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끝난 뒤, 남설아와 강연찬은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유리창 너머로 노을이 비쳐 두 사람의 그림자가 카펫 위로 길게 늘어졌다.“마틴 신에너지 쪽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어.”남설아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묻어났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단단한 의지가 느껴졌다.강연찬은 옆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깊이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설아야, 정말 고생 많았어.”“별로 힘들진 않아.”남설아는 고개를 저었다.“오히려 소미란 쪽이 앞으로 더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아.”예상대로 가족 모임 이후 소미란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거의 날마다 강씨 저택을 드나들었다.오늘은 한정판 스카프를 들고 와서 강연찬의 어머니인 안희수에게 건네면서 말했다.“아줌마, 이거 프랑스에서 친구한테 부탁해서 겨우 구해왔어요. 지난번에 하셨던 그 스카프 색감이 너무 잘 어울리셔서 이건 분위기 바꿔서 한번 써보시라고요.”그러자 안희수는 미소를 머금고 스카프를 받았다.“미란아, 너는 올 때마다 뭘 이렇게 챙겨 오니. 고마워.”“당연하죠. 아줌마 어릴 때부터 저를 이렇게 예뻐해 주셨잖아요.”소미란은 자연스럽게 안희수의 팔짱을 끼며 다정하게 말했다.“아, 아줌마, 연찬이 요즘 배건 그룹 일로 엄청 바쁜 것 같던데요? 예전에는 회사일 신경도 안 썼는데...”소미란의 말끝에는 슬며시 남설아를 겨냥한 뉘앙스가 스며 있자 안희수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연찬도 다 컸으니 이제는 자기 생각이 있겠지.”“맞아요. 연찬은 정말 많이 어른스러워진 것 같아요.”소미란은 살짝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예전에는 뭐든 저한테 다 얘기했는데 요즘은 달라진 것 같아서 조금 섭섭하기도 해요.”한편, 강연찬의 둘째 숙모인 이선영은 강연찬을 따로 불러 조용히 이야기를 건넸다.“연찬아, 숙모가 괜한 말 하는 게 아니지만 미란이 같은 애가 어디 있니? 집안도 괜찮지 어른들한테도 잘하지 오늘도 네 어머니한테 저렇게 정성껏 스카프를 선물하잖니.”그 말에 강연찬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숙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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