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준은 요즘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거름을 나르고, 돼지우리를 청소하고, 소를 몰고 양을 방목하는 나날을 보내다 보니, 그의 오랜 결벽증도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그는 거침없이 쓰레기 더미 앞에 쪼그려 앉아 손으로 뒤지기 시작했다.반하준은 옆에서 멀뚱히 서 있는 반현민을 보자, 눈을 번뜩이며 호통을 쳤다.“서서 뭐 하고 있어? 같이 찾지 않고! 청진기 못 찾으면 오늘 밥도 없을 줄 알아.”반현민은 그제야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 겁먹은 얼굴로 쓰레기 더미를 바라보다가 결국 입을 뗐다.“아빠, 장갑이라도 좀 주세요...”“찾아!”반하준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소리쳤다.“청진기 못 찾으면 너를 이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릴 거야!”그는 이번만큼은 아들 앞에서 완전히 인내심을 잃은 듯했다. 그의 눈동자는 분노로 이글거렸고, 굳게 다문 턱선은 날카롭게 경직되어 있었다.반현민은 어깨를 움찔거리며 숨을 참은 채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그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쓰레기들을 뒤적이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아빠, 제가 청진기 새로 사드릴게요... 열 개라도 사드릴 수 있어요.”그러자 반하준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네가 백 개를 사 와도 소용없어. 그건 내가 아끼는 청진기야.”반현민은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청진기, 아빠한테 그렇게 중요한 거예요?”그 말에 반하준은 인츰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쓰레기 더미를 한참 동안 뒤적이다가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래, 그 청진기는 나한테 정말 소중한 거야.”그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쓰레기통 안의 온갖 쓰레기를 샅샅이 뒤졌지만, 문제의 청진기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반현민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오전에 버렸거든요... 혹시 이 쓰레기통, 이미 비워졌을지도 몰라요.”반하준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팔뚝의 핏줄이 울컥 솟구쳤고, 금방이라도 무언가를 부숴버릴 듯한 기세였다.그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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