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라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다가 이내 눈을 감고 깊은숨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천천히 무릎을 꿇어 남설아 앞에 엎드렸다.“설아 씨, 부탁이야... 서준이 곁에 있어줘...”서유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그 속에는 굴욕과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남설아는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처음부터 이렇게 나왔으면 됐잖아.”그녀는 가볍게 말한 뒤, 돌아서 병실로 향했다.병실 안, 배서준은 문 쪽을 애타게 바라보다가 남설아가 다시 들어오자 눈빛이 밝아졌다.“설아... 다시 와줬구나.”그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지만, 조심스러운 기대가 묻어 있었다. 남설아는 침대 옆으로 다가가 배서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부대표님께서 무릎 꿇고 부탁하셨어요. 제가 당신 곁에 있어 달라고요.”배서준은 순간 당황한 듯 얼어붙었다가 곧 상황을 이해하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설아야, 넌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그는 서유라를 의식하지도 않고 오직 남설아만을 걱정했다.하지만 남설아는 그런 그의 걱정에도 미동도 없이 공적인 어조로 대답했다.“배 대표님의 걱정은 감사하지만, 전 별일 없습니다. 그리고 구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생명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차렸지만, 그 속에는 냉정함만이 감돌았다. 철저하게 공적으로만 대하는 거리감이었다.그 태도에 배서준의 마음은 또다시 찢어지는 듯 아팠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설아야, 나 예전에 많은 잘못을 했어. 널 아프게 했고... 나은이도...”배서준은 목이 멘 채 말을 이었다.“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니까 알겠더라. 날 진심으로 걱정해준 사람은 너뿐이었단 걸 말이야.”남설아는 묵묵히 그의 말을 들으며,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내가 너무 오만했어. 모든 걸 내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했고, 너의 감정도, 나은이의 존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상처만 줬던 내가 얼마나 비겁했는지... 이제야 알아. 설아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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