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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1화

이른 아침, 남설아는 막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는 천기준에게 전화해 재택근무로 돌리고는 곧장 짐을 싸기 시작했다.박스를 하나를 정리한 후, 테이프로 단단히 감싼 다음 겉에 물건 이름을 붙여주었다.남설아는 이삿짐센터에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오늘 오후에 이사 서비스 예약했는데요. 짐이 좀 많아요. 여기 주소가요...”전화를 끊은 그녀는 집 안 가득 쌓인 박스들을 바라보았다.한때의 추억들이 담긴 물건들이 하나둘씩 상자 안에 담겨 이 집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한편, 이설 그룹.송우민이 천기준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남설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천 비서님, 남 대표 오늘 출근 안 했어요?”송우민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러자 천기준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대표님 오늘 재택근무하신답니다.”“재택근무요?”송우민은 눈썹을 찌푸리며 의외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천기준이 말을 덧붙였다.“오늘 조금 피곤하셔서 쉬고 싶다고 하시네요.”그 말에 송우민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곧장 휴대폰을 꺼내 남설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응답도 돌아오지 않았다.갑자기 밀려드는 불안함에 그는 곧바로 이설 그룹을 빠져나와 차를 몰고 남설아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문 앞에 도착한 그는 현관문에 놓인 파란 장미와 선물 상자를 발견했다.송우민은 앞으로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약간 시든 듯한 파란 장미와 아직 열어보지 않은 선물 상자에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는 깊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초인종을 눌렀다.“딩동!”텅 빈 복도에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현관문이 천천히 열렸다.문 앞에 서 있는 남설아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가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정돈되지 않은 머리가 지친 그녀의 상태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우민이?”남설아는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힘겹게 송우민을 불렀다.엉망이 된 그녀의 상태를 보는 송우민의 마음도 편치 못했다.“설아야, 너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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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송우민은 동작을 멈추고 진지한 얼굴로 남설아를 바라보았다.“설아야, 네가 잘못한 게 아니라 넌 그냥 너 스스로를 지키고 있을 뿐이야.”그 말에 남설아는 복잡한 눈빛으로 송우민을 바라보았다.“나도 알아. 아는데도... 마음이 너무 아파.”그녀가 목 메인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꺼냈다.송우민은 천천히 남설아의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알아. 많이 힘들겠지. 하지만 이것도 다 지나갈 거야.”남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박스를 모두 옮긴 후, 송우민은 다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남설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설아야,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남설아는 급히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정신을 다잡았다.“일단 짐부터 옮기고... 천천히 정리해야지.”“새집으로?”송우민이 놀란 듯한 눈으로 물었다.“벌써 이사할 집을 구한 거야?”남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응, 전부터 봐뒀던 아파트가 있거든. 회사랑도 가깝고.”송우민은 다시 남설아를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도와줄 거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 설아야. 난 항상 네 편이니까.”잠시 말을 멈추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다 감당하려고 하지 마. 네가 힘들면 나도 힘들어져.”온기 어린 송우민의 말에 남설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끝내 아무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송우민의 마음은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무언가를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짐을 실은 이삿짐센터의 트럭이 점점 멀어졌다. 남설아는 텅 빈 집 앞에서 웃음과 눈물 가득했던 이 집에서의 추억들을 돌이켜보았다.송우민은 곁에서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가자.”조용한 그의 목소리에는 다정함이 묻어있었다.남설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송우민과 함께 아파트를 벗어났다.새로 이사한 아파트는 도심의 고급 주택 단지에 위치해 있었다. 세련된 인테리어도 꽤 깔끔했고 필요한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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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새 아파트로 이사 온 남설아는 이곳에서 느껴지는 싸늘하고 낯선 기운에 위화감을 느꼈다.베이지색 계절의 인테리어는 딱 보기엔 깔끔해 보였지만 전혀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텅 빈 집안에 울려 퍼지는 희미한 메아리조차 외롭게 느껴졌다.그녀는 박스 하나를 열어 그 안에 들어있던 액자를 조심스레 꺼냈다.액자 속에는 그녀만의 아기 천사인 배나은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사진 속 아이는 이 세상 그 어떤 고민도 모르고 사는 천사처럼 해맑고도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하지만 그 순수한 미소는 이제 남설아에게 다시는 보기 힘든 것이 되어버렸다. 볼수록 날카로운 비수가 가슴을 깊게 파고드는 것 같은 기분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그녀는 떨리는 손끝으로 사진 속 딸아이의 앳된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굳게 다짐했다.이설 그룹 임원회의실.무거운 침묵 속에서 임원들은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남설아는 상석에 앉아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원들을 한 명씩 바라보고 있었다.“오늘 여러분을 이 자리에 부른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이설 그룹과 배건 그룹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습니다.”“다 지난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이설 그룹과 배건 그룹은 한 몸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 배건 그룹이 위기에 빠진 지금, 이설 그룹도 배건 그룹을 더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저는 이설 그룹과 배건 그룹의 자본을 통합해 스마트 가전 사업에 뛰어들 생각입니다.”그녀의 말에 한 임원이 자동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대표님, 제가 잘못 들은 건 아니죠? 스마트 가전 분야라면 저희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잖습니까! 너무 무리한 결정은 아닐까요? 혹시라도...”“혹시라도 뭐요?”남설아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날카롭게 물었다.“사업에 위험 부담 없는 사업이 어딨습니까? 그렇게 겁이 많아서야 이 판에서 살아남겠어요?”“시장 조사라면 이미 끝냈습니다. 스마트 가전은 얼마 안 가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을 겁니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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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송우민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을 그릇에 옮겨 담더니 남설아의 앞까지 내밀어 주었다.따뜻한 국물이 담긴 그릇을 가만히 바라보던 남설아는 마음 한구석이 사르르 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마워, 우민아.”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한껏 누그러져 더 부드럽게 들렸다.송우민은 옅게 웃으며 국그릇을 남설아의 쪽으로 더 밀어주었다.“고맙다는 말 좀 그만하고. 그런 말 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지잖아. 식기 전에 얼른 먹어.”남설아는 국물을 한술 떠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따뜻한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속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 덕에 속에 가득 쌓여있던 불안과 초조도 어느 정도는 가라앉는 것 같았다.송우민은 맞은 편에 앉아 걱정과 안쓰러움 가득한 눈으로 말없이 남설아를 바라보았다.무슨 말이라도 꺼내 보려던 그는 결국 하려던 말을 꾹 삼켰다.혹시라도 말을 잘못해 남설아가 더 상처받을까 두려웠다.결국, 하고 싶었던 말을 다 삼켜낸 송우민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설아야, 뭐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남설아가 고개를 들어 감동 어린 눈빛으로 송우민을 바라보았다.“응, 알겠어.”밤이 깊어지자 도시의 네온사인들이 하나둘씩 거리를 밝혔다.강연찬의 차가 다시 남설아의 새 아파트에 멈춰 섰다.그의 손에는 꽃도, 선물도 없었다. 그는 조용히 차에 앉아 남설아의 집 창문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강연찬은 언제 자신에게 찾아올지 모르는 기적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남설아는 점점 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그녀는 타고난 비즈니스 감각을 발휘해 칼 같은 결단력으로 이설 그룹을 빠르게 재정비했고 위태롭던 고비도 무사히 넘겼다. 회사가 다시 자리를 잡아갈수록 그녀는 새로운 협업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갔다.매일 새벽같이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며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그녀의 탁월한 리더십 아래, 배건 그룹도 빠르게 새로운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남설아는 해외의 한 기업에서 보낸 협업 제안 메일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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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송우민은 여느 때처럼 음식을 챙겨 들고 남설아를 찾아왔다.그는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곧장 남설아의 곁으로 다가가던 송우민은 한껏 찌푸려진 그녀의 미간을 보더니 안쓰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설아야, 몸 좀 챙겨. 요즘 너무 초췌해.”남설아는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들어 송우민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갑자기 지끈거리는 관자놀이에 다시 표정을 찡그리며 머리를 꾹꾹 눌렀다.“스마트 가전 분야는 처음이라 그런가... 테크 쪽은 아직도 좀 어렵네.”그 말에 송우민은 눈을 반짝이며 곧바로 대답했다.“괜찮으면 나한테 얘기해볼래?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송진 그룹 쪽에도 유통이나 마케팅 관련으로 쓸 수 있는 게 좀 있거든. 너만 원한다면 지금 당장 따로 프로젝트 만들어서 진행 시킬 수도 있어.”남설아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송우민을 바라보았다.“우민아, 그건... 너무 일이 커지는 것 같은데?”그러자 송우민은 이마를 찌푸리며 팔꿈치로 남설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뭐래? 널 도울 수 있는 거라면 난 뭐든 할 수 있어. 그냥 도와주는 것도 아니야. 스마트 가전 쪽 시장 잘 되면 나도 콩고물 정도는 받아먹고 싶어서 그래.”마음이 따뜻해지는 송우민의 말에 남설아가 장난스럽게 대답했다.“고마워, 우민아. 네 앞에 있으면 항상... 내 속마음을 다 들키는 것 같아. 무슨 기생충도 아니고.”그러자 송우민이 남설아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말은 좀 하지 말고. 진행되면 언제든 얘기해 줘.”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서류에 집중했다.하지만 스마트 가전 분야의 기술적인 요소가 너무 방대했다. 손대야 할 디테일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결국,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게 되었다.깊은 밤, 남설아는 홀로 서재에 앉아 있었다.책상 위에는 각종 자료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 깨질듯한 두통이 밀려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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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그는 몰래 사람을 붙여 늦은 밤까지 고생 중인 남설아에게 두통과 피로에 좋다는 차와 간식을 보냈고, 긴장을 풀어준다는 마사지 서비스까지 준비했다.하지만 모든 것이 철저히 익명을 진행됐던 탓에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았다.모든 준비를 마친 후, 남설아는 수정된 기획안을 손에 든 채 확신과 자신감에 찬 얼굴로 해외 기업과의 온라인 회의에 임했다.온라인 회의실 분위기는 진지하고도 프로페셔널했다.모니터 너머에 있는 해외 기업 대표들은 한눈에 봐도 경력이 풍부한 베테랑들이었다. 비즈니스계에서 몇 년 동안 일해온 그들의 눈빛은 모두 날카로웠고 표정 역시 냉정했다.하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남설아는 침착하게 회의를 이끌어 나가며 이설 그룹과의 협업안에 대해 설명해주었다.그녀는 그룹의 협업안을 하나하나 조리 있게 설명해주었고, 전체적인 플로우와 세부 사항들까지 완벽하게 설명했다.프레젠테이션이 거의 끝나갈 때쯤, 냉정하기만 하던 대표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흥미롭다는 듯한 미소가 피어올랐다.그중, 제일 위에 있던 앨런이라는 대표가 유창한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설아 씨, 기획안 참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스마트 가전에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을 접목한 부분이 너무 좋았어요.”예상치 못한 칭찬에 남설아는 내심 기뻐하며 단호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앨런 씨, 이설 그룹은 신생 그룹이지만 한 번 정한 목표는 꼭 실현해내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습니다. 이설 그룹과의 협업은 분명 최고의 선택이 될 거라 믿습니다.”앨런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설아 씨의 자신감이 참 인상적이네요. 저희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직접 회사를 방문해서 오프라인으로 더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미팅을 진행해보고 싶네요.”드디어 남설아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마음속에 두고 있던 무거운 짐을 드디어 내려놓은 듯한 기분이었다.회의가 끝난 후에도 남설아는 팀원들과 함께 실전 대비 훈련을 계속했다.그녀는 직접 해외 대표들을 연기하며 일부러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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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하지만 두 번째 협상은 처음처럼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았다.이설 그룹의 전반적인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후에 진행된 회의였던 탓일까, 회의실 안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던 중, 해외 기업 측 대표인 앨런이 먼저 침묵을 깨고 말을 꺼냈다. 그는 상체를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날카로운 눈으로 남설아를 바라보았다.“설아 씨, 기획안의 혁신성은 저희 쪽에서도 높이 평가 중입니다. 하지만 결국 비즈니스 협업을 수익으로 귀결되죠. 이설 그룹이 제시한 수익 분배 조건은,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과한 것 같다고 느껴집니다.”차분한 앨런의 말 속에는 부정할 수 없는 압박감이 담겨 있었다.이미 예상하던 반응인지라 남설아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덤덤하게 응수했다.“앨런 씨, 저희 이설 그룹이 제시한 조건은 철저한 계산과 리스크 분석을 거쳐 책정된 수치입니다. 저희 쪽에서 추구하는 건 단기적인 수익이 아닌 장기적인 윈윈이니까요.”“장기적인 윈윈도 중요하지만 단기적인 수익도 무시할 수는 없죠.”또 다른 대표가 입을 열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이설 그룹의 수익 배분 비율은 저희 투자 수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 부분에서 조정이 안 된다면, 더 이상의 협업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남설아는 천천히 회의실에 앉아 있는 대표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그들은 지금 전방위적으로 남설아를 압박해 양보적인 협업안을 끌어내 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남설아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말했다.“여러분.”그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자리에 있는 대표단들은 모두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저희 이설 그룹의 기준은, 저희가 가진 가치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만들어진 겁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면서 저희의 잠재력과 진정성을 눈치채지 못하신다면... 저희 역시 협업은 어려울 것 같네요.”그 순간, 회의실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말 그대로 한기가 감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차가운 긴장감이 맴돌았다.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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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이건 제 딸 나은이의 노트입니다. 어릴 때부터 제 딸은 스마트 가전에 대한 꿈과 사랑이 가득했어요. 이번 프로젝트도 아이의 노트에서 처음으로 영감을 받아 시작한 거고요.”남설아는 배나은의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어린 딸이 미래의 스마트 가전에 대해 품었던 기발한 상상과 병으로 세상을 떠나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까지 모두 말해주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떨리기 시작했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남설아의 진심 어린 감정은 회의실에 있던 모두의 심금을 울렸다.살벌하기만 했던 회의실의 분위기는 어느 순간부터 변해가고 있었다. 날 서 있던 긴장감은 서서히 거치고 따뜻하고 다정한 분위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앨런이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전보다 한층 더 부드러워져 있었다.“정말 가슴 아프고 안타깝네요. 따님은 대단한 재능을 가진 아이였나 봅니다. 아이가 생각해낸 디자인이지만 정말... 감동적이고 창의적입니다.”“제가 이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단순히 사업적인 이익을 위해서가 아닙니다.”남설아는 다시 감정을 다잡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단단한 목소리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했다.“이건 제 딸의 꿈을 이뤄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상상만 해왔던 아이디어를 꼭 현실로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저는 미래의 스마트 가전 산업이 더 인간미 있고 따뜻해졌으면 합니다. 사람들에게 진짜 행복과 온기를 전해줄 수 있도록 말이죠.”앨런은 존경 어린 눈빛으로 남설아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설아 씨의 그런 마음이 저를 움직였습니다. 우리 쪽에서도 다시 한번 협업 조건에 대해 검토해보도록 하죠. 단순한 이익을 넘어 그 이상을 향해 고민해봐야겠습니다.”그렇게 교착 상태에 멈춰 있던 협상에도 작은 전환점이 생겼고 회의실 분위기 역시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하지만 곧이어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해외 측 대표들은 계약서에 교묘한 법적 함정들과 재무 리스크적인 조항들은 잔뜩 넣어둔 상태였다. 그대로 계약서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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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이설 그룹으로 돌아온 남설아는 생각할수록 커지는 의문점에 생각에 잠겼다.성공적으로 협업을 따냈으니 기뻐해야 마땅했지만 마음속에서부터 계속 걸리는 꺼림칙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갑자기 바뀐 앨런의 태도가 너무 의심스러웠고 미심쩍었다.남설아는 회의 때 썼던 자료들을 다시 하나하나 넘겨보기 시작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고민에 빠져 있던 그녀는 직감이라기보단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하나 떠올렸다.남설아는 곧장 천기준을 불러 해외 기업에 대한 더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했다.정리된 문서가 책상 위에 올려지자 남설아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신중하게 내용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단 하나의 단서도 놓치지 않겠다는 집요함이었다.그 순간, 한 통의 이메일이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메일 속에는 시장 분석 보고서가 파일로 첨부되어 있었다. 그 파일에는 치밀하고도 정확하게 분석된 시장 조사 데이터가 담겨 있었다.이 자료가 이번 협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준 것으로 보였다.보고서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남설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이 정도로 전문적인 분석은 결코 일반인이 해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천 비서님. 지난번 협상 전에 우리 쪽에서 받았던 그 익명의 시장 분석 보고서, 기억하시죠?”남설아는 돌리지 않고 천기준을 불러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잠시 멈칫한 천기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기억하죠. 그 보고서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잖습니까.”“그 보고서, 누가 보낸 건지 확인은 됐나요?”남설아는 조심스러우면서도 확신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천기준은 남설아의 눈을 애써 피하며 대답을 망설였다.“그게요...”남설아는 평소와 다른 천기준의 반응에 더욱 단호한 목소리로 몰아붙였다.“천 비서님, 숨기지 말고 말씀해주세요. 지금은 솔직한 게 제일 중요하니까요.”결국, 한숨을 푹 내쉰 천기준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그건 화승 그룹 쪽에서 온 자료입니다.”그 말에 남설아는 놀란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역시 또 강연찬이었다.“강연찬이에요?”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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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잠시 말을 멈추던 강연찬이 한 마디 덧붙였다.“이 대표님,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설 그룹 상황 좀 쭉 지켜봐 주세요. 도울 일 있으면 바로 알려주시고요.”“네, 도련님.”이 대표는 공손한 말투로 대답한 후 자리를 떴다.병원 VIP 병실.배서준은 침대에 앉아 배건 그룹에서 보내온 서류를 진지한 표정으로 훑어보고 있었다.창백하기만 하던 그의 안색도 다시 혈기를 되찾았고, 컨디션도 전보다 많이 좋아져 있었다.“서준아, 아직 다 낫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 퇴원을 한다고 그래?”윤화진은 침대 옆에서 사과를 깎아주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하지만 배서준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정말 괜찮아요, 엄마. 의사 선생님이 퇴원해도 된다고 하셨어요.”“그래도...”윤화진이 계속해서 잔소리를 이어나가려고 하자 배서준이 말을 잘랐다.“엄마, 제 몸은 제가 잘 알아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배서준의 말투에는 약간의 짜증도 섞여 있었다.윤화진은 한숨을 푹 내쉬며 깎아놓은 사과를 배서준에게 내밀었다.“사과라도 좀 먹어.”배서준은 사과를 받아 한 입 베어 물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서류에서 뗄 줄 몰랐다.“서준아, 요즘... 설아랑은 연락 안 해?”윤화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말에 배서준이 동작을 멈추고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안 해요.”“그렇구나.”윤화진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그녀는 아들이 여전히 남설아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병원에서 그 난리까지 친 이후로 배서준은 더 이상 서유라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윤화진은 차라리 배서준이 서유라와 완전히 끝내기를 내심 바랐다.“엄마, 서류 보니까 설아가 요즘 해외 업체랑 손잡고 스마트 가전 프로젝트 진행 중인 것 같던데요?”배서준이 말을 꺼냈다.그 말에 윤화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응, 나도 얘기 들었어. 꽤 잘 되고 있다던데.”배서준의 눈이 반짝였다.“그래요?”그는 서류를 내려놓으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가능한 한 빨리 퇴원 절차 좀 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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