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쌍둥이의 백일, 전남편은 눈이 붉어졌다: Bab 1 - Bab 10

100 Bab

제1화

나는 이른 아침부터 낚시하던 한 중년남성에 의해 발견되었다. 남자가 휘두른 낚싯대가 어쩌다 내 몸에 걸리자, 아무리 잡아당겨도 낚싯바늘은 빠지지 않았다. 낚싯바늘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내가 물속에 떠 있었고, 남자는 혼비백산하여 낚싯대도 내동댕이치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나를 물 밖으로 끌어 올렸을 때, 나는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 응급처치에 참여한 의사들은 내가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가족들도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나의 마지막을 준비하러 왔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최악의 상황을 잘 버텨냈고, 결국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추락하는 순간의 고통보다, 병실에서 깨어난 후의 고통이 훨씬 더 끔찍했다. 인간의 뼈는 총 206개인데, 내 경우에는 그중 108개가 부러졌고, 일부는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크고 작은 상처들이 온몸을 덮고 있었고,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지만, 동시에 끔찍한 고통의 연속이었다. 움직이는 것은커녕, 누군가 내 몸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감전된 듯한 통증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간호사가 링거를 꽂기 위해 내 손등을 가볍게 눌러 혈관을 찾기만 해도,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려 환자복이 다 젖을 정도였다. 겨우 링거 여섯 병을 맞고 나서야, 나는 겨우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심사언의 비서 김은빈이 병실로 들어왔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아연 아가씨께 사과드려야 하니, 지금 사모님을 모셔 오라고 하셨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저와 함께 가주시죠.” 나는 침대에 누운 채 미동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김은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머리를 심하게 다쳐서인지, 순간적으로 사고가 멈춘 듯했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었다. “사모님, 빨리 정리하고 일어나 주세요. 괜히 또 대표님 눈 밖에 나지 마시고요. 이번에 아연 아가씨까지 납치된 게 사모님 때문이다 보니, 대표님께서 많이 화나 계십니다. 대표님에게 아연 아가씨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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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바닥에 흩어져 깨진 유리 조각을 본 남자는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조용하던 병실 분위기는 한층 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병원에서까지 화풀이한다고 물건을 던지고 부수고... 도대체 언제쯤 철이 들 거야?” ‘화풀이? 이 사람이 지금 누구 얘기를 하는 거지?’ 그가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문득 무엇인가 떠올린 듯 입술을 다문다. 한숨과 함께 터져나온 말이었다.“아연이가 네 생떼 때문에 퇴원도 못 하고 있어. 오늘 안으로 사과하려 가지 않으면 그녀가 완전히 떠난다니까.”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나를 침대에서 끌어내리려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의 손길을 피하며 외쳤다. “누구세요?! 당신 같은 사람 모른다고요! 손대지 마!”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상처 부위가 다시 찢어질 것 같은 예리한 통증이 밀려왔다.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고이설, 또 새로운 연기법이야?” “연기라니요! 경찰 부를 거예요! 나가 주세요!” 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는 갑자기 내 어깨를 세게 움켜쥐었다. “고이설, 더 이상 이러지 마. 진짜 화낸다!” 그의 손아귀 힘이 너무 강했다.순간, 아직 다 붙지도 않은 내 뼈가 다시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선천적으로 통증에 극도로 예민한 체질이었다. 골절의 고통을 떠올리는 것조차 끔찍한데, 또다시 그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공포가 몰려왔다. ‘너무 무서워.’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하자, 내 입에서 제어할 수 없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는 내 반응에 놀랐는지, 순간 움찔하며 손을 놓았다. 그 틈을 놓칠 수 없었다. 나는 침대 옆 간호사 호출 버튼을 미친 듯이 눌러댔다.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히 병실로 뛰어왔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그들 뒤로 몸을 숨기고,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제발... 경찰 좀 불러 주세요.” 내 말을 듣자마자 남자의 눈썹이 짙게 찌푸려졌다. “고이설,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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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하루아침에 남편이라는 존재가 생겨버린 탓인지, 나는 아무리 침대에 누워있어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가장 친한 친구 지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나는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다. 내가 크게 다쳤다는 걸 알면, 걱정할 게 뻔하니까. 그래서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지안이도 그동안 나에게 연락을 해 오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나는 내 상태를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전화를 걸어 연결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억울함이 밀려왔다. “야, 내가 연락 안 하면, 너는 나한테 평생 연락 안 할 작정이야?”두 달이 넘도록 단 한 통의 전화도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 문자 한 통, 카톡 하나조차 없었으니, 나도 진짜 배신감이 들었다. 나는 지안이 어딘가 산속 연구소에서 연구하느라 연락이 안 됐다든가, 핸드폰이 고장 나서 연락을 못 했다든가, 그런 급한 해명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고이설, 우리 절교한 거, 잊었어?] ‘뭐?’ 나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무슨 소리야?’아까 내게 남편이 있다는 소식보다 더 황당하고 충격젹이었다. 지안,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심지어 내 목숨을 버릴지언정, 절대 잃을 수 없는 친구였다. 그런 우리가 절교라니? “우리가 절교했다고?” 나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지안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우린 절교했어. 심사언 때문이지.]‘심사언?’ 이 이름이 나오는 순간, 내 온몸이 본능적으로 굳어졌다. 그리고 지안은 계속 여러 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나한테 알려주었다.[네 결혼이 애정 없는 사업적 결혼이라고? 아니, 전혀 아니야. 넌 심사언을 목숨처럼 사랑했어.][그리고 심사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했고, 아무런 자존심도 없었어. 연애 감성 끝판왕? 그딴 말로도 설명이 안 돼.] [심지어 심사언이 네 동생 소아연을 사랑하고,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 남자가 네 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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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는 한 달 동안, 나는 가만히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나와 ‘내 법적’인 남편, 그리고 소아연 사이의 관계를 샅샅이 조사했다.나는 심사언과 연애 끝에 결혼했고, 줄곧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믿어왔다.그리고 심사언을 위해 가진 것을 다 쏟아부으며 창업을 도왔고, 남편의 건강을 더 잘 돌보겠다는 이유로 학업까지 포기하고 전업주부가 되었다.그런데 심사언은 날 진심으로 사랑한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했을 뿐이었다. 그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내 의붓동생, 소아연이었다.소아연이 돌아온 뒤, 심사언은 우리 결혼기념일에 그녀와 함께 북극으로 오로라를 보러 갔고, 내 생일에는 그녀와 함께 D국으로 가서 낭만적인 벚꽃비를 맞았다.심사언은 발런타인데이에 소아연에게 장미꽃이 가득한 저택과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면서, 내게는 생색내며 그녀의 선물 살 때 받은 사은품을 던져줬다.그리고 그가 나에게 늘 하는 말은, ‘헛소리하지 마’였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나는 여전히 사랑에 눈이 멀어, 이혼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심지어 속이 다 문드러지면서도 여전히 남편을 위해 애쓰고, 차를 따라 주고, 물을 떠다 주고, 온갖 시중을 다 들면서, 그저 이 결혼을 지키려 했다.결국 이번 납치도, 심사언을 해치려는 적들에게 내가 대신 붙잡힌 것이었다.나는 남편을 지키려 목숨까지 내던졌지만, 그는 소아연을 위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날 죽음으로 내몰았다.간신히 목숨을 건져서 돌아왔는데도, 심사언이 한 말은 ‘아연이에게 사과해’였다.그는 진짜 인간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철저한 쓰레기였다.그런 사람을 목숨 바쳐 사랑하던 어리석은 예전의 나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한 남자를 위해 바닥까지 기고, 목숨과 존엄성마저 내팽개쳤다니...’‘하지만 이제 와서 내가 저지른 바보 같은 짓을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어.’‘이제 저 걸레 같은 놈은 내다 버려야지.’‘두 사람, 하나는 천하의 개쓰레기이고, 하나는 천하의 꽃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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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 순간, 모든 사람이 나를 냉혈한이라고 욕했다. 사람들의 비난 속에서, 나는 나를 도발하는 소아연의 의기양양한 눈빛과 마주쳤다. 소아연이 우리 집에 들어온 이후로, 나는 그녀의 저 연약한 선량함 앞에서 번번이 패배했다. 소아연은 원래 자신에게조차 잔인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과거 나를 모함하기 위해 내 손을 붙잡고 스스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한 달 넘게 병원에 입원했을 때처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쥔 칼로 자기 목을 그으려 했다. 만약 심사언이 빠르게 반응하여 소아연의 손에서 칼을 빼앗지 못했더라면, 정말로 피가 사방에 튀었을지도 모른다. 가끔은 나도 소아연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심사언이 빠르게 막아선 덕분에 소아연이 현장에서 피를 흘리는 일은 없었지만, 칼날이 스치면서 살갗을 살짝 베었다. 그저 병원에 가서 조금만 치료하면 될 작은 상처였지만, 그것조차도 내 남편은 눈시울을 붉힐 정도로 마음 아파했다. 심사언은 소아연을 안아 들고, 차갑고도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 뒤, 단숨에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과거 내가 심하게 다쳐 병원에 누워 있으며, 물 한 잔도 얻어 마시지 못했을 때조차도 내가 쇼한다며 차갑게 외면하던 그 모습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가슴이 습관처럼 아려왔다. “어떻게 너 같은 악독한 애가 내 동생이냐?! 고이설, 분명히 말해두는데, 아연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오빠는 실망과 분노가 뒤섞인 말을 내뱉고는 황급히 뒤따라 나갔다. 오빠를 따라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그 사람들은 나갈 때 일부러 내 어깨를 세게 밀치고 지나갔다. 나는 몇 번은 피했지만, 마지막은 피하지 못했다. 다행히 나는 재빠르게 몸을 뒤로 빼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힘에 밀려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면, 내 몸의 뼈마디가 남아나지 않고 부서졌을 것이다. ‘너무 서둘렀어. 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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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나에게 뭔가 더 모진 말을 말하려던 엄마는, 내 말을 들은 순간 놀라 입을 다물었다. 내가 이렇게 엄마의 이야기를 순순히 받아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엄마와 함께 나에게 벌컥 화를 내려던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의 나였다면 때려죽인다 해도 절대 이혼하겠다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을 것이었다. 나의 뜻밖의 반응에 놀라 충격에 빠진 부모님이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하지만 아직은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아서 움직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굳이 병원으로 가서 사과하라는 말씀은 사양할게요. 심사언이 이혼 서류를 준비하는 대로, 변호사 통해서 저한테 보내주면 될 테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온몸이 땀에 젖어 축축해진 이불은 답답하고 무거웠다. 숨이 턱 막혀오는 기분이 들 정도로.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지금부터 이어질 부모님의 기뻐하는 표정을 보지 않을 수 있었다. 내 부모님은 내가 어떤 아이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내 태도가 장난이 아니라는 걸 금세 파악했다. 심사언과 이혼하겠다는 내 생각은 이번만큼은 진짜였다. 상황 판단이 끝난 순간, 부모님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다정해졌다. “그래, 우리 딸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이제 푹 쉬어. 움직이기 싫으면 가만히 누워 있어도 돼. 엄마가 주미 아주머니를 불러서 너를 잘 돌보라고 할게. 우리 딸은 그냥 쉬기만 하면 돼.” 아빠는 나지막이 웃으며, 내 머리맡에 카드를 내려놓았다. “이 카드에 돈 천만 원이 들어 있단다. 필요한 거 있으면 마음껏 써도 좋아. 부족하면 언제든 아빠한테 말하고. 우리 딸, 아직 젊잖아. 몸부터 잘 회복하면, 너에게 좋은 날은 그때부터 시작될 거야.” 부모님은 몇 마디를 더 덧붙이고는 내가 다른 소리를 할까 봐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부모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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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나는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 사람, 술에 취한 척하면서 나에게 무슨 수작을 걸 생각인가?’ 그런데 그의 반응은 그것보다 더 위험했다. “여보, 나 왔어...” 남자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곧장 나를 향해 몸을 던졌다. ‘미쳤어? 이 덩치가 나를 덮치면, 나는 진짜 뼈도 못 추릴 텐데!’ 나는 본능적으로 옆으로 몸을 틀어 피했다. 쿵! 허공을 가른 심사언의 거대한 몸은 바닥에 그대로 처박혔다. 충격에 바닥이 울렸다. “여보...” 비틀거리며 나를 향해 손을 뻗던 그가, 내가 피한 걸 깨닫고는 순간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뭐야, 저 표정은?’ 마치, 기대하던 사람에게 차갑게 밀쳐진 아이처럼... 진심으로 상처받은 얼굴이었다. 그 모습에 순간적으로 가슴에 살짝 찌르르한 통증이 밀려왔다. ‘이래서 예전의 내가 이 남자를 좋아했나?’ 그때는, 심사언이 저렇게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는 눈빛 하나에 서운한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얼굴, 진짜 반칙 아니야...?” 완전히 내 취향이었다. 너무 잘생겼고, 내가 좋아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얼굴. 그 얼굴로, 과거의 심사언은 나를 미치도록 사랑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한마디만 하면 도시 전체에 불꽃놀이를 터뜨렸고, 몇 시간이고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나에게 한정판 피규어를 사다 바쳤다. 내가 불 속에 갇혔을 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었다. 그래서... 그래서, 나는 그의 사랑을 끝까지 놓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과거의 나였다. ‘인생은 소중하고, 쓰레기는 멀리하기’, 이것이 지금의 내 좌우명이었다. 그리고 나는 ‘남자 불쌍해하면 평생 개털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러니 나는 심사언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지금의 심사언이 아무리 불쌍해 보여도, 한 줌의 연민도 가져선 안 돼.’ ‘이 상태로 두면 언제 깨어나서 사고 칠지 몰라. 그냥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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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나 당신한테 여러 번 말했어. 나랑 아연이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이혼으로 날 협박하지 마. 당신이 아무리 이혼을 들먹인다고 해도, 나는 절대 아연이를 해외로 보내지 않을 거야!” ‘똑같은 말을 또 하다니.’ ‘이제야 겨우 내가 진짜로 이혼하고 싶다는 걸 알았나 했더니, 결국 또 내 잘못이라고? 내가 이혼을 무기 삼아 협박하는 거라고?’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듣고 있자니, 나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기 힘들었다. 나는 다시 한번, 아주 진지하게 심사언을 바라보았다. “심사언, 나 장난치는 거 아니야. 이혼을 협박 수단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소아연을 해외로 보내려 하는 것도 아니야.” “나는 진심으로, 정말로, 간절하게 두 사람이 잘되길 바랄 뿐이야!” “정말 보여줄 수만 있다면, 내 심장을 꺼내서 보여주고 싶어.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 당신 눈으로 직접 보게 하고 싶다고!” 심사언의 몸 옆으로 힘없이 내려져 있던 손이 갑자기 단단하게 쥐어졌다. 손등의 핏줄이 선명하게 튀어나왔다. ‘예전에도 고이설은 나한테 이렇게 말했어. 자기 심장을 꺼내서 보여주고 싶다고. 자기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가 직접 보게 해주고 싶다고.’ ‘그런데 지금, 또 저렇게 말하는구나. 자기 심장을 꺼내서 보여주고 싶다고. 자기가 나랑 아연이를 얼마나 진심으로 축복하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해주고 싶다고.’ ‘참, 사람 약 올리는 데는 타고났다니까?’ ‘분명 아연이한테 상처를 준 건 고이설인데...’‘아연이가 돌아온 후에도 고이설은 끊임없이 문제를 만들었어. 처음에는 그냥 감정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점점 더 심해졌다고.’ ‘그래도 나는 한 번도 강제로 사과를 요구한 적 없었어.’ ‘이번에도 마찬가지잖아. 하지만 고이설은 이혼을 무기 삼아 나를 몰아붙이고, 아연이한테는 차라리 죽으라고까지 했어.’‘그것도 모자라 장인, 장모님께 찾아가서, 두 분이 진짜로 딸이 이혼을 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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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별거 아니야, 그냥 작은 상처야.” 심사언은 조용히 손을 빼고 소아연에게 선을 그었다. 소아연의 눈에 스치는 싸늘한 기운. 하지만 그건 한순간뿐이었다. 다시 심사언을 바라보는 소아연의 눈에는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걱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오빠, 우선 가서 손부터 치료해야겠어요.” “괜찮아. 널 먼저 송 교수님께 데려다줄게.” 내 부모님은 심사언이 소아연을 이렇게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고 묘한 감정이 스쳤다. 자신의 상처는 뒷전이고, 오직 소아연만 챙기는 모습. ‘하아... 그 일만 아니었으면, 사언이가 양설이와 이혼하고 아연이랑 잘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네...’ 그리고 이 모든 게 다 친딸인 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자, 부모님은 나를 더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갈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결국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양설아, 사언이가 아직 그 마음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걸 알아서, 그래서 그렇게 쉽게 이혼하겠다고 나선 거지?]나는 무슨 말로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너, 정말 독하다! 친부모를 이렇게까지 가지고 놀아?] [하지만 그게 사실이면 어쩔 건데? 네가 평생 사언이 옆에 있어도, 사언이 마음속에는 네가 없어! 넌 영원히 방패막이에 불과하다고!] ‘방패막이? 그게 무슨 뜻이지?’ 나는 엄마에게 무슨 뜻인지 묻고 싶었다. ‘심사언이 넘지 못하는 벽이 뭔데?’ 하지만 아빠는 내게 질문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전화를 낚아채더니, 단호하게 명령했다. [고양설! 이 독한 것! 넌 우리 집안 딸일 자격도 없고, 앞으로 우리 집안의 그 어떤 것도 물려받을 자격은 더더욱 없어!][내일 당장,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네 할머니가 가진 지분을 아연이한테 넘기도록 해!] [그걸로 아연이한테 사죄의 뜻을 보이라고!] [실패하면, 앞으론 우리를 부모라고 부르지도 마!] 그리고 아빠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솔직히... 나도 더 이상 내 친부모를 ‘부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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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밤이 깊어져 가면서 클럽은 점점 더 시끌벅적해졌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번쩍이고, 술과 음악이 난무하는 공간이었다.송주혁은 고객과 함께 VIP룸으로 향하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뒤에 따라오던 비서에게 동행한 고객을 먼저 룸으로 안내하라고 지시한 후, 옆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그는 심사언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 오늘이 한민숙 어르신 칠순 아니었어?” ‘오늘 같은 날, 형님이 왜 생일연회에 안 가고 여기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거야?’ 심사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테이블 위의 술잔을 들어 또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송주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야, 아직도 형수님한테 화난 거야?” “형수님도 참, 이럴 때는 형을 좀 달래줘야지. 오늘 같은 날, 형이 같이 안 가주면 형수님이 얼마나 민망하겠어?” “한민숙 어르신의 칠순 연회는 Y시 상류층이 전부 모이는 자리인데, 형이 남편으로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형수님 체면이 뭐가 되겠냐고.” 심사언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혹시라도...’ 하지만 화면은 여전히 깨끗했다. 부재중 전화도, 읽지 않은 메시지도 없었다. 심사언의 얼굴이 더더욱 굳어졌다. 실은 어제 그는 나와 그렇게 싸우고 나온 후, 계속 내 전화를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이 우리 할머니의 칠순이니, 내가 평소처럼 할머니의 기분을 위해 그에게 연락을 해올 거라고 생각했다. ‘고이설, 나한테 와서 사과하고 용서를 빌면서 같이 연회에 가자고 하지 않을 생각인 건가?’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잖아?’‘고이설, 넌 할머니를 누구보다 아끼잖아. 할머니가 걱정하시는 걸 제일 싫어하잖아.’ ‘그런데도, 이런 날에 끝까지 버티겠다는 거야?’‘오늘은 단순한 가족 행사도 아니고, Y시 상류층이 전부 모이는 큰 연회야. 남편인 나 없이 홀로 참석하면, 사람들한테 무슨 소리를 듣겠냐고.’ ‘설마 체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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