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1131 - Chapter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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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1화

“그리고 언니가 금융궁으로 돌아간 그날부터 외삼촌께서도 흠천감에 나오지 않으신 거죠?”이진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말이 나오자마자,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이런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하지만 만약 자신의 추측이 맞다면, 이육진과 소우연이 이 일을 알게 되었을 때, 그 분노가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이 일을 외삼촌이 알게 된다면… 거기까진 정말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오라버니.”이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을 함부로 다른 사람한테 말하시진 않으실 거죠?”이천은 원래부터 입이 무거운 사람이었다.더욱이 수행을 하는 자이니, 함부로 말을 흘릴 리 없었다.그래서 이진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천을 찾아온 것이다.그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었고, 방법을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다.그 말을 들은 이천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이영이… 용강한을 마음에 두고 있다니.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어떻게 이런 일이…잠시 침묵을 삼킨 후, 이천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서두르지 마라. 이 일은 천천히 풀어야 한다. 내가 시간을 내서, 직접 영이와 이야기해 보마.”이진도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럼, 제가 내일 언니를 찾아가볼까요?”“아직은 아니다.”이천은 단호하게 말했다.“너는 아직 어린아이일 뿐이다. 이런 복잡한 일에 뛰어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고 일을 그르치기 쉽다. 그러니 지금은 그냥 모르는 척하고 있거라.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네, 오라버니. 그렇게 하는 편이 낫겠어요.”이진을 돌려보낸 후, 이천은 문득 떠올랐다.요 며칠, 정 도사가 자신에게 직접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그는 곧바로 정 도사의 처소로 향했다.“사부님.”이천이 예를 올리며 인사했다.그의 얼굴에는 짙은 근심이 드리워져 있었다.“요 며칠, 큰 사부님께선 어딜 그렇게 가시는 건가요?”정 도사는 그를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수행이 아직 부족하니, 마음속 일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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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2화

반 시진 후.진법이 거둬졌다.심초운은 가볍게 몸을 틀며 공중에서 천천히 내려왔고, 우아하게 마당 위에 착지했다.이영을 향해 걸음을 떼려던 그 순간, 용강한이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이 뇌술은 이제 네 것이 되었구나. 하지만 잊지 마라. 이 기술은 함부로 써선 안 된다. 지정된 횟수를 넘기면 반식을 당하게 된다. 그 결과가 어떤지는… 어릴 적 내가 겪은 일을 통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심초운이 고개를 깊이 숙이며 두 손을 모아 인사했다.“사부님께서 전수해주신 은혜, 마음 깊이 새기겠습니다.”그때, 이영이 마당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외삼촌…”하지만 용강한은 그녀를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말없이 등나무 의자 쪽으로 걸어가 커다란 손을 한 번 휘두르자, 촉촉하게 젖어 있던 의자가 순식간에 보송보송하게 말라버렸다.사실 그 정도의 법술은 그녀도 익혀 익숙히 다룰 수 있었다.하지만 용강한이 사용하는 법술은 달랐다.그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뛰어났고, 진정 신명에 가장 가까운 존재였다.그녀의 뇌리를 스친 건, 방금 전 심초운이 천뢰를 다스리던 그 장면이었다.마치 신선이 인간 세상에 내려온 듯한 그 모습은 너무나 강렬했다.용강한은 등나무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는 조용히 말했다.“초운아. 두 사람이 무예와 법술로 겨루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는구나. 오늘 사부로써 너희 두 사람의 실력을 직접 확인해보겠다.”사부라고?이영은 순간 눈을 크게 떴다.용강한이 직접 그들을 제자라 부른 적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오늘 심초운은 곧장 그의 의도를 알아챘다.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 사부님.”이영은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용강한은 심초운을 향해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이 사부의 당부를 잊지 말거라. 결코 봐주어선 안 된다.’심초운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는 수년 동안 이영과 겨룰 때마다 항상 일부러 한 수, 반 수씩 져주곤 했다.하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비가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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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3화

“그… 그래?”“그렇습니다.”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팔을 감싸고 있었고, 한쪽 팔로는 허리를 단단히 안고 있었다.정신이 돌아온 이영은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외삼촌은…”심초운은 깜짝 놀라며 급히 손을 거두었고, 그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다.사부를 좋아하는 감정, 그것은 감히 입에 올릴 수도 없는 대역무도한 일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이영이었다.그가 세상 누구보다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었다.그녀를 반드시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 것이라 다짐하였다.반드시.어떤 감정은, 어떤 진실은 결코 세상 밖으로 드러나서는 안 되는 법이다.그는 그녀가 흠 하나 없는 여왕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그리고 자신은 그런 그녀의 단 하나뿐인 황부가 되고 말 것이다…“그럼 갈까요?”심초운은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가 무심코 내려놓았던 손에 시선을 고정하더니,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그 손을 잡았다.“……”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일까?이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마마, 저희 예전처럼 지내면 안 됩니까?”그들은 함께 자라온 죽마고우였다.때론 무예도 겨루고, 법술도 나눴다.손을 잡는 일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았던 시절이었다.이영은 몇 번이고 손을 빼려 했지만, 심초운은 그런 그녀의 손을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이영은 낯선 심초운에 모습에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하였다.그녀는 낯선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다시 생각하여도, 오늘따라 심초운은 너무나도 이상했다처음에는 어찌 된 일인지 갑자기 '누님'이라는 말도 하지 않고, '황녀마마'라고만 부르더니, '군신의 예가 있으니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말까지 하며 자신을 멀리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또다시 '누님'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시군이 되겠다고 하다니…시군, 심초운이 자신의 시군이 되는 것이 정말 옳은 선택일까?“마차 타고 오셨습니까?”심초운이 물었다.그러더니 그녀의 손을 이끌고 마차에 올랐다.이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마차 타고 왔어.”마차에 앉은 뒤, 심초운은 아버지의 조언을 떠올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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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4화

이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웃었다. 그가 무엇을 하든 개의치 않는다는 듯 붓을 들어 상소문을 검토하기 시작했다.심초운은 상소문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대신 서재에서 평범한 책 한 권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서로 말 한마디 없이, 한 사람은 책상에 엎드려 상소문 검토하고, 한 사람은 온돌 위에 앉아 책을 읽었다.그렇게 한 시진이 흘렀다.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심초운은 조용히 서재의 등잔에 불을 밝혔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이제 다 끝나셨나요?”이영은 시선을 들었다. 이 아이는 도대체 무슨 속셈인걸까.“그래.”그녀가 답하자, 심초운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책상 위에 두 손을 얹고 진지하게 물었다.“그럼 누님과 함께 저녁을 먹어도 될까요?”“…심초운, 제발 날 누님이라고 부르지 말거라. 너 때문에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구나.““그럼 뭐라고 부를까요?”“이름을 부르던지.”“영아?”그게 무슨 호칭인가. 이 아이는 한 번도 자신을 그렇게 부른 적이 없었다. 이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요즘 참 이상해졌구나.”“아니요.”“……?”그 따뜻하던 눈빛은 어느새 날카로워졌고, 이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심초운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당장 나가거라.”그가 정말 경계심과 불쾌감을 자아낼 만큼 이상하게 굴자, 이영은 내보내려 했다.심초운은 똑바로 서며 말했다.“그럼 천천히 마무리하십시오. 전 수라간에 가서 수라상이 다 차려졌는지 보고 오겠습니다.”그렇게 말하며 그는 서재 밖으로 나갔다.문이 닫히고 나서야, 이영은 요동치는 가슴을 부여잡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심초운… 미쳤나 봐.’‘영이라니… 어른도 아니면서…’이영은 이마를 짚으며 웃음이 터뜨렸다. ‘그래, 어른이 맞지. 초운이는 이미 다 컸잖아.’상소문은 이미 다 검토를 마친 후였다. 하지만 오늘의 심초운은, 그녀의 모든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이 많은 해 동안 무공과 술법을 겨루며 지낸 날들조차 사실 그 아이의 진짜 실력을 전부 본 게 아니었다. 그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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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5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찌하여 저를 영원히 '시군'의 신분으로만 곁에 두려 하십니까?”이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인상을 찌푸린 심초운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그가 성큼성큼 걸어와 그녀 앞에 멈춰 섰다. 그러고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이영은 반사적으로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의 손아귀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요동쳤다. 그에게서 풍겨오는 강압적인 기운, 아침에 허공을 딛고 뇌운을 몰아칠 때 보여준 그 위압감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그 감각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평정심을 잃고 말았다.“조금만 더 생각할 시간을 주거라.”“벌써 한 달이 넘도록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그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붙들고서 그녀의 붉은 입술을 바라보았다. 무수한 충동이 밀려왔지만, 결국 그는 이를 억눌렀다.그는 그녀를 사랑했기에, 감정만 앞세운 억지는 부릴 수 없었다.그에게 있어 그녀는 단지 연모의 대상이 아닌, 마음속 깊이 우러러보는 군주였다.“이 손은… 언제까지 잡고 있을 셈이냐?”이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심초운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평생토록 이 손을 잡고 있고 싶습니다.”이영은 심초운이 어찌하여 이토록 변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의 그는 마치 여심을 홀리는 남첩과도 같았다.결국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오늘은 수라간에서 누님께서 좋아하시는 반찬들을 준비해두었더군요.”그는 직접 반찬을 떠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이영은 의례적으로 몇 입 떠넣었을 뿐, 여전히 심초운을 이해할 수 없었다.“오늘 외삼촌을 뵈었는데… 내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심초운은 속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용강한이 그녀를 피해 다닌다는 것을 말이다. 괜한 오해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자신이 나서면 안 된다는 것도.그러나 그것을 있는 그대로 말해버리면 이영의 마음을 다치게 할까 우려되었다. 그런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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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6화

“도무지, 도무지 이런 일은 상상도 못 했어요. 영이가 어떻게… 어떻게 그런 불경한 짓을…!”소우연은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이육진은 살짝 죄책감이 스며든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이번 일은 내 잘못이 크다.”처음부터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이영이 즉위하면, 용강한이 다시 흠천감 감정이 되길 바랐다. 그렇게 그녀 곁에서 조력자로 남길 바랐다. 그렇게 되면 이영이 정사를 다루는 데 있어 한결 수월해질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루하루 쌓이는 시간 속에서, 이영이 그를 마음에 품게 될 줄은 말이다.용강한을 외삼촌이라 부르며 따랐지만, 어쨌든 용강한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었다.소우연은 이육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아뇨, 저도 책임이 있어요. 제가 조금만 더 세심했더라면… 어쩌면…”그녀의 시선이 낮게 떨어졌다.“지금 오라버니는 용부에 계시고, 영이도 궁에 머물지 않아요. 그 둘이 설마…”“그럴 리 없다.”이육진이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소우연은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요즘은 꿈에서도 놀라서 깨요. 폐하, 오라버니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계신 거죠?”이육진은 고개를 저었다.그가 알 리가 없었다.혹여 알게 된다면? 누구보다 난처할 것이다. 어쩌면, 아예 경성을 떠나버릴지도 모른다.“영이는 자신의 책임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지금도 시군을 선발하고 있는 거야.”“부디… 별탈 없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에요.”“그 애는 자신의 위치를 알고, 형님과 결코 이뤄질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우리도… 그냥 모르는 척하자구나.”소우연은 쓰게 웃었다.“요즘 진이도 예전처럼 말썽 부리지 않고, 천이도 자주 영화궁에 와서 함께 식사하는 것이…”그녀가 조용히 이육진을 바라봤다.“혹시 아이들이 다 알고 있는 게 아닐까요?”이육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 정사에 관해 내가 영이에게 좀 더 관심을 갖도록 하마.”사실 그는 그간에도 종종 이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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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7화

‘이게 바로 사랑하는 이와 사랑하지 않는 이의 차이구나…’‘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이영은 고개를 가볍게 젓더니 말없이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당안은 조용히 고개를 숙여 심초운에게 가볍게 인사만 하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심초운은 재빠르게 마차에 올라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곧 마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는 이영의 왼편에 조용히 앉았다. 안색이 좋지 않은 이영을 바라보며,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어떤 심정일지 짐작할 수 있었다.말없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이영은 따뜻한 감촉에 고개를 돌렸다. 심초운의 큼직한 손이 자신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심초운은 그녀 곁으로 바짝 다가와 이영의 머리를 살짝 끌어당겨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기대셔도 됩니다.”이영은 말없이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꼭 어린 시절처럼. 둘이 싸운 직후에도 함께 손을 잡고 숨을 고르던 그때처럼.하지만 지금의 심초운은 그때와 달랐다. 그의 어깨도, 체온도, 기류도 모두 다르게 느껴졌다.왠지 모르게 어색했다.남녀 사이에선 이래선 안 된다는 걸, 그녀도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뿌리치고자 했지만, 심초운의 손이 그녀의 손을 단단히 잡고 있어 뿌리치기 어려웠다.내공을 쓰면 뿌리칠 수 있었겠지만, 이영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마차 안에서 그와 무공 시합을 벌이는 건 더더욱 원치 않았다.황태녀부에 도착한 뒤.심초운은 이영을 서고 앞까지 조용히 데려다주고는 돌아섰다.이영은 입술을 열려다 닫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늘 곁에 있더니, 오늘은 왜 안 따라 들어오는 거지…’송이는 차가운 차와 다과를 내왔다가 곧 물러났다.이영은 먼저 문서를 펼쳤다.한 시진이 지났지만 누구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차를 두세 모금 마신 뒤, 그녀는 목소리를 높였다.“당안아!”문이 열리자 당안이 재빨리 들어왔다. “예, 마마.”“심초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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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8화

연이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결정된 걸까?'지금쯤이면 황녀마마께 충심을 바치며, 평생 마마 외에는 그 누구와도 혼인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장면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정신을 차린 그녀는 이영에게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마마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도련님의 자애로운 배려에도 깊이 감동하였습니다.”감사 인사를 올린 연이는 조용히 물러났다. 황녀마마와 도련님의 분위기를 보니, 괜히 더 머물렀다가는 연극이 진짜가 되어버릴지도 몰랐기 때문이다.“그래, 아주 좋구나.”이영은 심초운을 똑바로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앞서 자신을 배필로 선택해 놓고는, 이제 와서 저 아이에게 혼인을 내려달라고 청하는 것일까?심초운은 그녀가 화가 난 듯 아닌 듯한 미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고개를 더욱 깊이 숙이며 말했다.“마마, 만약 마마께서 끝내 저를 택하지 않으신다면... 그때는 연이와의 혼인을 허락해 주십시오.”“혼인?”이영은 비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자신을 협박하고 있는걸까?“심초운, 우리가 함께 자란 정이 있다 하나, 혼사는 중대한 일이니 함부로 감정에 휘둘려서는 아니 된다.”그녀의 눈동자에는 짙은 실망이 어려 있었다.심초운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순간, 이영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그날 저녁, 송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늘은 어찌 도련님이 안 보이시네요?”이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군은 군이요, 신하는 신하다. 앞으로 심초운의 식사는 준비하지 말거라.”송이는 잠시 움찔했다.'황녀마마와 도련님이 다투신 걸까? 이렇게 뛰어난 도련님조차 황녀마마의 눈에 들지 못하시다니…'“예, 마마.”그녀는 조용히 상 위의 여분 식기를 치우고, 궁인들을 불러 물러나게 했다.이영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에 맺혀 있던 감정이 터질 듯 차올랐다. 어디에도 풀어놓을 곳 없는 그 답답함은, 마치 넘칠 듯한 물줄기가 막힌 둑 안에서 몸부림치는 듯했다.밤이 되었다.그녀는 한참을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꿈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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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9화

이 녀석, 분명 대단한 아이였다.무공도 도술도 뛰어났고, 그야말로 강자의 화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런데… 왜 문득 이 아이를 조금 존경하게 되는 걸까?심초운은 이영이 생각만큼 화나 있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과연 아버지 말씀이 옳았다.자신과 이영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온 인연이 있었다.설령 그녀가 자신에게 남녀 간의 감정이 조금만큼도 없다 하더라도, 그 지난 정을 생각해서라도 심한 벌은 내리지 않을 터였다.설령 정말 마지막에 그녀가 자신을 시군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해도, 두 사람 사이가 끝내 소식 한 줄 없이 멀어지게 된다 해도… 자신은 그저 고향으로 돌아가 가업을 잇고, 조용히 평생 그녀를 지켜주면 되는 것이라고 여겼다.“그럼 내일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심초운이 조심스레 말했다.이영은 이마를 짚었다.예전에도 이 녀석이 꿈에 나온 적이 있었다.그때의 그는 항상 그녀 뒤를 따라다니는 조용한 녀석에 불과했다.얼굴은 차갑고 단정했지만, 늘 말수가 적고, 어디서든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노인네와 같았다.하지만 요즘은 정말 미쳐버린 게 분명했다.청년다운 기개에, 압도적인 실력까지.거기에 죽자 살자 그녀에게 매달리고, 급기야는 그녀에게 연정을 품기까지 했다.심초운은 이제 정말 다 자란 것이다.“방금 무슨 꿈을 꾸었기에 그리 놀라 식은땀을 흘리십니까?”그는 말하며 이미 수건을 들어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이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가 땀을 닦아주는 것을 그냥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그 모습이 마치 예전 무예 연습을 마친 뒤, 그가 조용히 그녀를 시중들던 모습과 겹쳐졌다.하지만 그 시절, 그의 눈빛은 순수했다.그녀 또한 그를 그저 믿음직한 부하, 혹은 동생 같은 존재로만 여겼다.남녀 간의 감정을 품을 거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그가 땀을 닦아주는 순간 이영의 마음 한 구석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올랐다.“됐다. 내, 내가 하마.”그녀는 그의 손에서 수건을 빼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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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0화

심초운은 문득 사부가 남긴 말을 떠올렸다.“그럼, 그 분에게 솔직하게 말하거라.”한낮의 뜨거운 햇살 아래, 그녀는 정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 손놀림은 무척이나 능숙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그 소박하고 하얀 얼굴이 평범한 가정의 시집가지 않은 처녀처럼 보였다.심초운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고 계십니다.”이영의 동공이 충격에 휩싸인 듯 떨렸다. 온몸이 떨릴 정도로 두려웠다.'이 마음을 심초운이 알아버린 것은 괜찮아. 하지만 만약 외삼촌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니,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까지 알게 된다면...'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심초운은 그녀가 두려움에 떠는 것을 알아차리고 급히 다가가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에 기대게 하며 말했다.“괜찮습니다. 그저 의심만 하시는 듯했습니다. 앞으로는 조심하면 되죠. 누님께서 생각하시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이영의 긴장된 마음은, 그의 따뜻한 손길로 머리를 다독이는 그 동작 하나하나에 점차 안정되어 갔다.비로소 깨달았다. 심초운의 가슴이 이렇게나 따뜻하고 믿음직한 곳이라는 것을.“정말?”“누님, 저를 그냥 편하게 초운이라고 불러주세요.”그는 그녀의 동생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신하가 되고 싶었고, 그녀의 황부가 되고 싶었다.이영은 찡그린 채 말했다.“초운아, 나 정말 불경한 건 아닐까. 어떻게 감히 외삼촌을 마음에 품을 수 있을까… 그것도 어마마마를 사모하고 계신 분을 말이야. 다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불경하게도 그분을 좋아하고 있어.”꿈속에서 용강한이 불경하다고 한 그 한마디는 그녀를 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겁먹게 만들었다.'앞으로는… 앞으로는 정말 감히 다시는 그런 마음을 품지 않을 거야…’심초운이 조용히 그녀를 위로했다.“누님만 불경한 게 아니에요.“이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정말 위로를 못하는 사람이구나.'막 고개를 들려는 순간, 그는 그녀를 품에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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