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1331 - Chapter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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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1화

이천을 마음에 품고 있다니. 정말 담도 크구나.“모르겠어.”심연희가 말했다.“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찌 모르신다고 하실 수 있나요?”이번에는 명주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부인하실 수는 있어도, '모른다'고 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심연희의 마음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과연 진정으로 이천을 좋아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경대인과의 혼사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런, 참으로 곤란한 일이었다.앞으로는 아달과 말을 나눌 때 더더욱 주의해야 했다. 아달에게는 이런 마음을 들켜서는 안 되고, 더욱이 경대인에게도 전혀 알려져서는 안 되었다.심연희 자신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가 저토록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순간을 목격하고,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정확히 말하면, 그녀는 언제부터 이천에게 마음을 빼앗겼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찌 이토록 큰 반응을 보였겠는가?돌이켜보면 경장명과 여러 차례 마주했을 때는 오랜 지인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설화책에서 흔히 말하는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감정 같은 건 없었다.아니, 그런 감정을 느끼긴 했다. 하지만 그 두근거림은 이천 때문이었다.그날 밤, 어머니와 심교은이 심국공부로 돌아왔을 때쯤에는 심연희의 마음도 한결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아직 자신조차 정리하지 못한 감정을 어머니께 말씀드려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밤이 깊어지자, 그녀는 창가에 앉아 달빛을 감상했다. 하늘 가득한 별빛은 마치 제 마음처럼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명주가 꽃차를 내오며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다 망설이다가, 마침내 조심스럽게 권했다.“아씨, 시간이 이미 늦었습니다. 이제 편히 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심연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씻고 난 뒤 침상에 들었으나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뒤척이다가 떠오르는 건 장안거리 끝에서 그를 처음 본 순간, 속세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세속에 물들지 않은 그의 모습이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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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2화

심연희가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런 날씨에 그분이 올 리가 없지. 역시 내가 뵙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인연은 아닌가 보구나.”“돌아가자.”심연희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심정은 이미 차값을 치르고 있었다.그들이 문을 나서려던 순간, 곁에 있던 명주가 황급히 말했다.“아씨, 천왕전하께서 오셨습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그가, 기름종이 우산을 든 채 빗물에 흠뻑 젖어 작은 탁자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천천히 손수건으로 탁자와 의자를 정성스럽게 닦아내고, 잔잔히 내리는 비 속에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심연희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입술이 떨리며 움직였다. 오늘 같은 날씨에는 결코 만나지 못하리라 생각했는데…“지금이 몇 시쯤 되었지?”심연희가 물었다. 하지만 이내 곧 곧 스스로 어림짐작하듯 중얼거렸다. 명주가 무슨 대답을 했는지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녀는 명주의 손에서 우산을 받아들며 말했다.“너와 심정이는 방 안에서 기다리거라.”명주는 아씨가 자신들을 따라오지 말라는 뜻임을 알아챘다.“예.”심연희는 미리 준비해 둔 흰색 두루마기를 머리에 쓰고, 우산을 받쳐 든 채 이천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친히 나와 사람들의 운명을 점쳐 주시는 겁니까?”심연희는 그의 앞에 서서 물었다.이천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탁자 아래에서 둥근 걸상을 꺼내 손끝으로 먼지를 털어내고 내밀었다. 심연희는 사양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앉아 기름종이 우산을 나란히 받쳐 들었다.그때까지도 이천은 눈앞에 앉은 이가 심연희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다만 담담하게 말했다.“점괘, 글자풀이… 아씨께서는 무엇을 보고 싶으십니까?”그가 사주통을 꺼내 그녀 앞에 놓았다.심연희는 가슴이 답답했다. 그는 아직도 자기 앞에 앉은 이가 자신이라는 걸 모르는 것인가? 그녀는 하나를 뽑아 들며 말했다.“뽑기든, 글자풀이든, 사주든… 도련님께서 할 수 있는 건 다 보고 싶습니다.”그 순간, 이천이 고개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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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3화

그는 세상 모든 것을 아는 듯했지만, 정작 깊이 있는 일만큼은 결코 꿰뚫어 볼 수 없었다.비급에도 적혀 있듯이, 그와 그녀 사이에는 인연이 얽혀 있어 제대로 점을 칠 수 없는 것이었다.이천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정작 자신은 심연희에게 그 어떤 '인연' 같은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어째서 자꾸만 그녀와 엮이게 되는 것일까?물안개처럼 몽환적인 눈동자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심연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천왕 전하, 어찌 또다시 궁을 나오셨습니까?”예전에도 그가 궁을 나서려 할 때 만류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왜 하필 지금, 그녀가 경장명과 혼약을 맺은 뒤에야 그녀를 마주한 걸까.“점술이 예전보다 나아졌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심연희가 무언가 더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이천은 이미 그녀의 사주를 돌려주고 있었다. 심연희가 다시 물었다.“천왕 전하께서는 정말 다른 당부할 말씀이 없으십니까?”이천은 어딘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죄송합니다. 아직 학문이 부족한 듯 싶습니다.”며칠 전만 해도 그는 점술에 어느 정도 성취가 있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오늘 깨달았다. 자신과 심연희가 얽힌 일만큼은 도무지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심연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천에게 가볍게 예를 올리고는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그때 이천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무엇이 그리 불안하십니까?”심연희가 다시 시선을 돌려 조용히 입을 열었다.“제가 한 선택이 옳은지 알 수가 없습니다.”경장명과 함께 있을 때면 마치 심초운과 지낼 때처럼 오직 편안할 뿐, 소녀로서 가슴이 뛰는 그런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이천은 말문이 막혔다. 설마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을 품은 것인가?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심연희는 다시 한 번 정중히 예를 올리고 돌아섰다. 빗속에서 기름종이 우산을 받쳐 든 소녀의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천은 방금 뽑았던 괘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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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4화

심국공부.심연희는 집에 돌아온 뒤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오늘따라 유독 어둡고 음울했다. 그녀의 기분도 따라 덩달아 가라앉고 말았다.명주는 몇 번이나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명주야…”명주가 황급히 대답했다. “아씨, 소인 여기 있습니다.”“심정일 좀 데려오거라.”“예.”심정을? 도련님께서는 이미 오래전에 경성을 떠나셨는데, 지금 와서 찾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명주야.”“예, 아씨.”방을 나서려다 말고 다시 돌아섰다. “아씨, 무슨 일이십니까?”심연희는 장안거리에서 돌아온 후로, 사람 자체가 어딘가 이상하게 달라져 있었다. 혹시 이천과 따로 무슨 이야기를 나눈 것일까?심연희가 그녀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됐다.”심정을 부르지 않겠다는 뜻인가?똑, 똑, 똑…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명주는 심연희를 한 번 쳐다보고, 별다른 말씀이 없으시자 나가보았다. 문 앞에는 문지기가 서 있었고, 두 손으로 서신을 공손히 내밀었다.“경 대인께서 사람을 보내 이 서신을 전하셨습니다.”“경 대인께서?”명주는 음울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걸 보니, 경 대인께서도 이미 하조를 마치셨을 터였다.그녀는 청첩을 받아 들며 물었다. “혹시 아달이가 직접 전해준 것이냐?”“예, 맞습니다. 말하기를, 편하시면 명주 누님께서 직접 나와서 뵙기를 청한다고 하더군요.”명주의 눈썹이 미묘하게 찌푸려졌다. “잠시만 기다려라. 아씨께 여쭙고 오겠다.”“알겠습니다.”명주는 서신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 심연희에게 보고했다.심연희는 서신을 받아보았다. 그 안에는 내일 호숫가로 함께 나가자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아씨?”가실 생각이신 걸까, 아니신 걸까?아달이 아직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당장 회답을 전해야 했다. “아달이가 문 앞에서 절 기다리고 있다 합니다. 잠시 다녀와도 되겠습니까?”심연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오너라.”“……?”내일 약속에도 응하라는 뜻일가? 심연희가 다시 한 번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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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5화

아달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돌아가서 주인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막막했다. 명주는 억지로 물건을 받아들며 말했다.“싫어하지 않으실 거야.”아달이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그런데 보니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데,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으십니까? 혹시 아씨 때문인가요?”명주는 입술을 살짝 움직였다. 막 입을 열어 이천과의 일을 말하려던 찰나, 번뜩 정신이 들었다. 아달에게 실언할 뻔한 것이다.“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저는 이만 도련님께 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그래.”명주는 아달이 말을 타고 떠나는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다가, 문득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분명 아달을 경계하고 있었다. 아씨의 일에 있어서는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되는 법이었다.……어전에서 이영은 심초운이 보낸 서신을 펼쳤다. 먼저 금주 도문군의 사건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가 적혀 있었다.처음에는 모든 일이 순조로운 듯 보였는데, 돌연 상황이 바뀌었다. 몇몇 선비들이 나서서 도문군이 본래 행실이 문란하고, 그들을 유혹하여 그릇된 짓을 저지르게 했다고 지목해 온 것이다.“가증스럽군!”이영은 분노에 차서 주장을 내던졌다. 그 단아하면서도 위엄이 넘치는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다.곁에서 부채를 들고 서 있던 당안은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그는 그동안 폐하께서 이렇게 크게 노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지만, 그냥 모른 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칫 크게 화를 내시면 몸을 해치실까 걱정스러웠다.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폐하, 마음을 가라앉히소서! 부디 분노를 거두소서!”이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일어나라.”“예.”당안은 즉시 일어나 주장을 주워 들어 두 손으로 조심스레 어전 앞에 올려놓았다.“폐하, 분노가 지나치시면 몸을 해치실까 두렵습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있을 순 없다. 다만 이 금주 태수란 자, 조정 안팎에 끊임없이 인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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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6화

펄럭.종이 한 장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영은 몸을 굽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심초운이 쓴 작은 쪽지였다. 상소문 사이에 끼워 함께 경성으로 보내온 것이었다.그의 글에 담긴 애틋한 마음을 읽고 나자, 이영의 기분이 한결 누그러졌다.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선지를 꺼내 붓을 들었다.“널 생각하는 마음은 가득한 보름달 같아, 밤마다 그 빛이 줄어드는 듯하구나.”황제의 어필로 쓰이는 주사 붓으로 답장을 써 내려갔다.주서양과 심소균이 궁에 도착하기 전, 이영은 먼저 식사를 마쳤다. 약 반 시진이 흘러서야 심소균과 주서양이 함께 입궐해 어전에 나아갔다.“신 심소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황제 폐하 만세, 만만세!”“신 주서양,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이영은 용상에서 몸소 일어나며 말했다. “평신하라.”심소균과 주서양이 모두 일어서며 고개를 숙였다. “폐하, 신들을 부르신 까닭이 무엇입니까?”이영은 말을 길게 늘어놓지 않고, 심초운이 올린 상소문을 주서양에게 내밀었다.주서양이 상소문을 펼쳐 들자, 심소균도 고개를 기울여 함께 살펴보았다. 끝까지 다 읽고 난 주서양이 입을 열었다.“이, 이 도문군은 분명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일 겁니다.”“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였다.”주서양이 곧장 이어 말했다. “심 대인이라면, 반드시 이 일을 온전히 처리할 것입니다.”이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도 물론 초운이가 잘 해결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세상천지에 날마다 이러한 불공평하고, 심지어 사람의 귀와 눈을 어지럽히는 일들이 생겨나지 않더냐.”“내가 자네들을 부른 까닭은 바로 근본에서부터 바로잡고자 함이다. 그래야만 선황제께서 친히 내리신 정령을 저버리지 않고, 여인들에게도 재능을 펼칠 장을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 아니겠느냐!”주서양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옆에 선 심소균을 바라보았다.심소균이 나서며 말했다. “폐하께서 백성을 위하시고, 여인들을 위하여 이토록 깊이 생각하시니, 이는 천하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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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7화

“여자는 순종해야 하고, 너그러워야 하며, 남편을 위해 첩을 받아들이고 자손을 이어가야 한다니. 도대체 어째서 남자들만 삼처사비의 복을 누릴 수 있단 말인가?”이영의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분노가 목소리에 스며들었다.“그들은 집에 있을 때조차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중히 여겨지지 않는다. 혼인한 뒤에는 당연하다는 듯 몸을 내어주고 아이를 낳는 도구로만 쓰일 뿐이다. 여인들의 역할이란 언제나 가축이나 물건처럼 취급당하지, 스스로 선택할 권리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말 잘 듣는 것만이 의무였다!”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격해졌다. 지난 세월 부친의 상소문을 대신 살펴보며 본 것은 모두 남자들이 기록한 세상 이야기뿐이었다. 단 한 번도 여인들의 목소리가 담긴 적은 없었다. 그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우선은 여인들부터 서당에 입학시키는 것이 시작이다.”이영의 단호한 선언에 주서양이 조심스럽게 여쭈었다.“남녀가 함께 한 학당에서 공부한다는 말씀이십니까?”이영은 오래도록 생각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당장은 남녀가 같은 학당에 앉는 것은 시기상조였다.황제가 잠시 망설이자, 주서양이 다시 아뢰었다.“그렇다면 먼저 여학당의 교육 체계부터 바로잡는 것이 옳겠습니다.”심소균이 나서며 덧붙였다.“지금의 여학당이 제대로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따져보면 여식을 학당에 보내는 집안이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그 자신의 집안만 해도 그랬다. 심연희와 심교은은 학당에 다녔으나, 배우는 내용은 남자들과 전혀 달랐다. 다만, 올해 심교은은 황실에서 연 여학당으로 옮겨갔는데, 심국공부로 돌아와서 하는 말이 과거 시험에 나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심소균은 그 아이의 성미상 열정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여겨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 믿지 않았다.이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그것이 바로 내가 늘 고심해온 문제다. 두 경은 무슨 방도가 있겠는가?”주서양과 심소균이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그들 모두 현실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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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8화

좌상은 심소균을 가리키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 젊으시긴 하나, 감히 뜻을 세우고 행동하실 줄 아는 분이십니다. 더구나 선황께서 남겨주신 가문이 든든히 버티고 있으니, 설령 일이 그르친다 하더라도 뒷받침이 될 것입니다.”주서양이 심소균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허면… 해보십시오. 끝내 어디까지 이룰 수 있을지, 그저 지켜보면 될 일일 테니.”심소균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 역시 주서양의 말뜻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아무리 황제가 주서양에게 은혜를 베푼다 해도, 이번처럼 남자들의 권세와 다투는 일에 있어서는 끝까지 힘을 보태주기 어려울 것이었다.그만큼 황제가 하고자 하는 일은 아직 길고 먼 여정이 남아 있었다.“사람이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그 뒤는 하늘에 맡길 뿐입니다.”여인들이 어디까지 힘을 낼 수 있을지, 황제가 얼마나 오래 재위하며 또 얼마나 많은 권익을 쟁취할 수 있을지는, 모두 앞으로의 일에 달려 있었다.주서양이 고개를 끄덕였다.“심국공, 잘 부탁드립니다.”심소균이 웃으며 대답했다.“우리 상운국이 예로부터 어질고 착한 것을 가르침으로 여겨 왔으나, 유독 여인들에게만은 혹독했습니다. 이번 일은 다소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여인들을 위해 권리를 찾아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천하가 하나 되는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주서양은 가볍게 웃었다. 황제가 여인들의 권익을 위해 무언가 하려 한다는 말을 직접 듣기 전까지는, 그 역시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여인의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곰곰이 되짚어 보니, 여인의 처지란 참으로 말하기 어려울 만큼 고단한 것이었다.……어전.이영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당안이 곧 따라붙었다.“폐하, 천왕 전하께서 흠천감으로 돌아가셨습니다.”“오?”며칠째 궁에 들지 않던 이천이 떠올라 하늘을 보니, 잔뜩 흐려 있는 것이 시각상 아마 저녁 공양 때가 된 듯했다.“혹시 지금 편전에 계신 건 아니냐?”“폐하, 천왕 전하께서는 흠천감에 계십니다.”“아, 그렇지.”방금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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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9화

“폐하, 알고 싶으십니까?”정 대인은 흰 수염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일부러 궁금증을 자극하는 듯한 기색을 보였다.“네.”정 대인 앞에서는 늘 그랬다. 마치 이육진이나 용강한, 그리고 소우연 앞에 있을 때처럼 자연스럽게 아랫사람의 마음가짐이 되곤 했다. 어차피 정 대인은 도가 사람이니, 세속의 시비나 권세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이었다.더구나 정 대인에게는 이천을 돌봐주고 가르쳐준 은혜가 있기에, 그녀로서는 존경심밖에 품을 수 없었다.“정 대인, 어서 말씀해 주십시오.”그녀는 호기심이 극에 달해 있었다. 이천의 감정이 흔들린다는 것은 곧 세속으로 한 발 더 다가왔다는 뜻이니, 큰 경사라 할 만했다.정 대인이 잠시 생각하더니, 심연희의 생년월일 팔자를 꺼내 들었다.이영이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이건 오라버니의 사주아닙니까.”“그렇습니다.”“그럼 이건 누구의 사주입니까?”“폐하, 정녕 모르시겠습니까?”정 대인이 되물었다. 이영이 더 캐묻기도 전에 곧바로 답했다.“심국공부 심연희의 것입니다.”“심연희의 사주를 오라버니께서 사부님께 드렸다니, 대체 무슨 이유로 주신 겁니까?”“자연히 심연희의 운명을 살펴보려는 것이겠지요.”“설마, 점이라도 보려는 겁니까? 두 사람의 인연에 대해서요?”이영은 거의 즉각적으로 그 가능성을 떠올렸다.정 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폐하께서는 과연 총명하시군요. 한 번에 맞추셨습니다.”“그러시다면 곧이곧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저도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방금 오라버니의 안색이 영 좋지 못했는데, 심연희의 사주에 무슨 새로운 변화가 있는 것입니까?”그녀는 이전에 심연희의 사주에 '유일한' 정인이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허허.”정 대인은 탄식하듯 소리를 내며 말했다.“보아하니 폐하께서도 아직은 정에 눈뜨지 못하셨군요. 가엾게도 심연희의 인연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잘못하면그런데 왜 더는 말을 잇지 않는가? 이영은 신비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더욱 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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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0화

“무엇이 진정한 인연입니까?”이천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영이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그것은… 두 마음이 서로 기쁘게 만나 정을 나누고, 뜻이 이어져 백발이 되도록 손을 맞잡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겠지요.”“두 마음이 서로 통한다 하셨습니까. 하지만 저는 연희 낭자에게 아무런 정이 없는데, 어찌 좋은 인연이라 하겠습니까?”이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렇다면 외삼촌께서 잘못 보신 것이겠군요.”“어쩌면 외삼촌께서는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으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그는 시선을 낮추고 다시 책을 펼쳤다.“제 마음을 속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하지만 조금 전, 분명 오라버니의 마음이 흔들리는 듯 보였습니다.”“그저… 낭자와 같은 맑은 규수조차 정에 속아 고생하게 될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을 뿐입니다.”이영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이천과 말로 겨뤄도 이길 수가 없음을 깨달았다.“만약 정 대인께서 하신 말씀이 참이라면, 경장명이 연희 낭자를 향한 정은 진실하다는 것이고… 적실 자식이 하나 더 늘어날 뿐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다른 여인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무엇이 다르다니요?”처음에 이영은 이천이 굳이 심연희의 인생에 끼어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 이천이 '겨우 적실 자식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며, 다른 여인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자, 그녀의 가슴 어딘가가 순간 크게 요동쳤다.주변의 기운이 차갑게 얼어붙었다.이천은 그것을 곧바로 알아차리고 시선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 방금 자신의 말이 그녀를 노하게 만든 것이었다.“제 말은 낭자 또한 경장명과 평생을 함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이었습니다. 둘 사이에 적실 자식이 하나 있을 뿐이라는 말이었지요.”이천이 서둘러 부연했다.이영은 차가운 미소를 머금은 채 물었다.“저는 아직 오라버니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습니다.”이천의 몸이 순간 굳었다. 그녀의 진의가 무엇인지 헤아리려 바라보았다.“오라버니께서는 장공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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