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용화의 눈꺼풀이 들썩였다. 휠체어에 앉은 탓에 시야가 낮았던 그는 침대와 일정 간격을 두자 밑에 숨어있던 심은호와 두 눈이 마주쳤다.둘의 시선이 부딪히고 침대 밑에 엎드려있던 남자가 반용화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반용화의 표정은 오래도록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산처럼 덤덤했다. 벌거벗은 남자가 침대 밑에 숨어 있어도 그럴 거다.반용화가 말없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은호가 휴대폰을 꺼내더니 곧바로 반용화의 휴대폰에 심은호의 메시지가 떴다.[연구원님, 오해하지 마세요. 오시기 전에 이미 민아 씨 침대에 있었는데 충격받을까 봐 숨었어요.][제가 달리기가 좀 빠르거든요.][연구원님, 화났어요?][저랑 민아 씨가 하는 소소한 장난이니까 나이 드신 분은 이해 못 하는 게 당연해요.]반용화는 눈을 가늘게 뜨며 진동하는 불여우 냄새에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엇?”반석현은 움직이지 않는 반용화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진 자신이 강민아 병실을 떠나는 걸 아쉬워했는데 이젠 반용화가 가지 않으려 한다.“선생님, 왜 그러세요?” 강민아는 반용화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물었다.반용화가 차가운 목소리로 곧장 입을 열었다.“민아 쉬는 거 방해하지 말고...”반용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천진난만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보온병을 들고 걸음을 옮기던 정이도 반용화를 보자 급히 목소리를 가다듬고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선생님 안녕하세요. 석현아!”그러면서 반석현과 인사를 나눌 땐 또 목소리가 달라졌다.평소처럼 반석현을 안아 올려 빙빙 돌지 않고 아이의 곁을 맴돌며 자세히 살펴보았다.“석현아,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어젯밤에 보러 갔는데 간호사 언니가 네가 이미 퇴원했다고 말해줬어.”반석현은 정이에게 수화로 괜찮다고 멀쩡하다며 알려주었고, 두 아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육성민이 성큼성큼 들어왔다.반용화를 보는 순간 두 눈에 숨어있던 따뜻함이 금세 식어버렸다. 강민아가 쉬는데 방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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