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호 교수님은 나를 깊이 신뢰하고 지지해 주셨다. 나를 위해, 그리고 우리의 연구를 위해, 원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리는 교수님께서 직접 발로 뛰며 실험실을 마련해 주셨다.하지만 나는 심사언 때문에, 연구가 겨우 첫 성과를 내기 시작할 무렵,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떠나버렸다.‘나 자신을 배신했고, 교수님의 믿음과 지원을 저버렸어.’‘정말 죄송해요, 교수님. 너무 죄송해요.’‘...’내가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들으면서 마음속에 계속 자책하고 있었다. “혹시 이설이와 연락이 닿으면, 그 아이에게 전해줘. 실험실은 아직 남아 있으니, 돌아오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교수님의 이 한마디가 내 가슴 깊숙이 박혀, 결국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졌다.교수님이 떠나신 후에도 나는 오랫동안 테이블에 엎드려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죄책감과 후회가 한꺼번에 밀려와 나를 집어삼킬 듯했다.‘그때 나는 정말 어리석었어.’‘이제 와서 후회하다니, 도대체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사랑에 눈이 멀어, 내 모든 것을 저버릴 만큼 어리석었던 지난날이 원망스러웠다....“이설 씨, 인생은 실험과 같아요. 실수를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중요한 건, 그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예요.”언제 돌아왔는지 모를 구은호가 조용히 내 앞에 서서, 손수건을 내밀었다.나는 조용히 그것을 받아 얼굴을 가렸다가, 한참 후에야 손수건을 내려놓고 구은호를 바라보며 웃었다.“고마워요, 교수님. 언제 시간 되면 내가 맛있는 거 대접할게요.”나는 후회할 수 있고, 아파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계속 그 감정에 매몰될 순 없다. 후회와 고통은 깊은 늪과 같아서, 그 속에 빠져버리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힘들 테니까.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내가 저질렀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구은호도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그럼 전 먼저 갈게요. 다음에 꼭 함께 밥 먹어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런데 너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는지, 갑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