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881 - Chapter 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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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해서 짐은 네 공적을 치하하여 포상을 내리고자 한다. 금은보화, 땅, 뭐가 되었든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줄 테니, 편하게 말해보거라.”그 말을 들은 온사는 두 손을 합장하며 공손히 답했다.“과찬이십니다, 폐하. 저는 그저 성녀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폐하와 백성들이 이리도 제 공로를 높게 사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그렇다 하더라도 공신을 치하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 복명 성녀는 사양하지 말고 말해보거라.”온사는 잠깐 고민 후에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폐하의 은총에 감흡할 따름입니다. 다만 금은보화나 땅 같은 재물은 제가 추구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하나 있기는 하나, 폐하께 민폐가 되지 않을는지 걱정입니다.”“성녀는 편히 말해보거라.”온사는 시선을 아래로 두고 공손히 말했다.“폐하도 아시다시피 저의 이름은 온사입니다. 진국공가를 떠난 이후로 저는 그 집안과 완전히 연을 끊었지요. 그래서 온씨 성을 계속 쓰고 있는 게 불편합니다. 폐하께서 허락하여 주신다면 어머니의 성인 란씨 성으로 개명하고자 합니다.”그 말이 끝나자, 강녕궁 안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상석에 앉은 황제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명기헌은 흔쾌히 수락할 수 없었다.그는 주저하며 말했다.“성녀가 성을 개명하는 건 본디 어려운 일은 아니나, 이 일은 조정의 대신과 연관되어 있으니, 참으로 난감하구나. 너와 그 사람은 한때 부녀 사이였으니 만약 짐이 네 부탁을 들어준다면, 앞으로 성녀의 명성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구나.”온사가 성을 개명한다면 아마 진국공부는 즉시 문신들을 총동원하여 성녀를 탄핵하려 할 것이다.사람은 효를 잊어서는 아니되는 법, 온권승이 원한다면 그는 효를 내세워 아비의 신분으로 온사를 짓누르려 할 것이 분명했다.그녀에게 아비와 친족을 버린 매정하고 잔인한 불효자식이라는 감투가 씌워진다면 아마 성녀인 온사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었다.황제는 자신이 책봉한 성녀에게 꽤나 만족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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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황제가 듣고 싶다고 하니 온사도 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황제 역시도 오랜 기간 조정을 장악해온 온권승의 기를 꺾고 싶어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니 온사는 황제가 굳이 자신의 일을 방해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곧이어 온사는 황제의 서재에서 자신의 계획을 황제에게 설명했다.역시나 황제는 눈을 반짝이더니 굉장히 흥분한 목소리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성녀가 이런 준비까지 다 해놓았을 줄은 몰랐군. 만약 그런 거라면 내가 굳이 막을 필요가 없지.”잠깐 고민하던 황제가 말했다.“이따가 넌 황후궁에서 황후와 좀 더 시간을 보내거라. 오늘 굳이 수월관으로 안 돌아가도 괜찮지 않느냐. 란씨 가문의 옛 저택을 되찾았다고 들었다. 시간이 늦어지면 그 저택에 하룻밤 머물고 내일 조회에 늦지 않게 참석하거라.”곧이어 그는 북진연에게 말했다.“삼촌은 성녀의 안전을 지킬 호위를 안배해 주십시오.”북진연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호위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번에 성녀가 창주에 다녀오면서 수많은 위기를 겪었습니다. 해서 저는 폐하께서 성녀를 위해 호위 무사를 한명 더 붙여주셨으면 합니다.”북진연이 말했다. 이런 일은 황제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당연하지. 궁중에서 육성한 그림자 호위 중에 뛰어난 자들이 많으니 삼촌께서 마음에 드는 자를 선택하십시오.”그러나 북진연은 고개를 저었다.“그림자 호위까지는 필요 없고 한명이면 됩니다.”그 말을 들은 황제는 북진연이 이미 생각해 둔 인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누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이때, 온사가 입을 열었다.“폐하, 저는 이번에 인강현에 다녀오면서 이족 황실인 창왕의 손에서 이족인 한 명을 구하였습니다. 거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아이는 이름처럼 큰 키에 거대한 체구를 가진 장사입니다.”황제가 물었다.“거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인물이 있다니, 참으로 놀랍군. 어디 있느냐? 내 얼굴 한번 봐야겠다.”곧이어 부름을 받은 거인이 서재로 들어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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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아버지!”온장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예전에 막내만 편애하신 건 그렇다 쳐도 온사도 당신의 딸이고 우리의 동생인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왜 못해!”온권승은 사납게 눈을 치켜뜨며 호통쳤다.“그 애의 모든 건 내가 준 것이다. 내가 자비를 베풀지 않았더라면 그 애가 지금까지 살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온장온은 충격에 빠진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 겁니까!”‘설마 진작부터 온사를 죽일 생각이 있으셨던 걸까?’온권승이 말했다.“당연히 말 그대로의 뜻이지.”온권승은 더 이상 온사에 대한 살의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협박하듯 말했다.“장온아, 넌 내가 직접 가르친 후계자야. 그러니 아비를 곤란하지 않게 할 거라 믿는다. 너를 봐서 그 애를 봐주고는 있었다만 너 아니었다면 진작에 없애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년이 매번 내 발목을 잡고 있으니, 이제 나도 어쩔 수 없어!”온권승은 더 이상 온사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또 제 뜻대로 하겠다고 불란을 만든다면 내게 반기를 든 결과가 어떤 건지 톡톡히 보여줄 것이다!”조용히 란씨 가문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든 사람이니 고작 열여섯 살 먹은 소녀를 제거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그 말을 들은 온장온은 숨이 턱 막혔다.그는 쓰러질 듯 위태위태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당장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언제부터 그가 모르는 사이에 이 집안은 이미 산산조각나고 있었던 것이다.온장온은 헛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온사가 집을 떠난 건 옳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녀를 설득하여 집에 다시 데려오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온사는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 손에 죽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처음으로 아버지의 잔인무도함을 엿보았다.장남이 서재를 나간 후, 온권승은 사람을 불러 먹을 갈게 하고 세 통의 서신을 써내려갔다.서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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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온권승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작에 궁중에서 소식을 전해듣고 일부러 안 나오는 거겠지.”그러나 집사는 어쩐 일인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그 시각 충용 후작부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오… 온모야, 네가 원하는 걸 사왔으니 오늘은… 우리 아들 좀 만나게 해줘.”만약 온사가 이곳에 있었다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이다.온모를 금방 집안에 들였을 때부터 그녀를 무시하며 괴롭힘을 일삼던 사람이 온아려였다.그런데 지금은 마치 시종처럼 온모의 앞에서 비굴하게 애원하고 있었다.온모는 눈부신 빛이 나는 진귀한 벽옥 꽃병을 힐끗 바라보더니 갑자기 그것을 집어들어 바닥에 집어던졌다.챙그랑!그녀는 온아려가 보는 앞에서 모든 꽃병을 다 산산조각낸 후, 음침한 눈길로 온아려를 노려보며 말했다.“안 되겠는데요, 부인. 이것들은 제가 원하는 기준에 한참 못 미치네요. 제가 원하는 건 최상급 벽옥 꽃병이랍니다! 이런 저급한 쓰레기가 아니라!”온아려는 울며 애원했다.“내가 사람을 보내 찾아볼게! 최대한 빨리 구해오도록 할 테니, 제발 우리 아들 좀 만나게 해줘. 한번이면 돼, 온모야!”온모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오늘은 특별히 소원을 이루게 해드리죠.”온아려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걸린 찰나, 곧이어 온모는 비아냥거리듯 말했다.“제 앞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빌면 아들을 만나게 해드릴게요.”온아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이 몰려왔다.주저하는 그녀를 보고 온모가 불쾌한듯 말했다.“왜요? 아들을 만나기 싫으신가 보네요? 그럴 거면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말았어야죠. 부인, 잊지 마세요. 당신 아들의 목숨은 제 손에 있답니다.”그 말을 들은 온아려는 공포에 휩싸인 듯, 온몸을 떨더니 다급히 말했다.“마… 만나야지! 온모야, 제발 내 아들은 건들지 마! 네가 시키는 건 뭐든 할 테니 제발 우리 소택이 좀 그만 괴롭혀!”말을 마친 그녀는 온모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울며 애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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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소택아! 어미 왔어! 어딨니?”방문을 열고 들어간 온아려는 거의 빈사 상태로 침상에 누워 있는 아들을 보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아들!”그녀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엉금엉금 기어서 아들의 침상 옆으로 다가갔다.“어머니… 어찌 오셨습니까?”야위어서 양볼이 푹 패인 최소택이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힘겹게 눈을 떴다.“소택아, 어떻게 된 거니? 그년… 아니, 온모가 대체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며칠 안 본 사이에 어찌 이렇게 되었어?”온아려는 욕설이라도 퍼붓고 싶었다. 그러나 온모의 잔인무도한 짓을 떠올리고 감히 욕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치미는 분노와 증오심을 꾹 참으며 안쓰럽게 아들을 바라보았다.“어머니, 온모를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그 애가 저를 살렸어요. 온모가 아니었다면 저는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저는 전혀 아프지 않아요. 단지 조금 피곤하네요….”온아려는 당장 달려가서 온모의 사지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었다.‘대체 내 아들에게 무슨 사악한 주술을 부렸기에 다 죽을 지경까지 간 애가 지금도 그년의 편을 드는 거지?’온아려는 순간 등골이 오싹하고 공포에 휩싸였다. 평생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호사로운 생활만 해온 온아려는 온모가 아들에게 무슨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온모는 백초유가 김사도 일당에게 했던 것처럼 최소택에게 독을 먹이고 약충으로 그의 의식을 조종했다.온아려도 일전에 혼인식에서 온사가 가져온 독이 든 꽃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줄곧 온모를 경계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감히 아들에게 독을 풀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최소택이 먹고 쓰고 입는 모든 물건에는 온모의 독이 뿌려져 있었다.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최소택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중독되었던 것이다.최소택이 쓰러진 그날, 온모는 그의 몸속에 약충을 심었다.그렇게 충용 후작가에는 악몽이 찾아왔다.온모는 온아려의 약점이 아들 최소택임을 알기에 그를 이용해 온아려와 충용 후작 부부를 협박하여 저택 안에서 왕 노릇을 하는 중이었다.협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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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멍청한 것, 감히 내가 보는 앞에서 꼼수를 부리다니.”온모는 이미 온아려의 서툰 꼼수를 알아차렸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그녀는 자신의 약충 조련술과 독술에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그리고 경성에서 자신을 제외하고 아무도 최소택을 살릴 사람이 없다고 자신했다.그래서 온아려가 뭘 하든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오히려 모든 수를 동원해도 최소택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절망한 부부의 얼굴이 더 궁금하기도 했다.그렇다고 해서 꼼수를 그냥 눈감아 준다는 의미는 아니니, 그 대가는 오로지 최소택의 몫이었다.“네 아비와 어미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은 네가 대신 받아야지.”말이 끝나기 바쁘게 침상에 누워 있던 최소택은 경기를 일으키더니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악!”그날 최소택의 처참한 비명소리가 충용 후작가 전체를 뒤흔들었다.“여봐라.”최소택에게 온갖 화풀이를 마친 온모는 손수건으로 손에 묻은 피를 닦은 후, 혐오스럽다는 듯이 그것을 최소택의 얼굴에 던지고는 시종을 불렀다.“세… 세자비 전하, 소인이 뭘 하면 되나요?”밖에서 들어온 시종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세자비라는 호칭은 온모가 강제로 후작가 사람들에게 부르게 한 호칭이었다.측실이라는 신분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녀는 정실이 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그러나 이는 최씨 가문 장로들에게 의견을 물어야 하니, 중요한 시기에 굳이 일을 더 만들고 싶지 않아 미뤄두고 있었다.그러나 저택의 시종들은 그녀의 강요와 협박 하에 모두 그녀를 세자비로 부르고 있었다.어차피 세자비가 되는 건 시간문제이니 호칭이 뭐가 중요하랴!온모는 싸늘한 시선으로 시종을 흘겨보며 말했다.“금일 진국공가의 집사가 다녀갔다지? 그자가 무슨 일로 왔는지 말해보거라.”비록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진국공 쪽의 행보는 알아야 했다.시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조심스레 말했다.“문지기는 집사가 서신 한통을 들고 후작 나으리를 찾아왔다고만 했습니다.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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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온모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는 법이니 그녀는 곧바로 냉정을 되찾았다.“아니지, 온사는 왜 굳이 성을 개명하려고 하는 거지? 그리고 아버지는 왜 그걸 반대하고 계신 걸까?”애초에 온사가 집을 나간다고 할 때 하마터면 그녀에게서 성을 빼앗을 뻔했던 진국공이 왜 갑자기 반대하고 나서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온사가 개명한다면 그만한 불이익이 있게 된다는 걸까?“아버지가 후작가에 서신을 보내왔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서신을 돌렸겠지? 총 몇 통을 누구에게 돌렸는지는 알아봤느냐?”“예, 세자비 전하. 총 다섯 통을 돌렸고 충용 후작가를 제외하고도 왕 태사와 양 상서, 어사대부와 중서령 저택에 서신을 보낸 거로 알고 있습니다.”충용 후작가는 예전에 진국공가와 굉장히 친밀한 사이였기에 첩자가 진국공부의 동향을 알아보는 일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그러나 온모는 들을수록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온사가 성을 개명하는 사소한 일에 왜 아버지는 서신까지 보내며 인맥을 동원하고 계신 걸까?‘뭘 하려는 거지?’온사가 개성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걸까?“온사가 굳이 성을 개명하려는 이유가 뭐지? 아버지는 왜… 아니다. 너 같이 멍청한 것이 아버지의 의중을 어찌 알겠어.”온모는 한심하다는 듯이 시종을 향해 손사래를 쳤다.“당장 꺼져.”죽다 살아난 시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도망치듯 밖으로 향했다.이때, 온모가 다시 그를 불러세웠다.“잠깐.”시종은 온모가 자신의 목숨을 거두려는 줄 알고 화들짝 놀라며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세자비 전하, 목숨만 살려주십시오!”“닥쳐!”온모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며 호통쳤다.“내가 언제 네 목숨을 거둔다고 했어? 명심해. 죽고 싶지 않으면 가서 온사의 행적을 감시하고 있어. 이상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바로 돌아와 내게 보고해.”“걱정 말렴. 네가 일만 잘해준다면 네 목숨을 거둘 일은 없을 테니까. 포상도 내려줄 수 있어. 알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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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거래조건을 들은 범숙취는 예상 외로 바로 대답하지는 않고 진지한 얼굴로 온사에게 물었다.“누님이 성을 개명하려 한다고 들었습니다만?”온사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축하드려요, 누님. 성만 개명하면 이제 완전히 진국공부와는 상관없는 사람이 되는 거네요. 누님에겐 잘된 일이니 동생으로서 당연히 도와야죠.”온사가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지?”그녀는 왜 거래가 아닌 도움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범숙취는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별 뜻은 없어요. 나중에 제가 길거리에 내몰리게 되면 그때 가서 도와주시면 돼요. 어때요?”온사는 그 모습을 보니 범숙취가 뭔가 큰 걸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그녀의 표정을 읽은 범숙취가 말했다.“걱정할 것 없어요, 누님. 누님을 곤란하게 할 일은 하지 않을 테니까요. 나중에 어려워지면… 조금만 도와주시면 돼요.”온사는 잠깐의 고민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다만 네가 말한 도움이 내 계획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만 도울 수 있어.”“물론이죠. 제가 안심하라고 했잖아요.”범숙취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범숙취와의 문제를 해결한 후, 온사는 곧바로 휴식을 처하러 처소로 돌아갔다.내일은 자칫 잘못하면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는 큰 싸움이 예정되어 있었다.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다음 날이 왔다. 온사는 한아의 도움을 받아 화려한 의복을 입었다.섭정왕이 선물한 옷이었다. 그녀가 성년례에서 자신을 위한 예복을 가져보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섭정왕이 보내온 거였다.그리고 오늘은 그녀가 회귀한 이래, 가장 중요한 날이 될 것이니, 아껴두었던 의복을 꺼내 입었다.“성녀 전하, 준비는 끝났습니다. 오늘 하시려는 일이 순조롭게 풀리시길 바라겠습니다.”한아는 웃으며 온사에게 공손히 예를 행했다.성녀가 떠나 있는 사이에 그녀도 많은 노력을 했다. 란 집사의 가르침과 도움 아래 그녀는 꽤 많은 성장을 이루고 이제는 어엿한 귀족가 시녀처럼 행동할 수 있게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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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황제는 온사가 충분한 대비를 했기를 바랐다. 그러지 않으면 그녀가 이 싸움에서 이겼더라도 명예에 큰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황제는 온권승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북진연과 시선을 교환한 후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다른 볼일들이 없다면 짐이 대신들에게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어제 성녀와 섭정왕이 경성으로 복귀했다. 성녀는 여러 차례 재앙이 든 지역을 찾아가 축원을 내렸지. 짐은 그 노고를 치하하여 포상을 내리고자 했지만 성녀는 재물을 원하지 않고 짐에게 소원 하나를 부탁하더군.”말을 마친 황제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온권승을 바라보며 물었다.“진국공, 자네는 성녀의 소원이 무엇인지 짐작가는 게 있는가?”온권승은 모른 척 고개를 저었다.“송구합니다, 폐하. 신은 잘 모르겠나이다.”황제가 얘기를 꺼내기 전에 그가 먼저 말을 꺼낸다면 이는 황궁에 첩자가 있다고 시인하는 꼴이었다.그러니 이 상황에 아는 척할 리가 없었다.그러나 평소에 그를 탐탁치 않게 여기던 대신들이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진국공께서는 모른다는 얘기를 참으로 당당하게 하시는군요? 성녀 전하는 진국공의 딸이기도 한데 아버지로서 성녀 전하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나 봅니다?”목소리를 낸 자는 평소에 문관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이 장군이었다.그는 몇 년 전 섭정왕과 함께 전장에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경성으로 복귀하여 2품 무관의 자리에 오른 자로, 일가족 모두 성격이 불 같고 온권승이 조정에서 가장 껄끄러워하는 인물 중에 한 명이었다.온권승은 고개를 돌려 북진연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예전이었다면 당연히 딸에게 관심을 주었겠지요. 그러나 그 불효녀가 대외적으로는 공적을 많이 세웠다지만 가족에게는 무관심도 모자라 불효를 저질렀으니, 아비로서 상심이 큽니다. 그러니 자연히 관심을 끊게 되었지요. 안 그렇습니까?”황제는 역시 올 게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역시나 진국공은 불효를 무기로 내세울 생각이었던 것이다.이 장군은 피식 코웃음 치며 말했다.“글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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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이 장군의 부인과 형수는 경성에서도 목청이 높기로 소문난 사람들이었다.그들에게 얘기가 전해진다면 불과 내일이면 온 경성에 소문이 쫙 퍼질 것이다.게다가 성격도 불 같아서 안방 여인네들은 물론이고 조정의 대신들의 면전에 대고 욕을 한 적도 있었다.그렇게 적지 않은 적을 만들었지만 이 장군의 입지가 있으니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이운산의 형수는 부군이 돌아간 이후에 부군의 남동생인 이운산을 자식처럼 키운 사람이었다. 나중에 이운산은 섭정왕의 휘하로 들어가 공훈을 세우고 나이 사십에 정이품 장군이 되었다.이운산의 부인은 흑기군 여장군 중의 한 명이었는데 전장에서 적군의 목을 수도 없이 벤 사람이기도 했다.경성으로 복귀한 이후로는 이운산의 형수와 붙어다니니, 아무도 둘을 함부로 건들지 못했다.진국공도 종종 둘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었지만 예법은 모르고 입만 살은 여편네들과 엮이고 싶지 않아 줄곧 무시하고 있었다.온권승은 치미는 분노를 참으며 호통쳤다.“이 장군, 언행에 주의하시오! 신성한 조정이고 폐하께서도 듣고 계신 자리에서 아무런 근거도 없는 헛소문을 입에 담다니!”어느 정도 분위기는 조성된 것 같으니 북진연은 담담한 눈빛으로 이운산에게 시선을 보냈다.그의 뜻을 눈치챈 이운산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이고, 송구합니다, 폐하. 진국공께서 말씀을 해주셨으니 망정이지 신이 아둔하여 이곳이 조정이라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지 뭡니까. 그러니 진국공도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나중에 얘기하시지요!”온권승의 안면근육이 분노로 푸들푸들 떨렸다.황제는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괜찮네. 성녀의 소원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나, 신들의 의견이 꼭 필요해서 의논해 보고 싶었네. 그런데 제삼자인 짐이 전달하려면 한계가 있으니 성녀에게 직접 사유를 듣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여 이 자리에 성녀도 불렀다네.”황제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덕 내관이 목청을 높여 고했다.“복명 성녀 납시오!”궁문이 천천히 열리고 대신들의 시선 속에 가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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