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출정까지는 아직 며칠 남았습니다. 도문군과는 예부터 가까우니, 돌아가면 한 번 물어보고 그 이해준이라는 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슬쩍 살펴보지요.”이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꺼냈다.이영은 곧장 미간을 좁히며 손을 내저었다.“그럴 것까진 없다.”그리 말했지만, 속으로는 사뭇 궁금했다.도문군이 막 경성에 들어와 이영의 신임을 두텁게 얻고 있기에, 전 남편이라는 그 사내는 지금 어떤 심정으로 살고 있을까 궁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이튿날 새벽 조회 시간에 이천은 예부상서로 제수되었다.그날부터 국자감, 국녀감, 태학, 사문학 등 중앙의 모든 관학이 그의 손아래에 놓였다.조정 대신들 사이에 수군거림이 돌았으나, 감히 대놓고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었다.본디 이천은 흠천감의 감정이었으므로 원칙상 다른 벼슬을 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천왕이었다.천왕이라면 마땅히 상운국의 대업을 위해 몸을 다 바쳐야 하고, 황제의 짐을 나누어 져야 하지 않겠는가.그날부터 이천은 국녀감에 상주하였다.이는 곧 황제가 여인들의 과거 제도를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를 세상에 천명한 것이었다.이 나라의 하늘이, 여인들의 하늘이 과연 뒤바뀌려 하고 있었다.하조를 마친 뒤, 이천은 상서도당에 들러 인계를 마치고, 미시 무렵 궁궐을 나와 곧장 국녀감으로 향했다.국녀감의 사업 장종은 이미 성지를 받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관저를 깨끗이 정리해 두었고, 이천이 도착하자 친히 안내했다.이천은 휑한 대문을 잠시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치지재격물… 이곳은 ‘격치재’라 부르도록 하자.”장종이 고개를 돌려 정연에게 일렀다.“문 대인, 기록해주십시오.”정연은 단정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예, 대인.”정연의 본가는 원래 문씨였다. 예전에 당안이 본관을 묻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이날 새벽 성지를 받고서야 실감이 났다.감승, 비록 기강을 감독하는 칠품 관직일 뿐이었으나, 여인으로서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태의원의 여의들을 제외한다면, 조정에 발을 들인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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