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쌍둥이의 백일, 전남편은 눈이 붉어졌다: Bab 31 - Bab 40

100 Bab

제31화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제 일 때문에 화난 거 아니고... 그저...”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사언은 회사에 급한 일이 있다며 급하게 자리를 떴다. 그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나와의 논쟁에서 밀리거나,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때면 항상 바로 자리를 피했다. 나는 언제나처럼 혼자 화를 가라앉히고, 감정을 삭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이 사그라지길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나도 심사언을 포기하지도 못하고, 서러움을 감춘 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는 더 이상 심사언이 이렇게 거리를 두고 나면, 미련 때문에 다시 사랑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심사언이 떠난 후, 그동안 그가 가져온 것들 전부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이어서 물건들을 정리한 뒤 집 안을 소독하고 깔끔하게 치우고 나서, 변호사에게 연락했다. 이혼 소송을 하면 얼마나 승산이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심사언은 요 며칠 속이 쓰려서 술자리를 피했다. 마시지 않는 쪽이 편했고, 마시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나간 후, 그는 어디로 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결국 습관처럼 단골 클럽으로 차를 몰았다. 심사언의 삶은 항상 ‘고이설의 단단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넘칠 정도로 뜨거운 사랑이, 이 남자의 일상을 온전히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단 한 순간도 공허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언제든 뒤돌아보면 ‘고이설’이 있었고, 무슨 일을 하든 걱정 없이 밀어붙일 수 있었다. ‘고이설’은 항상 심사언을 지켜주었고, 그와 관련된 일은 무엇이 됐든 다 감당해냈다. 그런데 지금, ‘고이설’의 사랑이 사라졌다. ‘그렇게 뜨겁고 넘칠 정도였던 사랑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가 있나?' 한순간 심사언은 자신의 삶 전체가 텅 비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나 나를 사랑하던 사람이었잖아. 언제 어디서든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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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심사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옆에 놓인 술잔을 다시 잡고 들어 한 모금 털어넣어 목으로 넘길 뿐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난 형이 형수님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전혀 모르겠어.”“진짜 사랑하면, 절대 저렇게 상처 주지 않아. 근데 형이 형수님한테 하는 거, 전부 다 상처 주는 거잖아.” 송주혁이 한숨을 쉬며 잔을 내려놓았다. “근데... 그렇다면, 사랑하는 거 아니면...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 거지?” 그리고 심사언의 이율배반적인 언행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랑한다고 하기엔 형은 진짜 형수님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줬어.’ ‘아픔, 오해, 배신...’ 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기엔, 심사언이 느끼는 괴로움은 다. ‘대체 뭘까. 형은 형수님을 사랑하는 걸까, 아닌 걸까...' 송주혁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남자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아니, 딱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심사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발신자 이름은 소아연이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저쪽에서 힘없고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갑자기 가슴이 너무 아파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자려고 하면 통증 때문에 계속 깨요. 어젯밤에 물에 빠져서 그런 걸까요?] [오빠, 나 좀 보러 와 줄 수 있어요?] 예전 같았으면, 소아연이 아프다고 하면 심사언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한걸음에 달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아프다고 말하는 소아연의 말이 이상하게도 귀찮게 느껴졌다.심지어 약간 짜증까지 올라왔다. 그 순간, 심사언은 문득 아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당신은 의사도 아니잖아. 거기 가서 뭘 더 하려고?”‘그러게... 내가 간다고 달라지는 게 뭐지? 내가 진통제도 아니고.' 심사언은 피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바빠. 갈 시간 없어. 너무 아프면 장인어른한테 병원 데려가 달라고 해.”심사언이 소아연의 부탁을 처음으로 거절한 순간이었다. 뚝-전화가 끊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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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지안이 날 흘겨보더니 비꼬듯 말했다. “불쌍한 척해도 소용없어!” “이제 마음 안 바꿔. 이미 다 지난 일이야!” 지안은 내가 예전에 사랑에 미쳐 정신을 놓고 살던 꼴을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나를 도무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솔직히 나도 내가 한 짓 알아보고 어이가 없었어.’‘차마 내가 날 용서 못 할 지경이더라.’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최대한 귀엽게 굴며 지안에게 바짝 다가갔다. “우리 지안이, 내가 어떻게 해야 날 용서해 줄 거야?” 지안은 팔짱을 끼고 나를 내려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어디 한 군데 따라와 주면 생각해 볼게.” 그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한 군데가 뭐야! 백 군데라도 따라가지!” 지안은 피식 웃더니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백 군데까지는 필요 없고, 딱 한 군데면 돼.” “어딘데?” ‘대체 어디길래? 그 정도로 화난 네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곳이 있단 말이야?’ 지안은 대답하지 않고 시크하게 말했다. “가보면 알아.” 지안이 말한 곳에 가는 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하지만 차에 내리자마자 지안이 비행기에서 내린 후, 쉬지도 않고 나를 끌고 간 곳을 보고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호스트바?!’그것도... 돈만 주면 원하는 서비스는 뭐든 제공된다는, 그 유명한 하이엔드 호스트바였다.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얼이 빠져 있자, 지안이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여기서 네 스타일인 호스트 하나 골라. 그리고 그이랑 밤새 실컷 놀아봐. 그러면 네가 진짜 사랑 타령에서 벗어났다는 걸 믿어줄게.”나는 입을 떡 벌리고 지안을 쳐다봤다. “뭐야? 싫어?” ‘이것 봐, 역시 너 거짓말이지?’ 지안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팔짱을 낀 채 한껏 비꼬는 표정이었다. ‘얘가 진짜 나한테 상처 많이 받았구나.’ ‘이렇게까지 하면서도 날 믿고 싶어 하는 거 보면, 날 진짜 아끼긴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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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지안이는... 진정으로 날 위하는 친구였다. 날 보면 제일 먼저 내 상처부터 걱정하고, 아파하고, 울어주는 사람. 그렇게 울고 있는 지안을 보니, 내 가슴이 미어졌다. ‘아, 나도 정말 실컷 울고 싶은데...’ 병원에서 혼자 버티던 날들도 떠올랐다. 그 끔찍한 밤들. 진통제 없이는 맨정신으로 도저히 버틸 수 없고, 수면제가 없으면 잠들 수도 없던 나날들. 다른 사람들은 작은 상처만 나도 온 가족이 달려와서 걱정해 주는데, 나는 병상에서 꼼짝도 못 하는데도, 가족 그 누구도 내 곁을 지키지 않았다. 아무도 내 안부를 궁금해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죽길 바라는 사람들뿐이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아팠다. 너무 지쳤고, 너무 외로웠다. ‘정말 펑펑 울어버리고 싶네.’ 하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내가 울면, 지안이가 더 심하게 울 테니까. 그녀는 자책할 게 뻔했다. 나는 대신, 호스트바에서 제일 잘생긴 남자들을 손짓해 불렀다. ‘지나간 고통을 계속 곱씹을 필요 없어. 그냥 잊어버리면 돼.’ ‘의사도 그랬잖아. 이 정도 사고를 겪고도 살아남은 건, 내 시련이 끝났다는 증거라고.’‘이제는 좋은 일들만 생길 거야.’ 아직 울고 있던 지안이도, 잘생긴 호스트들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걸 보자, 눈물이 멎었다. 그녀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와... 우리 취향 통하지? 나도 이 몇 명이 제일 괜찮다고 생각했어.” 나는 피식 웃으며 지안을 안고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곧장 호스트들의 탄탄한 복근을 감상하려던 찰나,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잠깐. 아까 그러지 않았어? 이혼 준비 중이라 조심해야 한다고?”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 개X식이 바람피워서 널 이 꼴로 만들었는데, 만약 네가 바람 피운 꼴이 되면... 완전 빈손으로 쫓겨나는 거잖아! 그건 아니지!” ‘역시 내 친구. 나처럼 계산도 빠르고 현실적이야.’ ‘남자?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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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호스트바.지안이와 내가 한창 신나게 분위기를 즐기고 있을 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병원에서 온 전화였다. [고이설 씨 맞으시죠? 남편 되시는 심사언 씨가 위출혈로 응급실에 실려 왔습니다. 가능하면 빨리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 ‘위출혈? 겨우 그 정도로? 만약 죽을 지경이라고 하면 한 번쯤 가볼까?’ ‘어차피 상속 절차만 잘 처리하면 심사언의 유산 전부 다 내가 받을 텐데,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가서 시신 정리 정도는 해줘도 나쁘지 않겠지.’ 나는 심드렁하게 소파에 몸을 기댔다. 옆에 있던 호스트가 내 입에 포도를 하나 넣어줬다. “죄송한데요, 제가 지금 좀 바빠서요.”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가 가도 의사도 아니고, 별 도움 안 될 텐데요?”“굳이 갈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한 뒤, 나는 간호사가 뭔가 더 말하기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옆에서 호스트의 탄탄한 복근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던 지안이 고개를 돌렸다. “누가 아프길래 병원에서 전화가 와?” 나는 남은 포도를 하나 더 입에 넣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심사언.” 지안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그리고 몇 초 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천천히 엄지를 들어 올렸다. “와... 이제야 확실히 믿어진다. 너 진짜 심사언에 대한 감정 다 사라졌구나?” 지안이가 나를 그렇게 바라보는 이유를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 사람이 ‘아프다’라는 말 한마디에도 나는 눈앞에 있는 일을 전부 내팽개치고 달려갔을 것이다. 심지어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음표 하나만 보내도, 나는 미친 듯이 달려가서 그의 상태를 확인하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위출혈까지 왔는데도, 나는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웃으면서 호스트가 내 입에 넣어준 포도알을 씹었다. 과즙이 살짝 튀었고, 호스트는 급하게 냅킨을 들고 내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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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심사언은 마치 맹수처럼 날카롭게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내 손목을 세게 붙잡았다.“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심사언을 보는 순간, 내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고, 눈살을 찌푸리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뭘 그렇게 소리쳐? 여기가 공공장소인 거 몰라? 당신 지금 정신 나갔어!”심사언은 순간 멍해졌다. 마치 내가 ‘남편’의 위장 출혈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찾아오지도 않고, 오히려 여기서 호스트를 끼고 있는 걸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게 전혀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더니 익숙한 말이라는 걸 떠올렸다. 실은 그는 내가 한 말이 익숙한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예전에 내가 심사언을 위해 칼을 대신 맞고, 극심한 고통과 소아연의 정신적 학대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 내리던 순간, 그 모든 걸 감내하며 간신히 버티고 있을 때, 심사언이 소아연과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거리를 거닐던 그 장면을 목격했다.그때, 그는 분노와 절망 속에 빠진 나에게 외쳤던 말이 바로 내가 조금 전에 한 그 말이었다.심사언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새하얘졌다. 한참 후, 간신히 입을 열었다.“여보, 화는 내도 돼. 하지만 후회할 짓은 하지 마.”나는 눈살을 더 찌푸리며 그를 쳐다보았다.“후회할 짓? 그게 뭔데?”심사언은 대답하지 않고, 내 뒤쪽에 줄지어 있는 호스트들을 차갑게 쳐다보았다.나는 비웃으며 그가 잡고 있던 손을 하나하나 힘주어 떼어낸 후, 무미건조하게 말했다.“난 그냥 정상적으로 일하는 중이고. 본인이 멋대로 다른 여자랑 놀아났다고 해서, 내가 다른 남자랑 있는 것이 당신이 한 짓과 같을 거라고 착각하지 마.”심사언은 내 손을 놓친 채 주먹을 꽉 쥐었다.“그래, 그쪽이 더럽게 생각한다고 해서 다 더러운 건 아니지! 우리, 정말 순수한 관계거든!”그 순간, 탄탄한 복근의 호스트 품에 안긴 지안이 나긋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일부러 호스트의 섹시한 목젖을 살짝 쓰다듬으며 농담처럼 속삭였다.“그렇지? 우리 아주 순수한 관계지?”그 모습은 마치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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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충격이 가시자,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심사언의 눈동자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다. “여보...” 그는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커다란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쓰러졌다. 나는 그저 차갑게 그 광경을 바라보기만 했다. 아무런 감정도,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심사언은 쓰러지는 순간, 짙은 어둠이 시야를 삼켰다. 주변의 모든 것이 흐려져 가는 가운데서도 단 한 사람... 바로 눈앞의 ‘고이설’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또렷하게 보였다.하지만, 그토록 심사언을 사랑했던 여자인 나... 아주 차갑고 무심한 시선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심지어 흔들림 없는 똑바른 자세로, 미련조차 남기지 않고 등을 돌렸다. ‘아, 정말... 이제 나를 버린 걸까.’ 심사언의 심장은 마치 둔탁한 칼로 천천히 저며지는 듯한 통증에 휩싸였다. 그 쓰라린 고통 속에서 그는 결국 의식을 놓아버렸다....심사언은 꿈을 꿨다. 끔찍한 악몽이었다. 꿈속에서, 고이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의 그 눈빛은 믿기 힘들 정도로 차가웠다. 마치 자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이 그저 무의미한 존재라는 듯이.‘이제는 내가 정말 이 여자 눈앞에서 죽는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겠지.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인가.’‘...’갑작스럽게 깨어난 심사언의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여보...” 그는 반사적으로 아내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품에 안고 싶었고, 단 한 번이라도... 하지만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병원의 차가운 하얀 천장이 남자의 시야에 들어왔다. ‘악몽이 아니었네. 현실이었어.’ ‘내 아내라는 여자가... 정말로 나를 내버려두고 갔어...’ ‘자기 눈앞에서 쓰러진 나를 똑똑히 보면서도,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떠나버렸어.’심사언은 몸을 일으켜 침대 머리에 기대었다. 창밖에서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쏟아졌다. 하얀 셔츠 한 장만 걸친 남자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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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구은호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정지호 교수님을 꼭 한 번 만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금세 핑계를 만들어 교수님을 불러냈다.“정 교수님과 같이 식사라도 하는 게 어때요?”그는 내가 당당하게 교수님과 식사할 기회를 만들고 싶어 했지만, 감히 그럴 수 없었다.‘미안해. 그리고 교수님을 다시 뵙는 게 두려워.’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정지호 교수님이 가까스로 나를 잊고 실망감에서 벗어났을 텐데, 나를 다시 만나고 또다시 실망하게 될까 봐 겁이 났다.“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요. 이설 씨, 그동안 교수님께서도 이설 씨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셨어요.”“물론 교수님께서 아쉬워하시긴 했지만, 여전히 이설 씨를 그리워하시는 것 같았어요.”“교수님께서 정말 아끼는 제자라면, 그렇게 오래 화를 내진 않으시잖아요. 저도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니까 제 말을 믿어봐요.”구은호는 작년에 해외 연구소에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런 호의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두려움 때문만이 아니라, 교수님을 어떻게 다시 마주해야 할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냥 멀리서라도 한 번만 보면 돼. 잘 지내고 계신지만 확인하자.’구은호는 더 이상 나를 설득하려 하지 않았고, 결국 포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지호 교수님이 도착했다. 교수님은 여전히 정정했고, 힘찬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내가 기억하기로는 구 교수를 처음 추천한 사람이 이설이었지?”“요즘 이설이와 연락하고 있니?”정지호 교수님은 구은호와 학문적인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나는 본능적으로 손에 쥔 커피잔을 더욱 꽉 잡았다.구은호는 나를 숨겨둔 방향으로 잠깐 시선을 돌리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왜 그러세요, 교수님?”“얼마 전에 이설이에 대한 소식을 들었는데, 이설이는 남편과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고 하더군.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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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정지호 교수님은 나를 깊이 신뢰하고 지지해 주셨다. 나를 위해, 그리고 우리의 연구를 위해, 원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리는 교수님께서 직접 발로 뛰며 실험실을 마련해 주셨다.하지만 나는 심사언 때문에, 연구가 겨우 첫 성과를 내기 시작할 무렵,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떠나버렸다.‘나 자신을 배신했고, 교수님의 믿음과 지원을 저버렸어.’‘정말 죄송해요, 교수님. 너무 죄송해요.’‘...’내가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들으면서 마음속에 계속 자책하고 있었다. “혹시 이설이와 연락이 닿으면, 그 아이에게 전해줘. 실험실은 아직 남아 있으니, 돌아오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교수님의 이 한마디가 내 가슴 깊숙이 박혀, 결국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졌다.교수님이 떠나신 후에도 나는 오랫동안 테이블에 엎드려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죄책감과 후회가 한꺼번에 밀려와 나를 집어삼킬 듯했다.‘그때 나는 정말 어리석었어.’‘이제 와서 후회하다니, 도대체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사랑에 눈이 멀어, 내 모든 것을 저버릴 만큼 어리석었던 지난날이 원망스러웠다....“이설 씨, 인생은 실험과 같아요. 실수를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중요한 건, 그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예요.”언제 돌아왔는지 모를 구은호가 조용히 내 앞에 서서, 손수건을 내밀었다.나는 조용히 그것을 받아 얼굴을 가렸다가, 한참 후에야 손수건을 내려놓고 구은호를 바라보며 웃었다.“고마워요, 교수님. 언제 시간 되면 내가 맛있는 거 대접할게요.”나는 후회할 수 있고, 아파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계속 그 감정에 매몰될 순 없다. 후회와 고통은 깊은 늪과 같아서, 그 속에 빠져버리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힘들 테니까.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내가 저질렀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구은호도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그럼 전 먼저 갈게요. 다음에 꼭 함께 밥 먹어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런데 너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는지,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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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나는 차가운 시선으로 소아연을 품에 안고 서 있는 심사언을 바라보았다.‘역겹네. 이런 사람들 정말 질색이야.’‘입으로는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면서, 행동을 보면 모든 걸 알 수 있지.’심사언은 그제야 자기 품에 있는 소아연을 의식한 듯, 그녀를 급히 내려놓았다. 하지만 정작 소아연의 얼굴은 순간 비참하게 일그러졌다.“아연이가 발을 삐끗해서 병원에 데려가려던 참이었어.”내가 소아연과의 관계를 추궁하면, 심사언은 늘 짜증을 내며 내가 예민하다고 했다. 쓸데없이 의심한다며, 내 시선이 불순하고 더럽다고까지 했다.하지만 지금은? 이제 와서 해명이라도 하려는 건가?“당신이 누구를 안고 어디를 가든 나에게 변명할 필요 없어. 알고 싶지도 않아. 단지 당신이 나를 질책할 자격이 없다는 걸 말하고 싶을 뿐이야.”나는 심사언 때문에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더 이상 심사언과 소아연의 손에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말을 마친 후, 구은호에게 미안하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그 순간, 심사언이 나를 강하게 끌어당기자 나는 그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이 위험하게 번뜩였다.“잊지 마. 당신 아직 내 아내라는 걸!”나는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그래서 어쩌라고? 당신 아내면, 본인은 다른 여자를 마음대로 안아도 되고, 나는 남에게 손 한 번 잡히는 것도 안 되는 거고?”심사언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혀 더욱 강하게 나를 끌어안았다.나는 불쾌하게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밀어냈다. 바로 그때, 소아연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발이 너무 아파요... 혹시 뼈라도 부러진 거 아닐지 모르겠어요.”나는 비웃음을 참지 않고 심사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신이 소중한 동생이 아프다잖아? 뼈가 부러졌다는데, 병원에 안 데려가고 뭐 해? 이러다 영영 못 걷게 되면 어쩌려고?”내 말 속에 담긴 조롱이 심사언의 신경을 건드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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