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문제는 이영이 지금 추진하려는 정령이 겉으로 보기엔 순조롭지만 사실 경성에서의 시범조차 기대한 성과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어떤 주인들이 노비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서 식사를 하려고 하겠는가! 이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이때, 이천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향시가 끝나면 네가 고려하는 일들은 내가 도와줄 수 있다.”이천의 약속에 이영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오라버니, 얼른 말씀해 보십시오!”자리에서 일어난 이영은 이천을 위해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그렇게 남매는 곁에 있는 구들에 나란히 앉게 되었다.“연희 낭자가 아무래도… 날 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이천의 말에 이영은 하마터면 입 안에 있는 차를 뿜을 뻔했다.“그게 말이 됩니까? 오라버니, 장난이 너무 심하십니다. 더군다나 두 사람이 여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왔는데 낭자가 왜 오라버니와 헤어지려고 하겠습니까?”이천은 이영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내가 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으냐?”이천은 불자이자 도를 수련하는 사람으로써 남녀 사이의 특별한 감정이나 애정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하지만 이제, 이천은 속세에 완전히 빠져버리게 되었는데 어찌 쉽게 발을 뺄 수 있단 말인가?더구나 이천은 심연희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스스로 마음을 굳힌 뒤로는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기회가 없었다.평온하고 차분했던 그의 마음이 심연희로 인해 들끓기 시작했고 더 이상 예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한편, 이영은 그런 이천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다가 이천에 얼마 전에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이천은 심연희가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그래서 이천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하지만 그 뒤로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 아직도 오라버니와 거리를 두고 있단 말인가?“연희 낭자가 오라버니한테 직접 얘기한 것입니까?”“아니, 하지만 난 낭자의 입모양을 읽었다. 낭자는 명주에게 앞으로 나와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멀어질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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