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Bab 1781 - Bab 1790

1903 Bab

제1781화

검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천왕 저하께서 날 보낸다고 해도 폐하께서 날 써주지 않을 수도 있소.”검오의 말에 장소검이 입술을 살짝 오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래도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던 것 같소.”검오는 그런 장소검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검오도 예전에 자신이 언젠가 황제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고 황제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하지만 이제 그 바람은 그저 현실적이지 못한 욕심이 되어버렸다.검오와 달리 장소검은 소원을 이룬 것이다. 장소검은 이제 황제 폐하의 완벽한 충신이 되었다.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가 찻잔을 비운 뒤, 장소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내일 할 일이 많아서 아무래도 이만 돌아가 봐야겠소.”“그러시게. 장 대두독.”앞으로 장소검은 모두가 알아주는 대두독인 것이다.이에 장소검은 검오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말게. 내 반드시 목숨 걸고 폐하를 위해 일을 하겠소.”“알겠소.”검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장소검이 떠난 뒤, 검오는 국녀학으로 돌아왔다. 그는 원치각 밖에 설치된 정자에 서서 몰래 숨겨두었던 술 한 병을 꺼내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그러다가 뒤에서 기척이 들리자 그는 바로 술을 등 뒤로 숨겼다.“저, 저하!”갑자기 나타난 이천을 보며 검오는 급하게 인사를 올렸다.한편, 이천은 구석에 숨긴 술병을 보며 피식 웃었다.“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냐?”검오가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인 저하께서 분부하신 일에는 절대 지장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난 분부할 일이 없다. 대신 너와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긴 하지.”검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천을 쳐다보며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십시오.”“넌 애초부터 영이의 비밀 호위무사였지. 그러다가 진주에 반란이 일어난 뒤로부터 계속 내 옆을 지켰고. 하지만 이제 나보다 황제가 널 더 필요로 할 것 같구나. 네가 내 곁에 남아 맨날 말을 전하는 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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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2화

원치각 안으로 들어가는 이천을 보며 검오는 이천의 뒷모습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감격스럽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고개를 푹 숙였다.내일 폐하의 두번째 충신이 될 수 있든 없든, 검오는 이천 저하의 은혜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이토록 훌륭하신 천왕 저하이신데…’검오는 이천 저하와 심연희 아씨가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랐다.다음날, 날이 밝아오자마자 검오는 이천을 따라 궁으로 향했다. 조정이 끝나고 나서 이천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검오를 데리고 이영을 찾아갔다.궐 안의 정원에 수백 가지 꽃들이 예쁘게 활짝 피어 있었다.이영은 이천을 따라온 검오를 보자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이천을 쳐다보며 물었다.“오라버니, 무슨 일로 검오까지 데리고 오신 겁니까?”“영이 네가 외부에 알려진 일들은 장소검 그자에게 맡길 거라고는 이미 예상을 하였다.”이천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이제 검오는 영이 너에게 돌려주려고 한다.”이천의 말에 이영은 고개를 돌려 검오를 힐끔 쳐다보았다. 검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만히 서있었다.왠지 자신이 물건이 되어 저하와 폐하께 이리저리 보내지는 것 같기도 했다.“저한테는 부하가 검오 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닙니다.”이영 곁을 지키는 많은 부하들 중에서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있는 부하는 찾아보면 또 있을 것이다. 정 안 되면 검일, 검이, 검삼 그리고 검사, 검칠, 겁십에게 맡겨도 되니까 말이다!“나도 심부름해줄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지. 하지만 검오는 그렇게 혹독한 훈련을 마치고 이렇게 훌륭한 부하로 거듭났는데 매일 내 심부름만 하기엔 너무 아깝지 않느냐?”이천과 이영은 서로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이영이 이천에게 가까이 다가가 이천을 꼭 끌어안았다.“오라버니, 오라버니를 이번 한번만 용서해드리겠습니다.”검오는 확실히 두 번 다시 마주치기 어려운 훌륭하고 실력 강한 부하이다.한편, 이천은 이영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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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3화

낙풍의 말에 이천은 자신도 모르게 옷소매 안에 넣은 손에 주먹을 꽉 쥐었다.이자가 왜…“저하, 검오가 소인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소인은 저하께서 심연희 아씨께 이토록 마음이 깊으신데 지금 당장 아씨께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오래 지체되면 아씨께서 저하를 잊어버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이천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낙풍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검오가 나와 연희 낭자에 관한 일들을 이자에게 전부 얘기한 건가?’낙풍은 이영이 키워낸 부하이긴 하지만 검오가 직접 선별하여 이천에게 보내준 사람이다.‘검오가 입이 참 가벼운 자를 택해서 나한테 보냈네.’한편, 이천의 눈빛에 낙풍은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저하, 시간이 늦었습니다. 가시려면 얼른 출발하셔야지요!”검오는 낙풍에게 이천과 심연희 사이에 모순이 조금 있긴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천 저하께서 감정으로 괴롭고 힘든데 낙풍은 이천의 호위무사로써 당연히 저하를 위해 걱정을 덜어드려야 한다!그렇다면 걱정을 어떻게 덜어드려야 할까? 그건 당연히 저하와 아씨께서 예전처럼 잘 지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이때, 이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낙풍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바로 원치각을 떠났다.낙풍도 곧바로 이천을 뒤따랐지만 밖으로 나가보니 이천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호위무사로써 주인을 놓치다니! 이건 더할 나위 없는 실직이다! 하지만 낙풍은 이천이 심연희를 찾으러 국공부에 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내 마차를 끌고 천천히 국공부로 향했다.한편, 어느새 국공부에 도착한 이천은 익숙하게 심연희 별채의 마당 앞으로 찾아갔다. 그가 문을 가볍게 두드린 순간, 방 안에 있던 사람은 바로 눈을 떴다.심연희는 곧바로 외투를 챙겨 입고는 창문을 열었다. 그러다가 밖에 서있는 이천을 보자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그녀는 이제 그런 악몽을 꾸지도 않는데 이천이 왜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의아하기도 했다.“요 며칠동안 학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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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4화

자신이 한 말에 얼굴이 빨개진 심연희는 차마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천의 유도 하에 이런 낯부끄러운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예전에 이천에게 마음을 표현할 때에도 이런 말을 이렇게 대놓고 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다 내 탓이오. 요 며칠동안 궁에 드나드느라 낭자를 만나러 올 시간이 없었소.”“나랏일이 가장 중요하지요.”심연희가 대꾸했다.“금의위사가 설립되었는데 차지하는 땅 면적이 감옥보다 훨씬 크오. 향시가 끝나면 상운국의 맑은 하늘이 혼탁해졌다가 다시 점차 맑아질 것이오.”이천의 말에 심연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천은 지금 황제 폐하의 정령에 관해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금의위사 관청이 차지하는 땅 면적이 옥보다 훨씬 크다는 건 듣기만 해도 섬뜩한 얘기이다.심연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조용하게 듣고 있을 뿐이었다.…한편, 경씨 가문 관저 대문 앞.송윤연과 심선희가 빠듯한 학습 과정에서 시간을 내어 먼 길을 떠나는 경장명을 배웅해주러 찾아왔다.두 사람은 경장명이 자신들을 만나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문지기에게 배웅 선물만 전달하려고 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경장명이 송윤연과 심선희를 저택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경 대감님, 내일 경성을 떠난다고 들었습니다. 국녀학에서 대감님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로써 먼 길 떠나는 스승님을 배웅하러 온 것입니다.”“대감님, 정말 너무 아쉽습니다. 대감님께서 이렇게 양성으로 가시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송윤연과 심선희 두 사람은 경장명을 쳐다보며 말했다. 경장명은 전보다 훨씬 말랐을 뿐만 아니라 너무도 병약한 모습이었다.이에 송윤연과 심선희는 속으로 심연희를 탓하고 원망했다. 이 천하에 품행이 훌륭한 사내가 이토록 적은데 하필 심연희는 두 명의 사내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으니 말이다.이때, 경장명이 두 여인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양성도 괜찮은 곳이오.”양성이 정말 괜찮은 곳일까? 유배된 죄인들이 전부 그곳에서 보내지고 있는데 말이다…송윤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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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5화

송윤연과 심선희는 다시 한번 서로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제야 경장명과 심연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조금 알 것만 같았다.그리고 심연희가 왜 경장명과 확실하게 선을 그으려고 하는 건지 알 수 있었다.완벽한 듯 보이는 이 사내가 시녀와 합방한 것도 모자라 서장자도 곧 태어날 상황인데 심연희가 이천 저하를 택한 건 너무도 명석한 선택이었다.하지만 그런 심연희가 이천 저하는 왜 또 버리려고 하는 걸까?물론 송윤연과 심선희는 경장명에게 현재 심연희와 이천 저하의 묘한 관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송윤연과 심선희가 떠난 뒤, 경장명은 곧바로 뒷마당으로 향했다.몽춘은 뒷마당에 있는 별채 안에 앉아있었다. 어느덧 배가 많이 커진 몽춘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경장명을 보자 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대감님, 소인 양성에 가기 싫습니다. 양성 그곳은 유배당한 자들이 가는 곳입니다. 뱀도 많고 더러운 벌레와 쥐도 많습니다. 사람이 살 곳이 아니란 말입니다. 소인은 이토록 커진 배를 안고 그곳에 가다가 도중에 죽을 수도 있습니다.”경장명이 몽춘을 부축하며 대꾸했다.“이제 더 이상 너 자신을 소인이라고 칭하지 않아도 된다. 폐하께서 이제 곧 노비 제도를 폐한다고 하였다.”경장명은 초점을 잃은 텅 빈 눈빛으로 몽춘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난 이미 너와의 혼인을 청하였다. 너와 난 이제 진정한 부부가 된 것이야. 절대 네가 도중에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몽춘은 경장명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가 한 말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대감님, 대감님은 소인이 밉고 원망스럽지 않으십니까?”몽춘이 경장명을 조심스럽게 쳐다보며 그의 본심을 조금이나마 알고 싶었다.하지만 경장명의 표정은 시종일관 너무도 담담하고 섬뜩할 정도로 차분했다.그의 눈빛은 언젠가부터 텅 비어 있었고 영혼이 전부 빠져나간 것만 같았다. 몽춘은 이런 경장명을 볼 때마다 너무 섬뜩하고 무서웠다.“내가 내 어머니한테서 너를 다시 데려왔을 때부터 난 너에게 확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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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6화

의미심장한 심연희의 말에 송윤연이 말했다.“연희 낭자, 낭자가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낭자가 깊은 고려 끝에 한 결정이라고 생각하오. 예전에는 낭자가 괜히 고고한 척하고 있다고, 심지어 오만하기까지 해서 그토록 훌륭한 사내의 마음을 함부로 다치게 한 거라고 생각했소. 하지만 이제 보니 왠지 알 것 같소.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리고 자초지종을 제대로 모르는 이상, 절대 함부로 남의 일에 관여하고 평가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말이오. 경장명 대감이든, 천왕 저하이든, 연희 낭자가 떠나려고 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오. 우리 여학자들은 더욱 단결해야 하오. 앞으로 다시는 낭자의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겠소.”송윤연의 말에 곁에 있던 심선희도 고개를 끄덕였다.“옳소!”한편, 두 여인의 태도에 심연희는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 솔직히 누군가의 지지나 응원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송윤연과 심선희가 이렇게 얘기를 해주니 꽤 놀라웠다.“향시가 끝나면 우리 좋은 성적을 거두어 각자의 자리와 영역에서 반짝반짝 빛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오. 우리가 미래의 훌륭하고 능력 좋은 아가씨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고 확실하게 길을 닦아주어야 하지 않겠소?”말을 마친 송윤연은 심연희와 인사를 한 뒤, 심선희를 데리고 떠났다.‘그럼 저 두 낭자는 이제 천왕 저하의 관심을 끌려고 하지 않겠다는 건가?’서원의 여인들은 심연희가 상상한 모습과 많이 달랐다. 그녀들은 책 속에 묘사된 여인들이나 뒷마당을 지키는 여인들처럼 사내의 마음을 쟁탈하기 위해 뺐고 빼앗기는 기싸움을 전혀 하지 않았다.‘내가 속이 너무 좁았네. 그리고 내 사상과 견해가 너무 추악하고 삐뚤어진 거야. 전에 송윤연 낭자와 심선희 낭자가 정말 천왕 저하를 꼬실 수 있다고 하면…’“미안합니다.”심연희는 허공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사과를 했다. 이때, 명주가 다급한 걸음으로 다가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심연희를 불렀다.“아씨, 아씨!”“왜 그러는 것이냐?”“조금 전에 심정이 찾아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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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7화

몽춘은 시녀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으며 심지어 겁이 나기도 했다.몽춘은 원망과 증오로 가득한 경장명의 눈빛을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었다. 그 눈빛은 마치 몽춘의 피를 빨아먹고 살점을 뜯어먹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섬뜩한 눈빛이었다.“정말입니다. 마님, 시름 놓으십시오.”“아니야! 그자는 위선을 떨고 있는 것이야. 그자가 너희들을 전부 속인 거라고! 대감은 날 죽도록 원망하고 증오해. 난 승상 대감을 찾으러 가야 돼. 승상 대감에게 살려달라고 빌어야 돼…”몽춘이 아무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악을 써도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상운국의 많은 학자들이 경성에 연달아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떤 학자들은 심지어 몇 개월 전부터 경성에 도착하여 이곳을 적응하고 있었고 이렇게 한 달 전에 막 도착한 사람도 있었다.천하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향시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이번 향시는 황제께서 특례를 개시한 첫 시험이다. 모든 여인들이 계급을 무시하고 향시에 참가할 수 있기에 많은 서원에서 지원을 하기도 했다.심연희와 심교은 심책운 남매 세 사람은 향시가 열리기 전에 국공부로 돌아갔다.심교은이 심책운에게 물었다.“이번 향시에 자신이 있느냐?”“꽤 자신 있습니다.”말을 하던 심책운은 두 누이를 보며 물었다.“하지만 누이들은 지금까지 시험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바로 향시에 참가하는 게 겁이 나지는 않습니까?”이에 심연희가 대답했다.“최선을 다하는 것이지. 결과가 그리 나쁘지 않길 바랄 뿐이다.”“나, 나도!”심교은이 입술을 살짝 오므리며 말을 보탰다.심책운은 자신이 없어 보이는 심교은을 힐끔 쳐다보았다. 심교은은 가문에서 스스로 공부를 할 때에도 그리 우수한 성적을 따내지 못했는데 서원에 들어간지 오래 되지도 않았기에 자신이 없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이때, 초구가 갑자기 심초운이 저택에 찾아왔다고 큰소리로 외쳤다.남매 세 사람이 밖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이천과 심초운이 방으로 들어섰다. 그들 뒤에는 초구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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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8화

음식들이 차려진 뒤, 이천이 고개를 돌려 명주를 힐끔 쳐다보았다.“이만 나가 보거라.”명주가 심연희를 힐끔 쳐다보았다.이에 심연희는 말없이 눈을 살짝 깜빡였다. 물론 아직도 이천을 보면 조금 긴장되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천의 말에 대꾸도 잘하고 이천의 짓궂은 장난도 받아낼 수 있었다. 심지어 이천의 사랑 고백도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이천도 심연희와 약속했던 것처럼 더 이상 혼기에 대해 묻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향시가 끝나면 어쩌면 다시 물을 지도 모른다.“오늘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내야 하오.”자리에서 일어난 이천이 친히 심연희를 위해 반찬을 덜어주었다.이에 심연희는 그리 긴장되지 않았다. 심책운과 심교은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오히려 긴장됐을 것이다.이천이 반찬을 덜어준 뒤, 심연희가 젓가락을 들려고 하자 이천이 그녀에게 음식을 먹여주려고 했다.“이천 오라버니, 전 스스로 먹을 수 있습니다.”“그건 다르지 않소.”심연희가 이천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결국 참다못해 웃음을 터트렸다.“오라버니께서 이러고 계시니 자꾸 웃음이 납니다.”“그럼 그 웃음은 좋아서 그런 것이오 아니면 싫어서 웃는 것이오?”심연희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일부러 토라진 듯 대답했다.“싫어서 웃는 겁니다.”“거짓말.”심연희가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이천이 반찬을 심연희의 입가에 대자 심연희는 입을 벌려 먹을 수밖에 없었다.이토록 다정한 행동에 심연희는 마음이 또 한번 크게 흔들렸다.“내 아바마마도 평소에 어마마마한테 이렇게 음식을 먹여주었소.”이천이 말을 꺼냈다.“예전에는 아바마마께서 어마마마를 너무 과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 것 같소.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소중하게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말이오. 이런 일은 평생 해도 부족할 것 같소.”이천의 말에 심연희는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이천 오라버니, 저에게 왜 그런 말을 해주시는 겁니까?”심연희가 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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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9화

”어떤 모습 말이오?”“그러니까, 그러니까 이토록 뻔뻔한 저하의 모습 말입니다.”“낭자와 난 혼인을 앞둔 부부이지 않소. 연희 낭자가 날 먼저 꼬셨고 낭자 때문에 내가 속세의 특별한 감정에 발을 들이기도 했고. 그런데 이런 나에게 뻔뻔하다고 하니, 마음이 아플 뿐이오.”“마음이 아픈 건 확실합니까? 먼저 오라버니 그 입 좀 보고 그런 말씀하십시오.”심연희의 말에 이천은 손수건을 꺼내 심연희의 입을 닦아준 뒤, 자신도 입을 쓱 닦았다.“연희 낭자도 분명 좋아하고 있소.”심연희는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 그녀는 단지 아이를 낳을 수 없을 뿐이지, 감정이 없는 건 아니니까!좋아하는 사람이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는데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아무튼 심연희는 너무 부끄럽고 쑥스러워서 입을 맞추다가 야릇한 신음 소리를 내기도 했다.이때, 이천이 심연희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그녀에게 말했다.“낭자 큰오라버니에 관한 얘기부터 하겠소.”심연희가 잔뜩 걱정된 표정으로 이천을 쳐다보았다.“요즘 황제 폐하께서 금의위사를 설립하신 걸 낭자도 알고 있겠지?”“네, 알고 있습니다.”“장소검 그자가 바로 금의위사의 대두독이오. 그리고 검오는… 일단 검오 얘기는 나중에 하고…”검오는 비밀리에 움직이는 사람이기에 대외적으로는 관직이 없는 상태였다.“장소검 그자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심연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이천이 말을 이어갔다.“낭자 큰오라버니는 황제 폐하가 장소검을, 그리고 검오를 너무 자주 궁으로 불러들여서 위기감이 생긴 듯하오. 그래서 장소검과 검오에게 사촌 여동생들을 소개해주려고 하는데 문제는 장소검과 검오는 황제 폐하를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이오. 최소한 현재는 아직 혼인할 떄가 아니란 말이지. 그리고 혼인한다고 해도 황제 폐하의 허락을 받아야 하오.”이천의 말에 심연희는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큰오라버니는 황제 폐하께서 장소검이나 검오에게 다른 마음을 품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그, 그럼 폐하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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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0화

심초운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이천을 쳐다보았다. 마치 왜 갑자기 두 사람에 관해 언급하냐고 묻는 것만 같았다.이에 이천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영이가 나를 찾아왔다. 검오도 날 찾아왔고.”“그건 그저 오해일 뿐입니다.”심초운은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장소검 그자의 외모가 너무 수려한 것 같았다.장소검이 자신보다 조금 뒤떨어질 뿐이라고 생각한 심초운은 위기감이 생겼던 것이다.“그럼 네 먼 사촌 여동생들도 이제 그만 소개해주어라.”이천의 말에 심초운이 허허 웃으며 대꾸했다.“장 대감이 너무 훌륭한 인재인 것 같아서 장난 좀 친 것뿐입니다. 물론 진심으로 그자에게 어울리는 여인을 찾아주고 싶기도 했고요.”이천은 심초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심초운은 이천의 그런 눈빛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저를 왜 그렇게 쳐다보십니까?”“농이면 다행이다. 요 근래 영이가 이래저래 큰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것이야. 이번 과거 시험이 영이에게도, 그리고 상운국의 모든 여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심초운이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사실 그도 조금 자책감이 들었다. 왠지 장소검이 이영에게 특별한 마음을 품고 있다고 의심이 된 것이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황제를 보필하는 대신이 어찌 감히 황제에게 특별한 마음을 품을 수 있겠는가!이천과 심초운은 서로를 힐끔 쳐다보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각자 갈 길을 떠났다.심초운은 마차를 타고 궁으로 돌아갔고 이천은 마차를 타고 천왕부로 향했다.…다음날, 햇빛이 따스하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있었다.시험에 참가한 학자들은 각자 이불과 먹고 마실 수 있는 식량, 그리고 붓과 종이 등을 들고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그들을 배웅하는 친인척도 속으로 그들의 성공을 기원하고 축복하기 바빴다.올해의 향시는 매우 순조로웠으며 며칠동안 날이 화창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약해서 들것에 실려 나오는 학자들이 몇몇 있었다.이천은 여러 시험장들을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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