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소우연은 태자빈의 자리로 돌아갔다.그녀도 이육진을 배웅할 때, 알게 모르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백의 소녀를 보았다.가녀린 몸매로 보아 아령이 분명했다.그런데 모자가 떨어지고 드러난 완벽한 얼굴은 그녀가 아는 아령의 얼굴이 아니었다.정연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녀 역시 백의 소녀를 아령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드러난 얼굴은 완전히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마마….”정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우연과 시선을 교환했다. 체형으로 보아 아무리 봐도 그녀는 아령이었다.백의 소녀는 모자를 집어 들어 다시 머리에 쓰고 시종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를 떠났다.관람대 위에서 황제는 시선으로 소녀를 배웅했다.평서왕 이남진이 말했다.“형님, 저 아이 참으로 아정이를 닮았지요? 그래서 수양딸로 받은 겁니다. 민수가 저 애를 좋아할 줄 알았으면 양녀로 들이지도 않았겠지요. 세자가 양동생을 첩으로 들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첩으로 들여?”정신을 차린 황제가 물었다.“세자는 아직 혼인 전이라고 했지?”평서왕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저 아이는 출신이 별로라 세자비로는 적합하지 않지요.”“하긴 그렇겠네.”여인의 모습이 사라지자 황제의 얼굴도 음침하게 굳었다.그는 초조하게 관람대를 왔다 갔다 하더니 가슴이 갑갑한지 비틀거렸다.가까이에 있던 수현은 바로 달려가서 그를 부축했다.“폐… 폐하, 궁으로 모실까요?”그는 황제가 화를 내기 직전에 다급히 말을 이었다.“예, 소인 명을 받들겠습니다.”이남진은 일어나서 황제에게 예를 취하고는 미소를 지었다.황제가 아령을 보고 당황할 거라고 이미 예상했다.아령이 이민수의 아이를 회임한 채로 황제의 후궁이 된다면 이육진은 더 이상 황제의 유일한 아들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이육진을 한번 폐인으로 만들었으니 다시 만들 수도 있었다.황제가 다급히 자리를 뜨자 모두가 당황한 사이, 평서왕만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황제는 물론이고 그가 아령을 처음 봤을 때도 왕비를 똑 닮은 얼굴에 적잖이 당황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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