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Bab 451 - Bab 460

476 Bab

제451화

반용화는 두 눈에 아무런 동요도 없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니.”반용화가 잡지에 나온 여자에 대해 모르는 것 같아 강민아도 더 묻지 않았다.“원래 예쁜 사람은 비슷하니까요.”강민아가 그럴듯한 설명과 함께 넘어가는데 반용화가 그녀를 바라보며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사람 보내서 반하준 감시하고 있어. 지금 마룻바닥에서 자고 있는데 밤낮으로 지켜보라고 했어.”“반하준이 지금 정광사에 있어요?”반용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태블릿을 꺼내 강민아에게 보여주었다.태블릿 안에는 반하준을 감시하는 사람이 강용화에게 보낸 영상이 담겨 있었는데, 영상 속 반하준은 회색 작업복과 검은색 장화를 신고 양손에 커다란 플라스틱 양동이를 들고 있었다.자세히 보면 손에는 노동용 장갑을 낀 채 무거운 플라스틱 양동이를 들고 텃밭을 향해 걸어가는 중이었다.“뭐 하는...”강민아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텃밭에 비료 주는 거야.”“...”강민아는 몇 초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의아한 마음에 다시 태블릿을 들여다보았다.믿을 수가 없었다.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수백억대 저택을 소유했으며 신발에 먼지 하나 묻히지 않던 남자가, 무려 검은색 장화를 신고 흙을 밟으며 농사일하고 있다니!“제법... 그럴듯하게 하네요.”강민아가 감탄하자 반용화가 말했다.“위로 올려보면 내가 짜놓은 일정이 있어.”강민아의 손끝이 화면을 스치자 정광사에서 보내는 반하준의 일정이 있었다.땅을 일구고 흙을 고르며 거름을 주는 것 외에도 돼지, 닭, 오리에게 먹이를 주고 절의 시설을 수리하며 스님들의 아침, 저녁 수업에도 빠짐없이 참여해야 했다.강민아는 스님들과 함께 염불을 외우는 반하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어 태블릿의 일정을 가리키며 물었다.“돼지에게 먹이를 주는 영상이 있나요?”“오후에 돼지 먹이 주러 갈 때 찍어서 너한테 보내라고 할게.”강민아는 반하준이 경찰서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보다 이게 훨씬 더 재미있는 것 같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흥미로워 보이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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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선생님, 용성을 저한테 주시는 건가요?”“난 용성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길 바라. 난 이미 7년 동안 용성을 이끌었어. 비록 묵묵히 공헌하고 있긴 해도 지금 시대는 예전과 확연히 달라. 난 남들의 주목을 받는 게 불편하니 너한테 넘겨주는 거야. 강 소장, 이제 우리 용성의 명예를 지키고 더 많은 연구자가 주목받고 각광받을 수 있도록 해줘.”봄바람이 스쳐 지나간 듯 강민아의 호수 같은 눈동자에 파문이 일었다.“선생님은 정말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네요!”그녀는 계약서를 손에 쥐고 이렇게 말했다.“용성 연구소 보통 연구자들의 연봉이 얼마죠?”“2천만원 정도밖에 안 돼.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을 합쳐도 작년에는 3600만원 정도였지.”“우경아의 양자 테크에선 입사한 첫해 월급만 600만원이에요. 옴 테크는 저한테 기본 연봉 수억과 프로젝트 보너스, 주식 배당금까지 약속했죠. 오빠 명의로 된 센트럴 이노베이션에서도 기술직 직원은 월급이 800만원이에요.”반용화가 다소 머쓱한 표정을 드러냈다. 연구소에서 일 년에 연구에 들어가는 지출만 수십억에 달하는데 나라의 지원금으로만 채우기엔 어림도 없었다.용성은 10대 연구소 중 하나지만 전국에 수십만 개의 연구소가 많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그동안 반용화는 사업을 통해 번 돈으로 용성을 지켜왔고, 직원들에게 입사와 동시에 식사와 숙박을 제공하며 아프면 군 병원에서 우선으로 치료를 받는 등 최고의 복지를 주고 있었다.“용성 직원들이 한 달에 몇십만원이라도 더 받으면 다른 연구소에선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거나 이탈자가 생겨 그쪽 분위기를 흐리게 할 수 있어.”이런 배려 때문에 반용화는 서경에 있는 각 연구소의 평균 급여에 맞춰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밖에 없다.강민아는 이렇게 말했다.“선생님은 단순히 용성 연구소 내부 직원의 연봉만 올리는 게 아니라 국내 연구 업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하지만 저는...”강민아는 조금 머뭇거렸다.“해 봐, 강 소장.”반용화의 목소리는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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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널널한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외로운 유령처럼 복도를 헤매고 다녔다.그녀는 반용화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고 마침내 반용화 비서와 연락이 닿았다.“선생님 어딨어요? 조카도 연락이 안 되는 데 왜 전화를 안 받아요?”반하준과 이혼하고 싶지만 아기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시댁에서 아무리 그녀가 마음에 안들어도 이 시기에 이혼을 허락할 리 없었다.모유 수유 중에 이혼하면 반하준의 명예가 실추되는데 반씨 가문 위아래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걸 용납할 사람은 없었다.그래서 반씨 가문에서 가장 입지가 큰 반용화에게 찾아가야 했다. 반용화만 입을 열면 이혼할 가능성이 커진다.“강민아 씨, 죄송합니다. 선생님께선 지금 병원 계십니다. 깨어나시면... 찾으셨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비서의 떨리는 목소리에 강민아의 걸음이 뚝 멈췄다.“무슨 일 생겼어요?”불길한 예감이 엄습하며 비서는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기밀 사항이라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해 주세요.”“어느 병원에 계시는데요?”“방금 이화 병원으로 가셨습니다.”반용화가 이송된 병원은 그녀가 있는 곳과 같은, 부신 그룹과 시청에서 공동 설립한 병원으로 지금 그녀가 출산한 이 건물이 바로 VIP 환자들이 입원하는 곳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군복을 입은 남자 여러 명이 앞장서고 있었다.그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순찰하다가 강민아를 발견하고 바로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의사와 간호사가 동시에 침대를 밀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강민아가 다가가 보니 산소 호흡기를 쓴 반용화의 창백한 얼굴이 보였다.가슴은 온전한 데가 없이 상처투성이고 옷도 입지 않은 채 하얀 천으로 허리와 배 아래를 덮고 있었다.가까이 다가가자 그에게서 비릿한 피 냄새가 났다.대충 상처를 씻어낸 그의 몸에서 군데군데 살갗이 벗겨지거나 피와 살이 뒤엉켜 있었다.“어떻게 된 거예요!”강민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데 군인 둘이 반용화에게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하도록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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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온몸이 오싹하고 주변의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가운데, 두 눈만 크게 뜨고 ‘수술 중'이라고 뜬 불빛을 바라보며 심장이 보이지 않는 실에 묶인 채 허공에 붕 떠 있는 것 같았다.반용화 비서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며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보았다.비서는 서류에 적힌 ‘강민아'라는 글자를 흘끗 보고는 쭈그리고 앉아 바닥에 떨어진 이혼 서류를 집어 들었다.고개를 드니 수술실 앞에 서 있는 강민아가 보였다.“강민아 씨?”비서가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가 말렸다.“이제 막 제왕절개 수술을 했는데 이만 병실로 돌아가서 좀 쉬세요.”강민아의 눈빛엔 생기가 없었고 어깨 너머로 떨어지는 짙은 검은 머리카락이 핏기 없는 얼굴을 부각시켰다.“선생님 왜 저렇게 된 거예요? 다리가...”강민아의 창백한 입술이 떨렸다.반용화의 다리가 저렇게 되었다는 생각에 목구멍이 이물질로 꽉 막힌 것 같았다.“반년 전, 용성의 연구원 몇 명이 건강에 문제가 생겼는데 원인을 찾지 못하자 가족들이 연구소에 화살을 돌리고 언론을 통해 용성을 폭로했어요. 선생님께선 많은 압박을 받았고 윗선에서도 선생님이 먼저 용성을 폐쇄하기를 원했죠. 지난주에 아픈 연구원 두 명을 보러 갔다가 그 집에서 줄곧 나오지 않았어요. 신변 안전을 책임지던 경호원은 방에서 문을 닫고 중요한 기밀 문제를 논의한다고 생각했죠. 이상한 낌새가 느껴져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선생님과 아픈 직원 두 명이 모두 사라진 뒤였어요.”비서의 목소리는 낮고 힘이 없었다.“그러다 지하실에서 선생님과... 두 연구원의 시신을 발견했죠.”“누가 납치한 거죠?”“아마 해외 세력일 겁니다. 지금 경찰은 아직 서경에 있는 외국인을 상대로 조사 중입니다.”“고문에 시달린 건가요? 실종된 지 7일 만에 다리가 어떻게 저 지경이 돼요!”비서가 분명하게 말했다.“두 다리에 세균과 벌레알이 번식하면서...”비서는 목이 메어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제자리에 굳어버린 강민아는 몸을 지탱할 힘을 완전히 잃고 그대로 주저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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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강민아에게 묻고 싶지만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입술을 다물었다.강민아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혼 서류를 받아 들고 돌아섰다.병실로 돌아와 보니 연진숙과 반용훈이 아기 침대 옆에 서 있었는데, 반용훈이 포대기에 싼 아기를 안고 있고 연진숙이 옆에서 아이와 놀아주고 있었다.“우리 귀한 손자 정말 귀엽게 생겼네. 코며 입이며 아빠를 똑 닮았어.”반용훈은 아이를 안은 채 놓지를 않았다.“드디어 손자가 생겼네.”강민아는 영혼이 빠져나간 듯 터덜터덜 안으로 들어갔다. 10개월 동안 아이를 품고 있었는데 돌아오는 건 싸늘하게 식은 마음이었다.아이가 태어나 엄마가 된 기쁨도 잠시, 배 아래 상처가 벌어져 피를 철철 흘리며 걸어 다니는 시체처럼 보였다.그녀를 본 연진숙이 미소를 거두며 말했다.“어딜 돌아다니는 거야. 현민이 배고프게!”그녀가 덧붙였다.“아버님이 이미 우리 손주들 이름 다 지었어. 반현민, 지혜롭고 고귀하다는 의미야.”연진숙은 의기양양하게 반용훈과 시선을 주고받으며 감탄했다.“이런 귀티 나는 이름이야말로 반씨 가문 후계자에 어울리지.”“그러면 여동생은요? 전 딸도 낳았는데요.”반용훈이 말했다.“공주님은 우정이야. 현민이랑 사이좋게 지내라고.”강민아가 중얼거렸다.“너무 흔한 이름이라 다른 걸로 바꾸고 싶은데요.”연진숙이 경멸하듯 콧방귀를 뀌었다.“반씨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 애를 둘이나 낳을 필요는 없어. 엄마 성을 따라도 돼.”연진숙이 싸늘한 눈빛으로 강민아를 훑어보았다.“주제도 모르게 어딜 감히... 허, 넌 원래 반씨 가문에 시집올 자격도 없었어.”“스읍,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반용훈이 서둘러 그녀를 제지하자 연진숙은 이내 강민아가 들고 있는 A4용지 더미를 발견했다.“이게 뭐야?”연진숙은 앞으로 다가가 강민아의 손에서 서류 더미를 낚아챘다.“이제부터 네가 할 일은 우리 반씨 가문의 후계자를 정성껏 키우는 거야. 하루 종일 쓸데없는 거나 들여다보고...”강민아가 평소 연진숙은 알아보지 못하는 책을 들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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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어딜 감히! 반씨 가문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들어왔다 나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연진숙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반용훈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민아야, 이제 막 애를 낳고 왜 갑자기 하준이와 이혼하겠다는 거니?”흐릿한 빛이 두 사람의 얼굴을 비추는 것 같았다. 강민아는 늘 서로 맞장구를 치며 죽이 척척 맞는 두 내외를 바라보았다.“제가 애를 낳을 때 반하준은 어디 있었는데요? 그렇게 문자를 보내고 연락해도 답장 하나 없었잖아요!”“걔한테 무슨 연락을 그렇게 해!”연진숙은 그녀를 철이 없다며 나무랐다.“반씨 가문에서 실컷 먹고 자면서 부신 그룹 명의로 된 병원에서 애도 낳았잖아. 이 VIP 병실 하루 이용료가 얼마인지 알아? 널 돌봐주는 간병인들까지 합치면 하루에 수백만이 나가!”연진숙이 손으로 창밖을 가리켰다.“이 풍경과 위치를 좀 봐. 강민아, 대체 뭐가 불만이야?”반용훈은 사람 좋은 태도로 그녀를 달랬다.“민아야, 금방 아이를 낳고 감정 기복이 심한 것 같구나. 이혼은 서두르지 말고 정신과 의사를 불러줄 테니 산후조리 잘해.”연진숙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이혼 서류를 차갑게 쳐다보았다.“출산하자마자 이혼하겠다니, 이 기회에 반씨 가문에서 한몫 단단히 챙길 생각이지?”연진숙이 그녀의 뺨을 때리면 반용훈이 서둘러 나서서 달랬다.“민아야, 넌 자식을 낳았으니 우리 반씨 가문에 큰일을 한 거야. 하준이는 밖에서 할 일이 많으니까 네가 집에서 내조를 잘해야지. 바쁜 애 귀찮게 하지 말고 필요한 게 있으면 우리한테 말해.”반용훈은 블랙 카드 한 장을 꺼내 침대 옆 테이블에 올려놓았다.“그동안 수고 많았어. 이 카드 가져가서 마음껏 써.”강민아가 반용훈에게서 고작 블랙 카드 한 장을 받으려고 이혼 서류를 꺼낸 거라고 생각했는지 목적을 달성한 그녀를 연진숙이 조롱하듯 비웃었다.“얘는 정신 상태가 불안정하니까 우리가 현민이 먼저 데리고 가자고요.”연진숙이 반용훈에게 제안했다.“의사가 정신 상태 살펴본 뒤에 반씨 가문 후계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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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다음 날, 병동에서 강민아는 침대에 누워있고 정신과 의사가 그녀의 산후 심리 상태를 살펴보고 있었다.“살펴본 결과 강민아 씨는 산후 우울증이 있으신 것 같으니 푹 쉬어야 합니다. 반씨 가문에서 서른 명에 가까운 의료팀을 꾸려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정신이 들고 나서야 밤새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는 걸 알았다.의사 말로는 산후 저혈당 증세를 보인단다.“남편은 제가 실신한 사실을 알고 있나요?” 강민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여사님께선 사모님 일로 반 대표님을 귀찮게 하지 않길 바라십니다.”의사는 듣기 좋게 포장했다. 연진숙은 정확히 반하준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강민아의 상황을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리고 강민아는 며칠째 병원에 입원해 있어도 반하준의 그림자 한번 본 적이 없었다.침대에 누워 있던 딸이 갑자기 칭얼거리자 강민아는 심장이 철렁했다.“왜 애가 목이 쉬었죠?”“사모님께서 쓰러졌을 때 아기가 계속 울었어요.”“아이 좀 안겨주세요.”강민아가 말했다. 이별의 순간을 직감해도 본능적인 몸의 반응을 이길 수 없었다.의사는 작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강민아의 품에 안겨주었다. 강민아는 고개를 숙여 일그러진 아기의 작은 얼굴을 내려다보았다.순식간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이 밀려왔다.자신이 배 아파 낳은 자식을 만지면 다시는 떼어낼 수 없을 줄 알고 있었다.하지만 반씨 가문에서는 그녀가 두 아이를 데려가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오후에 강민아가 중환자실 문을 열었을 때 반용화의 비서가 안에 앉아 있었는데, 그는 어제 옷을 그대로 입은 채 밤새 눈도 붙이지 못하고 턱과 입가에는 거뭇한 수염이 자라 있었다.강민아가 들어오는 것을 본 비서는 그녀에게 인사를 건넬 힘조차 없었다.강민아는 침대로 다가갔다.이미 의식을 되찾은 반용화는 산소 호흡기로 얼굴을 절반 넘게 가리고 있었다. 비서는 옆 의자에 앉아 반용화에게 뭐라고 말을 전했다.침대 옆 탁자 위에는 컴퓨터 한 대와 대여섯 개의 서류가 산더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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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침대 옆 의자에 앉은 강민아는 남자의 손톱 틈새에 피가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했다.반용화의 현재 몸 상태로는 샤워를 할 수 없어 병원에서 간병인을 붙여줬을 텐데, 그처럼 고고한 사람은 간병인이 몸을 건드리기까지 오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거다.강민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야에 물을 받아왔다.침대 옆 탁자 위에 대야를 놓고 젖은 수건을 짜서 반용화의 한쪽 손을 들어 올린 뒤 부드러운 수건으로 그의 손을 닦아주었다.눈을 크게 뜬 반용화의 머릿속에선 손을 거두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팔은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침대에 누운 그는 강민아가 고개를 숙이고 손을 닦아주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제가 할게요.”비서가 허둥지둥 일어나 말했다. 비서는 이미 반용화가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기에 더러운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런데 강민아가 대꾸했다.“솜이랑 이쑤시개 좀 가져와요.”비서는 반용화의 눈치를 살피며 강민아에게 필요한 물품을 챙기러 갔다.얇게 짖은 솜을 이쑤시개에 감고 반용화의 손톱 틈새에 고인 피를 조심스럽게 닦아냈다.그러는 동안 강민아는 반용화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반용화가 자기 손을 만지는 걸 허락하는 지도 신경 쓰지 않았다.열 손가락 모두 닦은 강민아가 고개를 들어 남자의 머리카락으로 시선을 보내며 비서에게 말했다.“가위 좀 주세요.”강민아는 가위를 들고 반용화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다듬었다.“지금은 샤워를 못 하니까 우선 머리만 정리해 줄게요.”반용화의 머리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말은 꾹 참았다.“고마워.”나지막한 남성의 목소리가 강민아의 귓가에 들려오자 그녀의 마음이 동요하는데 반용화가 다시 입을 열었다.“출산하던 날, 나한테 여러 번 전화했던데 무슨 일 있었어?”반용화는 강민아가 반하준과 이혼하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놓기를 기다리며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강민아는 가위를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무서워서요. 하준 씨도 없고 서경에는 친구나 가족도 없으니까 그냥...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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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강민아가 반용화와 눈빛을 주고받은 뒤 전화를 받으니 우경아의 나른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강민아 씨, 양자 테크 담당자가 된 걸 잊었어요? 듣기론 요즘 회사에도 안 왔다던데.”다소 나무라는 듯한 우경아의 어투에 강민아가 대꾸했다.“우 대표님은 바빠서 제가 입원한 걸 모르셨나 봐요.”“오늘 퇴원했다면서요.”우경아의 목소리는 서늘했다.강민아는 그녀가 조바심을 낸다는 걸 알고 이렇게 답했다.“오늘 양자 테크에 갈 거예요.”그녀는 소파 등받이에 기댄 채 여유롭고 한가한 자세로 부드럽게 우경아와 말을 이어갔다.“우 대표님 밑에 있는 직원들이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우경아도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강민아 씨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강민아는 전화를 끊은 후 반용화에게 물었다.“선생님, 저랑 같이 외출할 시간 되세요?”반용화가 시선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뭘 하면 되는데?”강민아는 손에 든 계약서를 내려다보더니 야망이 가득 찬 밝은 눈빛을 반짝였다.“전 이제 용성의 새 소장이 되었으니 선생님께서 저를 잘 가르쳐 주셔야죠.”고고한 남자가 그녀의 뜻을 단숨에 알아차리고 팔걸이의 버튼을 누르며 몸을 움직였다.“따라와.”...그 시각 정광사에서는 놓쳐서는 안 될 좋은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채소밭에서 막 돌아온 반하준은 마치 시궁창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온몸에 지독한 냄새가 나는데 결벽증이 있었던 그는 당연히 자기 몸 냄새를 견디지 못했다.반하준이 공용 샤워실로 향했지만 목욕 시간 외에는 온수를 공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스님들과 함께 씻고 싶지 않아 차라리 아무도 없는 목욕탕에서 찬물로 씻는 게 더 나았다.반하준이 막 옷을 벗었을 때 뒤에 여러 사람이 나타났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절에 있는 다른 스님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반용화가 자신을 계속 감시하도록 꽤 많은 사람을 보냈고, 그가 다시 몰래 산에서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샤워할 때도 감시하는 건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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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반하준은 화가 나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지금은 반용화의 부하들에게 24시간 감시를 당하고 있었기에 산에서 내려가는 즉시 자신을 때린 사람을 찾아낼 거다.“너희들 딱 기다려!”반하준은 조용히 반용화가 보낸 경호원들도 벼르고 있었다. 그의 안전도 지켜주지 못하는데 무슨 경호원인가.“도련님, 저희는 선생님 사람입니다. 저희에게 손을 대시면 선생님께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반하준은 깊게 심호흡했다.“산에서 내려가면 작은아버지께 너희들이 내 안전을 전혀 지켜주지 않았다고 말할 거야.”경호원도 어이가 없었다.“도련님의 신변 안전은 저희 관할이 아닙니다. 선생님께선 이곳에 계시는 동안 도련님이 죽지만 않으면 된다고 하셨습니다.”“...”그는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목욕탕에서 매질을 당한 후 반하준의 몸이 더 더러워졌다. 그런데도 씻으려 하면 망나니들이 달려와 얼굴을 가리고 때릴까 봐 무서워 이곳에서 씻기 싫었다.어엿한 부신 그룹 대표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반하준은 대야에 물을 받아 방으로 돌아와서 수건을 적셔서 짠 뒤 몸을 닦았다.태어나서 이런 고생은 처음 겪는 거라 남자는 시종일관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여러 번 몸을 닦으려고 했지만 팔을 움직이자 방금 맞은 부위가 아팠다.“스읍!” 반하준이 이를 갈았다.견딜 수 없는 고통에 대충 몸을 닦을 수밖에 없었다.그는 깨끗한 바지로 갈아입고 침대에 앉아 베개 밑으로 손을 뻗어 청진기를 꺼냈다.난간 틈 사이로 햇살이 상의를 탈의한 남자에게 비쳤고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가며 미묘한 곡선을 드러냈다.이때 누군가 밖을 지나가다가 멍한 표정으로 청진기를 응시하는 그를 본다면 분명 매우 이상하게 여길 거다.청진기가 뭐 볼 게 있다고.하지만 반하준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머릿속에선 강민아가 그걸로 목을 조르던 장면이 떠올랐다.숨 막히는 질식이 덮쳐올 때 열기가 머리를 집어삼켰다. 온몸의 피가 들끓고 근육이 경직되며 모든 부분이 딱딱하게 굳었다.반하준은 침을 꿀꺽 삼키며 표정 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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