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1751 - Chapter 1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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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1화

그런 상황에서 심초운은 당연히 용강한 숙부에게 심연희를 먼저 구해달라고 부탁할 것이다!입을 삐죽 내밀던 심초운은 한숨을 살짝 내쉬고는 얼른 이영을 달랬다.“폐하, 용숙부께서 잠시 우리를 만나고 싶지 않은 것 같은데 어쩔 수가 없지요. 폐하께서는 내일 아침 일찍 조회에 참석하셔야 하는데 얼른 일찍 침전에 드십시오.”한편, 이영은 고개를 돌려 이천을 쳐다보며 말했다.“오라버니께서 내일 저 대신 조회에 참석하여 주십시오!”“그럴 거면 차라리 내가 대신 황제가 되어주는 게 낫지 않겠느냐?”“바라는 바입니다!”“바라는 바라고?”이천이 피식 웃었다. 예전이었다면 그는 이영이 황제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어한다고 믿었을 텐데 지금은 아니다. 이영은 이제 상운국에 태평 성세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의 지위를 제고하는 데 힘쓰고 있고 여인들이 집밖으로 걸어 나와 공평한 공부 기회를 얻어 똑같이 이 태평 성세를 만끽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그런 이영이 어찌 황위를 섣불리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 하겠는가!이천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럼 난 이만 가보겠다.”이천이 돌아서서 떠나려던 그때, 이영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라버니.”이천이 고개를 돌리자 이영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말다툼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이천과 심연희가 걱정되었다.“그렇게 체면만 지키려고 하지 말고 연희 낭자에게 잘해주십시오. 아바마마와 심초운 그리고 주익선에게 많이 배우란 말입니다.”이천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바마마와 심초운 그리고 주익선에게 배우라고? 한편, 피식 웃던 심초운이 이영의 팔짱을 살짝 끼며 말했다.“누이, 그렇게 말하실 것 없습니다. 어차피 형님은 그 심오한 마음과 생각을 절대 깨우치지 못할 것입니다.”이천은 말문이 턱 막혔다.이에 이영이 목청을 살짝 가다듬으며 이천에게 말했다.“연희 낭자에게 시간을 조금 주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연희 낭자에게 걱정만 끼치지 마십시오. 그리고 혼기는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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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2화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심연희도 국녀학으로 돌아왔다. 모든 게 예전과 변함이 없었다.점심시간이 되자 검오가 심연희에게 찾아와 이천과 함께 식사를 하러 원치각으로 모시겠다고 했다.이에 심연희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망설이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그 반응에 어리둥절한 검오는 고개를 돌려 명주를 쳐다보았다.흠칫하던 명주는 이내 고개를 슬쩍 숙여 검오의 시선을 피했다.한참 지난 뒤, 심연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그러다가 연못을 지나칠 때, 심연희는 고개를 돌려 행림각을 힐끔 쳐다보았다.행림각 마당에는 흔들 의자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경장명은 방 안에 있는 듯했다.한편, 원치각에 도착한 뒤, 검오가 명주에게 말했다.“명주 아가씨, 나와 함께 공선소에 가서 점심을 먹지 않겠소?”명주는 곧바로 고개를 슬쩍 돌려 심연희를 쳐다보았다. 이에 심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급하게 천왕 저하와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한편, 심연희의 반응에 명주는 소리 없이 안도의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어쩌면 아씨와 천왕 저하께서는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이때, 이천이 밖으로 나와 심연희를 반기며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오늘 경장명 그자를 만났소?”“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심연희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이천이 다시 물었다.“내가 같이 가주는 건 어떻겠소?”심연희가 경장명을 주동적으로 찾아가지 않아도 경장명이 반드시 심연희를 찾아올 것이다. 이천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차라리 그가 심연희와 함께 먼저 경장명을 찾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심연희와 경장명 사이에 은혜도 있고 원한도 있기에 반드시 두 사람이 이를 확실하게 풀어야 한다.“그래, 알겠소.”방으로 들어서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확 풍겼다. 이천이 탁자 위에 준비된 음식들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건 전부 검오가 망강루에서 사온 음식들이오. 갈비찜도 있고 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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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3화

“알겠소.”이천은 계속 조심스럽게 심연희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녀에게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자 이천은 그제야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점심 식사가 끝난 뒤, 이천이 심연희에게 바둑을 두자고 제안했지만 심연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전 제 사적인 일을 해결하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이천은 심연희가 경장명에게 찾아가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경장명은 며칠 뒤면 경성을 떠나 다른 곳으로 보내질 것이다. 그 전에 심연희도 확실하게 얘기를 끝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조금 전에 식사를 하면서 이천은 밖에서 들리는 기척에 검오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발걸음 소리가 하나 더 들렸는데 그건 아마도 명주일 것이다.“그럼 명주와 함께 다녀오시오.”“네.”원치각을 나선 심연희는 근처 정자에 앉아 쉬고 있던 검오와 명주를 보게 되었다.한편, 심연희를 본 명주가 바로 벌떡 일어서서 심연희를 향해 다가왔다.“아씨.”심연희를 부르며 다가오던 명주는 이내 이천에게도 인사를 올렸다.“저하께 인사를 올립니다.”이천은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심연희가 명주를 보며 말했다.“누이라고 부르라고 하지 않았느냐?”이에 명주가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며 대꾸했다.“소인, 입버릇이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피식 웃던 심연희는 손을 뻗어 명주의 이마를 콕 눌렀다. 그리고는 이천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나란히 떠났다.이천은 심연희가 왜 명주를 더 아끼게 됐는지 알 것 같았다. 꿈 속의 세상에서 명주는 자결한 심연희를 따라가겠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심연희는 명주에게 더욱 애틋한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이때, 검오가 말했다.“저하, 소인이 명주에게서 뭔가 알아내려고 노력했는데 명주는 소인에게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명주는 뭔가 알고 있는 듯한데 혹시라도 말실수를 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이천은 심연희와 명주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알겠다.”검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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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4화

방 안에 흐르는 공기마저 멈춰버린 듯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너무도 고요했다.경장명은 속으로 두 사람이 선 위치에서 명주가 창문을 통해 고개를 들이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에 경장명은 입술을 살짝 오므리며 말했다.“연희 낭자, 낭자가 이제 모든 걸 다 알게 됐다면, 그리고 그게 우리의 전생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면 우리가 전생에 서로에게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겠소? 전생에도 이번 생에도 언제나 함께 하겠다는 약속 말이오.”말을 하던 경장명이 갑자기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난 애초부터 낭자의 손을 놓지 말았어야 했소. 연희 낭자, 내 곁으로 돌아오시오. 난 낭자를 위해 관직도 포기할 수 있소. 우리 경성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서 우리 둘만의 삶을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않겠소? 지금이라도 내 곁으로 돌아오시오.”경성을 떠나야만 경장명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경성뿐만 아니라 상운국을 멀리 떠나 아무도 모르는 나라로 가서 심연희와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한편, 심연희는 존엄과 자존심을 완전히 버린 경장명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경장명도 심연희의 혐오스러운 눈빛을 눈치챘지만 그저 모른 척하며 엉금엉금 기어가 소녀의 치맛자락을 잡으려고 했다.다음 순간, 심연희가 슬쩍 피하더니 손을 들어 경장명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한 방 제대로 맞은 경장명은 반쪽 얼굴을 부여잡은 채 넋을 잃은 표정으로 심연희를 쳐다보았다.그는 심연희가 그에게 손찌검을 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낭자가 왜 갑자기 내 뺨을 때린 거지? 내가 말실수를 한 건가? 아니면 낭자가 전생의 어떤 기억이라도 떠오른 건가?’“경장명 대감, 대감이 저한테 쓴 그 더러운 도술로 제가 완전히 무너지고 대감이 전생에 저한테 잘해줬던 것만 기억할 거라고 생각한 겁니까?”“낭자… 그게 무슨 말이오?”무슨 말이냐고?경장명의 태도에 심연희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그리고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경장명을 빤히 쳐다보다가 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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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5화

”낭자가 그렇게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고 나서 몽춘도 처참한 벌을 받았소. 내가 그자를 바로 죽여 버렸소! 낭자, 이 모든 게 다 몽춘의 그 혼인 부적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오. 그자가 없었다면 우린 평생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오!”평생 행복하게 살았을 거라는 경장명의 말에 심연희가 웃음을 터트렸다.“대감과 몽춘 사이에 진작 서장자가 생기지 않았습니까?”“맞소. 우리 사이에 서장자가 있는 건 사실이오. 하지만 만약 몽춘의 음모가 없었다면 내가 나중에 연희 낭자를 배신하지도 않았을 것이오!”말을 하던 경장명은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의 죄가 너무 크고 용서받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무리 많은 핑계와 변명을 늘어놓아도 그의 죄를 씻을 수 없을 것 같았다.그래서 전생이 아닌 이번 생의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이번 생에 난 몽춘 그자의 뱃속에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 아이를 없애 버리려고 했소. 하지만,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하면 연희 낭자가 날 잔인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봐 아이를 남긴 것이오.”심연희는 구구절절 얘기하고 있는 경장명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심연희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냉담했다. 그럼에도 경장명은 끝내 말을 이어 갔다.“이번 생에 난 절대 전생의 비극이 다시 벌어지게 하지 않을 것이오. 그래서 경씨 가문과 연도 끊었소. 낭자가 나와 함께 한다면 절대 그 어떤 누구도 우리 사이에 훼방을 두지 못할 것이오. 그게 내 부모님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오!”솔직히 말해서 경장명이 이번 생에 큰 노력을 들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생의 한이 어찌 이대로 사라질 수 있겠는가!전생의 연을 생각하여 심연희가 경장명의 목을 비틀지 않은 것만으로도 경장명에게 큰 자비를 베푼 것이다.“그딴 말로 저를 어르고 달랠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조금이나마 양심이 있다면 앞으로 멀리서 저를 보게 되더라도 저를 피해가십시오. 제가 손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저희 국공부에서도 가만히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저희 가문에서는 절대 대감께 자비를 베풀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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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6화

절절한 목소리로 진심을 내뱉고 있는 경장명은 심지어 눈시울이 붉어진 채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한편, 문 앞에 서있던 명주는 경장명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너무 놀란 그녀는 입을 떡 벌렸다.‘전생이라는 말은 뭐지? 그리고 우리 아씨가 대감님과 혼인을 해서 부부로 살았다고? 이게 도대체 다 무슨 말이지?’이때, 홱 돌아선 심연희가 경장명을 쳐다보며 말했다.“배신은 그저 배신일 뿐입니다. 그게 대감이 한 여인을 사랑했는지 아니면 두 여인을 사랑했는지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난 그때 당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반드시 경씨 가문 대를 이어가야 한다고 몇 번이나 재촉을 당했소.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 때문에 그렇게 심각한 일이 터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소!”이에 심연희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그때 국공부는 경성에서 몰락한 가문이었습니다. 누구든 함부로 괴롭힐 수 있는 존재였지요. 그리고 경장명 대감은 제가 아무리 화를 내고 난리를 친다고 해도 절대 그 상황을 어찌할 힘도 방법도 없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심연희의 말에 경장명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당시 신분과 지위가 막강했던 경장명은 국공부한테도 대단한 인물이었으며 국공부 사람들은 경장명을 사위로 둔 것을 너무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낭자에 대한 내 성의와 진심은 정녕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오? 난 이미 경씨 가문과 연까지 끊었다고 하지 않았소? 낭자와 나 사이엔 더 이상 어떤 문제도 없을 것이오. 난 자식을 바라지도 않소. 우리 둘이서만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길 바랄 뿐이오.”이에 심연희가 미간을 확 찌푸렸다.“대감은 정말 한심하고 약도 없습니다!”심연희의 말에 경장명이 갑자기 호탕하게 웃으며 대꾸했다.“하하하하, 한심하고 약이 없는 건 내가 아니라 낭자요!”심연희는 경장명이 드디어 미친 거라고 생각했다. 한편, 경장명은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전생에 낭자는 오랫동안 뱃속에 아이가 생기지 않았소. 난 단지 작은 관원일 뿐이었는데 가문의 대를 이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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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7화

조금 전에 심연희의 반응으로 보면 그녀는 분명 자신이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사실을 매우 신경 쓰는 것 같았다.한편, 경장명의 말에 검오가 어이없다는 듯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당연한 말 아닌가? 승패는 누가 봐도 확실하게 갈렸는데?’한편, 행림각을 나선 심연희는 연못가를 따라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아무도 없는 조용한 구석을 찾아 따듯한 바람을 쐬며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하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진정됐다.그 모습에 명주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누이, 조금 전에 경 대감께서 하신 말씀 말입니다. 전생이라고 하는 그게 바로 누이 꿈속에 나타났던 장면들입니까?”서서히 돌아선 심연희가 명주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명주야, 이제 다 지나갔어.”심연희가 묵인한 것이다.‘그럼 전생에 아씨와 경 대감님이 정말 부부였다는 건가? 하지만 전생이라는 건 도대체 어떤 세상일까?’명주는 생각할수록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도 이내 심연희를 꼭 끌어안았다.“명주가 언제까지나 아씨 곁을 지키겠습니다.”심연희는 그런 명주의 말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전생에 이런저런 힘든 일들이 많았는데 결국 그녀와 명주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선택한 것이다.하지만 이번 생에는 영명하신 여황제가 계시고 국공부도 아무나 괴롭힐 수 있는 몰락한 가문이 아니다. 때문에 그녀는 더욱 굳건하게 잘 살아야 한다.“오늘 일은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거라.”“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누이. 소인은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을 겁니다.”“그리고 내가 전에 너한테 얘기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느냐? 천왕 저하와 서서히 멀어지겠다는 말 말이다.”명주는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난 뒤로부터 심연희가 갑자기 이런 선택을 한 이유를 수천수만 가지 생각해보았지만 그녀가 아이를 낳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건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아씨, 그러지 말고 태의원의 어의들에게 치료를 받으면 안 되겠습니까? 더군다나 아씨는 그동안 그렇게 검사를 많이 받았는데 어떠한 어의도 아씨가 아이를 낳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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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8화

”이천 오라버니?”심연희는 순수한 눈빛으로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이천을 바라보았다. 이천이 입모양을 읽을 줄 몰랐다면, 심연희에게 관심이 많아서 그녀의 입술을 쳐다보자 않았다면 그는 절대 이렇게 예쁘게 웃고 있는 소녀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도대체 왜일까?이천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일단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내 소녀의 손을 꼭 잡으며 물었다.“연희 낭자, 혹시 울었소?”입술을 살짝 오므린 심연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네.”“경장명 그자와는 얘기가 잘 끝난 것이오?”“네, 잘 끝났습니다.”“마음속에 아직 화가 남았소?”이천은 다정하고 따스한 눈빛으로 심연희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 눈빛에 심연희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그녀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제 화가 나지 않습니다.”조금 전에 경장명의 따귀를 두 번이나 때린 것으로 심연희는 이제 전생과 이번 생의 원한을 전부 풀게 되었다.이에 옅은 미소를 짓던 이천이 소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는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팍에 기대게 했다.“참 다행이오.”갑작스러운 행동에 심연희는 마음이 너무 설레었다.“저하,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러십니까?”“보면 어떻소. 남자와 여자는 혼례를 치르기 전에 자유롭게 연애를 하고 서로를 충분히 알아가야 하는 것이오. 우린 천하의 청년들을 위해 본보기가 되어주고 있는 것이오.”가늘고 기다란 손으로 심연희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있는 이천의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다정했다.심연희는 그런 이천을 쳐다보려고 고개를 살짝 들었다가 다시 이천의 손길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천은 심연희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저희가… 자유 연애를 하고 있는 겁니까?”“그렇소.”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가 심연희가 내쉰 한숨소리에 심장이 욱신거렸다. 그건 마치 누군가에게 심장에 꽉 잡힌 그런 숨막히는 느낌이었다.“연희 낭자.”“네.”“폐하께서는 자유 연애에서 남자만 여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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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9화

잠시 생각하던 심연희는 핑계를 생각해서 이만 떠나고 싶었다.“이천 오라버니…”심연희가 말을 꺼낸 순간, 이천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두 손으로 소녀의 얼굴을 꼭 감싸 쥐고는 소녀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렇게 조금씩 발버둥을 멈춘 심연희는 가만히 서서 이천의 입맞춤을 받아들였다.그러다가 점점 숨이 막혀서 이천을 몇 번이나 밀어내고 나서야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심연희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자신의 입술을 살짝 만졌다.그러다가 이천을 힐끔 쳐다보았다.한편, 이천도 양쪽 볼이 살짝 발그레했고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런 이천을 보며 심연희는 그를 탓할 수도 없었다.“이천 오라버니, 이곳은 국녀학입니다!”이리 신성한 곳에서 이토록 풍기 문란한 행동을 하는 건 잘못된 것 같았다.심연희의 말에 이천이 눈을 살짝 깜빡였다. 그도 당연히 이곳이 국녀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심연희가 너무 슬픈 말을 꺼내는 게 더 두려웠던 것이다.이영과 심초운이 했던 말이 떠오른 이천은 이제 더 이상 피동적으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이러다가 경장명의 말처럼 그도 심연희의 사랑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생각에 이천은 곧바로 심연희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는 진지하면서도 절절한 눈빛으로 심연희를 쳐다보며 말했다.“연희 낭자, 내가 잘못했소.”이천의 말에 심연희는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정녕 그 고고했던, 속세에 전혀 물들지 않았던 천왕 저하가 맞단 말인가!이때, 이천이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심연희의 입가를 쓱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사과를 하면서도 심연희에게 너무 예쁘다고 칭찬을 하기 바빴다.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어떻게 해야 천왕 저하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저하와 헤어질 수 있을까?’미간을 살짝 찌푸린 심연희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이천이 곧바로 말했다.“저번에는 연희 낭자가 먼저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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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0화

“알겠소. 내 연희 낭자의 말을 듣겠네.”말을 하던 이천이 심연희의 손을 놓아주었다.이천은 심연희가 그를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렇지 않으면 흠천감에 있을 때, 심연희의 꿈 속 세상에서 심연희가 주동적으로 그에게 입을 맞추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리고 조금 전 이천이 보여준 모습은 예를 어긋하고 변태와도 같았는데 심연희는 그저 얼굴이 살짝 빨개졌을 뿐, 이천을 탓하거나 원망하지는 않았다.그렇다면 이런 심연희는 도대체 왜 그를 떠나려고 하는 것일까?이천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심연희에게 그를 떠날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그 뒤로 며칠 사이에 심연희는 다시 국녀학에 들어와서 지내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을 국녀학의 여학자들과 보냈고 검오가 그녀를 모시러 와도 그녀는 학업이 밀렸다고 하면서 이천에게 찾아가는 회수가 점점 줄어들었다.이 상황을 본 도문군은 의아한 마음에 심연희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지만 심연희는 그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과거시험을 준비해야 한다고 핑계를 댔다.한편, 심교은은 이토록 노력하고 심혈을 기울이는 심연희를 보며 누이가 천왕 저하와 별다른 문제가 없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심교은은 저택으로 돌아갔다가 마침 저택에 찾아와 큰오라버니 물건을 챙기는 초구를 마주치게 되었다. 초구는 누이와 천왕 저하의 혼기가 또 미뤄졌다고 얘기했다.그것도 확실하게 정해진 날짜가 없이 말이다.이건 분명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누이, 천왕 저하와의 혼기는 정했습니까?”심교은이 별다른 생각이 없는 척하며 은근슬쩍 물었다. 이에 흠칫하던 심연희는 이내 급하게 손에 책을 들었다.“누이?”심연희는 솔직히 책 속의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금 전, 검오가 그녀에게 찾아와 그녀를 모셔가려고 했지만 심연희는 또 학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핑계로 검오를 홀로 돌려보낸 것이다.“누이!”심연희가 심교은을 보며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혼례는 당연히 신중하게 좋은 날짜를 골라야 하지 않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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