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 짐은 네 공적을 치하하여 포상을 내리고자 한다. 금은보화, 땅, 뭐가 되었든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줄 테니, 편하게 말해보거라.”그 말을 들은 온사는 두 손을 합장하며 공손히 답했다.“과찬이십니다, 폐하. 저는 그저 성녀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폐하와 백성들이 이리도 제 공로를 높게 사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그렇다 하더라도 공신을 치하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 복명 성녀는 사양하지 말고 말해보거라.”온사는 잠깐 고민 후에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폐하의 은총에 감흡할 따름입니다. 다만 금은보화나 땅 같은 재물은 제가 추구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하나 있기는 하나, 폐하께 민폐가 되지 않을는지 걱정입니다.”“성녀는 편히 말해보거라.”온사는 시선을 아래로 두고 공손히 말했다.“폐하도 아시다시피 저의 이름은 온사입니다. 진국공가를 떠난 이후로 저는 그 집안과 완전히 연을 끊었지요. 그래서 온씨 성을 계속 쓰고 있는 게 불편합니다. 폐하께서 허락하여 주신다면 어머니의 성인 란씨 성으로 개명하고자 합니다.”그 말이 끝나자, 강녕궁 안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상석에 앉은 황제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명기헌은 흔쾌히 수락할 수 없었다.그는 주저하며 말했다.“성녀가 성을 개명하는 건 본디 어려운 일은 아니나, 이 일은 조정의 대신과 연관되어 있으니, 참으로 난감하구나. 너와 그 사람은 한때 부녀 사이였으니 만약 짐이 네 부탁을 들어준다면, 앞으로 성녀의 명성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구나.”온사가 성을 개명한다면 아마 진국공부는 즉시 문신들을 총동원하여 성녀를 탄핵하려 할 것이다.사람은 효를 잊어서는 아니되는 법, 온권승이 원한다면 그는 효를 내세워 아비의 신분으로 온사를 짓누르려 할 것이 분명했다.그녀에게 아비와 친족을 버린 매정하고 잔인한 불효자식이라는 감투가 씌워진다면 아마 성녀인 온사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었다.황제는 자신이 책봉한 성녀에게 꽤나 만족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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