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Bab 431 - Bab 440

476 Bab

제431화

반용화를 보자마자 민이는 고양이를 본 쥐처럼 금세 연진숙의 품에 숨어들었다.고개를 돌린 연진숙도 덜컥 놀랐다.그녀는 민이를 안은 채 본능적으로 남다르게 태어나 모두의 위에 군림하는 도련님에게 아부 섞인 미소를 지었다.“용화 씨, 언제 왔어요? 인기척이라도 내지.”연진숙은 멋쩍게 웃으면서도 심장은 쿵쾅거렸다. 조금 전 반용화와 반석현을 실컷 욕했는데 그들에게 들리진 않았을까.민이는 연진숙의 품에 몸을 숨기고 팔에 머리를 기대었다.반용화 옆에 서 있는 반석현을 본 민이는 불쑥 말을 꺼냈다.“살아있었어?”두 손을 등 뒤로 가져가 뒷짐을 진 채 꼿꼿하게 서 있는 반석현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민이를 향해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반씨 가문 조상의 비석만 바라보고 있었다.사당 안의 불빛은 어두웠고 민이는 반석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지만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우리 엄마 어딨어? 우리 엄마가 널 강당에서 데리고 나왔어?”민이는 기분이 좋지 않아 반석현에게 재차 강조했다.“우리 엄마야, 네 엄마가 아니라!”민이는 자신을 무시하는 반석현을 보자 더욱 화가 났다.“야, 나 지금 너한테 말하고 있잖아! 반석현!”민이에게 사당 안에서 조용히 하라는 듯 반석현은 검지를 들어 입술에 갖다 댔다.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민이는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콧방귀를 뀌었다.“넌 주워 온 아이라 반씨 가문 조상님은 네 조상님이 아니잖아!”연진숙은 서둘러 민이의 입을 막았다. 틀린 말도 아니었고 그녀가 사적으로 아이에게 한 말이지만 반용화 앞에서 반석현에 대해 이렇게 말하면 그의 화를 불러온다.반석현의 차가운 얼굴이 굳어졌다. 아이도 반용화에게 물은 적이 있다. 왜 반씨 가문 사람이 아닌 자신을 굳이 반씨 가문에 데려왔냐고.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반씨 가문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이상한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그때 반용화는 아이에게 말했다.“네가 고아로 살게 두지 않아.”“용화 씨, 민이가 아직 어려서 뭘 모르고 하는 말이니까 신경 쓰지 마요.”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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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반용화는 그를 이대로 없애려는 걸까.게다가 반석현이 민이와 함께 개인 레슨을 받는 것도 반하준을 더욱 경계하게 만들었다.반하준은 일부러 반용훈, 반영식을 포함한 반씨 가문 어른들이 듣도록 이렇게 말했고, 반용화는 그에게 등을 돌린 채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를 가르치려고 들어?”반용화는 반하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마치 큰 법당에 앉아 있는 부처님처럼 사람들이 감히 뒷모습조차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도록 했다.반하준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입술을 달싹일 때마다 보이지 않는 기압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와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압박하는 것을 느꼈다.천근만근 무게가 목을 짓누르듯 그는 무의식적으로 반용화에게 굴복하며 이렇게 대답했다.“제... 제가 어떻게 감히...”반용화가 타고 있던 휠체어가 180도 돌아 반하준과 연진숙을 마주했다.동시에 반하준의 이마에서 콩알만 한 땀방울이 흘러나와 칼날처럼 날카롭고 입체적인 얼굴선을 따라 흘러내렸다.민이의 심장이 움찔하며 고양이처럼 연진숙의 품에 파고들었다.반용화가 아이를 바라보았다.“무릎 제대로 꿇어.”그 한마디에 민이는 연진숙의 품에서 빠져나오더니 마지못해 다시 방석 위로 올라가 순순히 무릎을 꿇었다.반용화가 다시 입을 열었다.“석현이 머리에 생긴 상처 해명해.”그의 목소리는 빗방울처럼 차갑게 민이의 머리를 때렸다.민이는 머리 꼭대기에 오싹한 한기를 느끼며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볼을 부풀렸다.“전 몰라요.”“석현이는 네가 몽둥이로 때렸다던데.”“아니에요!”민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반석현이 손을 뻗어 민이를 가리키자 아이가 발끈했다.“난 안 때렸어! 왜 날 가리키는 거야?”반석현이 손을 들어 머리를 만지자 뒷통수가 크게 부어올라 있었다.불이 났을 때 장롱 안에 갇혀 있어 연기를 많이 들이마시지 않은 덕에 무사할 수 있었다.게다가 강민아도 그를 구할 때 옷을 적셔 코와 입을 막아준 덕분에 아이는 줄곧 정신이 또렷했다.병원에 도착하자 의사는 철저한 진찰과 비강 세척, 체내 일산화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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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반용훈은 다소 민망한 표정으로 연진숙을 바라보았다. 그의 아내는 지금 반용화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만 골라서 하고 있었다.그는 서둘러 상황을 무마하려고 입을 열었다.“석현이와 민이 둘 다 화재를 겪고 놀랐을 거야. 석현이는 아직 어려서 머리를 부딪혀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무사하니 됐어. 민이도 성격상 석현이에게 상처를 줄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반용훈은 제법 어른다운 어투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용화야, 학교 강당 방화 사건의 범인은 이미 경찰에 체포됐고 내 손자와 하준이에게도 벌을 줬잖아. 네 형수까지 여기 꿇고 있는데 형은 네가 부디...”반용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반용화의 목소리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반현민, 난 이미 솔직하게 말할 기회를 줬어.”민이의 짧은 손가락이 무릎 아래 방석을 움켜쥐었다.연진숙은 곧바로 일어나 그에게 대꾸했다.“용화 씨, 민이한테 뭐라고 하지 마요! 석현이 시켜서 민이 모함하는 거잖아요!”“나도 내 아들이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믿는 겁니다.”휠체어에 앉아 있던 반용화는 입을 다문 채 무표정한 얼굴에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그의 비서가 태블릿을 꺼내 거기에 담긴 영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각도를 보니 반석현의 시계로 찍은 것 같았다.태블릿 화면 속 영상을 본 민이의 심장은 철렁했다. 반석현의 시계에 녹화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다.하지만 그래봤자 시계라 찍는 각도에는 한계가 있었고, 영상에는 누군가 반석현의 뒤로 다가오더니 이내 쿵 소리가 나는 게 담겨 있었다.반석현이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자 촬영 각도도 달라졌다.민이의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며 다급히 서서 외쳤다.“이게 뭘 증명한다는 거죠?”이윽고 반석현의 시계에는 반석현의 몸이 끌려가는 장면이 담겼다.방석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민이는 곧바로 말이 없어졌다.이 시계가 시중에서 파는 것과는 달리 반용화가 전문가를 시켜 개조했다는 건 알고 있다. 배터리 수명이 워낙 길어서 민이가 꺼버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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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막무가내로 내뱉는 민이의 말에 사람들은 경악했고, 반용훈은 눈을 크게 뜨며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민이의 입을 막으려 했다.반영식은 평온한 얼굴로 시선을 들어 민이를 슬쩍 보았다. 그의 푹 꺼진 눈두덩이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반용훈은 노인에게서 어두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끼며 심장도 덩달아 철렁했다.“무슨 헛소리야!”고함을 지른 반하준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으며 분노로 인해 이성을 완전히 잃은 듯 두 손은 주먹을 꽉 쥐고 얼굴의 모든 근육이 활시위를 당긴 것처럼 팽팽하게 긴장되었다.민이의 말 한마디에 반하준의 분노는 최고조에 달했고 언제라도 폭발할 듯했다.“으아앙, 아빠가 나한테 무섭게 굴어요!”반하준은 한 번도 민이를 호되게 혼낸 적이 없었다. 늘 무심하게 대하며 굳은 표정을 하고 있어 민이는 그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그나마 민이가 다쳤을 때 반하준이 이따금 따뜻한 부성애를 드러내곤 했을 뿐이었다.지금 남자는 맹수처럼 두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리며 당장이라도 민이의 온몸을 불태울 것만 같았다.민이는 폭풍우에 떨고 있는 어린 새처럼 연진숙의 품에 숨어버렸다.상쾌한 바람처럼 반용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철없은 애 말에 왜 화를 내지?”연진숙이 반용화에게 신경 쓰지 말라며 했던 말이었다.한때 강민아에게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기에 반하준은 그대로 굳어버렸다.하지만 지금 반용화의 입에서 그 말이 고스란히 들려오자 반하준은 화가 났다.“석현이를 좋아해서 석현이 엄마가 되려고 해요!”민이의 말에 반용화는 왜 부인하지 않는 걸까.지금 반용화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건네는 말이 꼭, 과거 민이가 강나현을 새엄마로 삼고 싶다고 했을 때 반하준이 무심하고 오만하게 강민아에게 했던 말과 똑같았다. 반하준은 당시 본인이 했던 생각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선을 넘어 다가오는 강나현을 내버려두며 오만한 왕처럼 그녀의 마음을 갖고 놀았다.자신에 대한 강나현의 마음을 무시한 게 아니라 굳이 처제의 감정에 관여하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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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연진숙의 입이 살짝 벌어졌고 반용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정말로 민이가 유치한 말을 하는 줄만 알았는데 반하준은 지금 반용화를 다그치면서 그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려고 하지 않나.반용훈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형으로서 저 높은 정상에 자리 잡은 동생을 보며 속상할 때가 있긴 했지만 반씨 가문에서 그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기에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용화야, 우리가 민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어.”반용훈은 황급히 앞으로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민이 넌 이리 와!”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연진숙의 곁을 떠나기 싫었던 아이는 연진숙의 품에 기대었다.반용훈이 연진숙에게 눈치를 주자 그녀는 결국 안고 있던 민이를 바닥에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반용훈이 민이의 손을 잡아당기며 반용화를 마주한 채 큰 손으로 민이의 머리를 감쌌다.“민아, 나와 함께 작은할아버지와 석현이에게 사과하자.”반용훈은 큰 손으로 민이의 머리를 억지로 숙이게 했다.민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반용훈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용화야, 내가 민이 교육을 소홀히 했다. 민이가 다신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약속할게.”반용화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난 제대로 된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는데요.”반용훈은 입술을 꾹 다물고 호흡마저 멈췄다.사당 안은 폭풍 전야처럼 고요해 응축된 축축한 공기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숨 가쁘게 했다.반영식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용화 너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반용화는 주변 이들과 말을 섞기 싫은 듯 반영식의 질문에 곧장 답했다.“반하준, 반현민, 형수님까지 정광사 지산에 보내 석현이를 위해 기도하게 하세요.”연진숙은 충격에 휩싸여 외쳤다.“지산에 가라고요?”지산은 계단 하나부터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올라가야 하는 곳이다.정광사는 산 정상에 자리 잡고 있어 보통 체력 좋은 젊은이도 계단을 걸어서 정상에 오르는 데 한 시간이 걸리는데, 엎드려 머리까지 조아린다면 어느 세월에 정광사 정상까지 올라가겠나.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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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반용화의 말이 그들의 귀에는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반영식의 얼굴에도 마침내 표정 변화가 생겼다.“그건!”반하준이 다시 말하려는 반용훈이 서둘러 그를 제지했다.“됐어! 아빠가 돼서 아들을 제대로 못 가르친 탓이지. 민이가 사람을 시켜서 강당에 불을 지른 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 됐어!”반용훈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세 사람은 당장 짐 싸. 사람 보내서 차로 산 밑에 데려다줄 테니까.”연진숙이 소리를 질렀다.“내일 가면 안 돼요? 이 늦은 밤에 왜 우리를 서둘러 산기슭에 보내는 건데요?”“내일 동틀 때까지 기다렸다가 향을 피우러 오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머리 조아리며 정광사에 올라가고 싶어? 지금 인터넷이 얼마나 발달했는데 셋이 지산에 가서 속죄하는 걸 알면 사람들이 영상 찍어서 올릴 거라고! 당신은 괜찮을지 몰라도 난 창피해!”오랜 세월 붙어 살면서도 반용훈이 지금처럼 연진숙에게 화를 낸 적은 없었다.하루가 멀다 하게 성질을 부려대는 연진숙이지만 매번 반용훈이 참아줬는데, 지금 그가 소리를 지르니 연진숙이 오히려 발끈했다.“민이가 잘못한 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하준이는 일하느라 바쁜데 언제 민이를 가르칠 시간이 있어요? 민이가 잘못했으면 제일 큰 책임은 강민아한테 있죠. 강민아가 민이를 키웠어요. 걔가 사모님 노릇만 제대로 하면서 이혼 안 했어도 민이가 석현이를 때리고 강당에 불을 지르지는...”연진숙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쏘아붙이자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반용화가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때려.”비서는 재빨리 반용화 대신 앞으로 나서서 손을 들어 연진숙의 뺨을 내리쳤다.반용훈의 곁을 따르는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 굳은살이 박인 손으로 연진숙의 뺨을 때리니 그녀가 몇 걸음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났다.연진숙의 한쪽 귀에 이명이 들렸고 비명을 지르던 그녀가 눈을 크게 뜨며 순식간에 부어오른 얼굴을 감쌌다.“어떻게 감히...”비서를 욕하려는데 휠체어에 앉아 있던 반용화가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뒤도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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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좀 더 커서 성숙해지고 정신과 의사 몇 명 붙여주면 애가 원할 때 다시 말할 수 있을 거야.”반영식은 민이를 힐끗 쳐다보다가 다시 반하준에게 시선을 돌렸다.노인의 무거운 눈빛에 반하준은 부담감을 느꼈다.“어휴...”그가 긴 한숨을 내쉬자 반하준의 심장이 저 깊은 심연으로 추락하는 것 같았다.반하준의 얼굴은 형언할 수 없는 공포에 휩싸여 하얗게 질렸다.그와 반용화는 몇 살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반용화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반영식은 반하준을 후계자로 키우기로 결정했다.반용화가 뛰어난 지능을 보여 서경의 교수와 학자들을 놀라게 하자 반영식은 그가 원하는 길을 가도록 내버려두었다.부신 그룹은 반하준이 물려받아도 되니 아들을 소중히 여겼던 거다.하지만 이젠 다소 후회가 되었다.반하준은 그런 그의 실망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민이는 더 말할 것도 없다.‘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반하준은 강민아와 이혼한 이후 삶이 엉망으로 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과거 강민아는 아이 교육 문제로 신경 쓰게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이제야 그녀의 사모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던 건지 깨닫게 되었다....그날 밤, 반하준과 연진숙은 산기슭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정상까지 올라갔다.민이는 아직 몸이 회복 중이라 다행히 절을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 고통은 고스란히 반하준에게 돌아갔다.민이는 반하준의 곁을 따르면서 반하준과 연진숙이 찬바람을 맞으며 계단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계단 양쪽의 가로등이 희미하게 비추는 가운데 반씨 가문 경호원 여러 명이 반하준과 연진숙의 뒤를 따르며 10분마다 반용훈과 반용화의 부하들에게 그들이 절하는 상황을 알려야 했다.반용훈은 경호원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게 한 뒤 욕설을 퍼부었다.“민아, 네가 잘못한 걸 알겠어? 하준이와 당신도 이제 알았어?”패딩을 입은 연진숙은 일부러 꼼수를 부려 무릎을 꿇을 때 푹신한 패딩 위로 쓰러졌다.옷이 커서 허리도 완전히 굽히지 않아도 되었다.하지만 아무리 수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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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서재에 들어선 반용훈은 자신의 책상에 놓인 수많은 여자 이력서에 두통이 밀려왔다.누가 봐도 반용화가 지시한 일이다.동생은 늘 말보다 행동이 우선인 사람이니까.반용훈은 손을 들어 이마를 흥건하게 적신 식은땀을 닦으며 전화를 끊었다.반하준과 연진숙은 산 정상까지 오르는 데 4시간 가까이 걸렸고, 그 사이 연진숙의 체력 부족으로 반하준은 잠시 멈춰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정상까지 500미터 정도 남았을 때 연진숙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산호를 흡입해야 했다.눈앞에 웅장한 정광사 건물이 나타나자 연진숙은 땅바닥에 쓰러져 통곡하기 시작했다.반용훈은 이미 정광사 안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가 대웅전에 들어서는 반하준을 보고 차갑게 말했다.“용화가 나한테 직접 네 머리를 깎으라고 했어. 아들이 못난 건 아버지가 가르쳐야 한다면서. 이제 민이는 엄마가 없으니까 아빠인 네가 책임지고 다신 이런 일이 없게 해!”반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반용훈이 무릎을 꿇으라고 하자 차가운 얼굴로 방석에 꿇고 앉았다.반용훈은 직접 바리깡을 들고 반하준의 머리를 빡빡 밀어버리기 시작했다.한 무더기의 짧은 머리카락이 안개처럼 흩날리는 가운데 반하준은 대좌에 앉아 자비로운 눈빛을 지닌 불상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 모습이 반용화와 너무나 닮았지만 반용화는 저렇듯 너그러운 표정을 지은 적이 없다.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달은 듯 기쁨도 슬픔도 내비치지 않으면서 거대한 아우라를 뿜어내 반씨 가문은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주먹을 꽉 움켜쥔 반하준의 두 손 마디에서 뼈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눈동자는 깊은 늪처럼 상대를 잠식해 버릴 것 같았다.민이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수술 때문에 머리를 밀었다가 지난 몇 달 동안 겨우 조금 자라났는데 반용훈은 가차 없이 깎아버렸다.이윽고 연진숙의 긴 머리까지 싹둑 잘라버린 반용훈은 땅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고개를 들어 돌기둥처럼 서 있는 경호원에게 말했다.“이제 용화한테 말해도 되지 않나?”경호원은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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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강민아는 밤새 푹 잠을 잤다.눈을 뜨고 하얀 천장을 올려다보던 그녀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손을 뻗어 얼굴에 씌워진 산소마스크를 벗겨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낯선 주변을 둘러보다가 침대 옆에 놓인 산소 호흡기를 멍하니 응시했다. 푹신한 싱글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는 인테리어가 호텔처럼 보이진 않아 기절한 후 병원으로 이송된 것이라 짐작했다.아마 개인 병원 VIP 병실인 것 같다.반석현과 함께 구조되었으니 이 병동은 반용화가 마련해준 것일 테다.반석현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강민아는 손을 뻗어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여 있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밖에서 병실 문이 열리더니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들어왔다.남자의 머리는 의료용 모자를 쓴 채 마스크를 쓰고 청록색 안경을 콧등에 걸치고 있었다.그의 체격은 꼿꼿했고 가운 자락은 걸을 때마다 바람에 흔들렸다.강민아는 어딘가 이 남자가 익숙해 보였다.“언제 일어났어요?”마스크 너머로 들려오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너무 익숙한 목소리인데 어딘가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 의사를 빤히 쳐다보는 것도 무례한 행동이라 그녀가 답했다.“방금요. 제 주치의 선생님인가요?”강민아는 의사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고 남자는 사무적인 어투로 답했다.“심박수 체크해볼게요.”그가 청진기를 들고 몸을 숙였다.강민아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지만 상대방의 손에 들려 있던 청진기가 그녀에게 닿지 않자 의아한 듯 고개를 숙여보니 의사의 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고개를 기울여 상대의 귀 모양을 보려는데 청진기가 쇄골 바로 아래에 내려앉았다.강민아는 그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를 들으며 웃음을 터뜨렸다.“그 위치에서 심장 박동이 들리나요?”그녀는 단숨에 상대방의 손목을 꽉 잡으며 물었다.“심 선생님, 실력이 부족한데요?”남자가 시선을 들어 강민아의 두 눈을 마주했다.안경 너머로 교활한 미소가 반짝이는 예쁜 눈동자가 보였다.당당하게 의사 행세를 하는 사람이 심은호가 아니면 누구겠나.가슴을 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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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세상에!’심은호는 자신의 모든 걸 내어주며 마음껏 다루라는 듯 굴었다.헤드를 들고 있던 강민아는 어디에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망설이기만 했다.그는... 정말로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실내 공기 때문에 피부에 머금었던 체온이 빠르게 흩어지며 매끈한 살갗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하얀 눈밭에 피어난 분홍색 꽃송이 같달까.천장에서 내리비추는 백열등 불빛이 그의 탄탄하고 새하얀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민아 씨, 왜 날 진찰하지 않아요? 내가 뭐 잘못했어요?”들어 올린 니트로 반쯤 얼굴을 가린 남자가 물기를 머금은 애틋한 눈동자로 바라봤다.“어디까지 벗어야 하는지 말해줘요.”‘이건 반칙이지!’강민아의 코끝에서 뜨거운 김이 뿜어져 나오고 두 뺨이 달아올라 눈까지 그 열기가 퍼지는 것 같았다.갑작스러운 벨 소리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지르자 그녀의 손에서 청진기 헤드가 툭 미끄러지며 허둥지둥 휴대폰을 찾았다.영상 통화를 건 상대는 반하준의 수행 비서였다. 우강 그룹과 부신 그룹 사이에 협업이 남아있어 강민아는 엄규민의 연락처를 남겨뒀다.전화를 받으니 휴대폰에 반하준의 얼굴이 나타났다.머리를 바짝 깎아서 원래도 날카로운 이목구비가 더욱 공격적으로 보였다.그의 얼굴을 본 강민아는 잠시 멈칫했다.‘뭐지?’그녀의 머리가 반하준이라는 걸 인지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며 통화를 끊으려 했다.“민이가 널 걱정하고 있어!”전화를 끊으려던 강민아의 손끝이 화면에서 불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반하준의 목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남자가 강민아의 또 다른 손을 살며시 잡았다.심은호가 강민아의 손에 헤드를 쥐여주며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 차가운 헤드를 자기 가슴에 갖다 댔다.하필 남자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어 목까지 끌어올렸던 니트가 스르륵 내려오며 강민아의 손등을 덮었다.강민아의 다리 옆에 툭 떨어진 휴대폰 화면에는 반하준의 얼굴이 나타났다.강민아 맞은 편에 있던 심은호는 카메라에 찍히지 않아 반하준은 지금 그녀가 뭘 하는지 모른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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