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호의 말에 안채린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미린국에서 남들이 한껏 떠받들어주니까 귀국해서도 잘 나갈 줄 알았는데, 심은호의 말 한마디에 불에 덴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리며 민망하고 당황스러웠다.강민아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안채린 씨, 석현이와 친해지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런 건 서두르는 게 아니에요.”“지금 나 가르쳐요?”안채린은 거세게 반박했다. 강민아를 향해 쌓아두었던 분노가 이 순간 완전히 폭발한 듯했다.“석현이가 어떤 아이인지 알아요? 과거에 석현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석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 마요!”안채린이 목청을 높인 탓에 주위 손님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좌석 사이 간격이 좁아 좌우, 앞뒤에 앉은 손님들이 안채린 쪽을 돌아보았다.“안채린 씨.”장기명이 다가왔다.“앞사람과 자리 바꿨어요. 이만 식사하러 가요.”안채린은 시선을 돌리며 장기명에게 물었다.“우리 테이블이 어디예요?”장기명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켰다.“저기요.”안채린은 말투를 바꾸어 반석현에게 다정하게 말했다.“석현아, 다른 테이블에서 먹자. 네가 매운탕 좋아하면 내가 시켜줄게.”안쪽에 앉은 반석현이 움츠러들며 안채린을 향해 거부감을 드러냈다.안채린이 이렇게 소란을 피우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고,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는다는 생각에 반석현은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것 같아 젓가락을 쥔 손이 떨렸다.“석현아, 가자!”안채린은 가만히 있는 아이를 다시 불렀고 주위 손님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대체 무슨 일이야?”“저 여자 애인가?”“저 아이 좀 이상한데.”툭.반석현의 손에 들린 젓가락이 테이블을 타고 반석현의 다리 위에 떨어져 국물이 바지에 얼룩을 남겼다.정이가 서둘러 말했다.“괜찮아, 괜찮아.”강민아는 침착한 표정으로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새 젓가락을 가져와서 반석현에게 건네주었다.“석현아, 네 바지!”안채린은 크게 반응하며 소리쳤다.“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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