 이를 갈며 부인했다.“더 이상의 사생아는 없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그는 드디어 조금 전 불길함의 출처를 알아차렸다.온사가 이미 과거의 사건을 알아버린 것이다. ‘막수 그년이 말한 게 틀림없어!’온권승은 확신에 차 있었다. 과거 사건을 아는 사람은 그 아이와 아이의 어미 모두 그가 제 손으로 제거했기 때문이었다.사건의 내막을 알고도 살아 있는 사람은 막수뿐이었다.그러나 온사가 그 사건을 알았다고 해도 증거가 없으니 아무리 황제와 섭정왕, 그리고 대신들이 있는 앞에서 그 사건을 얘기한다고 해도 인정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온사, 어찌 아비를 그런 식으로 몰아가느냐? 아비가 잘못을 했다지만 실수는 딱 그 한번뿐이었다. 한번의 실수마저 용납할 수 없단 말이냐?”말을 마친 온권승은 눈물까지 흘렸고 지켜보던 대신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만약 진국공이 미색을 탐하는 자였다면 차라리 첩실을 들였으면 그만이었다.경성에서 첩을 두고 있지 않는 사내는 거의 없었다.진국공은 란자군을 위해 십여 년을 독수공방하며 지금까지도 부인을 들이지 않고 있었다.사생아는 진국공이 말했던 것처럼 우연한 실수였을 뿐이었다.사람들은 란자군을 향한 진국공의 진심은 진실한 거라고 믿었다.그래서 대신들이 온사를 설득하려던 찰나, 황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그는 헛기침을 하고는 근엄한 얼굴로 온사에게 물었다.“성녀, 진국공은 너의 부친이거늘, 어찌 아무런 근거 없이 아비를 죄인으로 몰아가느냐?”증거가 있다면 당장 내놓으라는 의미였다.황제는 온사가 어제 서재에서 말했던 진국공과 온모를 닮았다던 그 아이가 너무 궁금했다.섭정왕의 눈짓을 받은 무관들도 나서서 재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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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그랬기에 그는 너무 화가 났다.황제의 부름을 듣고 대전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발걸음소리가 가까워질 때도 온장온은 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아버지만 노려보고 있었다. 주변 대신들이 헉 하고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그는 뒤를 돌아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아버지, 뒤를 돌아보셔야지요. 아니면 돌아볼 용기가 없으신 건가요?”온사가 싸늘한 목소리로 온권승을 재촉했다. 그러나 온장온은 동생의 비난이 자신을 향하는 것만 같았다.그는 고통을 꾹 참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동생의 옆에 있는 소년의 얼굴을 확인한 그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이제 제가 왜 그 집구석으로 돌아가지 않았는지 아시겠습니까?’‘이제 오라버니께서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 아시겠어요?’‘지금도 당신은 장남의 역할을 잘해냈다고 생각하시나요?’‘어머니에게 미안하지 않나요?’“아니! 미안하다, 온사야! 어머니!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온장온은 완전히 무너졌다.그는 갑자기 주먹을 치켜들더니 아버지인 온권승에게 한방 휘두른 후, 미친 사람처럼 통곡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러다 중도에 한 대신과 부딪쳐 바닥에 넘어지며 머리에서 피가 났지만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대전을 나갔다.“어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정말 잘못했나 봅니다!”“쳇, 무능한 것.”범숙취는 그런 온장온을 힐끗 바라보더니 온사만 들을 수 있는 낮은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온사의 따가운 눈총이 이어지자, 이내 공손히 예를 행하며 목청 높여서 말했다.“소인 범숙취, 폐하를 뵈옵니다. 만수무강하시옵소서!”황제는 너무도 닮아 있는 소년과 온권승을 번갈아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이는 다른 대신들도 마찬가지였다.무관은 물론이고 문관들도 숙취의 얼굴을 보고 경악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는 누가 뭐라 해도 온권승의 아들이었다.“진국공, 내 공을 못 믿은 게 아니라 이건 참….”황제는 일부러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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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거짓입니다!”온권승은 당연하게도 계속해서 부인했다.그는 황제를 향해 큰절을 올리며 호소했다.“폐하! 세간에 사람이 그렇게 많고 그들 중에는 신기한 술법으로 얼굴을 바꾸는 자들도 존재합니다. 신은 사생아를 둔 적이 없으니 누구보다 확신할 수 있어요. 저 아이는 가짜입니다! 단지 신과 닮은 얼굴 하나로 저 아이가 신의 혈통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어차피 죽인 아이가 살아 돌아왔다고 해도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그러지 않는다면 오늘의 싸움은 그의 철저한 패배로 돌아갈 것이다.범숙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아들이 여기까지 찾아왔고 누가 봐도 온권승의 아들인데 이를 부인할 줄이야!‘아버지, 오늘 저를 인정하지 않으셔도 인정해야 할 겁니다!’범숙취는 잔뜩 상처 입은 얼굴을 하고 울먹이며 말했다.“아버지, 어찌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 얼굴을 잘 봐주십시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 확실합니다. 저희가 부자가 아니라면 어찌 이렇게까지 닮았겠어요? 못 믿으시겠다면 만져보십시오. 그 어떤 위장도 들어가지 않은 진짜 제 얼굴이란 말입니다.”“나으리들도 한번 만져보십시오. 꼬집으셔도 좋습니다. 소인의 얼굴이 어딜 봐서 가짜란 말입니까? 그래도 못 믿으시겠다면 차라리 소인을 죽여주십시오!”범숙취는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마구 주무르더니 문관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서 아무나 붙잡고 얼굴을 만지게 했다.그러더니 마지막에는 황제에게 곧장 다가갔다.“폐하, 폐하도 한번….”온사는 다급히 그를 불러세웠다.“그만!”온사의 불호령에 범숙취는 얌전히 그녀의 곁으로 돌아가면서도 입은 쉬지 않고 떠들었다.“아버지께서 제 얼굴이 가짜라니까 너무 억울해서 그런 겁니다.”온사는 그를 흘기며 낮게 호통쳤다.“폐하 안전에서는 조신하게 행동하라 내 누누히 말했거늘!”황제는 온사가 데려온 진국공의 사생아가 꽤나 재밌는듯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괜찮아. 그런 것가지고 뭐라 할 정도로 짐은 속 좁은 사람이 아니다. 다만 진국공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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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그만하세요!”온권승의 궤변이 끝나기도 전에 온사는 싸늘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온권승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언제까지 궤변을 늘어놓으실 거죠? 제가 아예 말을 못하게 해드리죠!”그녀는 황제를 향해 공손히 말을 이었다.“폐하, 밖에 기다리는 사람이 한명 더 있습니다. 그 사람을 불러들인다면 범숙취의 신분도 증명될 것입니다.”“들라 하라.”황제는 온권승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주저없이 말했다.눈치 빠른 덕 내관은 황제의 명이 떨어지기 바쁘게 큰소리로 명을 전달했다.대전 밖에 대기하고 있던 온모는 지금도 떨떠름한 상태였다.한 시진 전, 그녀는 충용 후작가에서 궁에 사람을 보내 소식을 알아보려던 찰나에 성녀의 지시가 후작가에 전달되었다.온모는 온사가 오늘의 성을 개명하는 일 때문에 자신을 소환한 것임을 알아챘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설마 내가 도와줄 거라 생각한 건가?’온모가 냉소를 지으며 거절하려던 찰나, 온아려가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온사 그 아이는 현재 공주와 동일한 지위를 가진 성녀야. 소환을 거절할 수는 없어. 그 애에게 밉보이는 건 그렇다 쳐도 만약 폐하께서 우리가 성녀를 무시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엄벌이 내려질 거다!”온모는 온아려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평소였다면 적당한 핑계를 대서 거절했을 것이다.그러나 오늘 온사는 궁중에 있을 것이고 황제의 위세를 등에 업고 소환장을 보냈을 것이다.“그 망할 년이 감히!”‘네가 굳이 날 궁으로 불러들였다면, 제대로 깽판 한번 쳐주지!’비록 온사의 성공을 바라는 입장이지만 그녀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생각은 없었다.그리하여 소환을 받고 입궁한 온모는 대전 밖에서 한참을 기다렸다.대기하는 동안에 온모는 자신과 함께 대기 중인 소년을 발견했다. 온모는 뒤쪽에 있었기에 소년의 측면만 볼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소년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서 얼굴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소년이 대전으로 불려가고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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