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심사언이 버티고, 거부하고, 마지막까지 애써도, 결국 사인하게 될 거라는 걸. 왜냐하면, 그가 그렇게 목숨처럼 아끼는 그 ‘착한 여동생’ 소아연이 지금 수술실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엄마는 소아연이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다는 말을 듣자 거의 실성한 듯했다. 심사언의 팔을 붙잡고, 울먹이며 애원했다.“심 서방... 제발... 제발 좀 살려줘. 아연이 좀... 부탁이야...!” 그 간절함은 거의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와, 저 정도면 연기대상감이네. 이 정도면 진짜 상 줘야겠다.’나도 가끔 정말 궁금하다. ‘소아연은 도대체 무슨 능력이 있길래, 자기 배로 낳은 친딸한텐 그렇게 차갑던 우리 엄마가, 그 애한텐 그렇게까지 살가울 수 있는 거지?’ ‘진심, 인간계의 마법이 따로 없어.’결국, 예상대로였다. 심사언은 고개를 떨군 채, 이혼합의서에 서명했다.그리고 남자의 눈은 피처럼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 마치 악귀라도 들린 사람처럼 무서운 기운이 맴돌았다.나는 서류를 변호사에게 넘기며, 아주 상냥하게 말했다. “왜 그래요, 심 대표님. 당신 정도 능력 있으면, 돈은 앞으로 얼마든지 벌잖아요. 속상해할 필요 없죠.”심사언은 사람이 별로일 뿐, 사업 수완은 인정할 만한 인물이었다.‘솔직히, 그때 내가 처음 투자한 13억, 단 4년 만에 2조 넘게 수익으로 돌아왔으니, 그거 하나로도 본전은 뽑고 남았지.’‘결국, 나도 사업 감각이 나쁘진 않았다는 거네.’그런 내가, 지금부터는 더 자유롭고 더 부유한 삶을 살게 된다는 생각에 심사언을 향한 축복에 조금이나마 진심을 담을 수 있었다.“묵은 인연을 보내야 새 인연이 들어오죠. 심 대표님 미래엔 더 큰 발전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정말, 축하해요.”사실, 이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심사언을 무너뜨릴 생각으로 이 사람의 경쟁자들과 접촉해 보았다. 하지만 그 경쟁자들 역시 믿을 놈은 못 된다는 걸 금방 알게 되었다.‘늑대 피해 호랑이한테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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