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도 헛된 생각은 마십시오. 이곳이라고 해서 그 뿌리 깊은 사상을 순순히 몰아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추구하는 이상에 도달하려면, 백 년은 지나고 같은 뜻을 품은 황제가 두세 명은 더 나와 그 법도를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태에서 죽고 말 테니깐요.”이천은 밥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이미 식사를 마친 상태였다. 당안이 즉시 입 헹굴 물을 내어왔고, 곁에 있던 어린 내시가 깨끗한 물수건을 건네며 이천이 손을 씻을 수 있도록 했다.“도사께서도 말리셨으니, 폐하, 조급해하지 마십시오.”이천은 물수건을 당안에게 던져주고 나서 말을 이었다. “다만 폐하께서 그 뜻을 잃지 않고 이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당장 성과가 있든 없든, 우리 한 세대 한 세대가 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여인들에게 승리의 빛이 찾아올 것입니다.”이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여인의 처지를 이제야 알게 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정사와 조정의 명령 아래, 여인은 한 번도 전조에 나서지 못했고, 그녀는 날마다 산더미 같은 상소문을 처리하는 데 힘을 쏟아야 했을 뿐이었다.“오라버니의 말씀이 옳습니다. 이 일이 더디다 하나, 우리가 멈출 수는 없지요.”“음.”“오라버니, 문득 생각해보니, 어쩌면 어릴 적부터 밖으로 떠돌며 지내신 것도 오늘의 이 결심을 위한 길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가장 알맞게 흘러온 듯합니다.”이천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아바마마께서 제게 남기신 것은 부강한 상운국, 넉넉한 국고, 그리고 함께 쓸 만한 인재들이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다 마련해 두셨지요.”이영도 밥그릇을 내려놓았다. 이어 송이가 입 헹굴 물을 받쳐들자 입을 헹구고 손을 씻은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이 길을 제가 걷지 않는다면, 그 누가 천천만 내원에 갇히고 억눌린 저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겠습니까.”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온돌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이영은 당안에게 이육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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