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부를 떠났을 무렵, 하늘은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심초운이 길게 한숨을 내쉬자, 마차를 몰던 하인이 조심스레 물었다. “도련님, 국공부로 바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아니면...”“국공부로 가자.”“예.”마차의 방울소리는 딸랑딸랑, 말발굽 소리는 다다다 울려 퍼졌다. 심초운은 미간을 찌푸린 채 오늘 사부가 불러 했던 말들을 곱씹었다.사부께서 어째서 자신과 이영의 일에 간섭하시려는 걸까?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머리를 스쳤다. 혹시 사부께서 이영의 속마음을 이미 아시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시려는 건 아닐까.그 가능성에 닿자, 심초운은 괜히 목이 말라 연거푸 차를 마셨다. 그렇게 고민을 안고 국공부에 도착하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두 여동생이 저녁을 들고 있었다.“오라버니!”둘째 심연희가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노란 치마저고리를 입은 그녀는 마치 나비처럼 가볍고 우아했다.넷째 심교은은 주황색 옷차림으로 달려와 심초운에게 안겼다. “오라버니!”심초운은 미리 준비해 둔 토끼 인형을 꺼내 심교은에게 건넸다. “교은아, 자.”심교은은 기뻐서 방방 뛸 뻔했지만, 숙녀다움을 지키라는 어머니의 말이 떠올라 꾹 참았다.심연희는 삐친 얼굴로 말했다. “동생 것은 있고, 저는 없고...”말을 끝내기도 전에, 심초운이 옥패를 하나 내밀었다. “자, 이건 네 거야.”우옥명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동생 것은 다 챙기고, 이 어미 것은 없단 말이냐...”심초운은 마치 마술이라도 부리듯 소매에서 비단 상자 하나를 꺼냈다. “어머니 것도 준비했어요.”그리고는 덧붙였다. “아버지 것도 있답니다.”우옥명에게는 고운 금비녀를, 심소균에게는 옥으로 만든 반지를 내밀었다.“어머나, 우리 모두 다 받았구나.”우옥명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웃었다.심초운은 문득 깨달았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두 여동생 모두가 이런 사소한 정성에도 매우 행복해한다는 걸 말이다.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둘째 심책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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