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을 마음에 품고 있다니. 정말 담도 크구나.“모르겠어.”심연희가 말했다.“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찌 모르신다고 하실 수 있나요?”이번에는 명주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부인하실 수는 있어도, '모른다'고 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심연희의 마음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과연 진정으로 이천을 좋아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경대인과의 혼사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런, 참으로 곤란한 일이었다.앞으로는 아달과 말을 나눌 때 더더욱 주의해야 했다. 아달에게는 이런 마음을 들켜서는 안 되고, 더욱이 경대인에게도 전혀 알려져서는 안 되었다.심연희 자신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가 저토록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순간을 목격하고,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정확히 말하면, 그녀는 언제부터 이천에게 마음을 빼앗겼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찌 이토록 큰 반응을 보였겠는가?돌이켜보면 경장명과 여러 차례 마주했을 때는 오랜 지인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설화책에서 흔히 말하는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감정 같은 건 없었다.아니, 그런 감정을 느끼긴 했다. 하지만 그 두근거림은 이천 때문이었다.그날 밤, 어머니와 심교은이 심국공부로 돌아왔을 때쯤에는 심연희의 마음도 한결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아직 자신조차 정리하지 못한 감정을 어머니께 말씀드려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밤이 깊어지자, 그녀는 창가에 앉아 달빛을 감상했다. 하늘 가득한 별빛은 마치 제 마음처럼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명주가 꽃차를 내오며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다 망설이다가, 마침내 조심스럽게 권했다.“아씨, 시간이 이미 늦었습니다. 이제 편히 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심연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씻고 난 뒤 침상에 들었으나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뒤척이다가 떠오르는 건 장안거리 끝에서 그를 처음 본 순간, 속세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세속에 물들지 않은 그의 모습이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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