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심연희도 국녀학으로 돌아왔다. 모든 게 예전과 변함이 없었다.점심시간이 되자 검오가 심연희에게 찾아와 이천과 함께 식사를 하러 원치각으로 모시겠다고 했다.이에 심연희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망설이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그 반응에 어리둥절한 검오는 고개를 돌려 명주를 쳐다보았다.흠칫하던 명주는 이내 고개를 슬쩍 숙여 검오의 시선을 피했다.한참 지난 뒤, 심연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그러다가 연못을 지나칠 때, 심연희는 고개를 돌려 행림각을 힐끔 쳐다보았다.행림각 마당에는 흔들 의자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경장명은 방 안에 있는 듯했다.한편, 원치각에 도착한 뒤, 검오가 명주에게 말했다.“명주 아가씨, 나와 함께 공선소에 가서 점심을 먹지 않겠소?”명주는 곧바로 고개를 슬쩍 돌려 심연희를 쳐다보았다. 이에 심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급하게 천왕 저하와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한편, 심연희의 반응에 명주는 소리 없이 안도의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어쩌면 아씨와 천왕 저하께서는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이때, 이천이 밖으로 나와 심연희를 반기며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오늘 경장명 그자를 만났소?”“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심연희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이천이 다시 물었다.“내가 같이 가주는 건 어떻겠소?”심연희가 경장명을 주동적으로 찾아가지 않아도 경장명이 반드시 심연희를 찾아올 것이다. 이천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차라리 그가 심연희와 함께 먼저 경장명을 찾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심연희와 경장명 사이에 은혜도 있고 원한도 있기에 반드시 두 사람이 이를 확실하게 풀어야 한다.“그래, 알겠소.”방으로 들어서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확 풍겼다. 이천이 탁자 위에 준비된 음식들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건 전부 검오가 망강루에서 사온 음식들이오. 갈비찜도 있고 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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