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진숙의 입이 살짝 벌어졌고 반용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정말로 민이가 유치한 말을 하는 줄만 알았는데 반하준은 지금 반용화를 다그치면서 그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려고 하지 않나.반용훈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형으로서 저 높은 정상에 자리 잡은 동생을 보며 속상할 때가 있긴 했지만 반씨 가문에서 그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기에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용화야, 우리가 민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어.”반용훈은 황급히 앞으로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민이 넌 이리 와!”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연진숙의 곁을 떠나기 싫었던 아이는 연진숙의 품에 기대었다.반용훈이 연진숙에게 눈치를 주자 그녀는 결국 안고 있던 민이를 바닥에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반용훈이 민이의 손을 잡아당기며 반용화를 마주한 채 큰 손으로 민이의 머리를 감쌌다.“민아, 나와 함께 작은할아버지와 석현이에게 사과하자.”반용훈은 큰 손으로 민이의 머리를 억지로 숙이게 했다.민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반용훈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용화야, 내가 민이 교육을 소홀히 했다. 민이가 다신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약속할게.”반용화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난 제대로 된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는데요.”반용훈은 입술을 꾹 다물고 호흡마저 멈췄다.사당 안은 폭풍 전야처럼 고요해 응축된 축축한 공기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숨 가쁘게 했다.반영식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용화 너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반용화는 주변 이들과 말을 섞기 싫은 듯 반영식의 질문에 곧장 답했다.“반하준, 반현민, 형수님까지 정광사 지산에 보내 석현이를 위해 기도하게 하세요.”연진숙은 충격에 휩싸여 외쳤다.“지산에 가라고요?”지산은 계단 하나부터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올라가야 하는 곳이다.정광사는 산 정상에 자리 잡고 있어 보통 체력 좋은 젊은이도 계단을 걸어서 정상에 오르는 데 한 시간이 걸리는데, 엎드려 머리까지 조아린다면 어느 세월에 정광사 정상까지 올라가겠나.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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