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강연찬은 전화를 끊고 나서도 조금 전 통화에서 묻어 나오던 부드러운 기색을 유지하며 조용히 서재로 향했다.그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뒤, 전화를 걸었다.“나야.” 강연찬은 간결하게 말했다.“동아 소재, 홍업 정밀, 그리고 계명 전자. 이 세 회사의 최근 움직임, 특히 배건 그룹과의 계약 변동 사항을 전부 조사해줘. 오늘 갑자기 동시에 조건 변경을 요구한 게 단순한 우연인지, 누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건지, 나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그가 원하는 건 시장의 추측이나 유언비어가 아닌 구체적인 정보였다.전화기 너머에서는 훈련된 듯한 정중하고 신속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알겠습니다, 강연찬 씨. 즉시 처리하겠습니다. 곧 피드백 드리겠습니다.”강연찬의 신뢰받는, 이런 사안을 전문적으로 처리해 온 실력자였다. 지시를 마친 강연찬은 쉬지 않고 또 다른 번호를 눌렀다.이번에는 조금 부드럽고 연륜 있는 어른을 대하는 존중이 배어 있는 말투였다.“아저씨, 접니다. 연찬이에요.”“연찬이구나,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전화기 너머 조영구의 목소리는 묵직하고 다정했다.“부탁 좀 드리려고요.” 강연찬의 말투는 진지하고 정중했다.“지금 배건 그룹이 특수 합금, 고정밀 베어링, 그리고 핵심 전자 부품 쪽에서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 국내든, 아니면 화승 계열 내든 상관없어요. 저희가 접근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 세 분야를 맡을 수 있는 업체가 있는지 알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품질과 신뢰도 모두 일정 기준 이상이어야 하고요. 당장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경험이 풍부하시니, 우선 일차적인 필터링과 검토만 부탁드립니다.”조영구는 흔쾌히 수락했고 강연찬은 그제야 전화를 끊었다.조영구와의 대화를 마친 그는 서재를 나서서 망설임 없이 외투를 집어 들고 집을 나섰다.그 시각, 남설아는 소파에 앉아 차갑게 식어버린 물컵을 들고 있었다. 생각에 잠긴 그녀의 표정은 날카롭고도 깊은 피로에 잠겨 있었다.그때 밖에서 들려온 노크 소리에 남설아는 곧장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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