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쌍둥이의 백일, 전남편은 눈이 붉어졌다: Bab 81 - Bab 90

100 Bab

제81화

소아연과 심사언의 아버지인 심경민은 M국에서 혼인신고를 했지만, 국내에서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래도 심사언이 소아연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심사언은 자존심이 세서, 자라면서 자기 감정을 결코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아무리 사랑했던 사람이라 해도, 한때 자기 새어머니였던 여자와 부부가 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그게 아무리 잠깐이었다 해도... 소아연은 심사언의 아버지와 혼인신고까지 했던 여자였다.심경민은 복잡한 여자관계로 유명한 바람둥이였다. 아내가 살아 있을 때조차, 심경민의 바람은 끊이지 않았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엔, 아예 대놓고 여자를 갈아치웠다. 소아연은, 그중에서도 가장 짧은 시간 함께 했던 ‘법적 파트너’였다. 두 사람이 M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신혼여행을 떠난 그 주, 심경민은 벌써 새 여자를 찾았고, 소아연을 차버렸다. 혼인신고부터 파혼까지, 고작 몇 주였으며 게다가 해외에 있었으니, 국내엔 이 일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소아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이 비밀을 심사언이 스스로 덮었다는 사실이었다.그래서 이 모든 걸 아는 사람은 없었다. 나도 엄청난 돈을 들여 해외의 전문 탐정까지 고용하지 않았다면, 이 비밀을 죽을 때까지 몰랐을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그냥, 조용히 이혼하고 싶었다. 소아연이 일부러 사람들을 선동해서, 마치 내가 둘 사이를 갈라놓은 악녀라도 되는 양, 소문을 퍼뜨린 것도 그냥 ‘이혼만 할 수 있다면 참자’고 생각했었다. 근데 소아연이 정지호 교수님까지 건드린 마당에 도저히 조용히 넘어갈 수 없었다. 그 순간부터, 나도 각오했다. 소아연이 죽고 싶다니까, 기꺼이 보내줄 생각이었다. 나는 조용히 다른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 안에는 내가 준비한 ‘그날의 진실’이 있었다. 바로 M국 혼인신고때 찍은 사진. 그리고 소아연과 심경민이 함께 찍힌, 신혼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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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나는 몸을 살짝 틀어 소아연의 손을 피했다. 그리고 비웃듯이 웃으며 말했다.“감히? 내가 왜 못 해?”나는 그동안 참고 또 참았다. 모든 것을 조용히, 평화롭게 끝내고 싶었다. 이혼만 하고 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복수 같은 건 생각조차 안 했다. 하지만 심사언과 소아연은?나를 만만하게 보고, 함부로 욕하고, 뒤에서는 온갖 험담을 퍼뜨리더니... 이제는 정지호 교수님까지 건드리겠다고?정신 나간 소아연은 나를 치지 못해 더 분노했고, 마치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고이설! 네가 감히! 어떻게 감히!”나는 늘 소아연한테 억눌려 지냈다. 항상 그녀에게 지면서 살았다.그래서 그녀는 언제나 나를 깔보는 승자였고, 그런 내가 이렇게 반격할 줄도, 그것도 제대로 한 방 먹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소아연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 탁자 위에 있던 찻주전자를 집어 나에게 던졌다. 내 옆엔 정지호 교수님 교수님이 있어서 나는 피할 수 없었다. 주전자는 정확히 내 어깨를 가격했고, 그 통증에 눈물이 핑 돌았다.‘아파... 진짜 아파. 난 원래 이렇게 아픈 거 제일 못 참는데...’참을 수 없는 분노에, 나는 옆에 있던 접시를 들고 그대로 소아연에게 던졌다. 그리고 그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튀어나와 소아연을 감쌌다. 접시는 그대로 심사언의 등에 맞았다.사람들이 멍하니 있는 사이, 심사언은 고개를 돌렸다.“고이설!”‘이 인간은 정말 초능력이라도 있나? 내가 위험할 땐 꼭 안 보이더니, 소아연만 위험하면 꼭 번개처럼 나타나. 언제 어디서든.’나는 접시를 정말 세게 던졌고, 그 접시가 그대로 심사언의 등에 맞자, 그는 순간적으로 몸을 구부렸다.그 표정을 보니, 꽤 아팠던 게 분명했다.‘만약 저게 소아연을 맞혔다면?’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심사언은 화가 나서 나를 노려봤다.“당신... 아연이한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심사언을 바라보았다. ‘맞으면서도 소아연 걱정은 꼭 챙기네. 진짜 죽어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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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아연이 몸 약한 거 다 알면서, 당신...” 심사언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나는 먼저 잘라 말했다.“그럼 얼른 당신 여동생 병원에나 데려가. 늦으면 진짜 골로 가겠어!”심사언은 내가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그렇게 받아치자, 말 그대로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실망한 눈빛으로 나를 한 번 보고는, 소아연을 번쩍 안고 급히 자리를 떴다.그가 멀어지자, 옆에 있던 정지후 교수님이 나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네 눈은 크기만 했지, 도대체 어디다 쓰는 거냐?”‘인정할 수가 없네. 예전엔 진짜 눈이 멀어서 지금 이 꼴이지.’나는 교수님의 말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예전에 뭐랬는지 기억나냐?” “진짜 사랑이라나, 평생 나만 사랑해 줄 사람이라고 했나? 나더러 행복한 결말 지켜보라더니?”“이게 네가 말하던 행복이냐? 아주 잘... 봤다.”교수님은 비웃듯 한마디 더 하려다, 곧 울 것 같은 내 표정을 보고는 말끝을 삼켰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됐고. 다음엔 내가 천재에 인성까지 갖춘 놈들로 소개해 줄게. 고기도 좀 먹어, 이젠 그런 쓰레기한테 안 휘둘리게.”며칠 전 학교에서 정지후 교수님한테 SNS 계정 하나 만들라고 했다더니, 거기서 요즘 유행어를 제법 배우신 모양이었다. 나는 바로 해맑게 웃었다.“그럼 저 이혼하고 나면 잘 부탁드려요, 교수님!”이혼 얘기가 나오자, 교수님은 뭔가를 떠올린 듯 인상을 찌푸렸다.“아내 눈앞에서 다른 여자한테 그렇게 잘하는데, 뒤에선 얼마나 더러운 짓을 할까? 법대 교수들 소개해 줄까? 심사언을 빈털터리로 쫓아내게 도와달라고.”“그건 좀 힘들지도요. 아직 명확한 외도 증거는 없으니까요.”그때 내가 조금 전에 말했던 ‘그 사건’이 떠오른 건지, 교수님은 잠시 입을 닫았다.그 일로 기분이 영 안 좋아진 우리는, 그냥 다른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서화대 근처의 다른 식당에 자리를 잡으려던 찰나, 컴퓨터공학과 교수님과 제자들을 마주쳤다.정지호 교수님은 컴퓨터공학과 교수님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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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늦은 밤, 막 잠이 들 무렵이었다. 나는 갑작스러운 초인종 소리와 함께 문을 두드리는 거친 소리에 잠이 확 달아났다.‘또 시작이네...’심사언이 내가 새로 바꾼 비밀번호를 어떻게든 알아내서 계속 들어오려 시도하자, 나는 아예 현관 안쪽에 추가 잠금장치까지 설치해 놓았다. 내가 집에 들어오고 나면, 내가 직접 열지 않는 이상 누구도 이 집에 들어올 수 없게끔.“고이설, 문 열어!”목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다시 소파에 앉았다.‘굳이 안 봐도 안다. 소아연이 깨어났겠지.’‘이제야 정신이 들어서 나한테 화풀이하러 온 거네.’나도 바보는 아니니까, 그런 사람한테 굳이 문 열어줄 생각은 없었다. 이따위 짓 좀 하다가 알아서 돌아가겠지 싶었고, 무엇보다 지금은 소아연 뒷수습하랴, 달래랴, 나한테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당신 집에 있는 거 알아. 당장 문 안 열면 문 부수게 할 거야!”목소리는 냉정했고, 그의 말투엔 실제로 그럴 것 같은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진짜로 부술 기세네...’나는 어쩔 수 없이 문 앞으로 나가 잠금장치를 열었다. 하지만 문을 활짝 열지는 않았다. 호텔에서 쓰는 체인 잠금장치를 설치해 둔 터라, 나는 딱 그 정도만 문을 열었다.문틈 사이로 나를 본 심사언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말도 없이 체인을 잡아당겼고, 힘으로 그 체인을 끊어버렸다.철컥-‘뭐야, 이 사람 대체 어디서 나온 괴력이야?’심사언은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하는 나를 단번에 끌어안았고, 나는 그대로 남자의 품에 안긴 채 끌려 나갔다.반사적으로 버둥거릴까 했지만, 아까 그 힘을 떠올리자 도저히 감히 저항할 수 없었다.나를 차에 태우고 나서야 심사언은 겨우 입을 열었다. 여전히 분노는 남아 있었지만, 조금은 누그러진 상태였다.“아연이가 먼저 던진 건 잘못됐다는 거 알아. 근데 당신, 몸도 튼튼한 편이잖아.” “그런 당신한테 던진 거랑, 병원에서 갓 퇴원한 애한테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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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우리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소아연은 병원 옥상에 서 있었다. 한겨울, 영하 이십 도에 가까운 칼바람 속에서, 하늘에선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그런 날씨에 고작 흰색 슬립 원피스 하나만 걸친 채, 철제 난간 앞에 서 있었다.그 모습은 너무나도 위태롭고 처연해서, 지나가던 개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 같았다.‘하... 하다 하다 이젠 드라마 찍네.’소아연의 그런 짓에 너무나 익숙했던 나는, 속으로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심사언의 얼굴은 사색이었다. 그는 곁에 있던 우리 오빠의 멱살을 붙잡으며 외쳤다.“무슨 일이에요? 아연이가 왜 옥상에 있는 거예요?!”오빠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엄마가 날 발견하자마자 달려들며 손을 들었다.심사언은 그 상황에서도 이상하리만큼 재빠르게 내 쪽을 확인했다. 그리고 엄마의 손목을 붙잡아 막았다.“장모님, 이설이는... 때리지 마세요. 이설이는...”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는 절규하듯 외쳤다.“자네... 이 계집애가... 뭘 했는지 알아?! 양설이가 지금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아느냐고?!”심사언이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일인데요?”그도 눈치챈 듯했다. 이건 단순히 내가 접시를 던진 일 때문이 아니라는 걸.“이 계집애... 그걸! 사람들 많은 데서 아연이랑 네 아버지 일을... 그걸 다 까발려버렸잖아!”“지금 Y시 상류층은 난리야! 다들 아연이더러 파렴치한 년이라고 욕하고 있다고! 이걸... 이걸 아연이가 어떻게 감당하냐고!!!”엄마는 울부짖으며 나를 밀쳤고,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고양설! 너 같은 악독한 걸 낳은 게 내 인생 최대 불행이야!”“한 번 망가뜨리고도 모자라서, 또 아연이 인생을 망치고 있어!”“어떻게, 어떻게 너 같은 게 안 죽고 살아있냐?!”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그래, 결국은 이거였네.’‘아마... 지금 Y시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그게 얼마나 충격적인 뉴스인데... 새어머니가 친한 동생? 미친 거 아냐?!’...소아연은 이번엔 정말로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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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심사언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소아연의 행동에 그야말로 눈이 튀어나올 듯한 놀람과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연아, 제발 충동적으로 굴지 마! 날 믿어, 이 일... 설령 세상에 퍼진다고 해도 난 너 지킬 거야. 어떤 식으로든 널 보호할 테니까.” 하지만 소아연은 어둡게 웃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한겨울 칼바람 속에서 홀로 피어난 새하얀 꽃처럼, 슬프고 아득했다. “믿지 않아요... 믿을 수 없어요... 이미 다 봤잖아요. 사람들이 내 얘길 어떻게 하는지, 다 봤단 말이에요!” “오빠, 날 위로하지 마요. 이미 다 알고 있어요.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말하는지 다 봤어요.” “오빠, 처음부터 오빠랑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날 무너지게 했는지 알아요...? 이제는... 정말 더는 살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비통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언니... 나도 알아요. 엄마 아빠가 날 입양해서, 언니 사랑을 내가 조금 나눠가진 거... 그게 언니가 날 미워하는 이유인 거...” “하지만... 난 정말로 언니를 친언니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왜요? 왜 이렇게까지 나에게 잔인한 거예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언니는 왜 날 이렇게까지 미워해요?” 소아연은 아예 내가 말할 기회를 줄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그녀는 마치 모든 게 끝났다는 듯, 내 말을 자르기라도 하려는 듯 말끝을 기다리지도 않고,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돌렸다.“이젠... 다 소용없어요. 언니, 나 이대로 죽어버릴 거예요. 그러면 언니가 평안해지고, 언니가 원래 있던 자리를 완전히 되찾을 수 있겠죠... 그렇게 할게요.” 이어서 바로 난간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그 순간, 발이 미끄러지며 그녀가 휘청거렸다. 반사적으로 난간을 움켜잡는 소아연은 진짜 뛰어내릴 용기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모습은 보는 이의 심장을 찢어놓을 만큼 처절했다. 특히 우리 부모님은 가슴을 부여잡고 거의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체면이고 뭐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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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그 말에, 나는 잠시 멍해졌다. 하지만 곧이어, 뼛속까지 시린 한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심사언, 알고 있었어?!!’ ‘소아연이 어떤 앤지, 순진하고 착한 척하는 건 껍데기일 뿐이라는 걸... 전부 다 알고 있었잖아!!!’ ‘그런데도 아무것도 모른 척하며, 소아연을 그렇게까지 감싸고 돌았다고?!!!’ ‘소아연이 날 죽이겠다고 작정한 걸 뻔히 알면서, 직접 네 손으로 날 죽음 앞으로 밀어 넣은 거야...?’ 나는 줄곧 착각했다. 심사언도 내 부모처럼, 소아연의 진짜 얼굴을 모르기에 그녀를 감싸는 거라고. 하지만 진짜 아니었다.‘알고도 저러는 거면, 이건... 사랑이 아니라 공모야.’ ‘아니면... 원래부터 날 죽이고 싶었던 걸까.’ ‘마침 잘 됐다, 소아연 손에 나를 보내버리면 본인은 손 안 더럽히고도 홀아비가 되고, 재산도 나눌 필요 없겠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무서웠다. ‘소아연 혼자였을 땐 그래도 버틸 만했지만, 심사언까지 얽혀 있으면... 나 진짜 죽을 수도 있어.’ 숨이 막힐 듯 공포가 몰려왔다. 나는 더 거세게 몸을 버둥거렸고,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목이 터지도록 외쳐도 아무 소용 없었다. 그렇게 끌려가다, 어느새 난간 끝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절망이 내 목 끝까지 차오르려는 그 순간, 경찰들이 일제히 달려왔다. “멈춰요!”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쉬며 주저앉았다. 손끝 하나 움직일 힘도 남지 않았다. 사실, 심사언이 나를 끌고 옥상으로 올라올 때, 나는 몰래 핸드폰을 꺼내 112에 전화로 미리 신고해 놓았다. 지금 나는 내 목숨이 너무 아까웠다. 아까부터 나는 계속 죽겠다느니 뭐니 소리친 것도 다 경찰에게 위치를 추적하게 하고 긴급 상황으로 인식시키려고 고의로 시간을 끌었다. 심사언은 순간 멈칫하더니, 나를 돌아봤다. “당신... 경찰 부른 거야?” 나는 대꾸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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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부모님은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못된 계집애야! 네가 감히 경찰을 불러? 심 서방한테 그런 식으로 하는 게 말이 돼?!” 경찰이 내 앞을 가로막았지만, 부모님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두 분은 경찰에게 말했다.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다 꾸며낸 말이라고. 자기들은 내 부모이고, 심사언은 내 남편이며, 심사언은 단지 소아연을 설득하러 나를 데려간 것뿐이라고.죽이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아니에요! 이 사람들 다... 진짜로 날 죽이려 한 거예요!” ‘이번엔 반드시 신고 기록을 남겨야 해.’ ‘만약 다음에 또 무슨 일이 생기면, 경찰이 제일 먼저 심사언을 의심하게 하게 할 거야.’ ‘적어도, 날 그렇게 쉽게 건드릴 순 없겠지.’ 나는 계속해서, 부모님과 심사언이 나를 해치려 했다고 주장했고, 부모님은 정신병 진단서도 없이 나에 대한 헛소리만 반복했다. 결국 우리는 모두 경찰서로 끌려갔다. 놀랍게도, 소아연은 이번엔 기절하지 않았고, 끝까지 말짱한 정신으로 버텼다. 가족이고, 부부 사이라는 이유로 경찰은 우리에게 먼저 대화로 해결하라고 자리를 비켰다. 사실, 내가 아무리 부모님과 심사언이 날 해치려 했다고 주장해도, 대부분의 경우, 누군가 진짜 사람을 죽이려 한다면 이렇게 대놓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실행하진 않는다.게다가 현장엔 내 친부모에, 친오빠에, 남편까지.모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내 앞에 서 있었다.그러니까 경찰도 그냥 ‘가정사’쯤으로 보는 거였다. 진짜로 이런 일들이, 가족 사이에서 벌어진다는 건 도저히 믿기 힘드니까.경찰이 나가자, 심사언이 내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 눈빛, 지독하게 실망한 표정. 나는 참다못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리며 심사언에게 대놓고 눈을 부라렸다. 말을 꺼내려던 그가, 잠시 멈추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옥상에서 내가 한 말... 그게 당신 죽으라는 뜻이 아니었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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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엄마는 진심이었다. 내가 그때 절벽에서 떨어졌을 때, 차라리 그냥 죽었으면 좋았다고, 그렇게만 됐다면, 더 이상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엄마는, 딸로서의 나보다 ‘문젯거리’로서의 나를 더 겁냈던 거다. 부모님의 표정은 말해주고 있었다. 두 분은 그저 소아연을 감싸려는 게 아니었다. 정말로 나를, 그 모든 짓을 저지른 ‘가해자’로 보고 있었다. ‘기억은 없지만... 나는 알아.’ ‘내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절대로... 그럴 리 없어.’나는 조용히, 하지만 단단하게 나 자신을 믿고 있었다.“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런 짓 한 적 없어요!” “시아버지와 소아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최근에 소아연 뒷조사하면서 처음 알았다고요!” 하지만 내 해명은, 오히려 불을 붙였다. 부모님의 얼굴은 더 일그러졌다.심사언은 그 순간, 참지 못하고 내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그런 짓을 안 했다고?!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 일이 있고도 이렇게 당당할 수 있냐고! 당신이 사람이야?!” 그리고 손끝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강하게 날 눌렀다. 나는 그제야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놔! 내가 안 했다고 했잖아!”“억지로 몰고 갈 거면, 증거라도 가져와!” 그 말에, 심사언은 숨을 헐떡이며 핸드폰을 꺼냈다. 잠시 후, 화면을 나에게 들이밀었다. “좋아. 증거? 보여줄게. 진짜 끝까지 봐야 믿겠구나.” 영상이 재생되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두 개의 CCTV가 교차 편집된 화면. 거기엔 분명히 ‘내가’ 소아연의 음료에 뭔가를 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 후, 소아연이 의식을 잃고, 심사언의 아버지인 심경민에게 끌려가는 모습까지. 나는 차가운 손으로 핸드폰을 꼭 쥔 채, 그 화면을 끝까지 봤다. ‘이건, 조작이야. 조작이겠지.’ ‘근데... 화면 속 사람이, 정말로 나야.’ ‘그 행동을 하는 것도... 나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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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나는 여전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니, 애초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있기는 한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어쩌다... 일이 여기까지 와버렸어...’ 예전에 심사언은 나에게 반복해서 말했다. “그런 짓을 했으면,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지.” 그 말은 이 남자의 입에서 마치 당연한 진실처럼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뭔가 큰 오해가 있겠지. 분명히 소아연이 만들어낸 또 다른 프레임일 거야.’ 소아연은 늘 이런 식이었다.그녀는 오해를 교묘하게 만들어내는 데 천재였다.나만 나쁜 사람처럼 보이게 하고 엄마, 아빠, 오빠까지도 내가 소아연을 질투해서 견디지 못하고, 해치려 들고, 그 애가 가진 것을 뺏으려 한다고 했다.그런 식으로 만들어낸 수많은 오해.나 하나만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소아연의 특기였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그저 그런 일 중 하나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심사언이 날 오해하든 말든 어차피 나한테는 이제, 그와 엮일 이유도 감정도 없으니까.그래서 심사언이 날 어떻게 보든 상관없었는데... 근데 이건... 너무 심각했다. 영상 속, 분명히 ‘내가’ 있었다. 내가 뭔가를 소아연의 음료에 타는 장면.그리고 정신이 흐려진 소아연이 심경민에게 이끌려가는 장면.정말로... 내가 그런 짓을 했다고?기억은 없어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그런 식으로 사람을 망가뜨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절대로... 아니야.’ 내가 겨우 입을 열려던 그 순간, 아빠의 거친 목소리가 내 생각을 갈랐다. “심 서방, 저 애한테 선택권을 왜 줘? 지은 죄가 얼만데 뭘 고르냐고! 2년 전이었으면 이미 감방에 들어갔을 계집애야!” 아빠의 목소리엔 억울함을 넘어선 진절머리와 깊은 분노가 섞여 있었다. “그때 내가 경찰 부르겠다 했을 때, 자네만 안 말렸어도, 이미 저 애의 인생은 끝났을 거야! 지금 같은 일도 없었겠지!”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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