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쌍둥이의 백일, 전남편은 눈이 붉어졌다: Bab 11 - Bab 20

100 Bab

제11화

예전의 나는 심사언의 무관심과 냉대 때문에 점점 위축되고 소극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내가 저 사모님들의 터무니없는 말을 반박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여자가 왜 같은 여자를 힘들게 하나’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 걸음 물러선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돌아온 건 배려가 아니라, 끝없는 조롱과 모욕뿐이었다.‘그렇다면, 더 이상 참을 이유가 없지. 좋아, 해보자고.’ 나는 저들의 공격을 참지 않고 반격하기로 결심했다.장 여사와 지 여사는 심사언의 이모와 같은 사교계 모임에 속해 있었다. 그래서 이주현은 내 반격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며 나를 꾸짖으려 들었다. “이봐, 조카며느리,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가볍게 웃으며 이주현을 바라보았다. “적당히 화내세요, 이모님.”“그리고요, 제가 ‘알 낳지 못하는 암탉’이라면, 심사언은 뭐죠? 그리고 이모님은 또 뭐고요?” “그보다, 저한테 뭐라고 하시기 전에, 이모님의 조카부터 검사받아 보는 건 어떨까요?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확인부터 해봐야죠.”내 말에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어차피 심씨 가문은 대대로 후손이 끊기던 중이었잖아요?” “심사언 대에 와서는, 애초에 이어질 후손조차 없을 수도 있겠네요.” 실제로 심사언의 아버지는 바람을 피우며 수많은 사생아를 만들려 했지만, 그 중 단 한 명도 자기 핏줄이 아니었다. 이현주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너... 너...!” 이현주는 내가 감히 심사언까지 그런 식으로 비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했다. 한참을 더듬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너 미쳤구나! 완전히 미쳤어!” 나는 천천히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이모님, 이 정도로 벌써 흥분하시면 안 되죠. 아직 아드님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요?” 이현주의 얼굴이 다시 한번 굳어졌다. 나는 잔잔한 미소를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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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그것도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모욕당하니, 부모님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부모님이 소중한 보물로 여기고 애지중지하는 소아연이 이 광경을 보고는 다급하게 나섰다. 그녀는 여린 목소리로 애원하듯 말했다. “할머니, 화내지 마세요!” “오해예요, 오해하셨어요! 사언 오빠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사언 오빠는 제가 다리를 다쳐서 부축해 준 것뿐이에요!” 옆에서 심사언은 굳은 얼굴로 덧붙였다. “맞아요, 할머니. 오해하신 겁니다. 저는 아연이랑 같이 온 게 아니라, 입구에서 우연히 마주친 겁니다. 그런데 다리를 다쳐서 걷기 힘들어 보이길래 도와줬을 뿐입니다.” “그리고 아연이가 다친 이유는, 남산사에서 기도하면 영험하다고 들어서예요. 특히 생일날 기도하면 더욱 효과가 있다고 해서, 할머니 건강을 빌러 간 겁니다.” “할머니께 정성을 담아 가장 큰 축복을 드리고 싶다고, 한 걸음 한 걸음 절을 하며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지쳐 내려오다 굴러떨어지고 만 거예요. 그래도 할머니 생신 연회에 늦을까 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달려온 거고요.” “아연이는 정말 진심으로 할머니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오해하지 마세요.” 심사언은 그렇게 말하며 나를 쳐다봤다. 할머니께 변명해 달라고, 아연의 효심을 칭찬해 달라는 눈짓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코웃음이 나왔다. ‘내가 예전엔 도대체 어느 정도였길래, 저 인간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당연하다는 듯하는 거지?’ 내가 반응하지 않자, 심사언의 미간이 깊이 찌푸려졌다. 눈빛에는 노골적인 불쾌함이 담겨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아직도 나서지 않고 문제가 커지도록 내버려두겠다는 거야?’ 내 부모님은 소아연이 산에서 굴러떨어졌다는 말에 그야말로 기겁하며 걱정했다. 특히 아빠는, 소아연이 계속해서 ‘병원에 가봤고, 별일 없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당장 그녀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을 것이었다. 소아연의 부상이 심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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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나는 그 두 사람 사이에 분명 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심사언을 너무도 사랑했다. 너무 사랑해서,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아무리 심사언과 소아연 두 사람의 사이가 수상해 보여도, 심사언이 ‘우리 사이엔 아무것도 없어’라고 말하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싶었다. 그래서 더 심사언을 붙잡고, 그 남자를 더 애타게 쫓아다니고, 그 남자를 기쁘게 하려고, 그 남자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썼다. 하지만 심사언과 소아연 사이에서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나는 쫓기는 새처럼 불안에 떨었다. 이번엔 내가 정말 심사언을 잃어버리게 되지는 않을까? 이번엔 그 남자, 정말 내게 돌아오지 않는 걸까?’ 심사언이 집으로 돌아오면, 나는 결국 울면서 그에게 묻고 또 물었다. “자기야, 나 사랑해?” “정말 사랑해?” 그렇게 두려움에 몸서리치던 내가, 평소엔 그렇게도 아픔을 무서워하던 내가, 결국 손목까지 그어가며 심사언이 소아연 곁을 떠나 내게 돌아오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그런 내 아픔과 두려움도, 심사언의 눈에는 그저 ‘내가 또다시 피우는 소란’일 뿐이었다. 그는 내 손목의 상처를 보고도 단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를 걱정하기는커녕, 더더욱 나를 귀찮아하고 혐오했다. 내 다이어리 속의 내 모습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심사언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왜 나에게는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다’라고 단언하면서도, 소아연에게는 연인처럼 구는 걸까?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심사언이 그렇게 행동한 건, 두 사람이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어서가 아니라, 그가 그저 그 관계를 표면적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저 지금의 혼인을 끝내고 재산을 반으로 나누는 이혼이 아니었다. 그가 진짜 원하는 건, 나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것. 즉, 나를 정신적으로 철저히 무너뜨려 미치게 만들고, 결국엔 불의의 사고라도 나게 만들어 내가 그의 아내가 아닌, 그의 ‘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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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니까, 나도 모르게 믿어버릴 뻔했다. ‘정말 한 대 때리고 나서 사탕 하나 쥐여주는 데는 고수라니까. 그러니 예전의 내가 그렇게 쉽게 놓지 못했던 거겠지.’ ‘하지만 난 이제 심사언을 잊었어. 다시는 이 사람에게 길들지 않을 거야.’ 심사언의 말이 끝나자, 현장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모두의 심경이 복잡했다. 분명 심사언 스스로가 아내를 가볍게 여기고 학대하며, 연인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떠받든 건데, 그저 돕고자 했던 그 사람들이 이제 와서 이런 취급을 받을 줄 몰랐다.결국, 심사언에게 이렇게 협박당하고 경고를 들어야 하다니. ‘참...’ 그 사람들은 그저 심경이 복잡할 뿐이었다. 내 의붓여동생 소아연의 얼굴도 순간적으로 싸늘하게 굳었다. 너무나 무서운 표정이어서 뭐라 표현할 말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금세 태연한 미소로 얼굴을 갈아 끼웠다. 아주 진심인 것처럼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언니, 이제 사언 오빠랑 내가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거, 믿을 수 있겠죠?” “언니는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아요.” ‘저 한마디로, 나를 또 정신병적인 망상녀로 몰아가네.’ ‘하지만 난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니야. 그런 말에 휘둘려도 화를 내지 않아.’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내가 오해한 게 아니라, 네가 한 짓이 있어서 그런 거야. 결혼기념일엔 내 남편을 데리고 유럽으로 오로라를 보러 가고, 내 생일엔 내 남편이랑 D국에서 벚꽃비를 맞으러 가고, 밸런타인데이엔 내 남편한테서 장미꽃이랑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았잖아?” “그리고 매번 현장에서 찍은 행복한 사진을 나한테 보내줬고.”“이런 상황이면, 누구라도 오해하지 않을까? 여기 있는 사모님들께 한번 물어볼까? 이 정도면 오해 안 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 “오해인지 아닌지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거야. 그렇게 선을 넘으면서도, 내가 오해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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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이렇게 통쾌한 기분을 느낀 게 몇 년 만인가!아빠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지더니, 참지 못하고 터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아연이는 할머니께 정말 효도하는 아이인데! 아연이도 할머니 손녀잖아요! 이렇게까지 차별하시면 안 되죠!”할머니는 냉소를 흘리며 단호하게 말씀하셨다.“왜 못 해? 내 친손녀는 이설이 하나뿐인데, 내가 이설이 편을 안 들면 누구 편을 들라는 거냐? 너희처럼 머리까지 고장 나서 친딸보다 남의 딸을 더 챙기는 부모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니?”그 말에 아빠와 엄마의 얼굴빛이 복잡하게 변했다. 그 표정에는 할머니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심사언이 여러 차례 해명하고 보호하려 했지만, 이미 분위기는 이전과 달랐다. 아무도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모든 사람이 속으로 그들을 쓰레기 남녀 취급하고 있었다.그리고, 할머니께서 바이오큐어의 20% 지분을 오빠에게 넘기고, 오빠가 정식으로 회사를 맡게 될 것이라고 발표한 후, 나는 조용한 곳을 찾아 숨을 돌렸다.오늘 나는 과거의 나를 위해 통쾌하게 복수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었다고 해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건 아니었다. 조롱 대신 동정이 담긴 시선들도 꽤 불편했다.탁자 위에 놓인 오렌지 주스를 들어 한 모금 마시려던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 절벽에서 떨어지고 나더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네?”소아연의 눈빛은 나를 탐색하는 듯했다. 나의 변화에 대한 이유를 파헤치려는 듯한 시선이었다.나는 그녀를 무시한 채, 가볍게 한 번 흘겨보고는 다시 주스를 마셨다.아마도 내가 이렇게까지 가볍게 넘기고, 철저하게 반격한 적이 없어서일까? 언제나 가련한 척하던 내 동생은 더는 순진한 얼굴을 하지 않았다.그러고는 마침내 본색을 드러냈다.“언니, 설마 사언 오빠가 공개적으로 약속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평생 언니랑 함께할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지?”“언니가 무슨 짓을 해도, 오빠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야. 절벽에서 이미 확실히 깨달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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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하지만 결국, 심사언의 다급한 발걸음도, 물에 뛰어드는 그 순간도, 모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그는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곧바로 소아연을 안고는 재빨리 물가로 향했다. 나를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고, 단 1초의 머뭇거림조차 없었다.정말 모르겠다. 분명 나는 심사언을 잊었고, 그에 대한 사랑도 완전히 지웠는데, 왜 이 순간 가슴이 이토록 아픈 걸까?...우리 오빠는 깊은 수영을 좋아해서, 우리 집 수영장은 처음 공사할 때부터 꽤 깊게 설계되었다. 덕분에 물속에 빠진 나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필사적으로 뭔가를 잡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물속으로 점점 가라앉아 가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언 오빠, 빨리 언니를 구해줘요! 언니를 구해야 해요!”소아연의 다급하면서도 연약한 목소리였다.하지만 곧이어 차갑고 무심한 음성이 들렸다.“신경 쓰지 마. 저 사람은 수영할 줄 알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물속에서 몸이 가라앉으며 공포에 질려 숨이 막혀 오는 그 순간, 그 말이 내 귀에 꽂혔다.‘그래, 맞아. 나는 수영할 줄 알아.’대학교 때 전국 대학생 수영 대회에서 우승까지 했던 내가, 어떻게 이 사실을 잊고 있었을까? 어떻게 물에 빠지자마자 모든 걸 잊고, 공포밖에 남지 않았을까?나는 필사적으로 수영을 해야 한다는 본능을 떠올리려 애썼다. ‘반드시 위로 올라가야 해! 난 죽고 싶지 않아. 그 수많은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버텨냈어. 산 채로 지옥도 견뎌냈는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하지만 아무리 몸부림쳐도, 위로 올라가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대신, 전혀 다른 기억이 떠올랐다.그때, 심사언이 드물게 나를 배려해 바닷가로 여행을 가자고 했던 날.분명 우리 둘만의 여행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소아연을 불러 함께 가도록 했다.나는 화가 나서 해변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밤이 되도록 심사언은 돌아오지 않았다.그래서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를 찾으러 나섰다. 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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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나는 몇 모금 물을 토하고 정신을 차렸다.내가 깨어난 걸 확인한 심사언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대체 무슨 생각이야? 아무리 화난다고 해도 목숨까지 걸 작정이야?”예전 같았으면, 나는 화를 더 키우며 이 남자에게 소리치거나, 고개를 숙이고 겁에 질려 내가 잘못했다고 말했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에게 화를 내지도, 두려움에 사과하지도 않았다.그저 차갑게 남자를 바라보았다. 마치 바깥에 내리는 눈보다 더 차가운 시선이었다.그 차가움에 심사언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모든 걸 내려놓고 나를 꼭 안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그러나 나는 한사코 심사언의 품을 피했다.그리고 옆에 있던 남자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병원으로 데려다주세요.”심사언은 충격을 받은 듯 나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바로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대신, 전혀 일면식도 없는 남자에게 도움을 청했다.그는 내 남편이었다. 한때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내가 그를 외면하는 이유를 그는 알지 못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고이설... 왜 이렇게 변한 거지?’속으로 불만이 가득 차 있던 심사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큰 걸음으로 다가가 나를 구해준 남자를 밀어내고 직접 나를 병원으로 데려가려 했다.그러나 그 순간, 소아연이 갑자기 바닥으로 쓰러졌다.소아연은 원래 몸이 약했다. 바람만 맞아도 일주일 동안 감기로 앓아누울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날씨에 물에 빠졌으니, 당연히 몸이 버텨낼 리 없었다.반면, 나는 원래 건강한 편이었다. 아무리 오늘 상황이 달랐다지만, 내 체력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심사언은 나를 힐끔 보더니 짧게 외쳤다.“기다려, 병원에서 보자.”그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소아연에게로 달려갔다.나는 그가 소아연을 향해 다급하게 뛰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멍청한 고이설! 너 대체 언제쯤 정신을 차릴래?’‘지금 이 상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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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심사언의 맞은편에 서 있는 남자는 깔끔하고 온화한 인상이었다. 그는 심사언의 말을 듣고 가볍게 미소 지으며 정중하게 말했다.“심 대표님, 그렇게까지 감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설 씨가 이미 저에게 고마움을 충분히 표하셨습니다.”심사언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원래부터 자신의 영역에 대해 민감한 성격이었다. 본능적으로 눈앞의 구은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설령 구은호가 자기 아내를 구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말이다.“구 교수님, 앞으로 무슨 일이든 저를 찾아주셔도 됩니다.”그러면서도 심사언은 냉정하게 말했다.“하지만 지금은 제가 아내를 데려가야겠네요.”그는 내 어깨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너무 강한 힘이 들어가서, 원래부터 통증에 민감한 나는 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구은호는 내 불편한 표정을 알아차리고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심 대표님, 그렇게 하시면 이설 씨가 불편해하십니다. 지금 이설 씨는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아요.”구은호의 말에 심사언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미 불쾌했던 얼굴이 더욱 구겨졌다. 그러다 그는 결국 나를 잡은 팔을 약간 느슨하게 했다. 그러고는 차갑게 구은호를 바라보며, 방금까지의 감사 인사는 온데간데없이 날려버렸다.“구 교수님, 제 아내를 구해주신 것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뭐든지 들어드리겠습니다. 다만, 제 아내의 일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심사언의 목소리에는 강한 소유욕이 배어 있었다.예전의 나라면, 그 말을 듣고 ‘혹시 질투해서 그런가? 아직 나를 사랑하는 걸까?’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제는 알았다. 그는 단지 남성으로서 여자 앞에서 자존심이 상했을 뿐이었다. 심사언은 자기 영역으로 생각하는 곳에 다른 남성이 들어오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그저 그런 본능적인 집착에 사로잡힌 사람이었다.구은호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 내 얼굴을 한 번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심사언은 나를 내려다보며, 전보다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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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이제는 심사언과 소아연을 보면 바로 혐오감이 들고, 더 이상 나 자신을 이런 식으로 불쾌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심사언은 어제 일에 대해 본인도 잘못이 있다는 걸 아는지, 크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어제 내가 조금 잘못한 건 인정해. 하지만, 지금 이렇게 멀쩡하잖아. 당신도 알잖아, 아연이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어. 병원에 늦게 갔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었다고.”“어제 모두가 보는 앞에서 확실하게 말했잖아. 아연이와 절대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내 아내는 영원히 당신뿐이라고. 그러니까 인제 그만 좀 해, 응?”“아연이 상황이 너무 급했어. 당신은 김 비서가 집에 데려다줄 테니까 얌전히 있어.”그는 내게 더 이상 대꾸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바로 돌아섰다.남자가 급히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혐오감에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이것 봐, 방금까지 나를 독점하려던 사람이 소아연 때문에 얼마나 다급하게 가는지.’ ‘이런 사람이 어떻게 감히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나는 정말 체면을 지키면서 평화롭게 이혼하고 싶었다. 그런데 심사언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태도, 그리고 가식적인 깊은 애정 연기에 자꾸만 다 까발리고 사이다 복수로 참교육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올랐다.정신을 가다듬고, 옆에 있던 구은호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교수님 보시는 데에서 실례해서 죄송해요.”구은호는 나를 한동안 바라보더니 잠시 고민한 듯 말했다.“혹시 변호사가 필요하면 소개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혼 소송 전문으로 유명한 분입니다.”“네, 좋아요. 그럼 부탁드릴게요.”혹시 모르니까 변호사를 준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언제든 대비할 필요가 있다.“이설 씨,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어요. 예전에 이설 씨가 저를 정지호 교수님께 소개해 주지 않았다면, 저는 연구소에 들어가기 힘들었을 거예요.”남자의 말에 나는 과거를 떠올렸다.나는 정지호 교수님이 가장 아끼던 제자였다. 언제나 자유롭고 즐겁게 살았고, 학문적으로도 탄탄대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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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김은빈이 뒤에 덧붙인 말은 아주 작은 소리로 혼잣말을 한 것이었다. 나에게 직접 한 말은 아니지만, 분명 일부러 내 귀에 들리게 한 것이었다.내 눈빛이 어두워졌다.“김 비서.”“네, 사모님.”김은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오며 대답했다. 그의 말투는 매우 공손했지만, 그 경멸 어린 눈빛이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다.“지금부터, 당신은 해고야. 인사팀에서 N+1 보상금을 지급할 거야. 당장 가서 짐부터 정리해.”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비록 나는 연애에 빠져 학업까지 포기했지만, 머리가 완전히 나빠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모든 투자금을 심사언에게 쏟아붓기는 했지만, 멍청하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회사가 상장될 때 심사언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확보했다.회사의 제2대 주주인 나에게는 사람을 해고할 권한이 있었다.내 일기에는 김은빈이 나를 여러 차례 모욕했다고 적혀 있었다. 내 정신적 고통의 3분의 1은 그에게서 왔다. 상사를 전혀 존중하지 않고, 가스라이팅까지 하는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놔둬야 하나? 연말까지 기다려야 한다고?김은빈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저를 해고한다고요?”“응, 지금부터 해고야.”“사모님, 어제 물에 빠져 정신이 아직 온전하지 않으신 겁니까?”‘이 아줌마, 내가 누구인지 잊었나?’‘나는 심 대표님이 가장 신뢰하는 비서야!’‘그런데 이 아줌마가 감히 나를 해고한다고?’나는 김은빈을 무시한 채 바로 심사언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장 김은빈을 해고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진 지분을 전부 당신 경쟁사에 넘길 거야.”[또 무슨 소란이야?]심사언은 자신의 진짜 연인을 걱정하고 있는 듯했다.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짜증 섞인 톤이었다. “당신 비서가 나를 무시했고, 더 이상 이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아. 내가 보낸 음성 파일 확인하고 3분 안에 답장해.”그렇게 말한 뒤 나는 전화를 끊었다.심사언은 짜증이 난 듯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지금의 고이설의 행동은 점점 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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