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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641 - Chapter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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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1화

천기준은 지친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남설아의 아파트 건물을 나섰다.며칠째 계속된 남설아의 상태는 정말 심각했다. 일에만 몰두한 채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이러다가는 몸이 먼저 무너질 게 뻔했다.그때, 어둠 속에서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천 비서님.”천기준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어두운 가로등 불빛 아래 그는 강연찬을 알아보았다.강연찬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고 야윈 모습에 피곤이 가득한 얼굴, 충혈된 눈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강 대표님.”천기준은 다소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남설아와 강연찬 사이의 일이 터진 뒤, 그 사이에서 그는 처지가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강연찬은 급히 걸음을 옮기며 다급하게 물었다.“천 비서님, 설아는... 설아는 괜찮은 거예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그의 목소리는 쉬었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그 안에는 뼈아픈 후회와 걱정이 가득했다.천기준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강 대표님, 남 대표님 상태가 정말 좋지 않습니다. 방 안에 틀어박혀서 일만 하고 있어요. 밥도 안 드시고, 잠도 안 주무시고요.”그 말을 들은 강연찬의 얼굴은 더욱 하얗게 질렸다.“설아가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고 있다고요? 도대체 얼마나 된 거예요?”“어제 점심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그 상태입니다. 누구 말도 안 듣고요. 솔직히 이러다 건강이 무너질까 걱정입니다.”천기준은 있는 그대로를 전했다.강연찬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그녀가 자신을 스스로 그렇게 몰아붙일 정도로 자신을 증오하고 있다는 현실이 가슴 깊숙이 아프게 파고들었다.그는 두 주먹을 꽉 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설아가 나를 그렇게까지 미워하는 거예요? 날 보는 것조차 싫을 정도로요?”잠시 침묵이 흘렀고 천기준은 조심스럽게 말했다.“강 대표님, 남 대표님 이번엔 정말 크게 상처받으셨어요. 자존심이 아주 강한 분인데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고 느끼면... 그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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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강연찬은 침통한 표정으로 천기준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뒤 공터를 떠났다.천기준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가 자신도 차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한편, 병원 병실 안.배서준의 안색은 며칠 전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고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서유라는 침대 곁에 앉아 정성스럽게 그를 간호하며 과일을 깎고 작게 잘라 이쑤시개에 꽂아 배서준의 입가에 가져갔다.배서준은 무심하게 입을 벌려 받아먹었지만, 시선은 허공을 떠돌며 서유라의 정성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소파에 앉아 있던 윤화진은 그런 모습을 차갑게 지켜보다가 비꼬는 듯한 말투로 서유라에게 말했다.“유라야, 너 참 수고가 많다? 온종일 여기 붙어 있으니, 누가 보면 너 서준이 엄마인 줄 알겠어.”서유라는 그 말에 얼굴이 잠시 굳었지만, 곧 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억지로 평정을 유지했다.“아주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서준 씨가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아서요. 제가 돌보는 게 당연하잖아요.”윤화진은 코웃음을 치며 더 날카롭게 말했다.“당연해? 너 진짜 자기가 부잣집 며느리인 줄 아는구나? 분명히 말하는데 네가 아무리 들러붙어도 달라지는 건 없어. 어떤 사람은 애초에 우리 집 문턱조차 못 넘는다고.”서유라의 미소는 서서히 굳어졌고 눈빛에는 상처받은 흔적이 어렸다.하지만 곧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과일을 계속 깎았고 낮고 약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주머니, 제가 미움받는 거 알아요. 그래도 제 마음은 진심이에요. 서준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그걸로 충분해요.”“충분해?” 윤화진은 마치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들은 듯 콧방귀를 뀌며 소리를 높였다.“충분하면 왜 그렇게 지긋지긋하게 달라붙어? 왜 온갖 비열한 수를 써가며 우리 서준이랑 결혼하려고 해?”서유라의 눈가가 붉어지며 금세 눈물이 맺혔다.그녀는 억울한 듯 배서준을 바라보며 울먹였다.“서준아, 봤지? 아주머니가 또 나를 오해하고 있어. 나는 정말 그런 거 아니야...”계속 창밖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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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서유라는 더 이상 눈물을 참지 못하고 얼굴을 감싼 채 억울하게 울음을 터뜨렸다.배서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 짜증스러운 기색을 스쳤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고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형식적인 위로의 말을 건넸다.“그만 울어. 엄마 성격 알잖아, 괜히 신경 쓰지 마.”서유라는 눈물이 가득 고인 채 배서준을 올려다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배서준, 아주머니는 정말 나를 싫어하는 거야? 평생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실 생각인 거야?”배서준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고 사실 서유라에 대한 윤화진의 거부감은 뿌리 깊은 것이었기에 그의 침묵은 그 자체로 대답이었다.“너무 생각하지 마.” 배서준은 건성으로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서유라는 그의 대답에 눈빛이 점점 흐려졌다. 그녀는 배서준이 진심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의 말은 그저 아무 의미 없는 위로일 뿐이었다.배서준은 다시 창밖을 바라보며 복잡하고 깊은 시선으로 중얼거렸다. 작지만 분명한 감탄과 회한이 담긴 목소리였다.“지금의 설아는 정말 많이 달라졌어...”밤이 깊어가고 병원 복도는 조용했다.서유라는 혼자 차가운 대기용 의자에 앉아 홀로 남은 그림자처럼 외로워 보였다.그녀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도현아...”그 목소리는 깊은 그리움과 무력함으로 떨리고 있었다.“누나는... 누나는 네가 너무 보고 싶어. 도현아, 넌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서유라의 속삭임은 점점 작아졌고 결국 넓은 복도 속으로 사라졌다.남겨진 건 끝없는 고요함과 외로움뿐이었다.배건 그룹, 고위층 회의실.분위기는 무겁고 침묵이 감돌았다.모든 임원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새롭게 선임된 이사장 남설아의 발언을 기다리고 있었다.남설아는 검은색 정장 차림에 정제된 메이크업, 날카로운 눈빛과 강한 카리스마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회의장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차갑고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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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회의실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쥐 죽은 듯한 정적이 감돌았다.임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아무도 다시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고 남설아의 눈빛은 차가운 얼음처럼 회의실의 모든 사람을 하나하나 훑어내렸다.모두 고개를 숙인 채 숨죽였고 반대하는 말 한마디조차 더 이상 꺼내지 못했다.남설아는 그런 모습을 보며 만족스레 시선을 거두고는 한결 부드러워진 어조로 말했다.“이의가 없다면 내가 말한 대로 진행하도록 하죠.”“회의는 이것으로 마칩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고 자리에 남겨진 임원들은 분노조차 감히 드러내지 못한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대표 사무실, 천기준은 두꺼운 서류뭉치를 들고 와서 남설아에게 보고하고 있었다.배건 그룹의 운영 전반에 대한 세세한 사항을 빠짐없이 정리해 보고하고 있었고 재무제표부터 인사이동, 마케팅 전략까지 모두 꼼꼼하게 짚었다.남설아는 진지하게 경청하며 중간중간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고 천기준은 그에 막힘없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았다.보고가 한참을 이어졌고 천기준은 입이 바싹 마를 정도로 길게 설명한 끝에 마무리했다.남설아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다소 의아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천기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천 비서님, 오늘 보고한 내용은 전부 배건 그룹 관련이네요. 이설 그룹 쪽 보고는 왜 빠졌죠?”이에 천기준은 솔직하게 웃으며 살짝 아부하는 말투로 대답했다.“남 대표님은 이설 그룹의 대표이시잖아요. 이설 그룹 사정은 저보다 대표님께서 더 잘 아실 테니까요.”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그리고 남 대표님께서 예전에 저에게 200억을 투자하셨고 그 이후에도 저를 곁에 두신 이유는 단순히 이설 그룹을 맡기기 위해서가 아니지 않습니까?”남설아는 흥미롭게 눈썹을 들어 올리며 계속 말하라는 손짓을 했다.천기준은 눈치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배건 그룹은 오래된 조직이라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복잡합니다. 외부인이 짧은 시간 안에 그 구조를 파악하긴 어렵죠.”그는 자신감 있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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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좋아요.” 남설아는 칭찬을 건넸다.“천 비서님, 비서님의 가치를 이미 확인했어요. 앞으로 배건 그룹의 일은 계속 비서님이 맡아요. 저는 비서님을 믿고 있으니까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천기준은 그 말을 듣고 더욱 감격하여 곧장 다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남 대표님.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겠습니다.”남설아는 천기준을 바라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 그 눈빛 속에는 무언가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천기준의 충성심과 능력 덕분에 그녀는 앞으로의 계획에 한층 더 확신하게 되었다.그때, 송우민이 조급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며 급하게 남설아의 사무실로 들어섰다.“설아!”그는 평소의 예의를 차릴 틈도 없이 눈에 띄게 초조한 어조로 말을 걸었다.남설아는 고개를 들어 약간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고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민아, 무슨 일이야?”그녀의 어조는 차분했고 얼굴에는 옅은 미소까지 떠올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했다.송우민은 그녀가 그렇게 태연하게 행동하는 모습에 오히려 더 마음이 아팠다.그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비서 말로는... 너랑 강연찬이...”말을 고르던 그는 결국 직접적인 표현을 택했다.“두 사람 사이에 좀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남설아의 미소는 조금 옅어졌지만, 여전히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런 셈이지.”그녀는 가볍게 말하며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근데 괜찮아. 오히려 집중해서 일할 수 있게 됐으니까.”그녀는 산처럼 쌓인 서류를 가리켰고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지금은 배건 그룹도 내 손에 들어왔으니까 처리할 일이 많아졌지.”송우민은 그녀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할수록 더 마음이 아팠다.남설아가 저렇게 태연할수록 그녀가 마음속에 얼마나 큰 상처를 숨기고 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더 이상 감정에 관해 묻지 않았다. 대신 그녀 곁에 조용히 다가와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아무리 일이 바빠도 몸은 좀 챙겨야지.”그는 남설아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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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곧이어 천기준이 사무실 문을 두드리더니 안으로 들어섰다. 남설아의 책상 앞까지 걸어간 그는 차분히 남설아의 지시를 기다렸다.“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대표님?”남설아는 천기준에게 더 가까이 오라는 눈짓을 하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남설아랑 배서준 근황 좀 알아봐 줘요. 특히 서유라. 요즘 뭘 하고 다니는지, 누굴 만나는지도 전부 알아봐 주세요.”잠시 뜸을 들이던 남설아가 다시 입을 열어 한 마디 덧붙였다.“그리고 서도현 실종 사건에 대해서도 계속 추적해주세요. 새로 알아낸 거 있으면 바로 보고해주시고요.”천기준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롭게 바뀌었다. 남설아의 뜻을 단번에 파악해낸 그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지금 바로 진행하죠.”그대로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간 천기준은 곧바로 남설아의 지시를 실행에 옮겼다.병실 안, 서유라는 조심스럽게 배서준의 이불 끝을 정리해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서준아, 오늘은 좀 어때?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하지만 공허한 배서준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을 향하지 않았다. 그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영혼 없이 대답했다.“그럭저럭.”그의 차가운 목소리에서는 알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다.전과 바뀌어버린 배서준의 태도에 서유라는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애써 당황스러움을 감추며 더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의사 선생님이 요즘엔 푹 쉬어둬야 한다고 그러셨어. 내가 사과 깎아줄게.”말을 마친 그녀는 탁자 위에 놓인 사과와 과도를 집어 들더니 정성스럽게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배서준은 복잡한 눈빛으로 분주한 서유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서유라는 사과를 깎으면서도 조심스레 배서준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예전처럼 다정하고 따뜻했던 분위기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눈치였다.“서준아, 아직도 나한테 화 난 건 아니지? 나도 내가 말 함부로 한 거 알아. 너랑 남설아 사이를 의심해서는 안 됐었는데...”그녀는 더욱 움츠러든 목소리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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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이설 그룹 사무실, 남설아는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가느다란 손으로 책상을 탁탁 두드리며 규칙적인 소음을 만들었다.“천 비서님, 과일 바구니 하나 준비해주세요.”그녀는 고개를 들어 책상 앞에 서 있는 천기준을 바라보며 무심한 목소리로 툭 던지듯 말했다.“제일 신선하고 상태 좋은 걸로 골라서요.”남설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덧붙였다. 알 수 없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피어올랐다.“그리고 과일 바구니 맨 아래쪽에 서프라이즈 선물 하나 같이 넣어주세요.”천기준은 잠시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지만 이내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서프라이즈 선물이 결코 평범할 리 만무했다.그는 목소리를 낮춰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혹시...”남설아는 직접적인 대답 없이 그저 냉소 어린 미소만 지으며 눈을 반짝였다.“서유라 우울증 연기 잘하던데요? 이제 진짜 우울증 한 번 걸려볼 차례 아닐까요?”천기준은 남설아의 말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배서준에게 서유라의 거짓말을 알리고 그녀의 민낯을 보여주려는 속셈이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대표님. 선물은 완벽하게 배 대표님 손에 전달될 겁니다.”“조심해주세요. 최대한 은밀하게 전해줘야 하니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신경 써주세요.”“걱정 마세요. 제가 직접 진행하는 일이니까요.”천기준은 잠시 고개를 숙인 후,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섰다.병원 VIP 병실.천기준은 정성스레 포장된 과일 바구니를 들고 병실 문 앞에 도착했다.병실 문에 가볍게 노크하자 안에서는 어딘가 지친 듯한 베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 보니 배서준은 병상에 반쯤 기댄 상태로 누워 있었다. 안색은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 듯 보였지만 여전히 창백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서유라는 침대 옆에 앉아 정성스레 사과를 깎고 있었다. 천기준이 안으로 들어선 것을 확인하자 그녀는 반갑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천 비서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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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그는 다시 천기준에게 시선을 돌려 과일 바구니를 가져오라며 눈짓했다.천기준은 정중하게 과일 바구니를 배서준에게 건넨 후, 조용히 한쪽으로 물러났다.배서준은 무심한 듯 과일 바구니를 받아들더니 과일들을 뒤적여 보았다.겉으로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그는 지금 남설아가 준비했다는 서프라이즈 선물이 신경 쓰여 미칠 지경이었다. 혹시라도 화해의 의미를 담은 선물이 함께 들어있는 건 아닐지 은근히 기대도 되었다.그러던 중, 종이 특유의 감촉이 손끝에서 느껴졌다.동작을 멈춘 배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과일을 한쪽으로 밀어내자 과일 바구니 맨 아래에 숨겨져 있던 낡은 갈색 서류봉투가 모습을 드러냈다.배서준의 미간이 한껏 찌푸려졌다.그는 서류봉투를 집어 들더니 재빨리 뜯어 내용물을 살펴보았다.그 안에는 몇 장의 서류들이 들어있었다. ‘우울증 진단서’와 ‘허위 보고서’라는 굵직한 제목들이 눈에 들어왔다.그 순간, 배서준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이... 이게 뭐야?”낮고 쉰 듯한 배서준의 목소리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함께 섞여 있었다.서류봉투를 발견한 순간, 서유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서준아... 내가 다 설명할게...”서유라가 다급히 말을 꺼내 봤지만 배서준의 분노 어린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단칼에 끊어버렸다.“설명? 무슨 설명? 너 같은 게 무슨 설명을 하겠다고!”그는 손에 들고 있던 과일을 서유라에게 힘껏 내던졌다.바닥에 튕겨진 과일은 처참히 부서져 사방에 과즙을 흩뿌렸다.그 과일을 정통으로 맞은 서유라의 꼴은 엉망이었다.“네가 감히 날 속여?”이를 꽉 깨문 채 말하는 배서준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낮게 깔려 있었다. 그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모욕감에 치를 떨었다.“이딴 더러운 수작질로 감히 날 기만해온 거야?”갑작스러운 상황에 윤화진은 완전히 얼어붙어 버렸다. 그녀는 무릎까지 꿇은 채 울고 있던 서유라와 분노에 가득 찬 아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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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서유라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흩어진 서류들을 주워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다.“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돼...”그녀의 중얼거림은 점점 더 날카롭게 변하더니 이내 귀를 찢는 듯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아아악!”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작게 조각난 종잇조각들이 눈송이처럼 바닥에 흩날렸다.그러고는 이성을 잃은 듯 배서준에게 달려들어 그의 팔을 움켜잡은 채 울부짖었다.“배서준,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나한테 다정하게 안 대해주니까 내가 이렇게 된 거잖아. 네가 날 이렇게 만든 거야!”그녀는 울부짖으며 배서준의 가슴팍을 마구 두드렸다. 한 번 터져버린 감정은 더 주체할 수 없이 터져 나왔다.배서준은 광기 어린 눈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서유라의 모습에 일말의 연민조차 남지 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만해, 이제!”배서준은 서유라를 힘껏 밀쳐내고는 싸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그만 좀 해!”바닥에 밀쳐진 서유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배서준과 눈이 마주친 그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희망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윤화진도 초반에는 서유라에 대한 동정심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지경까지 와 버린 그녀의 모습에 자신도 함께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쌓였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윤화진이 다짜고짜 서유라에게 달려들었다.“이런 망할 년이! 감히 내 아들을 속여? 내가 널 가만둘 것 같아?”윤화진을 욕설을 내뱉으며 서유라의 머리채를 거칠게 당기고 할퀴어댔다. 병실은 순식간에 윤화진의 분노 섞인 욕설과 서유라의 비명으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혼란스러운 광경에 배서준의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는 머리를 감싸 쥔 채 고통스럽다는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더는 이 황당하면서도 참담한 현실을 마주 하고 싶지 않았다.병실 밖, 복도 모퉁이.남설아는 그곳에서 병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그 드라마 급 전개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송우민도 그녀의 옆에서 함께 상황을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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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그는 몸을 돌려 이 대표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결심한 듯 말했다.“대표님, 저 대신 선물 하나 준비해주세요.”“선물이요?”이 대표는 다소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떤 선물을 말씀하시는 건지...”“리스트 짜드릴게요. 그리고...”강연찬은 잠시 말을 멈췄다. 다시 말을 꺼낸 그의 목소리는 한껏 누그러져 있었다.“파란색 장미 한 다발도 같이 부탁드릴게요.”그 말에 강연찬의 의도를 파악한 이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도련님. 바로 준비하죠.”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무렵, 강연찬은 직접 차를 몰아 남설아가 사는 아파트로 향했던.그는 꽃과 선물을 손에 든 채 남설아의 집을 올려다보았다.가슴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남설아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또 한 번 차갑게 외면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한데 뒤섞였다.그는 아파트 아래에서 한참을 서 있었지만 남설아가 있는 곳의 불은 끝내 켜지지 않았다.밤이 깊어지자 도시의 네온사인들도 하나둘씩 빛나기 시작했다.잠시 후, 남설아의 차가 아파트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차에서 내린 그녀는 익숙한 아파트 층을 올려다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전보다 많이 야위었고 얼굴빛도 창백했다. 예전의 생기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저 피곤하고도 차가운 분위기만 감돌았다. 홀로 차에서 내려 서 있는 모습이 유독 외로워 보였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남설아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강연찬은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곧장 걸음을 옮겼다.“설아야...”그는 다정하면서도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남설아를 불렀다.그는 손에 들고 있던 파란 장미 한 다발과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 상자를 조심스레 남설아에게 건네주었다.하지만 남설아는 강연찬을 발견하자마자 차갑던 얼굴을 더 차갑게 굳히고서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꽃다발과 선물을 보고도 그녀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강연찬을 외면했다.마치 보기만 해도 치가 떨리니 닿고 싶지도 않다는 듯한 행동과 표정이었다.남설아는 강연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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