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761 - 챕터 1770

1907 챕터

제1761화

“아씨, 명주는 아씨가 서서히 저하께서 멀어지려고 하신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저하께서 아씨를 이토록 많이 좋아하시는데 어찌 쉽게 아씨와 헤어지려고 하시겠습니까? 더군다나 아씨는 저하를 만나지 않은 지 이틀이나 지났습니다. 아씨도 물론 너무 힘드시겠지만 저하도 많이 힘들지 않으시겠습니까?”심연희가 명주를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그럼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명주는 입만 뻥긋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머리로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위해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줘야 한다. 절대 이기적으로 소유하는 게 아니라 말이다. 이게 바로 심연희와 경장명의 다른 점이었다.심연희는 천왕 저하를 너무도 깊이 연모하기에 그가 앞으로 좋은 인연을 만나 아이까지 낳아서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길 바랐다.한편, 이천이 어느새 가까이 다가왔다. 이에 명주가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리려고 했지만 이천이 그런 명주를 보며 손을 쓱 내둘렀다.명주는 곧바로 멀리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이천이 심연희의 손을 잡으려고 하자 심연희가 슬쩍 피했다.“여긴 학사입니다!”학사에 많은 여학자들이 있는데 그녀들이 보기라도 하면 어떡한단 말인가!“알고 있소. 낭자에게 맛보게 해주고 싶어서 오늘 궐 안의 수랏간에서 특별히 맛있는 전복을 챙겨왔네.”이천은 끝내 심연희의 손을 덥석 잡고는 학사 밖으로 걸어갔다.한편, 심연희는 그런 이천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고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욱신거리기도 했다.심연희는 요 며칠 동안 이천을 만나지 못한 것만으로도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 이천이 이렇게 당당하게 그녀의 손을 잡고 너무도 다정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으니 심연희는 너무 미안하고 후회가 되기도 했다.원치각에 도착한 뒤, 심연희는 외간에 놓인 탁자 앞에 서서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않았다.이에 이천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심연희를 쳐다보며 물었다.“왜 그러는 것이오?”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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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2화

”아무튼 낭자가 날 먼저 흔들어 놓은 것이오. 그러니까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오.”이천이 단호하고 강경한 표정으로 말했다.한편, 심연희는 이토록 억지를 부리는 이천을 보며 어안이 벙벙했다.‘이 사람이 정말 내가 알던 천왕 저하가 맞나? 예전에는 이런 성격인 줄 전혀 몰랐는데?’이천은 이런 심연희의 표정을 못 본 척했다. 아무튼 그와 헤어지거나 그를 버리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시작은 심연희가 했지만 절대 이렇게 쉽게 끝낼 수 없다!한편, 심연희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전 이만 돌아가서 책을 읽어야 합니다.”“이 시간에 돌아가도 휴식 시간 아니겠소?”이천의 말에 심연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 시간에 돌아가도 쉬는 시간이겠지. 책을 읽기는 무슨…’“그럼 저하,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뭐라? 날 뭐라고 부른 것이오?”“저하라고 불렀습니다.”“아니지.”이천이 진지한 표정으로 심연희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낭자가 이러면 난 의심을 할 수밖에 없소. 혹시 낭자가…”머뭇거리는 이천을 보며 심연희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물었다.“제가 무엇을 말입니까?”새삼 이천의 변화가 너무도 큰 것 같았다.“낭자가 경장명과 같은 사람이지 않을까, 낭자가 날 흔들어 놓고 매정하게 버리려는 건 아닐까 의심이 되오.”심연희는 아무 대꾸도 못한 채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왜 말이 없는 것이오? 내 의심이 맞는 것이오?”입을 뻥긋하던 심연희는 하마터면 인정할 뻔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아직 이렇게 가깝고 좋은데 갑자기 그렇다고 하면 이천은 끝까지 따져 물을 것이고 이천과 헤어지는 것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아닙니다. 오해입니다.”“그렇다면 다행이오. 폐하한테서 들었는데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서 곧 경성으로 돌아오실 예정이라고 하였소. 만약 낭자가 날 매정하게 버린다면 난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 고자질을 할 것이오!”심연희는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혹시 천왕 저하께서 뭔가를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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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3화

가장 큰 문제는 이영이 지금 추진하려는 정령이 겉으로 보기엔 순조롭지만 사실 경성에서의 시범조차 기대한 성과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어떤 주인들이 노비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서 식사를 하려고 하겠는가! 이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이때, 이천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향시가 끝나면 네가 고려하는 일들은 내가 도와줄 수 있다.”이천의 약속에 이영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오라버니, 얼른 말씀해 보십시오!”자리에서 일어난 이영은 이천을 위해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그렇게 남매는 곁에 있는 구들에 나란히 앉게 되었다.“연희 낭자가 아무래도… 날 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이천의 말에 이영은 하마터면 입 안에 있는 차를 뿜을 뻔했다.“그게 말이 됩니까? 오라버니, 장난이 너무 심하십니다. 더군다나 두 사람이 여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왔는데 낭자가 왜 오라버니와 헤어지려고 하겠습니까?”이천은 이영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내가 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으냐?”이천은 불자이자 도를 수련하는 사람으로써 남녀 사이의 특별한 감정이나 애정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하지만 이제, 이천은 속세에 완전히 빠져버리게 되었는데 어찌 쉽게 발을 뺄 수 있단 말인가?더구나 이천은 심연희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스스로 마음을 굳힌 뒤로는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기회가 없었다.평온하고 차분했던 그의 마음이 심연희로 인해 들끓기 시작했고 더 이상 예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한편, 이영은 그런 이천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다가 이천에 얼마 전에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이천은 심연희가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그래서 이천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하지만 그 뒤로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 아직도 오라버니와 거리를 두고 있단 말인가?“연희 낭자가 오라버니한테 직접 얘기한 것입니까?”“아니, 하지만 난 낭자의 입모양을 읽었다. 낭자는 명주에게 앞으로 나와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멀어질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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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4화

오라버니로써 여동생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게 조금 난감하기도 하지만 이천은 도무지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잠시 생각하던 이천이 말했다.“난 이미 충분히 적극적으로 행동하였다.”이천은 이내 심연희와 손잡고 다정하게 걸은 것까지 얘기했다. 물론 입맞춘 사실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혹시라도 심연희의 명성에 누가 될까 봐 말이다.“아주 훌륭합니다. 우리 오라버니께서 무료하고 재미가 없는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이제 보니 손도 잡을 줄 아는 겁니까? 오라버니, 절대 딱딱하게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연희 낭자가 오라버니를 버리려는 그런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는 더더욱 말입니다. 제 말을 잘 생각해보십시오. 아바마마와 초운이 그리고 주익선을 보고 배워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남자답게 쟁취해야 합니다!”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는 이천을 보며 이영은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이런 말들을 오라버니께 수도 없이 해드리지 않았습니까? 오라버니, 절대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이에 이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폐하, 그럼 일 보십시오.”“오라버니…”이천은 곧바로 옷소매를 툭툭 털고는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 한편, 고개를 돌린 이영은 탁자 위에 쌓여 있는 상주서를 보며 가까스로 웃음을 보였다.아무래도 대신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굴려봐야겠네!그 이후로, 이천은 검오를 시켜 심연희를 모셔오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는 직접 그녀에게 찾아가기로 결심했다.이에 심연희는 어쩔 수 없이 이천이 찾아오기도 전에 스스로 원치각에 점심을 먹으러 갈 수밖에 없었다.이날 수업을 마친 뒤, 심선희는 부러운 표정으로 심연희를 보며 말했다.“연희 낭자, 천왕 저하와의 혼기가 미뤄졌다고 하던데 구체적으로 언제로 정한 겁니까?”이에 심연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그건 말해줄 수 없을 것 같습니다.”심선희는 말문이 턱 막혔다. 저게 무슨 대답이란 말인가!“사실 그렇게 경계할 건 없습니다. 전 단지 궁금해서 물어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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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5화

”네?”심선희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저토록 모든 걸 가졌는데 무슨 고민이 있단 말입니까?”예전에 심선희는 천왕 저하에게 마음이 생겼는데 천왕 저하가 이미 심연희를 좋아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심선희가 연못에 빠졌을 때, 천왕 저하가 다급히 부른 이름은 심선희가 아니라 심연희였다.당시 이를 눈치채지 못했던 심선희는 괜히 들떠 있었다.그리고 이러한 사실도 검오가 심선희에게 베개를 돌려주면서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해준 얘기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심선희는 아직도 착각에 빠진 채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이다.심연희는 국공부의 아씨로서 천왕 저하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이기에 심선희는 부럽고 질투가 나면서도 한편으로 두 사람을 축복하기도 했다.전에 들은 소문에 의하면 심연희와 천왕 저하는 분명 입동이나 동지날에 혼례를 치른다고 했는데 갑자기 그 혼기가 뒤로 미뤄진 것이다.그래서 심선희는 그저 궁금한 마음에 별다른 의도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물어본 것뿐이다.천왕 저하도 혼인을 하면 태상황처럼 왕비 한 명만 둘 것이고 절대 첩을 들이는 일은 없을 것이기에 심선희는 일찌감치 포기를 했다.심선희와 송윤연은 그렇게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샛길에 들어서자 송윤연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혼기마저 미뤄졌는데 틀릴 리가 있겠어?”이에 심선희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지만 혼기가 미뤄졌다고 해서 천왕 저하와 연희 낭자의 혼사에 문제가 생겼다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그렇다면 심연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만약 전에 검오에게 확실하게 경고를 받지 않았다면 심선희는 그토록 고결하고 속세에 전혀 물들지 않아 보이는 천왕 저하가 이미 심연희에게 푹 빠졌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한편, 송윤연이 말했다.“요 며칠 사이에 연희 낭자가 천왕 저하께 찾아가는 회수가 많이 줄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어? 천왕 저하는 심지어 검오를 보내지도 않고 친히 연희 낭자를 찾아오기도 했지.”“저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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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6화

“포기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경 대감께서 그나마 경성에 계속 계신다면 시도라도 해보겠는데 대감께서는 이제 멀리 떠나야 하니까요.”말을 하던 심선희는 문정연 대인이 여인들에게 가르쳤던 말이 떠올랐다. 여인들은 절대 남자를 향한 애정 때문에 자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모든 걸 잃고 처참한 꼴을 당하게 될 거라고 가르쳤다.심선희는 송윤연을 쳐다보며 말했다.“누이께서 정말 천왕 저하를 많이 연모하신다면 얼마든지 쟁취하십시오. 어차피 연희 낭자와 저하는 아직 혼례를 치른 것도 아니니 누이도 충분히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절대 음흉한 짓을 저지르지 마십시오. 우리 여인들은 절대 남자를 두고 서로 음해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 됩니다. 그 남자가 천왕 저하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말을 하던 심선희가 피식 웃었다.“누이, 죄송합니다. 이런 말들은 전에 누이께서 저희한테 가르쳤던 건데 이렇게 누이한테 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이에 송윤연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괜찮다. 네가 나한테 이렇게 말을 해주니 나도 경각심이 생기고 좋은데 뭘!”송윤연은 절대 그런 음흉한 짓을 저지를 리가 없다. 다만 황실 출신의 천왕 저하께서 여인들에게도 충분히 존중을 보이시고 여인들을 위해 공정하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서 그에게 존경하고 연모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천왕 저하와 혼인을 할 수 있는 여인은 그야말로 하늘의 총애를 독차지한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때, 심선희가 말했다.“조금 전에 연희 낭자에게 물어봤을 때, 뭔가 다 하지 못한 얘기가 있는 듯했습니다. 만약 누이께서 정말 생각이 있으시다면 단도직입적으로 직접 연희 낭자에게 찾아가서 낭자의 뜻을 확실하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그래, 네가 말한 것처럼 낭자를 찾아가 물어봐야겠다.”송윤연은 곧바로 심선희의 팔짱을 놓고는 심연희가 지내고 있는 학사로 향했다.조금 뒤, 문을 연 심교은은 갑자기 찾아온 송윤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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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7화

”난 절대 국녀학에 있는 우리 여인들과 서로 질투하고 음해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으니까. 그 상대가 천왕 저하라고 할지라도 말이오.”피식 웃던 송윤연은 혹시라도 심연희에게 상처가 될까 봐 더욱 조심스럽게 말했다.“경 대감도 경성에서 손꼽힐 정도로 걸출한 인물이오. 하지만 연희 낭자가 경 대감과의 혼약을 취소하고 나서 여학사들은 경 대감이 낭자 때문에 마음의 병을 크게 앓게 됐다고 소문이 자자하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남자를 동정하거나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안 그래도 훌륭한 사내들이 많지 않은데 연희 낭자가 연달아 두 명이나 다치게 하지 말아달라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오. 더군다나 천왕 저하처럼 이토록 신선과도 같은 분을 말이오.”신선과도 같은 분이라…심연희도 예전에 천왕 저하를 그렇게 평가하였다.하지만 지금, 심연희가 원치각에 찾아갈 때마다 이천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입맞춤을 하기 바빴다. 이에 심연희는 이천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도무지 입 밖에 꺼낼 수가 없었다.이런 생각에 심연희가 말했다.“제 사적인 일입니다. 그리고 제 일을 누이께 어떻게 말해야 할지 정말 갈피를 잡지 못해서 이러고 있는 겁니다.”천왕 저하와의 혼약이 무효라고 답해 버리면, 송윤연이 저하께 마음을 드러내 끝내 그 혼약 자리를 차지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거나, 저하의 노여움을 사게 될까 두려웠다.하지만 혼약이 유효하다고 함부로 대답했다가 천왕 저하의 좋은 인연을 방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천왕 저하와 멀어지려고 했던 노력들은 전부 가짜이고 웃음거리가 되는 거니까.너무 어려운 문제였다.그러다가 심연희의 머릿속에 경장명이 떠올랐다.“누이, 저와 경장명 대감 사이의 일은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서로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습니다. 그저 연이 깊지 못했던 것이지요.”“그럼 천왕 저하는 어떻소?”심연희는 입을 뻥긋하다가 한참 지나고 나서야 대답했다.“천왕 저하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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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8화

너무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심연희는 나무와 검오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언,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겁니까?”“소인은 계속 나무 위에서 망보고 있었습니다. 두 분께서 이리로 온 순간부터 두 분의 대화를 똑똑히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도중에 아씨께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송윤연 아씨도 계셔서…”심연희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저와 윤연 누이의 대화를 저하께 말씀드리지 않으면 안 되게습니까?”심연희는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어찌 다른 여인에게 저하께 마음을 표현하라고 부추길 수 있단 말인가!이에 검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건 안 됩니다. 전 반드시 저하께 말씀드려야 합니다.”말을 하던 검오가 돌아서서 떠나려고 하자 심연희가 그를 불러 세웠다.“대감, 검오 대감…”검오는 고개를 돌려 심연희를 쳐다보았다.“아씨께서 천왕 저하를 더 이상 연모하지 않으신다고 하셨는데 제삼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아씨는 분명 저하를 많이 좋아하고 계신 겁니다. 넘쳐 흐를 정도로 많이요. 하지만 그런 아씨께서 왜 자꾸 저하를 밀어내려고 하는 건지 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심연희는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이에 검오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바꿨다.“알겠습니다. 저하께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검오의 말에 심연희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다가 이내 뭔가 생각난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꽤 좋은 기회를 놓친 건 아닐까? 내 입으로 저하께 하지 못한 말을 검오 대감을 통해 천왕 저하께 전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렇게 되면 천왕 저하가 조금이라도 쉽게 헤어질 수 있는 건 아닐까?’“검오 대감, 제가 괜한 부탁을 한 것 같습니다. 어찌 됐든 대감은 저하의 부하로써 저하께 숨기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말입니다.”심연희의 말에 검오는 입을 뻥긋했다. 안 그래도 심연희가 천왕 저하와 관계를 끊고 싶어하는데 그가 저하께 조금 전에 들은 얘기를 전한다면 심연희를 도와주는 게 되지 않을까?이런 생각이 들어서 검오는 천왕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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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9화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해서 아무런 소용도 없다.깊은 밤, 겨우 잠이 든 이천은 심연희가 그에게 혼약을 취소하겠다고 말을 하는 꿈을 꾸게 된 것이다. 눈을 번쩍 뜬 이천은 바로 심연희를 찾아가고 싶었지만 심연희가 지내고 있는 학사에는 심교은과 심교은의 시녀도 함께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그렇게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겨우 이튿날까지 버틴 이천은 공무를 마치자마자 점심에 심연희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점심시간이 됐는데도 심연희는 원치각에 찾아오지 않았고 이천은 주동적으로 그녀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공선소에 가보니 심연희는 도문군 등 여학자들과 웃고 떠들면서 밥을 먹고 있었다.이천은 살짝 굳은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갔다.한편, 이천을 발견한 송윤연과 도문군 그리고 심교은 등 여인들은 간단하게 인사만 올리고는 황급히 도망갔다.“저하…”심연희가 이천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왜 부르시오?”심연희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이천을 보며 심장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그러다가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자 그제야 낮은 목소리로 이천에게 말했다.“어제 검오 대감이 저하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뭘 말이오?”‘검오가 정말 아무 얘기도 하지 않은 건가?’“제가 윤연 누이에게…”심연희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천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날 따라오시오.”“저하,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제가 어제 윤연 누이와 나눈 대화를 검오 대감이 정말 저하께 한마디도 말씀드리지 않은 겁니까?”또 한번 강조하는 심연희의 말에 이천은 처음으로 화가 치밀었다. 그는 심연희의 손을 더욱 꽉 잡고는 원치각 안으로 들어갔다.“저하…”심연희는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 같았다.“저하?”심연희는 입술을 살짝 오므린 채 고집스럽게 끝까지 저하라고 불렀다.“저하께서는 사실 알고 계신 것이지요.”“난 아무것도 모르오!”살짝 화가 난 듯한 이천의 목소리에 심연희가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평소에 절대 자신의 감정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던 이천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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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0화

입술이 퉁퉁 부어오르고 나서야 이천은 심연희를 놓아주었다.“도대체 왜 그러는 것이오?”“제가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저를 놓아줄 수 있으시겠습니까?”아니!심연희가 사실대로 얘기한다고 해도 이천은 절대 그녀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는 심연희와 헤어지는 걸 절대 견딜 수 없었다.하지만 심연희가 왜 그와 점점 멀어지려고 하는지는 확실하게 알고 싶었다.“말해 보시오.”입술을 살짝 오므린 심연희는 이천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가 오늘 확실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이천은 절대 그녀를 보내주지 않을 것 같았다.이에 한숨을 살짝 내쉰 심연희는 용기를 내서 말을 꺼냈다.“저하, 제 꿈속의 세상을 저하도 똑똑히 보지 않으셨습니까?”역시, 그녀의 꿈 속 세상과 연관이 있었다.“낭자가 전생에 경장명 그자와 부부로 살았던 걸 내가 신경 쓸까 봐 그러는 것이오?”이천이 안도의 한숨을 살짝 내쉬며 말했다.“내가 그런 일을 신경 쓸 것 같소? 연희 낭자의 마음속에 내가 있고 내 마음속에 연희 낭자가 있다면 전생 그까짓 건 아무 힘도 없소. 전생이 아니라 심지어…”심지어 이번 생에 경장명과 혼인을 한 적이 있다고 해도 이천은 절대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는 심연희라는 여인을 사랑하는 것이지 그 외의 것을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하지만 이천은 혹시라도 말실수를 할까 봐 바로 입을 꾹 닫았다.“낭자, 날 믿어주시게. 난 심연희라는 여인을 사랑하는 것이오. 내가 원하는 건 그저 낭자와 평생 단둘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오.”이천의 말에 심연희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비통한 표정으로 대꾸했다.“제가 어찌 이천 오라버니를 그런 사람으로 오해하겠습니까?”“그럼 도대체 무엇이오?”심연희는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 확실하게 얘기를 하지 않으면 이천은 절대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다. 반대로 솔직하게 말하면 어쩌면 이천은 더 이상 이토록 집착하지 않을 수도 있다.숨을 크게 들이마신 심연희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전 경장명 그자와 혼인해서부터 6년 동안 단 한번도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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