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준은 지친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남설아의 아파트 건물을 나섰다.며칠째 계속된 남설아의 상태는 정말 심각했다. 일에만 몰두한 채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이러다가는 몸이 먼저 무너질 게 뻔했다.그때, 어둠 속에서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천 비서님.”천기준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어두운 가로등 불빛 아래 그는 강연찬을 알아보았다.강연찬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고 야윈 모습에 피곤이 가득한 얼굴, 충혈된 눈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강 대표님.”천기준은 다소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남설아와 강연찬 사이의 일이 터진 뒤, 그 사이에서 그는 처지가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강연찬은 급히 걸음을 옮기며 다급하게 물었다.“천 비서님, 설아는... 설아는 괜찮은 거예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그의 목소리는 쉬었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그 안에는 뼈아픈 후회와 걱정이 가득했다.천기준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강 대표님, 남 대표님 상태가 정말 좋지 않습니다. 방 안에 틀어박혀서 일만 하고 있어요. 밥도 안 드시고, 잠도 안 주무시고요.”그 말을 들은 강연찬의 얼굴은 더욱 하얗게 질렸다.“설아가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고 있다고요? 도대체 얼마나 된 거예요?”“어제 점심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그 상태입니다. 누구 말도 안 듣고요. 솔직히 이러다 건강이 무너질까 걱정입니다.”천기준은 있는 그대로를 전했다.강연찬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그녀가 자신을 스스로 그렇게 몰아붙일 정도로 자신을 증오하고 있다는 현실이 가슴 깊숙이 아프게 파고들었다.그는 두 주먹을 꽉 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설아가 나를 그렇게까지 미워하는 거예요? 날 보는 것조차 싫을 정도로요?”잠시 침묵이 흘렀고 천기준은 조심스럽게 말했다.“강 대표님, 남 대표님 이번엔 정말 크게 상처받으셨어요. 자존심이 아주 강한 분인데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고 느끼면... 그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 겁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