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1311 - Chapter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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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1화

조금 뒤, 자신이 제대로 된 인사조차 없었다는 것을 인식한 심연희는 그제야 경장명을 쳐다보며 말했다.“오늘 이렇게 폭설이 내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런 폭설 속에서 대감님을 만나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고요. 저희를 태워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경성에 돌아가면 제 아버지께 귀중한 답례품을 들고 경씨 관저에 찾아 뵈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별말씀을요. 전 그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잠시 머뭇거리던 경장명이 말을 보탰다.“낭자를 도울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밤낮없이 머리속에 맴돌던 여인이 이렇게 눈앞에 앉아있으니 아무리 억제하고 싶어도 들뜬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경장명은 심연희의 인사를 거절하려고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심연희가 정말 저택에 찾아와 인사를 한다면 두 사람은 한번 더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이토록 사소한 도움에 국공 대감까지 친히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경장명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때, 마차 밖에 있던 아달이 말을 보탰다.“맞아요. 아씨께서는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도련님께서 어찌 국공 대감님께 직접 찾아오게 할 수 있겠습니까? 찾아 뵌다고 해도 저희 도련님이 국공부에 가야 하는 게 맞지요.”“아달아!”경장명이 아달의 말을 끊으며 그를 제지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아달에게 엄지를 내두르기 바빴다.심연희가 감사 인사를 한다고 해도 어찌 대단하신 국공 대감께서 저택에 찾아오게 할 수 있단 말인가!그렇다면 아무래도 심연희가 직접 감사 인사를 하러 경씨 저택에 올 것인데 그렇게 되면 경장명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한번 더 생기는 것이다.이런 생각에 경장명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설레었다.중매쟁이 말에 의하면 심연희가 경장명과의 혼인에 대해 아직 고려 중이라고 했는데 그녀가 망설이는 이유는 경장명 그에 대해 아직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어떻게 해야 내가 오래 전부터 낭자를 마음에 품고 있었고 낭자와 혼인하여 평생 오손도손 행복하게 잘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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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2화

“소인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감께서는 경성에 떠도는 소문처럼 다른 이에게 그리 거리를 두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명주도 한 마디 보탰다.“그래? 나에 대해 그런 소문도 떠도는 것이냐?”경장명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명주와 심연희를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고 이에 심연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경성 여인들은 훌륭한 사내들을 진작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경장명이 이를 어찌 모른단 말인가!하지만 경장명 이자는 지금까지 혼인 얘기를 꺼낸 적이 없기에 많은 여인들은 다른 사내를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이때, 명주가 용기를 내서 대꾸했다.“그럼요. 대감님께서는 젊은 나이에 큰 영예를 이루셨을 뿐만 아니라 외모도 너무 출중하시기 때문에 경성 명문 가문 출신 여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으십니다.”다만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울 뿐이다.한편, 명주 말뜻을 눈치챈 경장명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그건 그저 소문에 불과하다. 내가 정말 그렇게 훌륭하고 대단한 사내였다면…”한숨을 푹 내쉬던 경장명은 고개를 돌려 심연희를 힐끗 쳐다보았다.그가 정말 그렇게 좋고 대단한 사내였다면 심연희와 몇 번이나 우연히 마주쳤는데 심연희가 그를 주의 깊게 쳐다봤을 것이다.“다 근거 없는 소문일 뿐입니다. 제가 그렇게 유명했다면 낭자께서 저를 보자마자 알아봤을 것이고 저에 대한 인상도 꽤 깊었을 테지요.”경장명이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자 심연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너무 겸손하신 것 아닙니까? 제 아버지와 오라버니까지 대감님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평소에 대감님의 대단하신 공적으로 저희 남매를 격려하고 자극하기도 합니다. 명주야, 그렇지 않느냐?”심연희가 고개를 돌려 명주에게 물었고 명주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저희 아씨께서 하신 말씀은 다 사실입니다.”예상치 못한 말에 경장명은 감개무량하기도 했다.한편, 눈보라가 너무 강하게 휘몰아치는 탓에 심연희와 명주는 마차 안에 있어도 몸이 살짝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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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3화

심연희가 저택에 들어서자 심소균과 우옥명 그리고 심교은과 심책운은 순식간에 몰려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심연희를 쳐다보았다.“놀라서 기절할 뻔하였다. 눈이 이렇게 펑펑 내리는데…”우옥명은 멀쩡하게 돌아온 심연희를 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고 곁에 있던 심책운도 말을 보탰다.“누이, 앞으로 외출할 때는 하인들을 몇 명 더 데리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이번에 경장명 대감을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다면 꽤 많이 고생했을 거예요.”심연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심책운을 바라보았다. 그도 오늘 본가로 돌아온 것이다. 심연희는 젊은 나이에 철이 든 심책운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분명 심교은보다 몇 시간밖에 먼저 태어나지 않았는데 키나 언행 그리고 행동거지는 심교은보다 훨씬 성숙되었다.“누이?”심연희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심책운을 물끄러미 쳐다보자 심책운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심연희를 불렀다.이때, 심교은이 실실 웃으면서 농담을 던졌다.“그런데 왜 경장명 대감이었을까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하필 경장명 대감을 우연히 마주쳤을까요?”“말장난 치지 마.”심연희가 심교은을 힐끗 흘겨보며 말하자 심교은이 반박했다.“물어보지도 못해요? 그러고 보니 누이는 경장명 대감님과 인연이 꽤 깊네요?”“어린애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어머니, 누이 좀 봐 봐요! 저 때리려고 해요!”심교은의 반응에 가족들은 웃음을 터트렸다.조금 뒤, 심소균이 겸인 주씨를 불러와 몇 마디 지시를 내렸다.“나중에 귀중한 답례품을 챙겨 승상 댁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오거라.”“네, 대감님, 소인 명심하겠습니다.”하인은 이내 심연희에게 따듯한 생강차 한 잔을 올렸고 차를 마신 심연희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조금 뒤, 명주는 심연희 목욕 시중을 들다가 할말이 있는 듯 몇 번이나 우물쭈물했다.“할말 있으면 편하게 하거라.”저렇게 참고 있다가 속앓이를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이에 명주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소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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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4화

“날 따라오거라.”심연희는 초구에게 단호하게 명령한 뒤, 곁당으로 향했다.한편, 초구는 불안해서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폐하와 내 오라버니 두 분은 사이가 도대체 어떠하냐? 내 오라버니는 아직도 폐하의 총애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야?”심연희의 물음에 초구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아씨가 참 난감한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네.’황제와 심초운이 심연희와 이천 사이의 인연에 더 이상 큰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초구는 보다 마음이 편해졌다.“아씨, 폐하께서는 문덕전에서 지내고 계시고 대감님은 금융궁에서 지내고 계십니다. 하지만 대감님과 폐하 사이의 애정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 같습니다.”다급한 심연희의 표정에 초구가 더욱 직접적으로 대답했다.황제와 심초운 애정에 큰 영향이 없으니 심연희도 이제 자신을 위해 고려하라는 뜻이었다.이에 심연희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럼 네 말은 두 분이… 사이가 좋다는 뜻이냐?”초구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대꾸했다.“아무튼, 아무튼 비슷합니다. 아씨, 아씨께서 대감님을 걱정하시고 위하시는 만큼 대감님도 아씨를 걱정하십니다. 그러지 말고 아씨께서도 이제 자신을 위해 고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감님을 위해 평생 후회할 선택을 하시면 안 됩니다.”“초구야, 네 말이 잘 이해가 안 되는구나…”심연희의 말에 초구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말을 이어갔다.“도화 비녀 때문에 아씨와 이천 저하 사이에 인연이 맺어져 있다는 사실을 다들 알게 되셨습니다. 하지만 이 인연은 결국 아씨 손에 달렸습니다. 인연을 이어가든 멈추든 아씨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란 뜻입니다. 대감님과 폐하를 고려하실 필요 없이 말입니다.”강제로 맺은 인연은 결국 오랫동안 지속될 수가 없다.이에 심연희가 큰 깨달음을 얻은 듯 옅은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이 왜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는 건지 확실하게 알지 못했다.이와 동시에, 흠천감에서.정 대인은 술 주전자를 들고 이천을 찾아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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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5화

한편, 주익선은 머리를 숙이고 밥을 먹고 있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주익선도 황제와 황후가 왜 이곳에 이렇게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 건지 대충 눈치채게 되었다.“이제 우리 사람은 철수시켜도 된다.”이육진의 말에 이환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네, 어르신.”간석과 이환이 물러간 뒤, 소우연이 물었다.“영이 이 황제가 마음에 드십니까?”이에 이육진이 옅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아무래도 내 잘못인 것 같구나.”“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소우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고 이진과 주익선도 이육진을 쳐다보았다.“내가 잘못된 시범을 보여서 영이가 나를 따라 배워 황제의 자리나 권력을 천이에게 맡기고 싶어하는 것 같네.”이육진의 대답에 사람들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특히 주익선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다들 황제의 자리를 이렇게 거부한단 말인가?’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 것 같기도 했다. 주익선은 이진과 여기저기 평생 떠돌아다닌다고 해도 궁에 갇혀 매일 해가 뜨기도 전에 조회에 참석하기 싫었다.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요 근래 주익선은 태상황이 황후 단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걸 손에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반성하기도 했다.‘난 뭘 해야 이진이 평생 돈 걱정 없이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을까?’물론 대단한 부모님을 둔 덕분에 주익선은 그리 노력하지 않아도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다.하지만 돈을 충분히 많이 벌어놓은 태상황이 아직도 황후를 위해 열심히 돈 버는 모습을 보며 주익선은 남자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잘 생각해봐야겠네.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으면서 이진 곁을 지킬 수 있는 일자리가 없는지 말이야.’이때, 소우연이 말했다.“천이는 흠천감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을 겁니다.”“그건 모르는 일이지.”이육진의 대답에 소우연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부군의 말은 무슨 뜻이지?’이육진은 이내 어리둥절한 소우연에게 책자를 건넸고 소우연은 책자를 받아 훑어보았다.읽으면 읽을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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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6화

“진이 넌 네 숙부가 도관에 계실 거라고 생각하느냐?”이육진이 되묻자 이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숙부는 도술 수련 경지가 높은 분이라 우연히 지나가다가 고수들과 도술을 탐구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네 말을 들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소우연이 대꾸했다.“저도 이제 숙부가 보고 싶습니다.”이진조차도 이제 용강한이 그리운데 이영 누이는 용강한이 얼마나 보고 싶을까!한편, 이육진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전에 이영은 잘못된 착각으로 용강한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막내딸마저…‘아니야, 그럴 리는 없어. 주익선 이놈은 진우보다 훨씬 영특하고 똑똑해서 어떻게 하면 진이의 환심을 살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아버지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눈치가 빠른 이진이 옅은 한숨을 내쉬던 이육진을 발견했다. 한편, 이진의 물음에 소우연도 고개를 돌려 이육진을 쳐다보며 대답해보라는 눈짓을 했다.이에 이육진이 난감한 미소를 보이며 대꾸했다.“난 그런 뜻이 아니다. 어쩌면 다들 정확하게 분석한 걸 수도 있지.”용강한이 정말 도술을 완벽하게 수련할 수 있었다면 평생 속세의 감정에 곤혹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속세의 감정에 곤혹을 겪고 결국 경성을 떠난 용강한이 과연 계속하여 도술을 수련할 수 있을까?‘만약 나라면 어떡했을까? 어쩌면 난 다른 사람에게 내가 도가 사람이라는 것조차 모르게 했을 거야.’한편, 강남의 한 군에서.거리에는 설날 분위기로 북적북적했다. 그중 하얀 도포를 차려 입은 한 남자가 군에서 가장 좋은 술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한 상 거하게 시켰다.용강한은 술을 한 모금 홀짝 마시고는 술집 아래 북적이는 거리를 쳐다보았다.화려한 등불에 폭죽이 터지는 소리까지 그야말로 잔치 분위기였다.‘태상황과 태후는 이미 경성을 떠났겠지?’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던 용강한은 손을 살짝 들어 점괘를 보려고 하다가 결국 다시 내려놓았다. 이제 더 이상 점괘를 보는 것도 멈추어야 한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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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7화

”하지만 저번에 그자가 너에게 큰 도움을 준 건 사실이지. 이 아비가 너무 고마워서 며칠 전에 주씨를 데리고 직접 승상 댁에 찾아갔는데 경장명 그자가 본가에서 나와 저택을 따로 지어서 산다고 하더구나. 아무래도 연희 네가 직접 가서 감사인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네, 알겠습니다.”“경장명 그자가 따로 저택을 지어서 혼자 살고 있다네!”심소균은 딸 심연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까 봐 일부러 중요한 내용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그리고는 더욱 직설적으로 말했다.“그 저택에 불편하고 신경 써야 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지.”시부모를 모시지 않아도 되고 친인척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그 저택에 들어가면 얼마나 마음 편하고 조용하게 살 수 있겠는가!한편, 입술을 살짝 오므린 심연희는 아버지의 말뜻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아버지도 참… 걱정이 많으시네.’“네, 잘 알겠습니다.”“정말 알고 있는 게냐?”두어 걸음 걷던 심소균은 고개를 돌려 심연희를 쳐다보며 묻자 심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잘 알고 있습니다.”그러다가 심연희의 머릿속에 저번에 운불사에 다녀왔던 날, 경장명의 호위무사가 경장명이 본가와 분리하여 따로 저택을 지어 살고 있다는 얘기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이때, 명주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아씨, 아달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씨께서 초청장에 답을 보내실 겁니까?”초청장을 힐끔 쳐다보던 심연희는 응하기로 결정했다.“그래, 그럼 가야지.”“네, 아씨. 소인이 지금 당장 아달에게 전달하겠습니다.”조금 뒤, 명주는 아달에게 심연희가 초청에 응했다는 말을 전달했다.이 말을 들은 아달은 헐레벌떡 궁 밖으로 달려가 궁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경장명에게 이 기쁜 소식을 얼른 전달하고 싶었다.하지만 경장명 곁에 경성세 승상도 함께 있었기에 아달은 살짝 망설이는 듯했다.한편, 잔뜩 들뜬 아달의 표정에 기분이 확 좋아진 경장명은 급하게 아버지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아버지, 전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이에 경성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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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8화

“저기, 대감님…”초구는 망설이는 듯한 심초운의 모습에 뭔가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결국 입을 다물었다. 초구도 왠지 이천 저하와 심연희가 그리 어울리는 한 쌍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한편, 심초운은 그런 초구에게 손을 쓱 내둘렀다. 인연이든 악연이든 이제 그들이 과도하게 간섭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이에 초구는 눈썹을 살짝 들썩이고는 입술을 오므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을 많이 할수록 실수할 확률이 커지니까.한편, 어전에서.당안은 초구보다 조금 늦게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는 바로 이영에게 보고를 올렸고 이영이 물었다.“초운이도 알고 있느냐?”잠시 생각하던 당안이 대답했다.“아마도 그런 듯합니다.”심씨 저택의 일을 초구가 모를 리는 없으니까.한편, 이영은 바깥을 힐끔 쳐다보았다. 심초운이 소식을 접하고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태도가 명확하다는 뜻이다.이런 생각에 이영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다시 물었다.“당안, 네가 보기엔 짐이 이 일에 계속 간섭해야 할 것 같으냐?”“폐하.”당안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소인은 머리가 나빠서 잘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천 저하께서 마음이 전혀 없으시다면 심연희 아씨를 데리고 흠천감에 갔을까요? 이천 저하의 아리송한 태도는 소인도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럼 심연희 아씨도 소인처럼 이천 저하의 속마음을 알 수 없어서 생각이 많으신 게 아니겠습니까?”하긴, 그들은 이천의 속마음이 과연 무엇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이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래, 딱 이번 한번만 더 이 일에 끼어드는 거야!’이영은 바로 흠천감으로 향했다. 흠천감에 들어선 이영은 바로 영은각에 찾아갔고 가는 도중에 갑자기 정 대인이 생각이 났다.곧바로 돌아선 이영은 일단 정 대인 처소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정 대인님.”처소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지만 이영은 그래도 문을 두드리며 정 대인을 불렀다.이내 밖으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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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9화

“상주서가 그리 빨리 처리되지 않습니다.”이천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상주서를 읽으며 담담한 목소리로 이영에게 말했다.“오라버니,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전 상주서를 재촉하러 온 게 아닙니다. 오라버니께서도 알아야 할 일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일부러 말을 살짝 멈추던 이영은 이천이 고개를 들자 그제야 말을 이어갔다.“전에 어사중승 경장명 대감이 국공부에 혼인을 청하러 가지 않으셨습니까?”이영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은 이천은 다시 고개를 숙여 상주서에 집중했고 그 모습에 이영이 말을 계속 이어갔다.“설날 전에 심연희 낭자가 운불사에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돌아오는 길에 폭설을 당하여 마차가 구덩이에 빠졌는데 당시 마침 경장명 대감을 우연히 마주친 덕분에 평안히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렇게 연을 맺게 되었지요. 내일 경장명 대감께서 쉬는 날이라 심연희 낭자에게 함께 꽃구경을 가자고 오늘 초청장을 보냈다고 합니다. 오라버니께서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천은 정말 심연희에게 한 치의 감정도 느끼지 않는 걸까?한편, 이천은 이영의 말에 한 마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담담하고 태연한 모습이었다.이에 이영이 더욱 진지하게 추궁했다.“정, 정말 조금도 관심이 없는 겁니까?”이때, 이천이 차분하게 대답했다.“그건 심연희 낭자의 인연이지.”“아니…”이천의 대답에 이영은 한손으로 허리를 잡고는 다른 한 손으로 탁자에 지탱하며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정 사부께서는 분명 심연희 낭자가…”‘안 돼! 이런 말은 오라버니께 하지 않는 게 나아. 심연희 낭자의 유일한 참 인연이 오라버니인 게 사실이라고 해도 이 사실을 내 입으로 얘기에서는 안 돼.’한편, 이천은 고개를 살짝 들고는 갑자기 말을 멈춘 이영을 쳐다보았다.“오라버니, 오라버니의 점괘술이 숙부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요?”이영이 입을 삐죽 내밀며 물었고 이에 이천이 진지하게 대답했다.“아마도… 그렇겠지.”이천도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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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0화

건장한 몸매를 자랑하며 우두커니 서있던 이천은 차분하게 탁자 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러다가 외모가 청순하고 매혹적인 입술과 눈매를 가진, 그리고 미소가 예쁜 소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이천은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올려놓았다. 분명 별다른 느낌이 없는데 왜 용강한 숙부와 정 사부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와 심연희가 참 인연이라고 생각하는 걸까?“묘하네.”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이천은 붓을 잘 거두고는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점괘를 보기 시작했다. 점괘를 보면 볼수록 뭔가 점점 심하게 얽히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예전에 숙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의원도 자신의 몸은 치료할 수 없다고 했으니 도술 경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위한 점괘가 대부분 정확하지 않은 것이다.…“아씨, 경장명 대감께서 오셨습니다.”황급히 방에 들어선 명주가 다급하게 말했다. 하지만 심연희는 넋이 나간 모습으로 화장대 앞에 앉은 채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표정이었다.“아씨…”빗을 내려놓은 심연희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명주가 그녀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잠깐만요, 아씨. 머리에 장신구가 너무 없는 것 아닙니까?”말을 하던 명주는 조금 전 심연희가 일부러 화장대 위에 버려둔 백옥 도화 비녀를 챙기더니 심연희의 머리에 꽂아주었다.“너…”“왜요, 아씨? 비녀가 마음에 안 드시는 겁니까?”명주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자 옅은 미소를 짓던 심연희가 차분하게 대답했다.“아니야. 예쁘네.”사실대로 말하자면 심연희는 이 도화 비녀가 참 마음에 들었고 평소 그녀의 옷차림과도 매우 어울렸다.마치 그녀를 위해 맞춤 제작한 것처럼 말이다.한편, 대청마루에서.선물을 들고 찾아온 경장명은 우옥명에게 공손하고 깍듯하게 인사를 올리고는 심연희가 나타나자 그녀와 함께 저택을 나섰다.국공부 대문 앞에서.경씨 관저의 마차가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경장명과 심연희가 나타나자 호위병 아달이 바로 인사를 올렸다.마차에 오르기 전, 경장명은 신사적으로 손을 뻗어 심연희를 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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