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 전하 같은 분이 어찌 외로이 죽을 수 있답니까?”심연희는 결국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가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건 알겠지만, 어쩌면 그렇게 자신을 불쌍하게 포장할 수 있단 말인가.이천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마치 연민을 구하듯 낮게 물었다. “그렇다면, 연희 너는 어찌 나에게 시집올 수 없다는 것이냐?”“저, 저는…”심연희는 그가 일부러 저런 말을 하는 걸 알면서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역대 흠천감의 감정들은 모두 속세의 인연을 끊고 살았다. 혼인하지 않거나, 자식을 두지 않거나, 그건 그들의 길이었다.하지만 이천은 그런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이천처럼 따뜻한 분이 평생 곁을 함께할 벗 하나 없이 살아간다는 건… 너무도 가혹했다.“저… 더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심연희는 고개를 숙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정리를 해야 했다.이천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며,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에선 그조차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하늘은 서서히 어두워지고, 먹구름이 몰려와 비가 쏟아질 기세였다.“저, 돌아가서…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심연희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이천은 이번엔 아주 순순히 대답했다.“그래.”그녀는 안도하듯 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그녀의 뒷모습이 멀어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이천은 가슴 한가운데가 알싸하게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그를 조여오는 건, 바로 그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이 움직였다는 증거였다.심연희가 학사로 돌아왔을 때, 심교은은 이미 낮잠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살그머니 방 안으로 들어가 손을 씻었다. 그때 명주가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조금 전 검오가 왔다가 물었습니다. 오늘 수업 끝나면, 격치각으로 함께 가실 거냐고요.”심연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검오에게 전하거라. 여긴 여학이지, 정분을 나누는 곳이 아니라고. 다시 그런 말 하면, 바로 오라버니께 고해바치겠다.”명주는 눈을 껌뻑였다. “...정녕, 고하신다고요?”“그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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