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1301 - Chapter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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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1화

애정이라는 감정은 용강한 대감 마저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인데 심연희가 어찌 애정에 빠졌다가 언제든 쉽게 빠져나올 수 있겠는가?“내 스스로도 아직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았다.”심연희의 말에 초구는 그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심연희에게서 정 사부가 이천이 그녀의 유일한 참 인연이라고 얘기했다는 말을 듣고 초구는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이때, 마차 밖에서 명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씨, 포목점에 도착했습니다.”다음 순간, 마차도 서서히 멈추었다. 먼저 마차에서 내린 초구는 돌아서서 천막을 거두고 밖으로 나온 심연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심연희는 초구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눈앞에 있는 포목점을 보며 자신이 참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애정이라는 감정에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을 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포목점에 와서 현재 유행하는 옷을 골라 이천 앞에 입고 나타날 생각을 하고 있다니.“넌 이만 돌아가거라.”심연희가 초구를 보며 말하자 초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씨. 그럼 소인은 이만 가보겠습니다.”조금 뒤, 포목점에 들어간 심연희는 각기 다른 색감의 옷을 몇 벌 골랐다. 고르면서도 과연 자신이 이 옷들을 입고 이천을 만나러 갈지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새 국공부로 돌아온 심연희를 보며 하인들이 환한 미소로 그녀를 반겼다.“저택에 손님이 찾아온 것이냐?”심연희의 물음에 하인이 대답했다.“경씨 관저의 어사중승 경장명 대감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아씨께 혼인을 청하기 위해 찾아오셨다고 하셨습니다.”“뭐라고?”심연희도 승상 경성세 대감의 작은 아들인 경장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경장명 이자는 태상황이 황위에 계실 때, 태상황께서 친히 임명한 탐화랑이며 나이는 스물한 살 정도 됐을 것이다.경장명은 그야말로 뛰어난 재능과 수려한 외모를 동시에 지닌 팔방 미남이다.“아씨, 경성세 승상 대감댁 작은 도련님이신 어사중승 경장명 대감께서 혼인을 청하러 오셨습니다.”하인은 다시 한번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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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2화

“그래요. 참 좋네요. 우리 연희는 바라는 게 많지 않습니다. 그저 미래의 부군이 첩을 들이지 않기만 바랄 뿐입니다.”우옥명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두 딸들에게 미래의 부군에게 어떤 바라는 점이 있는지 물어본 적 없지만 두 딸들은 어렸을 때부터 우옥명을 따라 궁에 들어가 태후를 만나 뵌 적이 많았기에 당연히 느낀 바가 있을 것이다.태상황도 후궁을 들이지 않았고 그녀들의 아버지도 첩을 들이지 않았으며 진규 장군과 주 대감도 첩을 들이지 않았기에 우옥명의 딸들도 자신의 부군이 첩을 들이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경장명은 지금까지 명성이 꽤 훌륭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당당하게 약속까지 했으니 당연히 이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 심소균은 이내 하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가서 연희를 불러오거라.”“네, 대감님.”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마당으로 돌아와 손을 씻은 심연희는 멀리서 다가오던 겸인을 보게 되었다.“아씨, 대감님과 마님께서 아씨를 대청에 모시고 오라고 하셨습니다.”겸인의 말에 심연희는 생각이 많아졌다. 조금 전에 저택에 들어선 그녀는 경장명이 혼인을 청하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마음이 심란했고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가고 싶지 않았다.“아씨?”심연희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겸인이 심연희를 조심스럽게 부르며 고개를 돌려 명주를 쳐다보았다.이에 명주가 심연희 곁에 다가가 말을 건넸다.“아씨, 대감님과 마님께서 아씨에게 경장명 도련님을 만나보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맞아요. 조금 전에 경장명 도련님께서 아씨를 위해 앞으로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겸인이 웃으며 말하자 심연희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분이 정말 그렇게 얘기한 것이냐?”“네, 아씨.”심연희의 머릿속에 이천이 떠올랐다. 정 사부는 이천이 그녀의 유일한 참 인연이라고 했는데 그럼 그녀도 이천의 유일한 참 인연일까?심연희는 정 사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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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3화

“경장명은 일부일처를 동의한다고 조금 전에 약속하지 않았소?”심소균의 말에 우옥명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다.심소균은 이내 고개를 돌려 심연희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이 혼사는 일단 급하게 미룰 것 없어 보인다. 만약 경장명 그 아이가 널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서신을 보낼 것이니 그때 가서 조금 더 많이 접촉해보는 게 낫지 않겠느냐?”이에 우옥명이 놀란 표정으로 입을 떡 벌렸다.하지만 자세하게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이영과 심초운도 그렇고 진우의 아들도 이진을 따라 집을 떠나기도 하지 않았는가!그러니 심소균 그의 딸도 당연히 자신이 마음에 드는 부군을 찾는 게 맞다.태상황과 태후가 여인도 조정에 참석할 수 있고 상업을 경영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이런 전제하에서 심연희는 자신의 아버지의 사상이 이렇게 개방적이라는 것이 꽤 놀라웠다. ‘아버지의 말씀은 내가 내 미래의 부군을 직접 골라도 된다는 것인 건가?’한편, 심소균은 자신을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심연희를 보며 진지하고 엄숙하게 말했다.“내 딸은 어떤 사내와 평생 함께 할지 스스로 선택하고 고를 수 있다. 이 아비는 절대 네 결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야.”말을 하던 심소균은 그래도 조건을 달아야 할 것 같아서 말을 보탰다.“다만, 스무 살이 지나도 네 스스로 마음에 드는 사내를 고르지 못하면 그땐 네 어머니의 뜻을 따라 네 어머니가 골라준 사내와 혼인을 해야 할 것이다.”이에 심연희가 입술을 살짝 오므리며 대꾸했다.“감사합니다, 아버지.”스무 살이 되기까지 아직 4년이라는 시간이 남았기에 심연희는 충분히 잘 생각해볼 수 있다.이때, 우옥명이 심소균의 어깨에 살짝 기대어 심소균의 팔짱을 끼고는 심연희를 바라보며 말했다.“경장명 도령은 젊은 나이에 큰 영예를 얻기도 했고 외모도 더할 나위 없이 수려하지 않느냐? 연희 넌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러다가 좋은 부군을 놓칠 수도 있어.”이에 심소균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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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4화

낮잠을 자고 있던 몽춘은 시녀의 말에 벌떡 깨더니 기분 좋은 듯 실실 웃었다.“바로 나갈게.”빠르게 세안을 마친 몽춘은 곧바로 방을 나섰다. 그녀는 정자에 서있는 경장명을 보게 되었고 아달은 멀리서 경장명을 지키고 있었다.경장명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몽춘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도련님, 오셨습니까?”쑥스러운 미소를 짓던 몽춘은 경장명이 자신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는 것만 생각하면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한편, 천천히 돌아선 경장명은 몽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몽춘은 열네 살 때부터 경장명의 곁에서 그와 함께 했는데 오늘 이렇게 그녀를 보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안타깝기도 했다.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4년 전, 경장명은 심연희를 처음 본 순간부터 심연희가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서 그녀와 혼인을 하겠다고 다짐했다.그런데 오늘 국공 부인의 말에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심소균 대감은 평생 첩을 들이지 않고 한 여인만 사랑하면서 살았기에 사위도 당연히 그처럼 그의 딸만 바라봐주길 원할 것이다.한편, 몽춘은 평소와 다른 경장명의 표정과 반응에 살짝 불안해졌다.“도련님, 혹시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정자에 앉은 경장명은 손에 들고 있던 노비 문서와 노비 해지서 그리고 은전들까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몽춘을 쳐다보았다.“몽춘이 네가 내 곁에 몇 년 있었지?”이에 몽춘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소인은 도련님을 모신지 4년 됐습니다.”“4년이라…”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다.이내 숨을 크게 들이마신 경장명은 손가락으로 탁자 위에 놓인 물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너에게 주는 것들이다.”몽춘은 망설이는 듯 앞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그녀는 도련님이 오늘 평소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물론 지금도 도련님의 말투는 온화하지만 눈빛은 차갑고 냉정했기에 몽춘은 살짝 겁을 먹기도 했다.그러다가 경장명이 탁자 위에 놓인 물건들을 가져가라고 눈짓을 하자 몽춘은 불안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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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5화

하지만 오늘, 심연희는 심지어 경장명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에 경장명은 자신이 너무 안일한 착각에 빠져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심연희의 아버지는 평생 첩을 들이지 않고 살았는데 심연희가 어찌 자신의 부군에게 첩이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한편, 몽춘은 여전히 서럽게 울고 있었다.“도련님, 소인이 도련님 미래 부인을 만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소인은 절대 시기나 질투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도련님과 도련님 부인께 폐를 끼치지 않게 잘 하겠습니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경장명은 몽춘의 말을 더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이 정도 돈이면 네가 평생 걱정 없이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이는 경장명이 몽춘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한 인정이고 자비였다.“아달아, 몽춘이를 경성 밖까지 보내주거라.”말을 하던 경장명은 고개를 돌려 몽춘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입 단속 잘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상한 유언비어가 떠돌게 된다면 몽춘이 너라고 할 지라도 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홱 돌아서서 떠난 경장명의 뒷모습을 보며 아달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이내 고개를 돌려 서럽게 엉엉 울고 있는 몽춘을 쳐다보았다.평소의 몽춘은 늘 고고한 자태를 뽐냈으며 도련님이 유일하게 곁에 두는 여인이라고 자랑스럽게 여겼다.하지만 지금, 도련님은 몽춘을 망설임 없이 버린 것이다. ‘그래, 도련님께서 오늘 대감님을 따라 국공부에 혼인을 청하러 찾아가셨지.’이때, 눈물을 닦은 몽춘이 코를 훌쩍이며 아달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아달아, 대체 어떤 여인이야? 도련님께서 어떤 여인과 혼인을 하려는 것이길래 그 여인은 이 저택에 발을 들이기도 전에 도련님께 첩을 들이지 말라는 요구를 한 것이야?”이에 아달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몽춘아, 넌 그저 도련님 시중을 드는 시녀일 뿐이야. 도련님께서 정식으로 들인 첩이 아니잖아.”“나도 알아. 하지만, 하지만 도련님께서 전에 분명 나한테 암시를 줬단 말이야. 나중에 마님이 이 집안에 들어오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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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6화

기강 넘친 이영은 손에 검을 꽉 쥐고는 심초운을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이영의 검술이 전보다 강해진 것 같았다.한편, 정신을 번쩍 차린 심초운은 다정한 눈빛으로 이영을 쳐다보다가 뒤로 쓱 물러나 안전한 거리를 유지했다.이영과 심초운은 고개를 돌려 서로를 쳐다보았다.“피할 생각은 말거라.”이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피하지 않으면 폐하께서 휘두른 검에 베어 살점이 많이 뜯겨 나갈 것 같습니다.”“내가 어찌 네 살점을 베겠느냐?”피식 웃던 이영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곁에 휙 던지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다음 순간, 주먹다짐을 시작한 이영과 심초운은 무술 실력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에이, 그만 할래.”이영의 말에 끝나자마자 곁에 서있던 궁녀가 손수건을 건넸다.손수건을 받은 심초운은 다정하고 꼼꼼하게 이영 얼굴에 흐르고 있는 땀을 닦아주었다.이에 이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사람을 참 잘 챙기는 것 같네. 예전에는 왜 몰랐지?”이영의 말에 심초운이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누이가 예전에 절 주의 깊게 관찰한 적은 있습니까?”이영이 입을 꾹 다물자 심초운이 말을 이어갔다.“예전에 잘 관심 있게 쳐다본 적도 없으면서 제가 사람을 잘 챙기는지 아닌지 어떻게 아십니까?”“우리가 맨날 붙어있을 때…”말을 하던 이영이 멈칫했다. 예전부터 심초운이 곁에 있기만 하면 이영은 그의 보살핌을 잘 받은 듯했다.하지만 너무도 사소하고 평범한 일이라 이영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이다.하지만 지금, 서로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지니 이런 사소한 것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목욕물을 준비하거라.”명을 내린 이영은 심초운을 끌고 침전으로 향했다.한편, 명을 받은 당안은 바로 궁녀들에게 전달했다.침전으로 돌아온 뒤, 심초운은 이영이 두르고 있던 외투를 조심스럽게 벗겨 주었다.그리고는 당안등 내시들이 욕조에 따듯한 물을 듬뿍 받고 나서야 이영을 번쩍 안아들고 욕조로 향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유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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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7화

“날 가로채도록 허락한다.”“그렇습니까? 이 강산과 황제 자리마저 마다하고 저라는 꽃미남만 원하시는 겁니까?”심초운의 물음에 이영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너라는 꽃미남만 원한다.”“오랜 세월 뒤에 상운국 국사에 제가 버젓이 기록되겠네요. 사상 첫 여황제의 황부에 심지어 여황제를 가로채서 도망간 사내라고 말입니다.”“그러려면 네가 힘을 더 내야 하겠네.”말을 하던 이영이 잠시 뭔가 생각하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연희 낭자도 힘을 냈으면 좋겠구나.”심초운은 이영의 머리를 말려주며 대꾸했다.“오늘 초구 표정이 안 좋아 보였습니다. 아마도 연희와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이영이 심초운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심초운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에 과도하게 간섭했다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된 것이다.역효과라는 말에 이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가 물었다.“그럼, 그럼 초구에게 더 이상 간섭하지 말라고 할까?”이에 심초운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어쩌면 이미 연희에게 말했을 것입니다.”초구가 심연희에게 말을 한 게 분명하다. 초구의 일처리가 신속하고 확실하기에 이 점은 분명하다.조금 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영이 미소를 지으며 이천에게 말을 건넸다.“오라버니, 천왕부가 지어진 지 꽤 오래 됐는데 언제 천왕부에 돌아가실 겁니까?”“아직은 아니다.”이천이 대답했다. 그의 점괘 실력은 정 사부와 용강한에 비하면 턱도 없이 부족하지만 자신이 현재 흠천감을 떠나 천왕부로 가지 않을 거라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한편, 심초운은 남매의 대화에 그저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조용하게 이영의 그릇에 반찬을 올려주었다.저녁 식사 후, 심초운과 이천은 금융궁에 남아 바둑을 두었다. 두 사람의 실력은 상당했으며 오늘은 세 판 중에서 이천이 두 판을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다.이에 이영이 말했다.“오라버니, 초운이를 좀 봐줄 생각은 없으십니까?”이영의 말에 심초운이 난감한 표정으로 대꾸했다.“바둑은 일종의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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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8화

궁전 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으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이에 초구는 어쩔 수 없이 난감함을 무릅쓰고 이영의 말에 대답했다.“네, 전하. 아직 고려 중이시라고 합니다.”궁전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다시 이천을 힐끔힐끔 쳐다보았지만 이천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태연한 표정을 짓다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시간도 늦었으니 난 이만 가봐야겠다.”이천의 말에 이영과 심초운은 말문이 턱 막혔다.앞에 서있던 초구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결국 몸을 살짝 돌려 이천을 위해 길을 내어주고는 인사를 올렸다.“그러니까 오라버니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냐 아니면 없다는 것이냐?”이영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티를 냈고 심지어 이천은 호심도까지 다녀왔는데 그들이 그와 심연희를 엮어주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한편, 이영의 말에 심초운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제가 보기엔 형님께서 전혀 마음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이에 초구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영은 입을 뻥긋하다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고 심초운이 말을 이어갔다.“제가 누이를 마음에 품고 있을 때, 하루만 누이를 보지 못해도 너무 그립고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누이가 다른 사내와 혼인 얘기까지 오갔다는 말을 들었다면 절대 가만있지 못했을 겁니다.”심초운의 말에 초구도 조심스럽게 말을 보탰다.“그럼 사람을 시켜 흠천감을 지켜보라고 할까요? 이천 저하께서도 뭔가 행동을 보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이에 이영이 허허 웃었다. 오라버니가 흠천감을 나선다면 곧바로 그녀에게 보고될 것이다.“이만 물러가거라.”심초운이 손을 내두르며 초구에게 물러가라고 했고 이에 초구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네, 소인 이만 나가보겠습니다.”뒤로 몇 걸음 물러난 초구는 이내 돌아서서 궁전을 나섰다.“설마 숙부께서 잘못 짚은 걸까?”이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심초운을 쳐다보며 물었고 심초운은 어깨를 들썩였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그러다가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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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9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심연희가 마차 천막을 거두었다.호위병이 마차 외부를 검사하고 있었다.“어떻게 됐느냐?”심연희의 물음에 호위병 심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마차 바퀴가 단단히 걸린 것 같습니다.”지나가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이 길에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아씨, 일단 마차에서 내리십시오. 소인이 어떻게든 마차를 끌어내 보겠습니다.”말을 하던 심정은 다시 허리를 숙여 마차를 꼼꼼하게 살펴보았다.이때, 하필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고개를 끄덕인 심연희는 명주와 함께 마차에서 내렸고 심정은 곧바로 채찍으로 말을 힘껏 내리쳤다. 말이 마차를 구덩이에서 끌어내 주기를 바랐지만 말은 고통스럽게 울부짖을 뿐, 마차를 끌어내지는 못했다.“그만 때리거라. 바퀴가 너무 깊이 빠져서 소용이 없을 것 같다.”말을 하던 심연희는 눈이 점점 더 크게 내리는 하늘을 힐끔 쳐다보았다.“바퀴 밑에 깔 수 있는 돌멩이가 있는지 찾아보거라.”심연희의 말에 심정은 다시 뒤로 돌아가 바퀴의 위치를 자세하게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바퀴 밑에 깔 수 있는 적당한 돌멩이를 찾으러 떠났다.“아씨, 눈이 너무 많이 내리는 것 같은데 아씨는 일단 마차 안으로 들어가 계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명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심연희에게 말했지만 심연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마차 안으로 돌아가면 마차를 구덩이에서 빼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조금 뒤, 심정이 커다란 돌멩이를 가지고 돌아왔다. 심연희와 명주 그리고 심정 세 사람은 젖 먹던 힘까지 써봤지만 마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명주가 급한 마음에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심정은 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심연희와 명주 두 사람만 이곳에 두고 가기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래서 결국 다시 돌멩이를 바퀴 밑에 더욱 깊숙이 넣으려고 했다.“심정아, 그만하거라. 걸어서 돌아가는 게 더 빠를 것 같다.”심연희가 심정을 제지했다. 이에 심정은 숲길을 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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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0화

“네, 아씨.”바로 대답한 심정은 걸음을 재촉했고 말도 더 빨리 걷기 시작했다.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에 명주와 심정은 물론이고 심연희도 너무 추워서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바로 이때, 딸랑거리는 방울소리와 마차 바퀴소리가 들려왔다.명주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아씨, 마차 한 대가 보입니다.”혹시 저 마차를 얻어 탈 수도 있지 않을까?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는 탓에 우산을 쓰고 있어도 몸이 조금씩 젖을 수밖에 없었다.한편, 명주의 말에 심연희가 고개를 살짝 들어 앞을 쳐다보았다.‘이 시간에 이곳을 지나가는 마차가 있다고? 저자들도 운불사에 갔다가 늦은 시간에 돌아가는 사람들일까?’“아씨, 소인이 가서 물어보고 오겠습니다.”심정이 고삐를 심연희에게 건네며 말했고 심연희가 고삐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만약 심연희 혼자서 말을 타거나 심정 혼자서 말을 탄다면 지금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 있을 것이지만 명주도 함께한 상황이다.세 사람이서 말 한 마리로 겨우 가고 있고 심지어 이제 날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으며 눈보라도 심하게 휘몰아치기에 말을 끌고 천천히 갈 수밖에 없다.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마차를 얻어 탈 수 있다면 최소한 지금처럼 춥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심정이 말을 끈다고 해도 고생스럽게 걸어갈 필요는 없다.“소인 경성 국공부를 지키는 호위병입니다. 저희 마차가 구덩이에 빠졌습니다. 하필 눈도 심하게 내려서 마차를 버리고 말을 타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괜찮으시다면 혹 마차를 잠시 얻어 타고 가도 되겠습니까?”뒤로 살짝 물러난 심정이 멀찍이 서서 마차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한편, 마차를 끌고 있는 상대방은 복장을 깔끔하게 차려 입었으며 한눈에 봐도 무술 실력이 대단한 사람 같았다.이내 마차를 세운 아달은 심정을 자세하게 훑어보고는 마차 안에 앉은 사람에게 말했다.“도련님, 국공부 사람입니다.”마차 안에 앉아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경장명이었다. 그는 담담하게 웃었다.심연희가 운불사에 찾아갔다는 얘기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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