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쌍둥이의 백일, 전남편은 눈이 붉어졌다: Bab 61 - Bab 70

100 Bab

제61화

“고이설... 만약 가능했다면, 정말... 당신을 내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심사언은 그렇게 말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엔 말로 다할 수 없는 깊은 상처가 담겨 있었다. 마치 내가 그를 파멸시킨 장본인이라도 되는 양이었다.남자의 눈빛은 절망에 가까운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그 눈빛에, 내 가슴 한구석이 아주 잠깐... 조금 저릿했다. ‘그래서 어쩌라고?’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나도... 정말... 그랬으면 좋았겠네.”이 말은, 진짜 진심이었다. ‘만약 심사언을 만나지 않았다면, 난 지금쯤 실험실에서 꿈을 좇으며 살아가고 있었을 거야.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지금처럼, 영혼까지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여기 서 있지는 않았겠지.’내가 그렇게 담담하게 ‘나도’라고 대답하자, 심사언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거의 광기에 가까웠다.“그래. 좋아. 당신 진짜... 대단하다.”심사언이 기억하는 ‘고이설’은, 온 마음 다 바쳐 자신을 사랑하던 여자였다. 그 어떤 일도 감수하며, 그를 위해선 무슨 일이든 나서서 했던 사람.그런데 이제, 그 사랑이 식고 나니, ‘고이설’은 그 ‘예전의 자신’조차 혐오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이 여자는... 정말 애초부터 마음이 없었던 걸까? ‘그 사랑도... 그 애정도... 전부 연기였던 걸까?'그는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지켜주려 했던 사람에게, 자신이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은 몰랐기에... 나는 그런 심사언의 망가진 눈빛을 보며, 잠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스스로를 다잡았다. ‘됐어. 감정 낭비하지 마. 지금 중요한 건, 이혼이 확정됐다는 거야.'남자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고, 입술은 차갑게 굳어졌다. 심사언은 아주 단호하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아침 8시 반. 가정법원 앞에서 봐. 지금 당장... 꺼져.”‘그래. 나만 마음 접는 거 아니야. 나도 할 수 있어. 이판사판이니까.’심사언의 마
Baca selengkapnya

제62화

Y시는 북쪽에 위치한 도시답게, 겨울이 유난히 매서웠다. 특히 오늘처럼 눈까지 오는 날은 뼛속까지 시릴 만큼 추웠다.나는 안에는 기모 내복을 몇 겹이나 껴입고, 온몸에 핫팩을 붙인 다음, 그 위에 얇은 경량 패딩 조끼를 입었다. 심지어 마지막엔 발목까지 오는 롱패딩까지 껴입었지만, 여전히 계속 몸이 덜덜 떨렸다. 난 원래도 추위를 탔지만, 다친 이후로는 더 심해졌다. 그런데도 오늘은 기분이 너무 좋아서 노래라도 흥얼거릴 기세였다.가정법원 앞에 도착하니 아직 약속 시간까지 여유가 있으니, 나는 바로 가정법원 옆 카페로 들어갔다.그리고 창가 좌석에 자리를 잡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샌드위치를 시켜 아침을 대신했다. 밖에 흩날리는 눈을 보며 조용한 아침 식사를 즐겼다.이상하게... 난 추위를 싫어하면서도, 눈 오는 날을 정말 좋아했다. ‘이런 날, 이런 나쁜 결혼을 끝낼 수 있다니, 이건 신이 주신 최고의 시작이야.'식사를 마칠 무렵, 창밖에 검은 외제차 한 대가 멈췄다. 심사언의 차였다.그는 차 문을 열고 조용히 내렸다. 내가 여러 겹 껴입고 부피감 있게 떨고 있는 것과 달리, 그는 몸에 꼭 맞는 블랙 코트 하나만 입고 있었다. 넓은 어깨와 슬림한 허리선이 선명히 드러나는 실루엣. 길고 곧은 다리, 단정하게 정리된 헤어, 거기에 하얀 눈이 흩날리는 장면 속에서, 남자는 마치 영화 속 한장면을 찢고 나온 주인공처럼 완벽했다.‘진짜, 잘생긴 거 하나는 끝내주지... 이런 외모면, 몇 번을 더 사랑해도 이상하지 않아.'비록 우리는 곧 이혼하겠지만, 이 남자의 뛰어난 외모는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지나가던 사람들도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멈췄다. 누군가는 그저 멍하니, 누군가는 몰래 사진을 찍으며 그의 미모에 감탄했다.나는 가볍게 웃으며 목도리를 여미고, 핸드폰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밤을 새웠음에도, 내 몸은 이상하리만큼 멀쩡했다. 하지만 하얀 피부 아래로 번져 있는 다크서클 덕분에 내가 제대로 쉬지 못했다
Baca selengkapnya

제63화

그 남자는 말끝을 흐리며 내 손목을 잡아끌려 하자,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 ‘이런 식의 상황극, 정말 질색이야. 나를 도구처럼 엮지 마.’하지만, 내가 반응할 새도 없이 심사언이 먼저 나를 확 끌어당겨 자신의 품 안으로 감쌌다.그리고 목소리는 살얼음 같았다. “꺼져.”말을 걸던 남자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 심사언의 싸늘한 눈빛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 눈빛과 기세에 눌려, 본능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당황한 듯 그 남자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럴 거면 도대체 왜 이혼한 거냐고. 같이 살아야지 그냥.”주변 사람들도 심사언의 반응에 이상한 눈빛이었다.“아니, 그렇게 아까우면 대체 이혼은 왜 한 거야...?”“그래. 내 말이... 저렇게 계속 얽힐 거면 그냥 안 헤어지는 게 낫지 않았나...?”“그만해. 남의 일인데, 우리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심사언이 나를 안고 있는 그 자세 때문에 나는 괜히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이 인간...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나는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남자를 손으로 밀어냈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돼.”심사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고, 내 손이 닿자마자, 그 감정이 그대로 표정에 드러났다.사람들은 또 눈치채기 시작하며 또 시선이 곧장 내게로 향했다. “아, 저 남자가 아내를 버린 게 아니라, 아내가 먼저 이혼을 요구한 거구나.”“저런 잘생긴 남자, 저런 분위기... 진짜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든 정도인데...”“대체 왜 저 남자를 버리는 거야?”“...”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나는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숙였고,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열었다.‘맞아, 내 잘못이지. 잘생기고, 돈 많고, 능력까지 있는 남자 하나 놓쳤다고 쳐...’ ‘근데 그게 어때서... 내 인생이 더 중요하잖아.'그 순간, 심사언의 몸에서 싸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이어서 시선이 내 핸드폰 화면에 꽂히는 게 느껴졌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
Baca selengkapnya

제64화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이젠 진짜 짜증 난다...’하지만, 아직 이혼을 확정하려면 시간이 남은 상황. ‘그래, 지금은 참아야지.’심사언은 한참 나를 바라보더니,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결국엔 다시 이전의 ‘심사언스러운’ 태도로 돌아갔다.“당신... 만약 지금이라도 후회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다시 기회를 줄 수 있어. 처음 잘못한 건 나니까.”그 말투엔 아직도 자신이 ‘베푸는 사람’이라는 알량한 자존심이 배어 있었다.“그런데, 그때처럼은 안 돼. 아연이에게는... 사과해야 해. 아무리 화가 나도, 사람 생명이 걸린 순간엔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안 되잖아.”‘와, 또 시작이다. 어디서 이렇게 기가 막히게 타이밍마다 소아연을 들먹이나.’심사언은 아직도 어제 일을 마음에 담고 있었다. 설령 내가 피를 안 준 건 그렇다 쳐도, 그걸 핑계로 이혼까지 받아냈다는 것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눈치였다.“아연이가 죽을 뻔했는데, 당신은 무심했고, 나는 그게 너무 실망스러웠어.”“근데 오늘 당신을 보니까... 다시 마음이 흔들려서 이 말 하고 싶었어.”“...”실은 그때 병원에 내가 있었을 때, 심사언은 정말 화가 많이 나 있었다.‘고이설’이란 사람을 아예 몰랐으면 좋았을 거라고, 다시는 보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오늘 나를 다시 보자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결국 처음 잘못한 건 자기였다는 생각이 들자 그 많던 화가 다 사라졌고, 내가 이혼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바꾸면, 그냥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과거 일은 서로 덮고, 다시 시작하자고. 앞으로는 잘해보자고.심사언도 가끔은 자기 자신한테 화가 났다.‘고이설’이 그렇게까지 했고, 한 사람 목숨까지 무시할 정도로 차갑게 나왔는데도, 그런 일을 겪고도 ‘고이설’한테 또 기회를 주고 싶어 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아직도 날 놓지 못하고 있으니까.하지만, 내 눈에 심사언은 여전히 자기가 ‘기회를 주는 입장’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런 심사언을 보며 속
Baca selengkapnya

제65화

“언니... 사언 오빠가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온 줄 알아요?”소아연은 애처롭게 말하며 내 팔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 손이 내 팔에 닿기 직전, 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낮게 말했다.“소아연, 너는 내가 뭘 쥐고 있는지... 잊었나 보네. 한 마디만 더, 한 발짝만 더 다가오면... 너는, 그 자리에서 끝장이야.”그 말에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더 창백해졌다. 입술이 떨릴 만큼 겁먹은 표정. 말을 잇고 싶은 듯했지만, ‘그 영상’이 떠올랐는지, 소아연은 결국 입을 닫았다.나는 그 말의 수위를 조절했다. 굳이 큰 소리로 말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 이혼 진행 중인데 괜히 말 섞었다가 나만 피곤하지 뭐.’부모님은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했지만, 소아연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 걸 보고는 오히려 더 격분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양설아, 또 아연이에게 뭐라고 한 거야?!”나는 네 사람이 더 말하기 전에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엄마, 아빠. 두 분은 심 서방이 아연이랑 결혼하길 바라죠?”“그래서 내가 가진 재산이 아예 그쪽으로 흘러가길 바라는 거니까요.”“그런데, 만약 심 서방이 아연이가 아니라 다른 여자랑 결혼하면요?” “그때는? 그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걸 다른 여자한테 넘기는 셈이잖아요.”“반면, 나는... 그래도 두 분의 ‘딸’이니까. 아무리 사이 안 좋아도, 법적으로 내가 부모님 부양 의무가 있잖아요.”“하지만 다른 여자는, 두 분한테 ‘엄마, 아빠’라는 말 한 번도 안 해요.”그 말에 부모님 둘 다 잠시 말을 잃었다.“이설아...” 오빠가 무언가 말하려 하자, 나는 곧장 그의 시선을 향해 말했다. “오빠, 혹시 내가 빈손으로 나오길 바란 건 할머니 지분 때문에?”“그 지분, 아직 다 안 넘겨주셨어.”그 말에 오빠는 입을 다물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나를 노려봤지만, 기세는 순식간에 꺾였다. ‘내가 그걸 들쑤시고 나올 줄은 몰랐겠지.’결국 처음의 분노는 무력하게 식
Baca selengkapnya

제66화

송주혁은 심사언을 보며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대체 사언 형의 진심은 뭐지?’단지 송주혁뿐만이 아니었다. 룸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심사언이 아내를 사랑한다고 하기엔, 평소에 아내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가벼웠다. 그 영향으로 심사언의 친구들 모두 자연스레 ‘고이설’을 무시하게 되었다.하지만 막상 아내를 험담하는 말이 나오려 하면, 가장 먼저 이를 악물고 날카로운 눈빛을 던진 사람도 심사언이었다.그리고 지금, 이혼하겠다는 아내의 말에 심사언은 물 대신 술로 자신의 몸을 채울 생각인지 끊임없이 술을 들이켜며, 당장 위에 구멍이라도 나기 직전이었다. 심사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입을 열면, 자신이 그동안 절대 들춰내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 쏟아져 나올까 봐. 그가 아무 말도 없이 술만 들이켜자, 보다 못한 누군가가 결국 소아연에게 연락했다. 소아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그녀는 비틀거리는 심사언을 보자마자 뛰어들 듯 그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사언 오빠, 왜 이렇게 마셨어요? 제발, 그만 마셔요.”‘오빠?’ 송주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소아연이 심사언의 손에서 술병을 빼앗자, 신기하게도 심사언은 다시 술을 들지 않았다. 송주혁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아연에게 인사만 간단히 건넨 후 룸을 나섰다. 그는 원래 소아연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심사언을 단숨에 진정시킨 그녀에게, 사람들은 노골적인 찬사를 보냈다. “역시 아연 씨밖에 없네요.” “심 대표님이 아끼는 이유가 있지!”과도한 찬사에 소아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이미 그 자리의 주인공을 보는 듯한 눈빛을 즐겼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 원래는 심사언을 집으로 돌려보내려 했던 소아연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를 바라보다가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이건 기회야...’ ‘절대 다시는 오지 않을
Baca selengkapnya

제67화

침대 위에 누운 심사언은, 술에 취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지금 이 순간, 더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남자의 몸은 이미 이성을 놓은 듯 반응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여자의 몸을 본능적으로 끌어안았다. ‘뜨거워. 미쳐버릴 것 같아.’ ‘그냥 다 찢어버리고 싶어. 옷이든, 뭐든, 전부...’ 하지만 그 순간, 코끝을 스치는, 익숙하지만 낯선 향기. 순간 심사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향기는... 아내의 향기가 아니었다.‘이 냄새, 지금 이 여자는... 이설이 아니야.’ 다음 순간, 심사언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팔에 안겨 있던 여자를 거칠게, 그대로 밀어냈다. 쿵!소아연의 몸이 침대에서 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술에 절어서 정신이 흐릿해졌어도, 심사언의 뇌리에는 늘 같은 생각이 맴돌았다. ‘이설은 냄새에 예민해. 내 몸에 다른 여자의 냄새가 남아있으면... 다시는 날 안 받아주겠지.’ 심사언은 알고 있었다. 아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디까지가 아내의 한계인지. 그리고 가장 잔인하게 늘 그 경계선에 머물렀다. 단지 아내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며, 아내가 견딜 수 있는 한계 위를 마치 장난이라도 하듯 잔인하게 짓밟고 있었다.그것이 심사언이 사랑을 소모하는 방식이었다. ...한편, 바닥에 내팽개쳐진 소아연은, 순간적으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하지만 몸속을 휘젓는 불꽃은, 그녀의 이성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있었다. “사언 오빠... 나... 너무 힘들어...” 간신히 목소리를 짜낸 소아연은, 떨리는 손으로 몸을 일으켜 다시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중심을 잃은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또 한 번, 강하게 부딪혔다. 온몸이 나른했고, 머릿속은 점점 뜨거워졌다. “오빠... 제발...”심사언은 소아연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몸을 일으킬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손끝으로 핸드폰을
Baca selengkapnya

제68화

오랜 시간 놓아버린 것을 다시 붙잡는 것, 특히 공부 같은 일은 마음처럼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좀 더 진심을 담아, 그리고 당당한 자세로 정지호 교수님을 찾아가기 위해, 지안을 배웅한 뒤, 나는 다시 바쁘게 공부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희귀한 전공 서적은 온라인에서도 구하기 힘들어서, 나는 자연스레 시립 도서관에 틀어박히게 됐다. 그리고 폐관 방송이 나올 때까지 자리에 앉아있던 날들이 이어졌다. 도서관 문을 나서면, 습관처럼 길 건너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엔 ‘십리향 만둣집’이 있었다. 이 가게는 거의 십 년 넘게 그 자리에서 주인 부부가 매일 아침 직접 빚어서 파는 만두는 언제나 신선하고 맛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도서관에서 나와 이 집에서 따뜻한 만둣국 한 그릇 먹는 게 내 겨울 저녁의 소확행이었다. 그 뜨끈한 국물 한 입만 목으로 넘기면, 세상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신호등 앞에서 파란불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꺼내려는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세게 밀쳐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에 내 몸이 앞으로 휘청했을 때,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몸이 앞으로 쏟아지는 동시에, 빠르게 달려오는 차량이 시야에 들어왔다. ‘안 돼... 안 돼!! 이럴 수가, 지금 나 진짜 죽는 건가?!’ 몸을 비틀어보려 했지만, 요즘 운동도 안 해서 굼뜬 내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죽음을 직감한 순간, 누군가 단단하고 따뜻한 품 안으로 나를 잡아당겨 안아 극적으로 나를 구해냈다. 순간 코끝을 스치는 건 서늘한 솔향기. 눈을 뜨지 않아도, 날 구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괜찮아요?” 낮고 깊은 남자의 목소리. 마치 첼로처럼 깊게 가라앉은 저음의 목소리가 묘하게 가슴을 울렸다. ‘이 사람만 있으면, 뭐든 괜찮을 것 같아. 정말... 너무 든든해.’“괜찮아요. 조금... 다리에 힘이 빠져서...” 진짜 죽을 뻔했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여전히 아찔한 상태로 다리가 후들거렸다.
Baca selengkapnya

제69화

아이 둘이 동시에 울음을 터뜨리자, 근처에 있던 교통경찰까지 출동했다. 경찰은 상황을 파악한 뒤, 진지한 얼굴로 두 아이를 나란히 세워놓고 훈계했다.“횡단보도 앞에서 장난치면 안 되는 거, 알지? 특히 신호등 있는 교차로에서는 절대 장난치면 안 돼! 이건 정말 위험한 행동이야!”아이들은 작은 새처럼 잔뜩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잠자코 경찰의 훈시를 들었다.물론 오늘 일은 위험천만했지만, 다행히 난 다친 데 없이 무사했고, 사건도 단순한 사고로 분류되었다. 두 아이가 아직 미성년자인 만큼, 교통경찰의 훈계로 사건은 마무리되었다.‘휴... 진짜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십리향 만둣집’에 도착해 따끈한 만둣국 한 그릇을 비우자 비로소 바닥에 툭 떨어졌던 내 심장이 제자리를 찾았다. 속이 따뜻해지자 그제야 내 마음도 좀 진정됐다.‘하마터면 이 만두도 못 먹을 뻔했잖아... 나 진짜 올해 운세가 왜 이렇게 안 좋지?’이쯤 되면 진지하게 절에 가서 부적이라도 받아야 하나 싶었다.‘올해는 진짜 너무하네...’‘절벽에서 떨어져 바위에 부딪히고, 물에 빠지고, 화분에 맞을 뻔하고, 차에 치일 뻔하고...’‘살다 살다 이렇게 재수 없는 해는 또 처음이네!’‘진짜 죽을 고비를 몇 번째 넘기는 거야.’이런 상황이면 무신론자라도 슬슬 신을 찾게 된다.“이설 씨, 왜 그래요?”구은호가 내 한숨 소리에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물었다.나는 솔직히 말했다.“요즘 뭔가 액땜이라도 해야 하나 싶어요. 올해 일이 너무 안 풀려서... 절에라도 좀 다녀야 하나 고민 중이에요.”구은호는 웃음을 흘렸다.“과학 한다는 사람이 그런 걸 믿어요?”“예전엔 안 믿었죠... 근데 요즘은 진짜 믿지 않을 수 없어요.”그는 내 얼굴을 보고 다시 한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마음의 안정을 위한 거라면 종교도 괜찮죠.”그 말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눈이 내리는 창밖 풍경, 따뜻한 조명 아래의 구은호. 이 남자는, 원래도 잘생겼지만, 지금은 방금 만
Baca selengkapnya

제70화

나는 대답 대신, 입을 꾹 다물었다.지안이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 개XX, 전에 뭐라고 했더라? 소아연과는 그냥 친한 오빠와 동생 사이일 뿐이라며! 하, 이혼서류 처리도 아직 안 끝났는데 벌써 호텔행? 아주 뻔뻔하기 짝이 없네.][너희 아직 법적으로 부부잖아? 이건 명백한 혼인 중 외도야! 이참에 그냥 제대로 엿 먹여! 위자료 제대로 받고, 재산분할도 확실하게 받아! 무조건 빈털터리로 만들어버려!]나는 어이없게 웃었다. ‘지안이가 저렇게 흥분한 이유가 다 있었네...’하지만 심사언을 빈털터리로 만들 수 있다는 건, 말이 쉽지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이야기했더니, 지안이는 콧방귀를 뀌었고, 대화는 또 다른 주제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우리 한참을 수다 떤 뒤, 통화를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고, 나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앉아 뉴스 앱을 열었다. 메인 페이지 상단에 대문짝만하게 떠 있는 기사 제목들.[심사언과 소아연, 호텔에서 밤새 함께... 옆방도 잠 못 잤다?!]나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예전 같았으면... 아무리 끝내기로 마음먹었어도 이런 기사 보면 마음이 무너졌을 텐데.’‘그래도 사랑했던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지금 그런 기사를 본 나는 담담했다. 그저 하나의 결론만 머릿속에 선명했다. ‘둘이 저렇게 꽁냥거릴수록, 이혼에 대한 내 생각은 더 확실해져.’묘하게 기분이 후련해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씻으려던 참이었다. 그 순간,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성급하게 들려왔다. 쾅쾅쾅!곧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울렸다.“여보! 나야! 괜찮아? 전화도 안 받고...!”‘이제 와서 왜 저래?!’나는 문쪽을 바라보며 이마를 찌푸렸다. 그리고 심사언이 왜 그 많은 부재중 전화에, 이제는 내 집까지 와서 문을 두드리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안 보고 싶은데. 하지만...’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책상에 놓인 이혼서류를 바라봤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
...
5678910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