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정말이냐?”“딸은 거짓말하지 않습니다.”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입을 헹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빠져나갔다.명주는 그 뒤를 따라가며,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할 말을 삼키듯 머뭇거렸다.마당으로 돌아온 뒤, 심연희가 물었다.“혹,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명주는 곧바로 죄를 지은 듯 마음이 약해져 무릎을 꿇더니, 오늘 자신이 아달과 나눈 대화와 아달이 전한 말들을 모조리 털어놓았다.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심연희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그랬던 것이구나. 어쩐지… 경 대인이 날 보는 눈길이 어딘가 특별하다 했지. 정다운 정이라 하긴 어려워도, 충분히 따스하긴 했어.”……아달은 마차를 문지기에게 맡기고, 주인의 발걸음을 따라 서재로 들어섰다.서재에 이르자 경장명이 아달을 바라보았다.“할 말이 있느냐?”“연희 아씨 시종이 주인어른과 연희 아씨가 한 쌍이 되길 몹시 바라는 듯하여, 그만 몇 마디 더 나누게 되었습니다.”아달은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전했다.“연희 아씨 머리에 꽂혀 있던 복숭아꽃 비녀가 천왕 전하의 비녀와 한 쌍이라고? 용 대인께서 그 둘더러 정인이라 말씀하셨다고?”“그렇습니다.”그는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아니, 천왕 전하께서는 일찍이 도에 뜻을 두셨고, 게다가 지금은 흠천감의 감정이시지 않느냐. 결코 혼인하실 분이 아니며, 연희 낭자와 짝이 되실 리도 없다.”아달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맞습니다. 상운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지요. 흠천감 감정은 혼인하지 않는다는 것을요.”그제야 경장명의 조급하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여전히 근심은 남아 있었다.방금 아달이 말했듯,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길조차 끊었던 상매연에 이천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호심도에도 함께 갔고, 심연희가 가져간 수많은 수녀들의 초상화 또한 거기 있었으며, 결국엔 흠천감까지 함께 갔다 하지 않았는가.심연희가 어찌 흠천감에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그곳은 보통 사람은 들어설 수조차 없는 곳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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