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쌍둥이의 백일, 전남편은 눈이 붉어졌다: Bab 41 - Bab 50

100 Bab

제41화

소아연은 처음부터 내가 이혼을 도우라고 한 것을 모욕으로 여겼다. 그리고 지금 더욱더 모욕감을 느끼며, 나를 향한 증오를 숨기지 않게 되었다.‘고이설, 네가 감히 나를 모욕해? 절대 용서 못 해.’“사언 오빠...”소아연은 애써 감정을 눌러 담고 심사언을 향해 하소연하려 했다.하지만, 심사언은 그녀에게 단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은 채, 나를 들어 올려 그대로 걸어갔다.소아연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고, 분노에 치를 떨었고, 나 역시 격분한 상태였다.‘이 남자가 날 한 번이라도 건드리기만 해도 내 몸 여기저기 소독약을 뿌려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이렇게 나를 안고 가겠다고?’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심사언을 밀어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억지로라도 벗어나려 했지만, 너무 심하게 저항하면 내가 다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이 절망감에 치를 떨던 순간, 구은호가 나타나 심사언 앞을 가로막았다.남자의 커다란 키와 단단한 체격이 심사언과 맞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심 대표님, 이설 씨가 심 대표님의 아내인 건 맞지만, 아내의 의사는 존중해줘야 하지 않습니까?”“비켜요.”심사언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위험했다.그는 원래부터 감정을 억누르고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오만하고 거칠며 자존심이 상하면 무슨 짓이든 할 사람이었다.게다가, 지금은 나에게 뺨을 맞은 상태였다. 구은호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나는 다급히 그를 바라보며 눈짓을 보냈다. ‘괜찮으니까 가세요.’구은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뭔가 말하려 했지만, 내가 계속해서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결국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내 이 행동이 오히려 심사언을 더욱 자극했는지도 몰랐다.분명 구은호가 물러났는데도, 심사언의 표정은 더욱더 험악하게 변했다.나는 심사언이 무슨 짓을 할까 긴장하며 숨을 삼켰다.그러나 그가 한 일은 뜻밖이었다. 바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안은 채로 그대로 걸어나갔다.소아연은 심사언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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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소아연이 자세를 바로잡고 거리를 두자, 김은빈의 눈빛이 잠시 아쉬운 기색을 띠었다.“조사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어요. 고이설은 그렇게 크게 다쳐서 침대에서조차 내려올 수 없었을 테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겠죠.”“제 생각에는, 그렇게까지 다쳤는데도 심 대표님이 한 번도 찾아오지 않으니 결국 완전히 마음을 접어버린 것 같습니다.”김은빈은 ‘고이설’을 별생각 없이 사는 단순하고 머리 나쁜 여자로 여겼다. 그런 무능한 여자가 뭘 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무언가를 계획할 여유조차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소아연의 눈빛은 단숨에 어두워졌다.‘고이설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친 건 맞아.’‘하지만 심사언을 그렇게 사랑했던 애가, 정말로 이렇게 단칼에 포기했다고?’‘이건 말도 안 돼! 분명 입원 중에 무슨 일이 있었을 거야.’‘그래서 고이설이 180도 달라진 거니까.’‘고이설, 너는 분명히 무언가를 꾸미고 있어! 확실해!!’이런 확신 속에서 그녀는 김은빈에게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지만, 이 한심한 놈은 결국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김 비서, 사언 오빠가 너를 곁에 두도록 내가 그렇게 힘을 쓴 이유가 뭐였지? 단순히 아무것도 못 알아내라고 그런 건가?”그녀는 싸늘하게 말한 뒤, 곧바로 목소리를 부드럽게 바꿨다.“고이설이 김 비서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는 거 알지? 그런데 김 비서조차 고이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지 못하면, 나도 김 비서를 지켜줄 이유가 없어. 그리고 김비서는 정말 이 많은 연봉을 포기할 수 있어?”김은빈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가 가장 치욕스러웠던 순간이 떠올랐다. 바로 ‘고이설’이 자신을 무시하며 심사언에게 해고를 요구했던 그때.‘그 하찮고 멍청한 여자가 감히 날 내쫓으려 해?’‘고이설’을 향한 분노에 서서히 김은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고이설에게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는 인간인지, 제대로 깨닫게 해줘야겠어.’그는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연 씨,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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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나는 갑자기 심사언의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정말 죽고 싶으면, 더 빨리 달려. 사고 나서 제대로 죽어. 반쯤 죽은 상태로 살아남아서 고통받는 일은 없도록.”나는 다시는 예전과 같은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죽는 편이 나을 것이다.뭔가 말하려던 심사언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는 아무 말 없이 속도를 줄였다.나는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진짜 웃기는 놈이네. 내가 속도를 줄이라고 하면 안 줄이더니, 죽으라고 하니까 줄이네?’‘예전에도 그랬어. 내가 원할 때는 나 몰라라 하더니, 이제 와서 내가 등을 돌리니까 갑자기 안달이 난 거야?’...차는 빠른 속도로 달려 한 곳에 멈췄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저택이었다.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저택. 가격만 들어도 기가 막힐 정도로 비싼 곳이었지만, 환경만큼은 최고였다.예전 회사 초창기 시절, 나는 고객을 만나러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무심코 한마디 했었다.“여기 진짜 좋네. 이런 곳에서 살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그때는 그냥 지나가는 말이었다. 그런데 회사가 성장하자마자, 심사언은 가장 먼저 이곳을 샀다.그때 우리는 아직 그렇게 여유로운 형편은 아니었다. 이 저택을 사는 대신 그 돈을 다음 프로젝트에 투자했다면, 회사는 훨씬 더 빠르게 상장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는 내가 무심코 한 말을 기억하고, 그것을 실현하고자 했다.“돈은 앞으로 많이 벌 수 있어. 하지만 우리 이설이랑 빨리 행복한 집을 만들고 싶어.”그때 심사언은 그렇게 말했다.나는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역시 남자의 말은 믿는 게 아니었어. 믿었다가 죽을 뻔했잖아.’...집으로 들어서자, 가사도우미 왕자현이 기쁜 얼굴로 달려 나왔다.“사모님, 드디어 오셨네요!”그리고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왕자현은 심사언 곁에 있는 사람 중에서도 유일하게 나에게 따뜻했던 사람이었다.나는 왕자현에게 가볍게 미소를 짓고 몇 마디 주고받았다. 하지만 곧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한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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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심사언은 늘 내게 말했다. 내 마음이 악하다고,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고, 속이 좁다고.그리고 소아연은 내 동생이자, 자기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내가 심사언과 소아연의 사이를 의심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그러나 지금, 내가 그에게 던진 조롱 섞인 시선에 심사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가 과거에 내게 했던 말들이 얼마나 모순적이었는지, 누구보다 그 자신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한참을 침묵하던 그는 결국 짜증이 난 듯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소파 위로 던졌다.“당신은 나와 달라.”나는 비웃음을 터뜨렸다.“어떻게 다르다는 거지? 나도 단순히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것뿐이고.”“당신이 그걸 이용해서 날 정신적으로 조종하고, 고통스럽게 만들고, 미치게 만든 것도 다르다는 거야?”심사언은 남녀 사이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원칙을 어겼다. 그리고 모든 책임을 나에게 돌렸다.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그는 나를 철저히 무너뜨리고 싶었고, 내가 모든 걸 포기하게 만들어야만 소아연과 아무런 방해 없이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 순간, 심사언이 갑자기 한 걸음 다가와 내 어깨를 거칠게 붙잡았다.“당신을 미치게 할 생각은 없었어.”나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며 단호히 말했다.“정말? 그럼 넌 왜 그렇게 했는데? 정말 당신이 소아연을 항상 우선순위에 두고, 날 희생시키면서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몰랐다고 할 수 있어?”심사언은 뭔가 말하려다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심사언, 제발 남자답게 굴어. 이젠 날 놓아줘.”“내가 당신에게 잘못한 게 없다고는 하지 않겠어. 하지만 설령 그랬다 해도, 지금까지 당신한테서 받은 고통이면 충분해. 우리, 그냥 깔끔하게 끝내자.”남자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고통?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해온 시간을 고통이라고 생각해?”“그럼 아니야? 당신은 내가 행복했다고 생각해? 날 사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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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심사언은 나를 아내로 여기지 않으면서도, 부부 사이의 육체적인 관계만큼은 집착했다.이건 전형적인 쓰레기 같은 남자의 행동이었다. 그런데, 과거의 나는 그런 심사언의 행동을 사랑이라고 착각했다.‘정말로 나를 싫어하고, 지겨워했다면 나를 원하지 않았겠지.’‘이렇게까지 나를 갈망하는데, 분명 사랑하는 거겠지.’‘...’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안다. 남자는 사랑하지 않아도 여자를 가질 수 있다. 반면,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몸을 허락한다. 사랑이 끝나면, 손끝만 닿아도 역겨워진다.즉, 남자가 한 여자를 원한다고 해서, 그것이 꼭 사랑한다는 뜻은 아니다....사고가 났고, 그 여파로 기억을 잃은 후, 나는 매일 수면제를 먹어야만 잠들 수 있었다.하지만 이 집에 돌아온 이후로는 감히 약을 먹을 수 없었고, 문을 걸어 잠그고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 새벽까지 눈을 감지 못한 채 버티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그날도 새벽 두 시가 넘어가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양을 세고 또 세다가, 간신히 의식이 나른해지고 몽롱해질 무렵이었다.그때, 코를 찌르는 듯한 강한 술 냄새가 방 안에 퍼졌다.나는 순간적으로 잠에서 깨어났고,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러나 완전히 일어나기도 전에, 거대한 ‘그림자’가 덮쳐왔다.나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침대에 몸이 파묻혔다. 비록 당황한 채 몸부림쳤지만, 상대방의 무게를 이겨낼 수 없었다.그래도 다행히 침대가 푹신해서 완전히 깔려 눕혀지지는 않았다. 심사언은 나를 껴안은 채 몸을 뒤집더니, 나를 품속에 가두었다.나는 공포와 분노로 온몸이 떨렸다.‘망할 놈! 전기충격기를 베개 밑에 둘걸! 침대 옆 협탁에 둔 게 실수였어!’그뿐만이 아니었다.‘대체 이놈은 도둑이야? 해커야? 어떻게 내가 비밀번호를 바꿔도 바로 해제하고, 문을 걸어 잠가도 소리 없이 들어오는 거야?’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그러나 심사언은 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술 냄새 풍기는 입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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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나는 심사언에게 역겹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금 내 몸 상태로는 술에 취한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었다.그래서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날 놔줘. 이렇게 붙잡고 있으면 너무 불편해.”심사언은 내 말을 듣고 조금 느슨하게 팔을 풀었지만, 완전히 놓아주지는 않았다.나는 계속해서 말했다.“다시는 예전처럼 하지 않겠다며? 그럼 자기 진심을 보여줘야지.”“그동안 나한테 준 상처가 얼마나 큰데,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면 내가 바로 용서해야 해?”그가 나를 물에 빠뜨린 일을 후회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죄책감을 더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그 일을 언급했다.역시나, 남자의 팔이 미묘하게 굳어졌다.“일단 날 놔줘. 지금 너무 늦었어. 나 잠 좀 자야겠어.”“정말 나한테 잘해주면, 언젠가 내 상처의 흔적도 조금씩 흐려지겠지.”나는 그를 달래듯 말했지만, 쉽게 용서하겠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애초에 용서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심사언한테 화가 난 게 아니고, 그냥 이 남자가 더 이상 필요 없었다.심사언은 한동안 말없이 나를 껴안고 있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여보... 그냥 안고 자고 싶어. 너무 오랜만인데...”나는 참을 수 없는 냉소를 흘렸다.“왜 오랜만인지 몰라? 내 잘못이라도 된다는 거야?”“심사언, 내가 병원에서 석 달 넘게 입원해 있었는데, 당신 단 한 번도 날 보러 오지 않았어.”“아, 맞다. 한 번 오긴 했네. 근데 날 위로하러 온 게 아니라, 소아연한테 사과하라고 종용하러 왔지?”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할 말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땐 정말 너무 바빴어. 해외 지사 문제에, 공장 사고까지 겹쳐서...”나는 그 말을 듣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비웃음을 터뜨렸다.“아, 그래서 너무 바빠서 날 보러 올 시간은 없었는데, 소아연이랑 술 마시고, 게임하고, 뽀뽀하는 시간은 있었네?”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는 그런 심사언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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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왕자현이 심사언에게 처음 추천한 요리는 토마토 달걀볶음이었다.조리법이 매우 간단하고 실패할 확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냥 토마토를 썰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달걀과 함께 볶으면 그만이었다. 소금만 적당히 넣어 간을 맞추면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음식이었다.하지만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다는 심사언이라는 남자는 이 쉬운 요리마저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게 망쳐버렸다.왕자현은 단칼에 포기했다.‘심 대표 손에 칼을 쥐여준 내 잘못이야.’대신, 실패할 확률이 제로에 가까운 요리를 생각했다.바로, 빵 굽기.심사언은 나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했고, 빵은 재료만 넣고 제빵기의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빵 반죽이 완성되고 구워졌다.빵만큼은 실수할 일이 없었다.왕자현의 철저한 계량 지도로, 심사언은 무사히 빵을 완성했다.그는 내 앞에서 조심스럽게 빵을 내밀었다.“여보, 한번 먹어봐.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견과류가 든 빵이야.”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심사언은 직접 내 입에 빵을 넣어주려 했다.나는 몸을 반사적으로 뒤로 젖히며 남자의 손을 거칠게 쳐냈다.그는 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심사언의 얼굴이 굳었다.그리고 얼굴에 표정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자신이 직접 구운 빵.자신이 아침 일찍 일어나 애써 만든 결과물.심사언은 언제나 모든 걸 쉽게 얻었다. 뛰어난 머리와 뛰어난 외모. 어디를 가든 모두의 이목을 끌었고, 사람들이 먼저 나서서 그를 따랐다.그는 단 한 번도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애쓴 적이 없었다.늘 다른 사람들이 먼저 심사언에게 잘 보이려 아부하며 비위를 맞췄고, 그의 생애 단 한 번도 무언가를 얻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었다. 그가 원하기만 하면, 입을 열기도 전에 누군가 먼저 알아서 내밀며 받아달라고 애원했으니까. 그런 심사언에게 가장 비참했던 순간은 자기 아버지로부터 갑자기 쫓겨나 심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잃었을 때였다. 하지만, 내가 발 벗고 나서서 심사언을 다시 받아들여 달라고 백방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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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심사언의 얼굴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그는 이제야 기억해 냈다. 견과류를 좋아하는 사람이 소아연이었다.왕자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빵을 만들 때도, 자신은 분명 말했으니까.심사언이 견과류를 너무 많이 넣자, 왕자현은 바로 말했다.“제가 그동안 봐온 사모님은 한 번도 견과류를 드신 적이 없어요. 아마 안 좋아하시는 걸지도 몰라요.”하지만 심사언은 단호했다.“아니에요. 이설이는 견과류를 제일 좋아해요.”그가 그렇게 확신하자 왕자현도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나중에 다양한 견과류 요리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나는 견과류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다. 그것도 심각한 수준으로.남편이라는 사람이, 그것도 아내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자기 아내에게 알레르기가 있는지조차 몰랐다?왕자현은 심사언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심 대표... 이정도면 좀 심한 거 아닌가? 이런 심 대표를 동정해야 할까, 아니면 그래도 싸다고 한심하게 여겨야 할까...’나는 천천히 밥을 다 먹고, 심사언을 향해 무표정하게 말했다.“다 먹었어. 올라갈게.”...그날 아침 이후, 심사언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그가 너무 창피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내가 한 말들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아서일까?하지만 그날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심사언의 ‘노력’은 계속됐다.매일 같이 선물과 깜짝 이벤트가 이어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가 보내는 선물들은 하나같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단 하나의 금기 사항도 건드리지 않았다.이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는 정말로 철저히 조사했고, 나를 제대로 파악하려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것들이 뭐 대수겠는가?난 이미 내가 심사언을 얼마나 좋아했던지도 잊었고, 이제 더 이상 이 남자를 사랑하지도, 사랑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가 아무리 수많은 선물 공세를 이어가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나도 주는 선물을 굳이 거절하지는 않았다.나는 심사언이 보내오는 선물들을 아무렇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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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지안은 엄지를 치켜들며 환하게 웃었다.“아주 좋아, 완벽해!”그녀가 말하는 의미를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나는 주변 사람 모두를 기억하면서도, 딱 한 사람, 심사언만 완벽하게 잊었다.‘그러니까, 정말 완벽하지 않나?’나는 머릿속에서 심사언을 깔끔하게 지워냈다.“좋아, 그 개 같은 놈은 인제 그만 잊고,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제대로 즐겨야지!”오늘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공주로 만들어주겠다는 듯, 나는 지안의 팔짱을 끼고 활짝 웃었다.그런데 바로 그때였다.쿵!엄청난 충격음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우리 둘 다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커다란 화분이 우리가 방금 서 있던 자리에 떨어져 있었다.산산조각 난 화분을 보자, 순간적으로 온몸이 얼어붙었다.‘방금 우리가 한 걸음만 늦었어도...’‘이게 머리에 떨어졌다면...’지안도 나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그 화분은 너무나 컸다. 그 무게로 보면, 만약 우리가 맞았다면, 바닥에 산산이 부서지는 건 화분이 아니라 우리 두 사람의 머리였을 것이다.지안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위를 올려다보며 욕이라도 하려던 순간, 두 명의 아이가 허겁지겁 내려왔다.겨우 열두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었다.두 아이는 울면서 필사적으로 허리를 숙이고 사과했다.“죄송해요! 저희가 화분을 옮기려고 했는데... 실수로 떨어뜨렸어요...!”둘의 눈물 어린 얼굴을 보니, 우리보다도 더 겁에 질린 듯했다.하지만 아이들이 어렸기 때문에 더 이상 뭐라 나무랄 수 없었다.“다음부터는 정말 조심해야 해. 이번엔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만약 사람이 맞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아이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우리는 별다른 의심 없이 두 아이를 두고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그 순간, 건너편 도로에 주차된 차 안에서 한 남자가 핸들을 주먹으로 내리쳤다.화분이 우리에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한 듯했다....지안과 나는 의심할 새도 없이 즐겁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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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여보.” 심사언은 정신을 차리고 곧장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러나 그가 소아연 곁을 지나치는 순간, 멀쩡히 서 있던 소아연이 갑자기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심사언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다급하게 소아연을 받아 안았다. 마치 내 존재 따위는 전혀 기억조차 하지 않는 듯했다. 남자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소아연은 나를 향해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 ‘흥, 수작 부릴 줄만 알면 뭐 해. 네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주면 좋겠는데.’ 소아연이 바닥에 쓰러지자, 왕여정이 잽싸게 다가갔다. “아연 언니, 괜찮아? 설마 언니 물건을 빼앗은 그 사람이 너무 심하게 굴어서 그런 건가?” 그리고 울먹이며 심사언을 올려다보았다. “오빠, 우리한테 이설 언니에게 양보하라고 했잖아. 그래서 우리는 다 참고 양보했어. 그런데 이설 언니는 우리에게 너무 심한 거 아닌가?”“아연 언니에게 장민훈 디자이너 작품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면서도 일부러 뺏었어! 그러니까 언니가 이렇게 쓰러진 거 아닌가?” “이건... 이건 아연 언니를 죽이려는 거랑 다를 게 없잖아!” 심사언 품에 안긴 소아연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여정아, 그런 말 하지 마. 이설 언니가 원하는 거라면 다 언니에게 주면 돼. 난 괜찮아...” 그러면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소아연의 표정에 서럽고 힘든 감정이 떠오르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내가 순식간에 악역이 되어버렸다. 마치 난폭하고 거만한 가해자가 된 것처럼. 지안이 나서려 했지만, 나는 친구의 팔을 붙잡고 말렸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지. 더 독해져야 빨리 이혼할 수 있어.’ 심사언은 나를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당신도 알잖아, 아연이가 장민훈 디자이너의 신작이 얼마나 필요한지. 그런데 왜 아연이랑 다투는 거야?” 그는 무언가 떠오른 듯 목소리를 조금 부드럽게 낮추며 말했다. “당신도 아직 화가 난 거 알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연이한테 화풀이하는 건 아니잖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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