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Chapter 461 - Chapter 470

476 Chapters

제461화

시장은 강민아의 말에 놀라면서도 기뻐했다.“양자 테크가 디지털 프로젝트를 빠르게 추진했던 게 강 소장님 덕분이었네요!”그는 고개를 돌려 비서를 향해 이렇게 지시했다.“앞으로 두 시간 동안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강 소장과 함께 양자 테크 시찰에 동행하지.”반용화의 귓가에 강민아의 목소리가 울렸다.“선생님도 저랑 같이 가실래요?”남자가 피식 웃었다.“귀찮게 구네.”강민아가 대담하게 나섰다.“제가 선생님 휠체어 밀어드릴게요!”그녀가 반용화의 휠체어를 리무진 안으로 밀어 넣은 뒤 반용화가 물었다.“양자 테크에서도 날 방패로 쓸 생각인가?”“저한텐 선생님이 필요해요.”유난히 진지한 부드러운 목소리가 반용화의 귓가에 들리자 남자의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선생님의 지도가 필요해요. 저를 더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강민아가 그의 옆에 앉자 리무진 차량의 문이 천천히 닫혔다.반용화는 흠칫하며 휠체어에 올려놓은 오른손 검지가 어색하게 안으로 움츠러들었다.그들 사이에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온 것 같다.10여 년 전만 해도 강민아는 그에게 의지하고 있었지만 감히 내색하지 못했는데, 이젠 대놓고 그의 도움이 필요하며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더 멀리, 더 높이 날아가려 한다....차량이 양자 테크 건물 입구에 멈추자 경비실 직원은 즉시 양자 테크 내부 직원에게 이를 알렸다.각 부문의 연구원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갑작스러운 윗선의 등장에 그들도 당황했다.“어떡해요? 누가 마중 나가요?”“우 대표님께 전화해서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양자 테크의 내부 직원들은 이런 상황에서 시 관계자들을 영접할 사람을 누구로 보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제가 갈게요.”어깨까지 오는 짧은 머리에 흰색 정장을 입은 젊은 여성이 눈에 띄었다.“안채린 씨, 금방 미린국에서 돌아온 사람이 시청 사람들을 상대하기엔 경험이 없잖아요.”직원들은 우경아가 휠 스트리트에서 고액 연봉을 주고 데려온 기술 컨설턴트 안채린을 말렸다.“경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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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진찬규는 비웃었다.“반하준과의 관계를 이용해 반 연구원님 곁에 죽어라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장기명은 진찬규의 말에 동의하며 입술을 다물었다.안채린의 양자 테크 소개가 끝나고 몇몇 관계자들이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녀의 시선이 강민아에게 향했다.반진경이 보낸 사진 속 강민아가 반석현과 친해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떠올라 안채린은 차가운 콧방귀를 뀌었다.그녀는 곧장 반용화에게 걸어갔다.“석현이는 잘 있어요?”강민아는 그녀의 질문에 제법 놀랐다. 안채린과 반석현은 외모만 봐도 닮았는데 둘은 대체 무슨 사이일까.반용화는 대답 대신 이렇게 물었다.“양자 테크엔 언제까지 있을 생각이지?”둘은 잘 아는 사이 같았다.“제 목표는 용성에 들어가는 거예요!”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반용화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반용화의 표정은 천 년 묵은 빙하처럼 싸늘하고 무심했다.시장이 물었다.“반 연구원님과 안 이사님은 서로 아는 사이인가요?”안채린이 말하려는데 반용화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니요.”안채린의 눈에서 상실감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머쓱하지도 않은 듯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제가 반 연구원님 많이 존경해요.”장기명이 옆에서 거들었다.“반 연구원님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안채린은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반용화에게 건넸다.“제가 올해 쓴 논문인데 연구원님께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반용화가 손을 내밀어 안채린이 건넨 USB를 받자 사람들이 헉 숨을 들이켰다.반용화가 5년 동안 학생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그와 접촉한 사람들은 반용화가 용성의 내부 직원 외에 그 누구의 논문도 봐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았다. 모든 논문을 다 봐주면 그는 세계 각지에서 날아오는 종이 더미에 푹 파묻힐 것이다.장기명은 반용화가 안채린의 논문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움찔하며 서둘러 휴대폰을 꺼냈다.“반 연구원님, 제가 최근에 작업하고 있는 논문이 있는 데 혹시 관심 있으신가요?”반용화는 무뚝뚝한 어조로 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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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안채린은 사람들을 이끌고 디지털 데이터 센터로 들어갔다.“안 이사님, 안녕하세요.”직원들은 안채린에게 존댓말을 하며 동경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안채린은 무심한 표정으로 물었다.“프리즘의 데이터 테스트는 어디까지 진행됐죠?”“기본적인 데이터 프레임이 안정화되었고 이제 프리즘 데이터베이스의 세부적인 디버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안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분들이 볼 수 있도록 프리즘 시스템을 실행해 보세요.”“아, 그게...”직원들은 곧바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저희는 아직 이 프레임을 다 파악하지 못해서...”안채린은 인상을 찌푸렸다.“며칠이 지났는데 아직도 숙달이 안 된 거예요?” 그녀는 직원들이 난감한 표정을 보며 이렇게 덧붙였다.“데이터 프레임의 구조는 간단하니까 그냥 내가 할게요.”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연구원들의 눈빛이 밝아졌다.“프리즘 대형 모델 프레임 설계는 매우 까다로워서 우리의 기존 지식을 완전히 벗어나는데, 안 이사님은 회사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벌써 데이터 코드를 다 장악했네요.”“역시 해외에서 가장 핫한 천재 여성이에요. 보통 사람이 아니라니까요.”직원들이 낮은 소리로 감탄하는 동안 모두의 시선이 안채린에게 향했다.그녀는 컴퓨터 앞에 서서 키보드를 두드렸다.강민아는 큰 화면에서 스크롤 되는 코드를 보고 반용화와 눈을 맞췄다.“잘 아는 사이에요?” 강민아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니.”반용화가 무심하게 말하자 강민아가 콧방귀를 뀌었다.“거짓말하시네요.”멈칫한 반용화가 목소리를 낮춰 해명하듯 말했다.“정말 아니야.”강민아는 안채린이라는 여자가 반석현의 지인이라고 추측했지만 아이의 출신에 대해선 굳이 묻지 않았다.안채린은 키보드 위에서 손을 놀리며 미간을 찌푸렸다.윗선에서 머리를 내밀고 다 지켜보는 가운데 대형 화면에는 블루 코드만 계속 번뜩였다.“제가 해볼까요?”강민아는 안채린이 조작해도 아무런 진전이 없자 입을 열었다.홱 고개를 돌린 안채린이 말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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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우 대표님, 죄송하지만 빅데이터 센터의 경보음이 너무 시끄러워서 영상 통화로 돌리죠.”강민아가 말하며 휴대폰을 가져가 선을 연결하고, 우경아가 화면을 눌러 영상 통화로 전환하자 이내 우경아의 얼굴이 대형 스크린에 나타났다.모두가 고개를 돌려 대형 화면을 바라보았고, 안채린은 깜짝 놀라 말했다.“우 대표님?”우경아에겐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 찍히는 강민아의 얼굴만 보였다.“우 대표님, 전 이미 데이터 센터에 있는데 시키실 일이라도 있나요?”강민아가 당당하게 말하자 우경아가 대꾸했다.“양자 테크 대표는 그쪽인데 이런 전문적인 일에 내가 무슨 지시를 해요?”강민아가 스피커 모드로 돌려 우경아의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크게 흘러나왔다.다급하게 울리는 경보음에 우경아의 목소리가 조금은 어수선하게 들려 주위 사람들이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강민아 씨, 오늘 시청 사람들이 양자 테크에 시찰하러 온 건 알아요? 프리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개발자인 그 쪽한테 책임이 있죠!”“하지만 우 대표님, 양자 테크에 와보니까 무척 이상한데요. 직원들은 다 저를 모르고 양자 테크에는 이미 책임자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죠, 안채린 씨? 그쪽이 양자 테크 책임자죠?”물어보는 동시에 강민아는 휴대폰 카메라를 뒤로 빼며 뒤에 있는 안채린과 시청 관계자들, 양자 테크 연구원까지 전부 보이게 했다.사람들 틈에 있는 반용화도 우경아의 휴대폰에 작게 보였지만 흐릿한 화질 속에서도 그의 뛰어난 미모는 감춰지지 않았다.우경아의 동공이 움츠러들고 표정이 딱딱하고 차가워졌다.강민아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우 대표님, 말씀 좀 해주세요.”강민아가 다그쳤다.“대표님 손에 있는 양자 테크 때문에 저도 헷갈리네요. 대체 이 회사 담당자가 누구죠? 자리에 있는 분들께 제대로 말씀해 주세요.”그제야 자신이 한 방 먹었다는 걸 깨달은 우경아가 차갑게 웃었다.반용화도 있는 걸 봐선 상황이 대충 짐작이 갔다.“강민아 씨, 반용화 씨와 시청 관계자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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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민아 씨가 프리즘 프로젝트 개발자예요? 그런 얘기 없었잖아요.”장기명이 의아한 듯 말을 뱉었다. 소식을 들은 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어지는 우경아의 말에 그는 눈을 끔벅거리며 귀를 의심했다.그는 옆에 있던 진찬규에게 황급히 물었다.“내가 잘못 들은 건가요? 여기 너무 시끄럽네요. 우 대표님이 방금 뭐라고 했어요? 양자 테크 대표가 누구라고요?”진찬규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안채린은 강민아를 바라보며 의심스럽게 물었다.“우 대표님과 무슨 거래를 했어요? 그쪽이 왜 양자 테크 책임자죠?”뭔가 오해가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녀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강민아는 서경대를 다니다 말고 결혼해서 제대로 된 직장 경력도 없는 가정주부였다.그녀 같은 사람이 양자 테크에 들어오면 기껏해야 청소 공이나 하겠지.진찬규가 중얼거렸다.“저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양자 테크 리더가 돼?”강민아는 수많은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것을 느꼈고, 울려 퍼지는 사이렌 사이로 간간이 진찬규와 다른 직원 몇 명이 수군거리는 말도 들렸다.“저에게 불만이 있는 사람은 사직서를 제출하세요. 당일로 수리해 드리죠.”강민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그럼 전 이제 데이터 센터 기계를 만질 자격이 있는 건가요?”안채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도 엄마 노릇을 해서 그런지 말할 때마다 다섯살 아이처럼 가르치려고 드는 것 같아 불쾌했다.그녀는 딱딱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한 번도 우리한테 정체를 밝히지 않았잖아요!”강민아의 가느다란 손끝이 컴퓨터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데이터를 처리하던 그녀가 말했다.“말을 안 했다고 그게 당신들이 나한테 편견을 갖는 이유가 될 순 없죠.”그녀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빅데이터 센터 경보음도 멈췄다.순식간에 빅데이터 센터 전체가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강민아의 목소리는 허공을 가로지르는 봄바람 같았다.“우 대표님, 양자 테크에 출근한 첫날인데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우경아는 휴대폰 화면에 나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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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정신을 차린 강민아는 반용화가 이미 떠났고, 안채린도 함께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반용화와 안채린의 관계가 정말 궁금하지만 반용화가 말하지 않으니 어른의 사적인 감정에 관해 묻는 것도 실례인 것 같았다.강민아는 양자 테크의 다른 직원들과 함께 시청 관계자들을 배웅했고 장기명은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갔다.“민아 씨, 어떻게 양자 테크의 책임자가 됐는지 너무 궁금하네요. 내가 요즘 양자 테크 일을 돕고 있는데 옴 테크와 내 실험실 프로젝트도 양자 테크와 협업 중이거든요.”강민아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아 고개만 끄덕이는데 장기명이 알아서 말을 늘어놓았다.“양자 테크 사람들을 소개해 줄게요.”강민아와 두터운 사이라는 걸 회사에 보여주기 위해 이렇듯 아부하는 거다.“진찬규 씨 알죠?”장기명이 소개하자 강민아는 그늘진 표정의 남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잘 모르겠는데요.”진찬규는 경멸하듯 피식 콧방귀를 뀌었다.“난 그쪽 잘 아는데, 나현이가 자주 내 앞에서 자주 언급했거든.”“당신이 강나현과 아무리 떠들어도 나에 대해 1%도 모를 테지만, 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네요.”진찬규와 강나현은 절친한 친구 사이로 앞서 강나현이 경찰서에 들어갔을 때 진찬규가 그녀를 위해 나서준다며 소란을 피웠다.강나현과 친구로서의 선을 넘고 일이 불거지자 강민아에게 따지고 들었다.그러니 진찬규가 강민아를 원수처럼 보고 눈이 뒤집힐 수밖에.진찬규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강민아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더니 실컷 비웃었다.“대단하네. 반 연구원님이 당신을 양자 테크 책임자로 만들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겠어. 그렇지?”“그 말, 반 연구원님 앞에서 할 수 있겠어요?”진찬규가 멈칫하는 사이 강민아가 대신 대답했다.“못 해요?”입술을 달싹이던 진찬규는 시선이 강민아를 지나쳐 돌아오는 안채린에게 향했다.“안채린 씨.”진찬규가 다가오자 안채린은 강민아가 보이지 않는다는 듯 그에게 말했다.“밥 먹으러 가요.”장기명이 친절하게 말했다.“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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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안채린은 눈에 띄게 당황했고 다른 직원들은 입을 다물었다.누구는 서둘러 고개를 숙여 식사를 이어갔고 누구는 숨을 꾹 참은 채 입술을 달싹이며 표정 관리에 집중했다.“안채린 씨는 해외에 오래 있어서 직장에서의 위계질서에 신경 쓰지 않는 거야.”진찬규가 안채린의 편을 들며 목소리를 높였다.“강민아, 당신은 대표가 됐다고 다른 사람들이 왕처럼 굽신거리며 떠받들어주길 원하나? 당신은 모르겠지만 요즘은 직장에서도 직급 상관없이 친구처럼 지낸다고.”누가 봐도 조롱하는 어투로 말하는 진씨 가문 도련님은 강민아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었다.강민아는 그의 경멸에 찬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그래요. 그러면 양자 테크 내부의 모든 직급을 없애고 평등하게 전부 성과 급여로만 월급을 받죠. 일정한 등급 이상의 직원들도 전부 똑같은 등급으로 나누어야 회사 내부에 위계질서가 사라지겠죠?”안채린의 표정이 확 변하더니 그녀가 눈이 휘어지게 웃으며 물었다.“강민아 씨, 저를 저격하는 건가요?”“우 대표님이 정한 양자 테크 책임자는 저예요. 내 결정에 불만이 있으면 대표님께 찾아가세요.”강민아는 자리에 있는 직원들에게 말했다.“하루 줄 테니까 모두가 똑같은 등급에 똑같은 월급을 받는 걸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위아래 직급 똑바로 구분하든지 선택하세요.”직원들은 더더욱 머리를 깊게 숙였고 장기명이 서둘러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민아 씨는 우 대표님이 정한 책임자니까 당연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죠.”월급이 달려 있는데 자리에 있는 직원들 전부 안채린이 국내 사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등급이 내려가 월급이 삭감당하는 건 원치 않았다.“안채린 씨, 귀국했으면 국내 직장 문화에 익숙해져야죠. 민아 씨한테도 깍듯하게 대표님이라고 불러요.”장기명의 설교 따위 듣고 싶지 않았던 안채린이 입을 삐죽거렸다.그때 한 직원이 일어나 말했다.“대표님, 천천히 드세요. 전 이만 일 하러 가볼게요.”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기 싫었던 그들은 안채린이 강민아에게 제대로 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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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안채린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후 황급히 둘러댔다.“용화 씨, 미안해요. 계속 불만만 늘어놨네요.”“괜찮아.”반용화의 시원한 목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려 퍼져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안채린은 오늘 밤에 처음으로 반용화에게 전화를 걸어 이처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전부 강민아에 대한 말뿐이었다.반용화가 드물게 그녀의 말을 다 들어주자 안채린은 기쁨에 입꼬리가 올라갔다.“앞으로 계속 전화해도 돼요?”대담하게 물었지만 내심 불안했다.“양자 테크에 관한 일이라면 전화해도 돼.”안채린의 입에서 그동안 보아왔던 강민아와는 전혀 다른 그녀의 모습을 듣게 되었다. 항상 그 앞에서 예의 바르게만 행동하던 그녀가 다른 사람의 분노를 자극한다는 게 제법 흥미로웠다.안채린은 입이 귀에 걸렸다.“용화 씨, 내 푸념 들어줘서 고마워요. 아, 참.”안채린은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는지 이렇게 말했다.“양자 테크가 부신 그룹과 협업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강민아 씨가 조카인 반하준 대표 전처죠? 그것 때문에 협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알겠어.”반용화가 짧게 대꾸하자 안채린은 알겠다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당황했다. 강민아와 반하준이 이혼했는데 반하준의 작은아버지로서 그도 강민아에게 불만이 많지 않을까.이제 그녀가 반용화에게 불평불만을 실컷 털어놨으니 반용화도 강민아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할 거다.안채린이 정신을 차렸을 때 반용화는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다.휴대폰을 내려놓은 그는 옆 책상에 앉아있던 반석현이 검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뜬 채 그를 지켜보는 것을 보았다.“자러 갈 시간이야.”반용화가 덤덤하게 말하자 반석현은 이어폰을 빼고 휴대폰에 글을 썼다.[다음에도 듣게 해주면 안 돼요?]아이가 또 다른 글을 써서 보여주었다.[민아 이모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요.]반용화의 목소리가 한결 차가워졌다.“알면 알수록 자꾸만 생각하게 돼. 넌 이미 거리를 두기로 결심했잖아.”반석현은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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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장기명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당연히 서경에서 가장 유명한 그 사람이죠.”안채린은 오랫동안 미린국에서 살았지만 서경 재벌가의 소식도 적지 않게 알고 있었다.서경에서 가장 유명한 심씨 가문 도련님은 심은호다. 남들이 봤을 때 그는 손대는 것마다 성공하며 뭐든지 손 하나 까딱하면 여러 업계에서 최고를 차지하는 남자였다.“양자 테크와 사업적인 거래가 있나요?”장기명이 말했다.“우 대표님은 심은호가 소유한 대성 로펌을 양자 테크의 법무팀으로 만들려고 해요.”장기명의 말에 안채린은 단번에 눈치를 챘다. 분명 우경아가 딴마음을 품고 일부러 사업을 국내로 옮겨 양자 테크를 이용해 심은호를 끌어들이려는 거다.“그렇다면 심은호 씨는 양자 테크와 협업에 관해 논의하려고 온 거네요.”안채린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물었다.“강민아 씨가 그쪽으로 경험이 있나요? 아니면 제가 가서 심은호 씨와 얘기해 보죠. 스무살에 헤이벌드에서 법학과 학위도 땄거든요.”장기명은 안채린을 향해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안채린 씨, 법학과 학위도 있어요? 역시 휠 스트리트 천재 여자답네요. 또 제가 모르는 게 뭐가 있죠?”안채린은 수줍은 듯 웃었다.“과찬이세요. 그저 한가할 때 조금 배웠는데 그렇게 쉽게 학위를 받을 줄은 몰랐어요.”“근데 심은호 씨 일은 민아 씨에게 맡겨요. 전에 둘이 만난 적이 있어서...”말하며 장기명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안채린이 깜짝 놀랐다.“만났다고요?”그녀가 생각하는 그 ‘만남’이 맞을까.그때 진찬규가 끼어들어 조롱 섞인 말을 뱉었다.“반하준과 이혼하고 바로 심은호에게 들러붙었잖아요. 허, 내 생각엔 이혼하기 전부터 심은호랑 뭐가 있었어요. 안 그러면 어떻게 감히 반하준과 이혼해요? 하지만 어림도 없지. 심씨 가문에서 이혼했던 여자를 데려가겠어요?”안채린은 여전히 강민아와 심은호가 만났다는 것만 되뇌고 있었다.“그렇다면 지금은 헤어졌다는 건가요?”장기명이 말했다.“듣기론 헤어진 것 같더라고요. 전에 워낙 요란하게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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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강민아는 자리에 멈춰 서서 비범한 외모를 자랑하는 남자, 심은호를 바라보았다.심은호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햇살을 등진 채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요?”강민아는 그에게 한 발짝 다가가며 놀리듯 말했다.“제대로 감상하고 싶어서요.”“그럼 더 가까이 봐야죠.”말하며 심은호는 몸을 앞으로 숙여 강민아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갔다.강민아는 그와 저만치 떨어져 있는데 두 사람의 얼굴은 닿을 듯이 가까웠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으며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제대로 잘 봤어요?”심은호가 물었다.“네.”“어때요?”“잘생겼어요.” 강민아는 진심으로 칭찬했다.“심은호 씨는 제가 봤던 잘생긴 남자 중... 한 명이에요!”그녀의 말은 진심이었다.심은호가 피식 가볍게 웃었다. 그녀 곁에 있는 멋진 남자가 한 둘인가. 육성민, 반하준도 모자라 반용화도 있었다.특히 반용화의 외모는 타고난 심은호마저 위기감이 느껴질 정도였다.“내 얼굴은 나한테서 제일 보잘것없는 거예요.”그가 자신 있게 말하자 강민아의 머릿속엔 심은호가 보내줬던 가슴근육과 복근 사진이 떠올라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사람을 홀릴 듯 잘록하고 탄탄한 허리가 뇌리에 깊게 박혔다.이대로 가다가는 심은호에게 민망한 생각을 들킬까 봐 가볍게 기침했다.그녀는 심은호를 지나쳐 책상에 마주 앉아 사무적인 어투로 말했다.“심은호 씨, 제대로 얘기해 볼까요?”“네?”남자의 혀끝이 입천장에 슬쩍 닿았다.“조금 전 나눈 얘기는 제대로 한 게 아닌가요?”“...”그의 매혹적인 여우 눈빛이 심장을 관통할 것만 같다.“아니면 강 대표님께서 나를 보고 이상한 생각이라도 하신 건가요?”“흠흠!”강민아는 정말로 침을 삼키다 사레에 들려 애써 말을 돌렸다.“우경아는 거금을 들여 그쪽을 양자 테크 고문 변호사로 데려오려고 해요. 하지만 심은호 씨와 대성 로펌 전체가 양자 테크를 위해 일하길 바라죠. 월급이 양자 테크에서 빠져나갈 텐데 나한텐 대성이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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