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진이 간석을 손가락질하며 꾸짖었다. “이 태의에게 약을 짓게 하라 한 것은 내 명이었거늘, 그 일도 네가 제멋대로 입을 놀린 것이냐?”간석의 얼굴빛은 마치 돼지 간처럼 어두워졌다. 그러니 그날 밤, 연아가 먼저 그렇게 나섰던 것이구나. 연아는 이미 다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가 다른 여인과 아이를 갖든 말든, 연아는 이해하고 지지할 작정이었던 것이 아닐까. 여인은 질투심이 강하다 하지 않던가? 어찌하여 연아는 이렇게 너그럽단 말인가. 그리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괜히 쓰려왔다. 헌데, 연아는 그날 뒤늦게 상연과 상란의 일을 언급하면서도, 그들을 들이라 하지 않았다.오히려 어떻게 처리할지를 물었고, 결국 두 사람을 내보내자는 말로 귀결되었다. “스스로 가서 열 대 맞고 오너라.” 이육진이 명하자, 간석은 고통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예, 전하의 은혜에 감사하옵니다…”전하 곁을 오랜 세월 지켜온 그였기에, 고작 열 대 곤장으로 끝난 것이었다. 이튿날. 진규는 먼저 본채 앞마당으로 가서 소우연에게 의논을 올린 후, 진영에 소속된 미혼의 남정네 스무 명 남짓을 본채로 불러 모았다.간석은 절룩거리며 흥미가 난 듯 구경하러 왔다. 진우가 물었다. “간 총관, 다리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전날 밤, 간석은 사람들 모두 잠든 틈을 타 조용히 벌을 받으러 갔기에, 진규를 제외하곤 그가 매를 맞은 사실을 아는 자는 없었다. 열 대 곤장이라지만, 사정없는 손길에 그는 제대로 걷지도 못할 지경이었다.간석은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아, 별일 아니네.”그 말과 함께 본채 앞마당 안을 힐끗 바라보았다. 검은 전투복 차림의 그림자 같은 그 남자들, 하나같이 강철처럼 강건한 사내들이었다.오늘, 진규는 일부러 짙푸른 색 옷을 입었다.이전의 검은 전투복보다는 훨씬 젊어 보였다.“위대인은 오늘 제법 젊어 보이는군요.” 간석이 그렇게 말하며, 진우를 돌아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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