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Chapter 481 - Chapter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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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1화

우경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강민아 씨, 욕심이 너무 큰 것 아닌가요?”그녀의 눈에 강민아는 그런 큰 야망을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강민아는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우 대표님도 즐거우시잖아요. 아닌가요?”그녀에게 속내를 들킨 우경아는 낮은 웃음을 내뱉었다.“우영 그룹의 지분 5%라니, 좋아요. 아주 좋네요. 강민아 씨, 그쪽이 나한테서 우영 그룹의 지분을 뺏을 능력이 있는지 두고 볼게요. 3개월 후 지자체와 협력한 프로젝트에 뭔가 잘못되면 그쪽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뿐이에요. 지옥으로 가든지, 경찰서로 가든지.”절대 아무나 우경아를 상대로 내기를 제안할 수 없었다. 그녀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경아의 손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강민아는 낮은 목소리로 강조하듯 말했다.“제가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우 대표님도 저에게 전적으로 협조해 주셨으면 좋겠네요.”우경아도 그녀의 말을 따라 말했다.“당연히 전적으로 협조하죠. 바보와 미치광이는 한 끗 차이에요. 강민아 씨가 바보든 미치광이든 난 기꺼이 당신이 열심히 뛰다가 전장에서 죽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제가 원하는 건 우 대표님 말씀 한마디뿐이에요.”강민아와 영상 통화를 끊은 우경아는 그녀에게서 자극받은 설렘을 만끽했다.강민아가 전폭적인 협조를 부탁한 목적은 우경아의 손을 빌려 안채린을 제압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그 힘을 빌리는 데는 너무 큰 대가가 따랐다.심은호가 뒤를 지켜준다고 해서 우경아가 그녀를 못 건드린다고 생각하는 걸까.우경아의 코끝에서 차가운 비웃음이 흘러나왔다.3개월 후 강민아가 가져올 선물이 깜짝선물일지, 웃음거리일지 정말 기대가 됐다.우경아는 비서를 통해 안채린에게 강민아의 일에 적극 협조하라는 말을 전했다. 그녀도 안채린이 또다시 강민아의 앞길을 방해하는 걸 원치 않았다....오후 3시, 정이가 하교할 시간이다.강민아는 출장을 가야 하니 정이를 학교에서 양자 테크로 데려오겠다는 육성민의 연락을 받았다.정이와 함께 반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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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강민아는 반석현의 표정이 참 다양한 걸 보았다.전보다 더 절제하는 것 같은데 천진난만한 다섯살 아이가 어른처럼 행동하면서도 강민아를 바라보는 눈에는 기쁨과 애착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를 본 반석현은 앞으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손을 꽉 말아쥐었다.힘겹게 강민아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강민아를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도저히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강민아는 몸을 웅크린 채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반석현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고 따뜻한 빛에 사로잡힌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카트다!”정이는 휴게실에 마련된 게임들에 시선이 이끌렸다.“엄마, 우리 같이 카트 타면 안 돼요?”정이가 천진난만하게 외치자 강민아도 같은 말을 하며 반석현에게 물었다.“우리 같이 카트 해도 될까?”별빛을 담은 검은 눈동자로 바라보던 반석현이 핑크빛 입술을 달싹이다가 강민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작은 손을 내밀어 강민아의 손으로 가져갔다.강민아는 반석현의 작은 손을 잡았다.“가자, 내가 데려다줄게.”반석현은 강민아와 함께 걸으며 고개를 숙인 채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강민아와 심은호는 두 아이에게 보호 장비를 입히고 헬멧을 씌웠다.회사의 카트는 성인 전용으로 설계되어 있어 정이와 반석현은 혼자서 카트를 조종할 수 없다.강민아와 심은호도 장비와 헬멧을 착용한 뒤 정이가 먼저 나서서 제안했다.“저는 아저씨랑 한차에 타고, 석현이는 엄마랑 한차에 타라고 해요.”반석현은 강민아와 정이를 제외하고는 심은호를 포함한 다른 사람과 신체 접촉이 불가능했기에 심은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그는 정이를 카트에 태웠고 두 대의 카트는 나란히 달렸다.“우리도 내기해요.” 심은호가 제안하자 강민아가 물었다.“뭘 걸래요?” 얼굴을 감싼 헬멧이 심은호의 눈에서 반짝이는 웃음을 가렸다.“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뽀뽀하기!”“...”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런 내기라면 지든 이기든 그 쪽한테만 좋은 것 같은데요?”“손해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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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여유로운 자세로 장기명과 진찬규에게 말했다.“예전에 회사에 있을 때 심심해서 카트로 좀 달렸는데 최고 기록이 됐지 뭐예요. 이제 드디어 제 기록을 깨는 사람이 나타나서 기분이 좋네요. 다만...”안채린은 한 손으로 난간을 잡은 채 눈을 내리깔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하루 만에 자신의 기록이 두 대의 카트에 의해 깨졌고, 두 대 모두 아이를 태우고 있었다. 즉 아이가 없었다면 속도를 몇 초 더 단축할 수 있다는 의미였기에 안채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아이들을 태웠는데 왜 저렇게 빨리 달리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위험한 것 같은데.”그녀의 말에는 약간의 질책이 섞여 있었다.장기명이 안채린을 띄워주며 아부하듯 말했다.“심심해서 달린 걸로 기록을 세웠으니 진지하게 임하면 저 사람들 기록을 넘을 수도 있지 않나요?”“제 최고 기록이 1/3 정도 더 빠르죠.”“헉!”장기명과 진찬규는 동시에 놀란 소리를 내며 두 사람은 조금 더 감탄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휙!트랙 위, 저 멀리 선두에 있는 카트를 보며 안채린의 미간이 일그러졌다.양자 테크 안에 숨겨진 실력자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며칠 동안 양자 테크에 있으면서도 카트 기록이 깨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아이와 함께 탄 사람이 그녀의 기록을 깨지 않았나. 이건 그녀에 대한 도발이나 다름없었다.그 생각에 안채린의 얼굴은 점점 더 추해졌다.마침 조금 전에 우경아 비서로부터 더 이상 강민아를 건드리지 말고 강민아의 일에 적극 협조하라는 경고를 받은 상태였다.‘웃겨. 어떻게 한낱 주부한테 굴복해.’앞서 강민아가 많은 관계자 앞에서 그녀를 망신 준 탓인지 양자 테크 직원들도 그녀를 도발하기 시작한 것 같다.두 대의 카트가 차례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안채린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정이는 헬멧을 벗고 외쳤다.“졌어요!”하지만 속상해하기는커녕 재빨리 카트에서 내려 심은호에게 물었다,“아저씨, 엄마 업을래요, 석현이 업을래요?”“석현이를 업고 싶은데 석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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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출발 카운트다운 신호음이 울리고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순간 두 대의 카트가 동시에 출발선을 박차고 나갔다.장기명은 발끝을 세우며 목을 쭉 뻗어 트랙을 바라봤고, 그와 진찬규의 시선은 트랙을 질주하는 카트를 끝까지 따라갔다.안채린이 순식간에 뒤처진 것을 확인한 진찬규와 장기명의 눈에서 흥분한 기색이 말끔히 사라졌다.장기명은 머리를 긁적였다.“안채린 씨가 선두를 달릴 줄 알았는데.”안채린이 뒤처지자 진찬규도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조금만 더 기다려봐요.”그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바쁘게 안채린과 앞 카트 사이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는 것을 보았다.“오호!” 장기명은 깜짝 놀라 외친 뒤 고개를 돌려 심은호에게 말했다.“심은호 씨 친구분 실력이 대단한데요?”그제야 장기명은 심은호 옆에 정이와 반석현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심은호 씨가 애도 봐요?”그는 강민아가 바빠서 심은호가 두 아이를 돌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심은호는 그를 무시했고 정이가 가슴을 쑥 내밀고 장기명에게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우리 엄마 엄청 대단해요!”“그래.”장기명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음 순간 정이의 말에 반응하듯 홱 몸을 돌렸다.“뭐라고?”“안채린과 경기하는 게 강민아라고?”장기명과 진찬규가 동시에 목소리를 냈다.정이는 이미 트랙에서 벌어지는 경기에 몰입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손을 흔들며 소리치고 있었다.“엄마 화이팅! 엄마 화이팅!”장기명과 진찬규는 다시 한번 뒤를 돌아 트랙을 바라보았다.진찬규는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안채린을 저렇게 먼 거리로 앞서고 있는 사람이 강민아라고? 강민아가 카트를 운전할 수 있다고?”그러자 장기명이 말했다.“프로 레이서에요. 루나 알죠? 루나가 강민아잖아요.”진찬규는 서경 레이싱 대회 사건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대회를 보러 가진 않았다. 이후 강나현의 교통사고 소식을 접한 그는 친구의 안위에만 관심이 집중돼 당시 인터넷의 핫이슈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볼 겨를이 없었다.트랙에서 안채린은 끝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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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안채린의 두 눈에 충격받은 기색이 스쳐 지나가더니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강민아에게 말했다.“강 대표님이 개조한 카트로 저랑 대결해서 이기다니, 이건 말이 안 되죠.”“개조요?”강민아는 안채린이 왜 그런 단어를 입밖에 내뱉는지 의아했다.심은호는 안채린의 말에 기가 막혔다.“경기에서 지고 말로 우기려는 건가?”안채린의 표정이 확 달아오르며 심은호가 그녀를 저격한다는 걸 알고는 진지하게 말했다.“전 단지 강 대표님이 탄 카트가 개조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것뿐이에요. 카트 성능을 향상하는 건 아주 쉬우니까요.”심은호가 말했다.“양자 테크에는 승부에 불복하고 입만 산 사람도 있네요.”진찬규는 안채린의 편을 들었다.“강민아의 차를 확인해 보면 안채린 씨의 추측이 맞는지 알 수 있겠죠.”“확인할 필요 없어요.”강민아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진찬규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음침하게 웃었다.“겁먹었나 보네.”“안채린 씨, 그쪽이 내 차를 타고 내가 그쪽 차를 타서 한 번 더 경기하죠. 지면 카트 트랙을 청소하고 여기 있는 카트 모두 개조되었는지 확인해요. 내일 바로 보고서 정리해서 올리고요.”안채린은 당당하게 맞섰다.“그쪽이 지면요?”“난 안 져요.”진찬규가 끼어들었다.“강민아, 네가 지면 회사 사람들 다 불러서 네가 트랙과 카트 청소하는 걸 지켜보라고 할 거야.”심은호가 낮게 중얼거렸다.“양자 테크에서 키우는 개가 요란하게도 짖네.”진찬규는 살짝 화가 났지만 심은호를 상대로 어쩌지 못했다.강민아는 상대를 무시한 채 조금 전 안채린이 탔던 카트에 올라탔다.안채린도 다시 헬멧을 쓰고 강민아의 차로 향했다.“강 대표님, 제가 차를 몰기만 하면 그쪽이 손을 썼는지 바로 알 수 있어요.”강민아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난 조금 전 안 이사가 했던 말이 다시 듣고 싶네요.”멈칫하던 안채린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뭐요?”“난 여자니까 나한테 양보해요.”안채린의 얼굴은 순식간에 수치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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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안채린은 이번에 눈을 훤히 뜨고 강민아가 탄 차트가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모르는 사람에게 지는 것보다 앞쪽에 나타나 어떻게 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아무리 따라잡으려고 해도 추월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코너를 돌 때 실수도 전혀 하지 않았다.안채린은 카트를 몰고 결승선을 통과한 후 자리에 멍하니 앉아 생각에 잠겼다.‘강민아에게 지다니!’직장에서 강민아가 낙하산으로 들어온 것도 모자라 카트 대결에서 강민아와 차를 바꿔 두 번이나 대결했는데도 졌다.전업주부가 매일 차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남다른 기술을 연마한 걸까.순간 안채린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여전히 강민아에게 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우와!”안채린은 직원들의 환호성을 들었다. 강민아는 직원들의 함성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카트에서 내렸다.“안 이사님 최고예요!”“안 이사님, 또 신기록을 세우셨네요.”직원들은 앞다투어 ‘안채린’에게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네며 잔뜩 아부하고 있었다.강민아가 그들 앞에서 헬멧을 벗자 서둘러 달려오던 몇몇 직원들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강... 강 대표님!”“강 대표님이 왜?”몇몇 직원들이 서로를 쳐다보았다.강민아 뒤로 시선을 돌리니 헬멧을 벗은 안채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눈빛에 당황했다. 다들 어떻게 질 수가 있냐는 표정이 역력했다.안채린의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지고 강민아는 안채린에게 물었다.“내가 개조한 카트 잘 썼나요?”안채린은 심호흡을 몇 번 하고 감정을 추스르려고 했지만 여전히 마음속에 화가 솟구쳤다.“강 대표님이 카트를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네요.”장기명이 우쭐거리며 안채린에게 알려주었다.“어허, 민아 씨가 유명한 카레이서 루나인 건 몰랐죠?”몇몇 직원들이 경악하는 표정을 드러냈다.“전에 강 대표님이 세계적인 대회에서 실력을 뽐냈을 때 제가 관중석에 있었어요. 강 대표님 대단해요!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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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강민아는 반석현과 안채린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했던 반용화의 말을 떠올렸다. 하지만 안채린은 반석현과 남다른 사이라고 말한다.“그쪽은 석현이랑...”안채린이 고개를 들어 경고하는 눈빛으로 쏘아보았다.“나랑 석현이는 혈연관계에요!”강민아는 멈칫했다.“그럼 석현이 가족인가요?”안채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나랑 석현이가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는 말할 수 없어요.”‘조금 전엔 혈연관계라더니?’강민아는 속으로 빈정거렸고 정이도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안채린은 반석현에게 손을 내밀었다.“석현아, 나랑 같이 밥 먹으러 갈까?”강민아 뒤에 숨어 있던 반석현은 고개를 저으며 안채린의 제안을 분명하게 거절했다. 안채린은 다시 강민아에게 말했다.“강 대표님, 석현이랑 저녁 먹고 싶어요.”“석현이가 분명히 거절했잖아요.”안채린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잠깐, 딸이랑 석현이랑 저녁 먹는 거면 저도 같이 가도 돼요?”그녀는 말끝을 길게 늘였다.“강 대표님은 그렇게 매정한 분이 아니시잖아요.”“저희 매운탕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안채린 씨도 가게로 온다면 제가 쫓아낼 수는 없죠.”안채린은 깜짝 놀랐다.“매운탕을 먹는다고요? 그렇게 사람 많은 곳에 석현이를 데리고 가면 애가 적응해요? 강 대표님, 석현이가 많이 따르는데 돈을 더 써서 고급 레스토랑의 프라이빗 룸에 데려가서 따로 음식을 시켜서 먹어요.”정이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석현이는 이제 나랑 같이 학교도 갈 정도로 대단해요. 아직 다른 친구들과 같이 놀 수는 없지만 함께 체조하고 수업도 같이한다고요.”정이는 또박또박 말했다.“오늘은 석현이 사회화 연습 두 번째 단계, 같이 매운탕 먹으러 가는 거예요. 석현이도 환경에 적응하는 데 자신 있다고 했어요!”정이가 반짝이는 눈으로 반석현을 바라보자 용기를 얻은 듯 그도 입꼬리를 올렸다.안채린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데 장기명이 다가와 말했다.“안채린 씨, 우리도 매운탕 먹으러 가요.”회사를 떠나기 전 안채린은 반용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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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웨이터가 국물이 담긴 솥을 들고 왔다.강민아와 심은호가 같이 앉고 정이와 반석현은 그 맞은편에 앉았다.“석현아, 너 매운탕 처음 먹어보지? 내가 고기 익었는지 확인하는 법 알려줄게.”정이는 공용 젓가락을 들었고 웨이터는 아이가 의자에 서서 전골을 먹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발 커버를 준비해 주었다.반석현은 먹어본 적이 없긴 해도 아예 모르는 건 아니었기에 매운탕을 먹을 줄 알았다.다만 정이가 열정적으로 가르쳐주니 정이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열심히 따라 했다.강민아는 마주 앉은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민이를 데리고 밥을 먹으러 나가면 절대 민이와 떨어져 앉지 않았다.민이는 옆에서 누군가 음식을 집어주고 밥 먹는 내내 골고루 먹고 야채를 많이 먹으라고 잔소리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게 아니면 먹고 싶은 것만 먹고 편식이 심했다.물론 민이는 이런 곳에서 매운탕을 먹지도 않았다.반씨 가문에 있을 때 그들은 한 번도 이런 음식을 먹지 않았다. 시집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강민아가 정성 들여 매운탕을 준비한 걸 연진숙은 웃음거리로 삼아 친구들에게 떠들어댔다.반영식은 매운탕을 신기하게 쳐다보면서도 여럿이 함께 먹으면 비위생적이기에 강민아에게 먹고 싶으면 혼자 먹으라고 했다.연진숙은 직설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라며, 익기만 하면 바로 입에 넣고 여럿이 한 국물에 수저를 넣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더럽다고 했다.나중에 그녀는 가끔 혼자 나가서 매운탕을 먹곤 했는데, 어느 한번 파파라치에게 찍혀서 재벌가 찌라시로 대문짝만하게 보도된 적이 있었다.[반씨 가문 사모님, 홀로 매운탕 먹다. 결혼 위기 의심!]기사가 화제를 끌면서 댓글에는 불쌍하다고 동정하는 글이 있었다. 혼자 남편도 없이 매운탕이나 먹는다고. 물론 그녀가 언감생심 재벌가를 넘본 대가라는 조롱도 있었다.연진숙의 친구는 그 기사를 연진숙에게 보내주었고, 돌아온 그녀가 노발대발하며 강민아에게 다신 혼자 먹으러 가지 못하도록 했다.“무슨 생각 해요?”심은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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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심은호의 말에 안채린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미린국에서 남들이 한껏 떠받들어주니까 귀국해서도 잘 나갈 줄 알았는데, 심은호의 말 한마디에 불에 덴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리며 민망하고 당황스러웠다.강민아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안채린 씨, 석현이와 친해지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런 건 서두르는 게 아니에요.”“지금 나 가르쳐요?”안채린은 거세게 반박했다. 강민아를 향해 쌓아두었던 분노가 이 순간 완전히 폭발한 듯했다.“석현이가 어떤 아이인지 알아요? 과거에 석현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석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 마요!”안채린이 목청을 높인 탓에 주위 손님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좌석 사이 간격이 좁아 좌우, 앞뒤에 앉은 손님들이 안채린 쪽을 돌아보았다.“안채린 씨.”장기명이 다가왔다.“앞사람과 자리 바꿨어요. 이만 식사하러 가요.”안채린은 시선을 돌리며 장기명에게 물었다.“우리 테이블이 어디예요?”장기명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켰다.“저기요.”안채린은 말투를 바꾸어 반석현에게 다정하게 말했다.“석현아, 다른 테이블에서 먹자. 네가 매운탕 좋아하면 내가 시켜줄게.”안쪽에 앉은 반석현이 움츠러들며 안채린을 향해 거부감을 드러냈다.안채린이 이렇게 소란을 피우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고,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는다는 생각에 반석현은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것 같아 젓가락을 쥔 손이 떨렸다.“석현아, 가자!”안채린은 가만히 있는 아이를 다시 불렀고 주위 손님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대체 무슨 일이야?”“저 여자 애인가?”“저 아이 좀 이상한데.”툭.반석현의 손에 들린 젓가락이 테이블을 타고 반석현의 다리 위에 떨어져 국물이 바지에 얼룩을 남겼다.정이가 서둘러 말했다.“괜찮아, 괜찮아.”강민아는 침착한 표정으로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새 젓가락을 가져와서 반석현에게 건네주었다.“석현아, 네 바지!”안채린은 크게 반응하며 소리쳤다.“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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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정이의 뺨을 향해 휘두르던 안채린의 손이 불과 얼굴에서 2, 3센티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정이는 안채린의 다른 손도 꽉 잡았고 안채린은 양손의 뼈가 뭉개지는 것을 느꼈다.“아파!”안채린은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돌려 강민아를 향해 소리쳤다.“강민아 씨, 애 단속 좀 해요!”강민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정아, 잡아!”“네!”정이가 엄마의 말에 대답하며 당당한 태도를 취하자 심은호가 물었다.“도와줄까요?”“필요 없어요.”강민아는 거절하며 말했다.“경찰에 전화하는 것 정도는 내가 할게요.”강민아가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여보세요. 여기 백화점 매운탕 가게인데 어떤 여자가 아이를 때리고 내 아이까지 데려가려고 해요.”반석현은 강민아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말한 ‘내 아이’가 자신을 뜻하는 건지 의아했다.마음이 설레었지만 여전히 당황한 표정이었다.이젠 눈에 띄게 몸이 굳어지며 온몸이 감각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마치 접착제처럼 그를 제자리에서 얼어붙게 했다.정이가 앞을 가로막은 채 두 손으로 안채린의 손목을 제압했고 안채린의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며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손목의 극심한 통증 때문에 섣부른 행동은 할 수 없어 입만 놀렸다.“놓으라고 했잖아, 못 들었어?”정이는 안채린이 반석현을 꽉 잡은 손을 바라보았다.“이 손 먼저 놓으세요! 석현이 건드리지 마요!”정이는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쳤다.안채린은 어쩔 수 없이 한쪽 손을 놓았고 정이도 안채린의 다른 손을 풀어주었다.아이는 안채린에게 경고했다.“사람 때리면 안 돼요!”정이가 안채린의 양손을 풀어주자 안채린은 고통에 입을 크게 벌렸고 양쪽 손목이 부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저 조금 통통한 여자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듯 큰 힘과 대단한 반사신경을 갖고 있을 줄이야.“무슨 일이에요?”진찬규가 다가와 빨갛게 부어오른 안채린의 손목을 보고는 눈썹을 바짝 세웠다.“손이 왜 그래요? 누가 다치게 했어요?”말하는 순간 진찬규의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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