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희가 상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게 뭐니?”“아, 낙풍이가 방금 가져온 건데, 천왕 전하께서 보내셨다고 합니다.”“이리 가져와 보거라.”“예.”명주는 서둘러 상자를 건넸다. 아씨가 천왕 전하를 마음속으로 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명주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혼인을 거부할 방법을 찾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도 모르게 천왕 전하를 밤낮으로 그리워하고 있으니. 도대체 이게 무슨 악연이란 말인가?“낙풍이 말하기를, 천왕 전하께서는 병부상서이자 감정, 그리고 국자감 제주로서 요즘 매우 바쁘시답니다. 대신들과 함께 시험지를 검토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해요.”심연희가 막 상자를 열자, 안에는 편지 뭉치들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편지 한 통을 뜯어 내용을 읽고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전하께서 이런 연서를 다 쓰시다니.’그녀는 편지를 다시 상자에 넣고 명주를 보았다. “그래서, 요즘 그렇게 바쁘시단 것이냐?”“예, 그렇답니다. 낙풍이 그러는데, 전하께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식사하고 물 마시고 뒷간 가는 것 외에는 온종일 시험지만 검토하시고, 매일 세 시간만 주무신대요. 게다가 그 세 시간마저도 아씨 꿈을 꾸셔야 한다고 합니다.”“……”아니, 낙풍이가 어찌 전하가 무슨 꿈을 꾸는지까지 아는 것일까?명주는 아씨가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계속 말했다. “낙풍이 말하길, 전하께서는 꿈속에서 아씨가 자신을 떠나려는 꿈을 꾸시곤 슬픔에 잠긴다고 합니다. 그 깊은 정은, 듣는 이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할 정도라고…”“……”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가슴에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 느낌은 대체 무엇일까.'게다가, 전하께서 나에게 무슨 인연을 맺어주는 부적 같은 것을 붙였을 리도 없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아씨, 괜찮으세요?”명주는 심연희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는 황급히 다가가 부축했다.심연희는 숨을 두 번 깊게 들이마셨다. “괜찮아, 괜찮아.”그저 이천과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과,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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